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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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혁아, 됐어, 관둬.”임유진이 말했다.“금방 숨 거둔 외할머니, 가시는 길 편히 보내드리고 싶어.”어쨌거나 셋째 이모는 외할머니의 친딸이었으니!그녀가 아무리 셋째 이모에게 불만이 많아도 이런 때에 외할머니를 불편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가시는 길은 편히 보내드리고 싶었다.“그래.”강지혁이 다정하게 말하며 셋째 이모의 손을 놓았다.셋째 이모는 휘청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서다가 겨우 자세를 다잡았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아픈 손목을 매만지며 임유진을 죽일 듯이 노려봤지만 감히 아까처럼 덮쳐들진 못했다.“죽일 놈의 계집애, 이따가 여진이 오거든 너 아주...”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배여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엄마, 뭔데? 내가 오면 뭐?”임유진은 고개 들어 이리로 걸어오는 배여진을 쳐다봤다.배여진은 샤넬 신상 슈트를 입고 가방도 샤넬 시그니처 크로스백이었다. 얼굴엔 세련된 메이크업을 했고 머리도 전처럼 대충 묶은 게 아니라 웨이브를 넣어서 우아하게 풀어헤쳤다.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고 아예 딴사람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임유진을 가장 놀라게 한 건 바로 배여진 곁에 따라온 사람이 강현수였다!!검은색 정장 차림의 강현수는 전보다 조금 야위었고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지만 양미간 사이에 피곤함이 살짝 묻어났다.강현수가 그날 윤이 식당에 달려와 다짜고짜 임유진에게 강지혁과 결혼하냐고 물은 이후로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여기서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이야.게다가... 임유진의 사촌 언니와 함께 들어오다니.그럼 설마 셋째 이모가 말한 사촌 언니의 귀인이 강현수였다고?!한편 강현수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임유진에게 시선이 꽂혔다. 예상했다는 눈빛이지만 그 속엔 놀라움도 담겨 있었다.그는 임유진이 당연히 이리로 올 줄 알았다. 그녀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안 올 수가 없지.바로 이 때문에 배여진이 이 병원에 간다고 할 때 함께 온 것이다. 오는 길에서 강현수는 수없이 되뇌었다. 본인은 단지 배여진 때문에 병원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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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강지혁은 강현수와 그의 옆에 있는 배여진을 보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 손으로 임유진의 어깨를 잡고 강현수에게 말했다.“현수야, 여기서 또 이렇게 보네.”강현수는 그제야 강지혁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래, 오랜만이야.”한편 딸에게 불만을 늘어놓으려던 셋째 이모는 이 광경을 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이어서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두 분 아는 사이에요?”강현수가 생각에 잠긴 눈길로 강지혁을 쳐다봤다.“이분들 아직 네가 누군지 몰라?”“아마도.”강지혁이 대답했다.“난 너처럼 오만하지 않잖아. 그건 그렇고 네가 왜 여기 있어? 이 여자는...”그의 시선이 강현수 옆에 있는 배여진을 향했다.“너 이 여자 만나? 아까 다들 이 여자 뒤에 귀인이 뒷받침해준다더니 그게 너였어?”강현수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고 시선은 또다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임유진을 향했다.가슴이 또다시 후벼 파듯 아프고 모든 게 그의 착각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가 생각했던 건 전부 그의 환상일 뿐, 그저 꿈에 불과했다.그녀가 본인이 찾는 사람이길 얼마나 바랐던가?하지만 그녀의 과거를 따라 조사해봤더니 또 다른 ‘팩트’를 얻었다.“여진이가 내가 찾는 사람이었어.”강현수가 말했다.임유진은 흠칫 놀랐지만 강현수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한때 강현수는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현수가 그 사람을 찾는 일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임유진은 제대로 체감했다.그런데 여진 언니가 바로 강현수가 애타게 찾던 그 사람이라고? 어릴 때 그 소녀였단 말인가?!임유진은 문득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일단 축하해야겠네.”강지혁이 미소를 지었지만 경멸의 눈빛으로 배여진을 쳐다봤다.인간의 탐욕이란 역시! 분명 아니면서 한사코 옳다고 잡아떼는 추악한 몰골!강지혁이 꼼수를 부려 온갖 단서를 조작해 배여진이 바로 강현수가 찾는 사람이라고 만들었다. 하지만 강현수가 정말 배여진을 찾았을 때 그녀가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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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배여진은 요즘 강현수를 따라 S 시로 가서 강지혁 이름 석 자가 뭘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안다.그런 인물이 지금... 사촌 동생 남자친구라고?!임유진은 감방까지 다녀왔는데 어떻게 이런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게다가 강지혁뿐만 아니라... 배여진은 옆에 있는 강현수를 힐긋 쳐다보며 답답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강지혁 씨였네요. 유진아, 저번에 남자친구 집에 데려왔을 때 왜 말하지 않았어. 너 이러면 섭섭해.”셋째 이모도 얼른 아양 떨며 웃었다.“아이고 유진아, 네가 강지혁 씨 같은 남자친구를 만난 것도 다 네 복이지 뭐! 너희 외할머니도 이젠 저승에서 마음 놓고 눈 감으실 수 있겠네. 큰오빠, 작은 오빠, 다들 왜 서 있기만 해? 얼른 유진이한테 사과해야지! 저번에 있은 일은 정말 인간이 할 짓이 못됐어!”셋째 이모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두 삼촌도 서로 마주 보며 좀전의 기고만장한 기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둘은 아첨하며 연신 사과했고 이게 다 조카를 위해서라는 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퍼부었다.삼촌들 사과에 임유진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그녀가 바라는 건 딱 하나, 친척들이 제발 더는 소란을 피우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부디 외할머니가 편히 쉬시게 해드리고 싶었다.이때 장의사가 다가와 외할머니께 수의를 입혀드리고 할머니 시신을 냉장 투명관에 넣어드렸다. 투명관 속에서 편히 잠든 외할머니를 보자 임유진은 또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할머니!”아무리 불러봐도 투명관 속의 어르신은 더이상 그녀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강지혁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임유진은 이젠 바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외할머니 시신은 관에 담겨 일단 노씨 일가로 실어 갔고 풍습에 따라 집에 사흘 놓아둔 후에 발인한다.노씨 일가에서 상조회사에 이미 연락해 위패와 제사상 등을 다 배치해놓았다.마을 이웃과 친척들도 노 씨네 어르신이 돌아가신 소식을 전해 듣고 추모하러 왔다. 노 씨네 가족들은 전부 나서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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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그런 옷을 지금 임유진이 입고 있으니 배여진은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다.“안 그래도 너 갈아입을 옷 좀 찾아주려 했는데 벌써 다 갈아입었네.”배여진이 말하면서 또다시 다정하게 강현수의 팔짱을 꼈다.“현수 씨, 정식으로 소개해드릴게요. 이쪽은...”“필요 없어. 우리 아는 사이야.”강현수가 대답했다.배여진은 그가 강지혁만 아는 줄 알았는데 임유진도 알고 있었다니.그녀는 문득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곧장 괜찮다며 저 자신을 위로했다. 임유진은 그해 일을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현수 씨가 날 찾아온 걸 보면 유진이가 사실 현수 씨한테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걸 증명해. 난 오직 어릴 때 현수 씨를 구한 캐릭터만 잘 연기하면 돼. 그럼 내가 원하는 건 죄다 얻게 될 거야.’배여진이 강현수의 팔짱을 끼자 임유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구겼다. 스킨쉽이 조금 지나친 듯싶었다. 사촌 언니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으니!그러고 보니 노씨 일가로 돌아온 이후로 사촌형부가 보이지 않았다.강현수가 팔을 빼내자 배여진이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배시시 웃었다.“유진이 너 아직 모르는구나. 나 장이경이랑 이혼했어.”장이경은 배여진의 대장장이 전남편이다.임유진은 화들짝 놀랐다. 이혼이라니? 이렇게 갑자기? 그렇지만 그녀 옆에 서 있는 강현수를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사촌 언니 배여진은 일찌감치 대장장이에게 시집온 걸 후회했는데 갑자기 강현수가 나타나 버리니 마음이 변하기 마련이다.강현수는 S 시의 많은 부잣집 여인들 사이에서도 우수한 남편감으로 꼽히는데 작은 마을의 사촌 언니는 오죽할까?게다가 또 마침 강현수가 그토록 집요하게 찾던 사람이 배여진이였으니 전에 만난 수많은 여자친구들은 단지 그녀의 대체품에 불과하다.이렇게 생각하니 배여진이 마음이 바뀐 것도 다 이해됐다.다만 강현수가 배여진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평범했고 심지어 임유진이 볼 때 조금 소외감이 느껴졌다.배여진은 비록 강현수에게 아주 큰 기대를 품고 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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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배여진은 넋이 나간 강현수를 보자 눈가에 질투가 어렸다. 강현수와 임유진이 아는 사이라는데 그의 표정을 보니 어떠한 감정을 꾹 짓누르고 있는 듯싶었다.설마 강현수가 임유진에게... 아니, 그럴 일은 절대 없다!배여진은 얼른 저 자신을 위로했다. 연예계 황태자가 어떤 사람인데, 감방 다녀온 여자를 좋아할 리가 있을까!강지혁이 임유진에게 걸려든 건 이미 그녀에게 충분히 횡재였다!강현수는 지금 배여진이 어릴 때 자신을 구한 소녀라고 여기고 있으니 그녀야말로 강현수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이 기회를 잘 잡으면 영원히 강현수와 함께할 수 있다.“유진이는 참 운이 좋아요. 어떻게 강지혁 씨랑 함께 있네요. 오늘도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병원까지 달려온 거 있죠. 두 사람 설마 곧 결혼하는 건가요...”배여진은 문득 하던 말을 멈췄다. 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아예 안 들었고 두 눈은 오직 저 멀리 떠나간 임유진을 향해 있었다.지금 뭘 보는 걸까? 배여진은 마음속의 불안감이 서서히 켜졌다...임유진과 강지혁은 문밖을 나서 대충 작은 음식 가게로 들어갔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그녀는 여태껏 점심도 못 먹었지만 사실 배고픈 느낌도 없었다.“미안해. 나 때문에 아직 점심도 못 먹었지.”임유진이 말하며 테이블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봤지만 수저를 들 기미가 없었다.“뭐가 미안해.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당연히 누나랑 함께해야지.”그는 말하면서 수저를 건드리지도 않는 임유진을 바라봤다.“배 안 고파도 뭐라도 좀 먹어. 사흘 내내 외할머니 빈소를 지켜드려야 해. 무엇보다 체력이 우선이야. 힘이 나야 빈소도 지킬 거 아니야.”임유진도 강지혁이 말이 일리 있다는 걸 안다. 뭐라도 좀 먹어서 체력을 보전해야 외할머니 빈소를 3일 동안 지킬 수 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지만 마치 돌덩어리를 씹는 것만 같았다.“맛없어? 딴 데 가서 먹을까?”강지혁이 물었다.“아니야. 어디서 먹든 다 똑같아.”대답을 마친 그녀는 마치 미션을 완성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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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맞아.”임유진이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앞으로도 그런 오해는 없을 거야. 애타게 찾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으니 잘된 일이야.”이젠 강현수도 그렇게 울진 않겠지!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그날 밤 강현수가 그녀 앞에서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웬일인지 가슴 한쪽이 답답하고 머리가 이따금 아파 났다.임유진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왜 그래?”강지혁이 황급히 물었다.“아니, 그냥...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그녀가 대답했다.강지혁은 사색이 된 그녀를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안색이 너무 안 좋아. 근처 모텔에 가서 조금만 쉴래?”이 근처엔 제대로 된 호텔은커녕 작은 모텔들만 몇 개 보였다.“괜찮아.”임유진이 대답했다. 두통도 잠시일 뿐 이렇게 얘기 나누는 사이에 통증이 금세 사라졌다.“이젠 안 아프네. 가서 외할머니 옆에 더 있고 싶어.”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혁아, 나 여기서 3일 있어야 해. 외할머니 발인하신 후에 S 시로 돌아갈 테니 넌 일단 먼저 돌아가.”“내가 항상 옆에 있어 준다고 했잖아. 그새 잊었어?”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 사흘이면 회사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일 거야.”임유진이 말했다.“난 혼자 여기 있어도 괜찮아. 어차피... 앉아서 외할머니 지켜볼 뿐이니.”외할머니의 빈소를 지키면서 그녀는 자신이 꼭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졌다. 할머니께 문상 온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것 외엔 아무런 대화가 없었으니까.오히려 배여진은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자신을 향한 아부를 즐기고 있었다.임유진은 당연히 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부 강현수 때문이란 것을.“누나가 여기 며칠 있든 난 항상 누나 옆을 지켜줄 거야.”강지혁이 말했다.“누나 혼자 여기 두고 가면 내가 마음이 안 놓여.”“괜찮아. 이젠 삼촌들도 네 신분을 알아서 감히 예전처럼 나한테 막 대하지 못해.”임유진은 이 점에 대해 아주 확신한다.감히 강지혁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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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이때 누군가가 임유진이 들어오는 걸 보더니 곧장 말했다.“예전에는 너희 집안에서 유진이가 제일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어릴 때 그 씩씩하던 아이가 지금은 되레 제일 초라한 꼴이 됐네. 여진이야말로 노씨 일가의 자랑 아니겠어.”이 사람은 임유진을 비하하며 배여진을 추켜세웠다. 배여진은 원래 이런 말을 듣기 좋아했다. 어쨌거나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나이대도 비슷해 다들 두 사람을 비교했다.임유진은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배여진은 그녀에 비해 성과가 미약하여 사람들이 늘 깔보았다.그리하여 배여진은 임유진 앞에서 더 기세등등해질 수 있는 게 소원이었다. 다만 그건 임유진의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란 걸 알기 전까지 일이다.이제 강지혁의 정체를 알게 되니 배여진은 그저 입을 나불거리는 저 친척을 쥐어패고 싶은 심정이다.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친척은 아직 아부가 모자란 줄로 알고 계속 입을 떠벌렸다.“너희 외할머니 병도 다 유진이 때문에 화병 나서 그런 거야. 집안에 감방 다녀온 사람이 생겼으니 화 안 나게 생겼어? 여진이 네가 장해서 다행이야. 어릴 때 강현수 도련님을 구해드려서 이렇게 몇 년 만에 찾아오셨잖니. 우리 여진이는 앞으로 돈 걱정 없이 평생 누리면서 살겠네.”배여진은 안색이 돌변하여 곁눈질로 임유진을 흘겨봤다. 친척들의 말에 임유진이 뭔가 생각난 건 아닌지 걱정됐다.다만 그녀의 눈빛이 강지혁에게 닿고 말았다. 짙은 눈동자는 마치 그녀를 비난하듯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자신은 단지 사칭한 사람이란 것을 바로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됐어요, 그만 얘기해요.”배여진이 그 친척에게 말했다.“외할머니 병이 유진이 때문이라니요? 할머니는 아직 발인도 안 하셨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 너무 지나친 것 같네요!”말을 마친 배여진은 얼른 임유진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유진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저 사람들 함부로 말한 것 때문에 우리 둘 사이에 금이 가면 안 되지.”배여진에게 질책당한 친척은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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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임유진은 멍하니 강지혁을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그럼 내가 그 많은 일을 겪은 것도... 다 널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 이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다면 너랑도 아무런 접점이 없었겠지.”그녀가 감옥에 가지만 않았어도 소민준과 결혼하고 계속 변호사로 지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 뒤에 여전히 소씨 일가에 스며들지 못했을 테고.혹은 소민준의 부모님이 한사코 그녀를 반대해 결국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다만 어찌 됐든 그녀는 그 깊은 밤에 초라한 몰골로 강지혁을 만나고 그를 집에 데려올 일은 없다.두 사람은 두 개의 평행선처럼 서로 접점 없이 스쳐 지나갔겠지.강지혁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는 임유진을 가볍게 안고 그녀의 목깃에 얼굴을 깊이 파묻으며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맞아, 누나도... 나 만나려고 그랬을 거야.”하지만 그녀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겪은 고통 중에 일부분은 강지혁이 줬다는 것을. 애초에 강지혁이 그녀에게 일말의 동정이라도 있었다면, 일말의 선심이라도 베풀었다면 그녀의 운명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그 3년간의 옥살이는 더더욱 없었을 테고.그녀를 안은 강지혁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너 왜 그래? 추워?”임유진이 물었다.“응, 조금 춥네.”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가 가서 담요 가져올게. 너 걸쳐.”밤바람은 차갑기 마련이다. 풍습대로 빈소를 지킬 때 방 문을 닫지 말아야 해서 찬 바람이 틈 사이로 스며들었다.임유진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강지혁이 두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담요는 됐고 누나가 좀 안아줘.”애교 섞인 나긋한 목소리였다.임유진은 문득 이런 강지혁이 위로를 얻으려는 어린아이 같았다.그녀는 두 손 들어 다정하게 강지혁을 안아줬다.“혁아, 이러면 안 추워?”제스처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강지혁은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응, 안 추워.”오직 그녀만이 그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한때 강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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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강현수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속으로 되뇌었다.‘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이제 다 해결됐잖아. 배여진이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잖아!’애초에 그를 구한 사람은 배여진이다. 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배여진은 이 몇 해 동안 썩 잘 지내지 못했다. 강현수가 할 일은 배여진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여 그때 당시 그를 살려준 생명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다만 강현수의 마음은 배여진을 찾은 이후로 오히려 무언가를 잃은 것처럼 텅 비어버렸다.“현수 씨, 뭐 봐요?”배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현수는 고개 돌려 이리로 다가오는 배여진을 쳐다보더니 앞으로 걸어갔다.“아니야, 아무것도. 오늘은 이만 갈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벌써 가게요?”배여진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밤이 너무 늦었어요. 여기서 하룻밤 자고 내일 돌아가요. 여기 빈방도 있어서 바로 쉬면 돼요.”“아니야, 내일 회사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있어서 이젠 돌아가야 해.”강현수가 대답했다.그가 이렇게 말한 이상 배여진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동의하며 강현수와 함께 차 세운 곳으로 걸어갔다.“현수 씨... 전남편이 전에 작성한 이혼합의서에 사인 안 하겠다고 번복해요. 20억을 더 줘야 사인한대요.”배여진이 말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혼했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법적으로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그 사람과의 결혼생활이 정말 고통스럽다면 내가 도와줄게. 이혼에 관한 일은 걱정하지 마. 며칠 뒤에 재판이 열리면 분명 이혼에 동의할 테니까.”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배여진은 확답을 얻은 듯 경배에 찬 눈길로 강현수를 쳐다봤다. 이 남자는 세상 모든 난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오직 이 남자만이 그녀 마음속의 왕자였다!애초에 본인 인생은 흐지부지하게 흘려보낼 거라 여겼는데 뜻밖에도 연예계 황태자께서 눈앞에 나타났다.배여진은 평상시에 인터넷에서 강현수에 관한 가십거리 뉴스를 많이 봐왔는데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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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배여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만약 내가 현수 씨를 안 구했다면 나한테 잘해주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단지 ‘그런 거 아니야’라는 이 한마디만 원했는데 정작 돌아온 건 차갑고 소외감이 느껴지는 짙은 눈빛이었다.눈앞의 남자는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그녀에게 주는 느낌은 마치 낯선 이를 대하는 식이었다.배여진은 문득 가슴이 움찔거리고 방금 했던 말이 후회됐다.“난 그저... 현수 씨가 내게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랬어요. 내가 구해준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도 있었으면 해서요...”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겨우 대답했다.“됐어,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마.”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시간이 늦었어. 너도 일찍 자.”그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는데 배여진이 뒤에서 갑자기 외쳤다.“운전 조심해, 현수야!”‘현수야’라는 이 한마디에 강현수는 돌연 몸이 굳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엔 그해 가녀린 소녀가 그를 업고 하산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그 소녀는 쉴 새 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과다출혈로 쓰러질까 봐 그런 듯싶다.“넌 이름이 뭐야? 말 안 하면 그냥 현수라고 부른다. 옷깃에 적은 글자 네 이름 맞지? 현수야, 자면 안 돼. 자면 못 깨어나. 내가 이야기해줄게. 무슨 이야기 들을래? 나 이야기 엄청 잘한다! 현수야, 얼른 대답 좀 해봐! 현수야... 현수야...”‘현수야’라는 세글자가 이 몇 해 동안 수없이 그의 귓가를 맴돌았고 매번 꿈속에서 놀라 잠을 깨기도 했다.그때 만약 그 소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강현수도 없다!그는 몸을 돌려 배여진을 지그시 바라봤다.“그래, 알았어.”눈가에 스쳤던 차가운 기운이 조금은 사라진 듯싶었다.강현수의 차가 멀어져간 후에야 배여진은 표정이 서서히 변하고 이를 악문 채 제자리에 서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어쨌거나 그녀는 이미 임유진의 신분을 사칭했으니 임유진만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배여진이 바로 그해 강현수를 구한 그 소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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