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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평온한 탁유미의 모습에 이경빈은 약간 놀란 듯했다.

“안 도망쳐?”

그는 넥타이를 풀면서 물었다.

“도망칠 수 있기나 해?”

그녀는 우스운 얘기를 듣기라도 한 듯 반문했다.

탁유미는 도망쳤었다. 감옥에서 나올 때 한 번, 그리고 그를 백화점에서 본 후에 또 한 번 도망쳤다. 하지만 결국... 이경빈은 그녀를 다시 찾아냈다.

가끔 운명은 이렇게 돌고 돌아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우스꽝스럽고도 슬픈 일이지만 또한 사람을 어쩔 수 없게 만든다.

“도망칠 수 없어.”

이경빈이 그녀에게 준 대답이었다.

“이번에 또 도망친다고 해도 나는 또다시 너를 찾아낼 거야.”

“그러니까 도망칠 필요가 없지.”

탁유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저항하기를 모두 포기한 듯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너는 내가 너에게 빚졌다는 그 목숨을 어떻게 갚길 원해?”

이경빈은 입술을 깨물며 가라앉은 눈빛으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

“난 궁금해. 그때 네가 출소한 후에 누가 너의 모든 행적을 숨겨 준 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

탁유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떤 친구?”

이경빈이 추궁했다.

“내 목숨도 내줄 수 있는 친구!”

탁유미가 말했다.

하지만 이경빈은 이 친구를 이성이라고 오해했다. 불쾌한 감정이 순식간에 이경빈의 마음을 덮쳤다. 언제부터 그녀에게 목숨을 내줄 정도인 다른 남자가 생긴 거지?

“너는 정말 남자가 끊이지를 않네. 왜, 감옥 안에서는 남자가 부족했어?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목숨을 줄 수 있을 만큼 그런 남자가 생겼어? 그 남자를 나랑 비교해보면 어떤 것 같아?”

이경빈이 다가가며 말했다.

탁유미는 바로 그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몇 년 전, 그녀는 이미 이경빈에게 수많은 해명을 했다. 하지만 매번 그 해명들은 모욕받을 일을 자처하는 꼴밖에 더 되지 않았다.

하여 지금, 그녀는 더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나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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