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53화

Author: 유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12 18:00:00
배여진은 요즘 강현수를 따라 S 시로 가서 강지혁 이름 석 자가 뭘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안다.

그런 인물이 지금... 사촌 동생 남자친구라고?!

임유진은 감방까지 다녀왔는데 어떻게 이런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게다가 강지혁뿐만 아니라... 배여진은 옆에 있는 강현수를 힐긋 쳐다보며 답답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

“강지혁 씨였네요. 유진아, 저번에 남자친구 집에 데려왔을 때 왜 말하지 않았어. 너 이러면 섭섭해.”

셋째 이모도 얼른 아양 떨며 웃었다.

“아이고 유진아, 네가 강지혁 씨 같은 남자친구를 만난 것도 다 네 복이지 뭐! 너희 외할머니도 이젠 저승에서 마음 놓고 눈 감으실 수 있겠네. 큰오빠, 작은 오빠, 다들 왜 서 있기만 해? 얼른 유진이한테 사과해야지! 저번에 있은 일은 정말 인간이 할 짓이 못됐어!”

셋째 이모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두 삼촌도 서로 마주 보며 좀전의 기고만장한 기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둘은 아첨하며 연신 사과했고 이게 다 조카를 위해서라는 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퍼부었다.

삼촌들 사과에 임유진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녀가 바라는 건 딱 하나, 친척들이 제발 더는 소란을 피우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부디 외할머니가 편히 쉬시게 해드리고 싶었다.

이때 장의사가 다가와 외할머니께 수의를 입혀드리고 할머니 시신을 냉장 투명관에 넣어드렸다. 투명관 속에서 편히 잠든 외할머니를 보자 임유진은 또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할머니!”

아무리 불러봐도 투명관 속의 어르신은 더이상 그녀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강지혁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임유진은 이젠 바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외할머니 시신은 관에 담겨 일단 노씨 일가로 실어 갔고 풍습에 따라 집에 사흘 놓아둔 후에 발인한다.

노씨 일가에서 상조회사에 이미 연락해 위패와 제사상 등을 다 배치해놓았다.

마을 이웃과 친척들도 노 씨네 어르신이 돌아가신 소식을 전해 듣고 추모하러 왔다. 노 씨네 가족들은 전부 나서서 마을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54화

    그런 옷을 지금 임유진이 입고 있으니 배여진은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다.“안 그래도 너 갈아입을 옷 좀 찾아주려 했는데 벌써 다 갈아입었네.”배여진이 말하면서 또다시 다정하게 강현수의 팔짱을 꼈다.“현수 씨, 정식으로 소개해드릴게요. 이쪽은...”“필요 없어. 우리 아는 사이야.”강현수가 대답했다.배여진은 그가 강지혁만 아는 줄 알았는데 임유진도 알고 있었다니.그녀는 문득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곧장 괜찮다며 저 자신을 위로했다. 임유진은 그해 일을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현수 씨가 날 찾아온 걸 보면 유진이가 사실 현수 씨한테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걸 증명해. 난 오직 어릴 때 현수 씨를 구한 캐릭터만 잘 연기하면 돼. 그럼 내가 원하는 건 죄다 얻게 될 거야.’배여진이 강현수의 팔짱을 끼자 임유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구겼다. 스킨쉽이 조금 지나친 듯싶었다. 사촌 언니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으니!그러고 보니 노씨 일가로 돌아온 이후로 사촌형부가 보이지 않았다.강현수가 팔을 빼내자 배여진이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배시시 웃었다.“유진이 너 아직 모르는구나. 나 장이경이랑 이혼했어.”장이경은 배여진의 대장장이 전남편이다.임유진은 화들짝 놀랐다. 이혼이라니? 이렇게 갑자기? 그렇지만 그녀 옆에 서 있는 강현수를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사촌 언니 배여진은 일찌감치 대장장이에게 시집온 걸 후회했는데 갑자기 강현수가 나타나 버리니 마음이 변하기 마련이다.강현수는 S 시의 많은 부잣집 여인들 사이에서도 우수한 남편감으로 꼽히는데 작은 마을의 사촌 언니는 오죽할까?게다가 또 마침 강현수가 그토록 집요하게 찾던 사람이 배여진이였으니 전에 만난 수많은 여자친구들은 단지 그녀의 대체품에 불과하다.이렇게 생각하니 배여진이 마음이 바뀐 것도 다 이해됐다.다만 강현수가 배여진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평범했고 심지어 임유진이 볼 때 조금 소외감이 느껴졌다.배여진은 비록 강현수에게 아주 큰 기대를 품고 있지만 그

    Last Updated : 2024-02-12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55화

    배여진은 넋이 나간 강현수를 보자 눈가에 질투가 어렸다. 강현수와 임유진이 아는 사이라는데 그의 표정을 보니 어떠한 감정을 꾹 짓누르고 있는 듯싶었다.설마 강현수가 임유진에게... 아니, 그럴 일은 절대 없다!배여진은 얼른 저 자신을 위로했다. 연예계 황태자가 어떤 사람인데, 감방 다녀온 여자를 좋아할 리가 있을까!강지혁이 임유진에게 걸려든 건 이미 그녀에게 충분히 횡재였다!강현수는 지금 배여진이 어릴 때 자신을 구한 소녀라고 여기고 있으니 그녀야말로 강현수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이 기회를 잘 잡으면 영원히 강현수와 함께할 수 있다.“유진이는 참 운이 좋아요. 어떻게 강지혁 씨랑 함께 있네요. 오늘도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병원까지 달려온 거 있죠. 두 사람 설마 곧 결혼하는 건가요...”배여진은 문득 하던 말을 멈췄다. 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아예 안 들었고 두 눈은 오직 저 멀리 떠나간 임유진을 향해 있었다.지금 뭘 보는 걸까? 배여진은 마음속의 불안감이 서서히 켜졌다...임유진과 강지혁은 문밖을 나서 대충 작은 음식 가게로 들어갔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그녀는 여태껏 점심도 못 먹었지만 사실 배고픈 느낌도 없었다.“미안해. 나 때문에 아직 점심도 못 먹었지.”임유진이 말하며 테이블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봤지만 수저를 들 기미가 없었다.“뭐가 미안해.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당연히 누나랑 함께해야지.”그는 말하면서 수저를 건드리지도 않는 임유진을 바라봤다.“배 안 고파도 뭐라도 좀 먹어. 사흘 내내 외할머니 빈소를 지켜드려야 해. 무엇보다 체력이 우선이야. 힘이 나야 빈소도 지킬 거 아니야.”임유진도 강지혁이 말이 일리 있다는 걸 안다. 뭐라도 좀 먹어서 체력을 보전해야 외할머니 빈소를 3일 동안 지킬 수 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지만 마치 돌덩어리를 씹는 것만 같았다.“맛없어? 딴 데 가서 먹을까?”강지혁이 물었다.“아니야. 어디서 먹든 다 똑같아.”대답을 마친 그녀는 마치 미션을 완성하듯

    Last Updated : 2024-02-12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56화

    “맞아.”임유진이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앞으로도 그런 오해는 없을 거야. 애타게 찾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으니 잘된 일이야.”이젠 강현수도 그렇게 울진 않겠지!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그날 밤 강현수가 그녀 앞에서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웬일인지 가슴 한쪽이 답답하고 머리가 이따금 아파 났다.임유진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왜 그래?”강지혁이 황급히 물었다.“아니, 그냥...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그녀가 대답했다.강지혁은 사색이 된 그녀를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안색이 너무 안 좋아. 근처 모텔에 가서 조금만 쉴래?”이 근처엔 제대로 된 호텔은커녕 작은 모텔들만 몇 개 보였다.“괜찮아.”임유진이 대답했다. 두통도 잠시일 뿐 이렇게 얘기 나누는 사이에 통증이 금세 사라졌다.“이젠 안 아프네. 가서 외할머니 옆에 더 있고 싶어.”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혁아, 나 여기서 3일 있어야 해. 외할머니 발인하신 후에 S 시로 돌아갈 테니 넌 일단 먼저 돌아가.”“내가 항상 옆에 있어 준다고 했잖아. 그새 잊었어?”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 사흘이면 회사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일 거야.”임유진이 말했다.“난 혼자 여기 있어도 괜찮아. 어차피... 앉아서 외할머니 지켜볼 뿐이니.”외할머니의 빈소를 지키면서 그녀는 자신이 꼭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졌다. 할머니께 문상 온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것 외엔 아무런 대화가 없었으니까.오히려 배여진은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자신을 향한 아부를 즐기고 있었다.임유진은 당연히 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부 강현수 때문이란 것을.“누나가 여기 며칠 있든 난 항상 누나 옆을 지켜줄 거야.”강지혁이 말했다.“누나 혼자 여기 두고 가면 내가 마음이 안 놓여.”“괜찮아. 이젠 삼촌들도 네 신분을 알아서 감히 예전처럼 나한테 막 대하지 못해.”임유진은 이 점에 대해 아주 확신한다.감히 강지혁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Last Updated : 2024-02-12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57화

    이때 누군가가 임유진이 들어오는 걸 보더니 곧장 말했다.“예전에는 너희 집안에서 유진이가 제일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어릴 때 그 씩씩하던 아이가 지금은 되레 제일 초라한 꼴이 됐네. 여진이야말로 노씨 일가의 자랑 아니겠어.”이 사람은 임유진을 비하하며 배여진을 추켜세웠다. 배여진은 원래 이런 말을 듣기 좋아했다. 어쨌거나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나이대도 비슷해 다들 두 사람을 비교했다.임유진은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배여진은 그녀에 비해 성과가 미약하여 사람들이 늘 깔보았다.그리하여 배여진은 임유진 앞에서 더 기세등등해질 수 있는 게 소원이었다. 다만 그건 임유진의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란 걸 알기 전까지 일이다.이제 강지혁의 정체를 알게 되니 배여진은 그저 입을 나불거리는 저 친척을 쥐어패고 싶은 심정이다.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친척은 아직 아부가 모자란 줄로 알고 계속 입을 떠벌렸다.“너희 외할머니 병도 다 유진이 때문에 화병 나서 그런 거야. 집안에 감방 다녀온 사람이 생겼으니 화 안 나게 생겼어? 여진이 네가 장해서 다행이야. 어릴 때 강현수 도련님을 구해드려서 이렇게 몇 년 만에 찾아오셨잖니. 우리 여진이는 앞으로 돈 걱정 없이 평생 누리면서 살겠네.”배여진은 안색이 돌변하여 곁눈질로 임유진을 흘겨봤다. 친척들의 말에 임유진이 뭔가 생각난 건 아닌지 걱정됐다.다만 그녀의 눈빛이 강지혁에게 닿고 말았다. 짙은 눈동자는 마치 그녀를 비난하듯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자신은 단지 사칭한 사람이란 것을 바로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됐어요, 그만 얘기해요.”배여진이 그 친척에게 말했다.“외할머니 병이 유진이 때문이라니요? 할머니는 아직 발인도 안 하셨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 너무 지나친 것 같네요!”말을 마친 배여진은 얼른 임유진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유진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저 사람들 함부로 말한 것 때문에 우리 둘 사이에 금이 가면 안 되지.”배여진에게 질책당한 친척은 어리둥절

    Last Updated : 2024-02-13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58화

    임유진은 멍하니 강지혁을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그럼 내가 그 많은 일을 겪은 것도... 다 널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 이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다면 너랑도 아무런 접점이 없었겠지.”그녀가 감옥에 가지만 않았어도 소민준과 결혼하고 계속 변호사로 지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 뒤에 여전히 소씨 일가에 스며들지 못했을 테고.혹은 소민준의 부모님이 한사코 그녀를 반대해 결국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다만 어찌 됐든 그녀는 그 깊은 밤에 초라한 몰골로 강지혁을 만나고 그를 집에 데려올 일은 없다.두 사람은 두 개의 평행선처럼 서로 접점 없이 스쳐 지나갔겠지.강지혁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는 임유진을 가볍게 안고 그녀의 목깃에 얼굴을 깊이 파묻으며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맞아, 누나도... 나 만나려고 그랬을 거야.”하지만 그녀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겪은 고통 중에 일부분은 강지혁이 줬다는 것을. 애초에 강지혁이 그녀에게 일말의 동정이라도 있었다면, 일말의 선심이라도 베풀었다면 그녀의 운명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그 3년간의 옥살이는 더더욱 없었을 테고.그녀를 안은 강지혁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너 왜 그래? 추워?”임유진이 물었다.“응, 조금 춥네.”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가 가서 담요 가져올게. 너 걸쳐.”밤바람은 차갑기 마련이다. 풍습대로 빈소를 지킬 때 방 문을 닫지 말아야 해서 찬 바람이 틈 사이로 스며들었다.임유진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강지혁이 두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담요는 됐고 누나가 좀 안아줘.”애교 섞인 나긋한 목소리였다.임유진은 문득 이런 강지혁이 위로를 얻으려는 어린아이 같았다.그녀는 두 손 들어 다정하게 강지혁을 안아줬다.“혁아, 이러면 안 추워?”제스처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강지혁은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응, 안 추워.”오직 그녀만이 그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한때 강지혁은

    Last Updated : 2024-02-13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59화

    강현수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속으로 되뇌었다.‘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이제 다 해결됐잖아. 배여진이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잖아!’애초에 그를 구한 사람은 배여진이다. 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배여진은 이 몇 해 동안 썩 잘 지내지 못했다. 강현수가 할 일은 배여진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여 그때 당시 그를 살려준 생명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다만 강현수의 마음은 배여진을 찾은 이후로 오히려 무언가를 잃은 것처럼 텅 비어버렸다.“현수 씨, 뭐 봐요?”배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현수는 고개 돌려 이리로 다가오는 배여진을 쳐다보더니 앞으로 걸어갔다.“아니야, 아무것도. 오늘은 이만 갈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벌써 가게요?”배여진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밤이 너무 늦었어요. 여기서 하룻밤 자고 내일 돌아가요. 여기 빈방도 있어서 바로 쉬면 돼요.”“아니야, 내일 회사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있어서 이젠 돌아가야 해.”강현수가 대답했다.그가 이렇게 말한 이상 배여진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동의하며 강현수와 함께 차 세운 곳으로 걸어갔다.“현수 씨... 전남편이 전에 작성한 이혼합의서에 사인 안 하겠다고 번복해요. 20억을 더 줘야 사인한대요.”배여진이 말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혼했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법적으로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그 사람과의 결혼생활이 정말 고통스럽다면 내가 도와줄게. 이혼에 관한 일은 걱정하지 마. 며칠 뒤에 재판이 열리면 분명 이혼에 동의할 테니까.”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배여진은 확답을 얻은 듯 경배에 찬 눈길로 강현수를 쳐다봤다. 이 남자는 세상 모든 난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오직 이 남자만이 그녀 마음속의 왕자였다!애초에 본인 인생은 흐지부지하게 흘려보낼 거라 여겼는데 뜻밖에도 연예계 황태자께서 눈앞에 나타났다.배여진은 평상시에 인터넷에서 강현수에 관한 가십거리 뉴스를 많이 봐왔는데 그와

    Last Updated : 2024-02-13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60화

    배여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만약 내가 현수 씨를 안 구했다면 나한테 잘해주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단지 ‘그런 거 아니야’라는 이 한마디만 원했는데 정작 돌아온 건 차갑고 소외감이 느껴지는 짙은 눈빛이었다.눈앞의 남자는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그녀에게 주는 느낌은 마치 낯선 이를 대하는 식이었다.배여진은 문득 가슴이 움찔거리고 방금 했던 말이 후회됐다.“난 그저... 현수 씨가 내게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랬어요. 내가 구해준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도 있었으면 해서요...”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겨우 대답했다.“됐어,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마.”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시간이 늦었어. 너도 일찍 자.”그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는데 배여진이 뒤에서 갑자기 외쳤다.“운전 조심해, 현수야!”‘현수야’라는 이 한마디에 강현수는 돌연 몸이 굳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엔 그해 가녀린 소녀가 그를 업고 하산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그 소녀는 쉴 새 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과다출혈로 쓰러질까 봐 그런 듯싶다.“넌 이름이 뭐야? 말 안 하면 그냥 현수라고 부른다. 옷깃에 적은 글자 네 이름 맞지? 현수야, 자면 안 돼. 자면 못 깨어나. 내가 이야기해줄게. 무슨 이야기 들을래? 나 이야기 엄청 잘한다! 현수야, 얼른 대답 좀 해봐! 현수야... 현수야...”‘현수야’라는 세글자가 이 몇 해 동안 수없이 그의 귓가를 맴돌았고 매번 꿈속에서 놀라 잠을 깨기도 했다.그때 만약 그 소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강현수도 없다!그는 몸을 돌려 배여진을 지그시 바라봤다.“그래, 알았어.”눈가에 스쳤던 차가운 기운이 조금은 사라진 듯싶었다.강현수의 차가 멀어져간 후에야 배여진은 표정이 서서히 변하고 이를 악문 채 제자리에 서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어쨌거나 그녀는 이미 임유진의 신분을 사칭했으니 임유진만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배여진이 바로 그해 강현수를 구한 그 소녀를

    Last Updated : 2024-02-13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61화

    이 그림들은 모두 당시 ‘그녀’가 강현수를 업고 하산할 때의 광경이 아니면 두 어린 남녀가 산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있는 풍경이었다.그때의 두 사람은 의지할 곳이 서로뿐이었고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심지어는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많고 많은 그림 중에 하나의 예외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닌 성인 여성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의 여성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따뜻함이 흘러나와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치 모든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강현수는 그림 앞에 서서 가만히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 속에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이곳에 임유진이 있었으면 강현수는 그림 속 여인이 바로 임유진, 그녀라는 걸 확신했을 것이다."왜 네가 아닌 거야..."원망이 섞여 있는듯한 그의 목소리가 화실에 울려 퍼졌고 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며 그림 속 여인은 그저 옅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강현수는 손을 들어 여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단지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그의 손길은 마치 실존하는 여인의 얼굴을 만지는 듯했다.만약 임유진이 지금 여기 나타난다면 그녀는 강현수가 이렇게 만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오늘 웨딩드레스 모습의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강현수는 그제야 임유진과 강지혁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임유진은 강현수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될 것이고 앞으로는 그 남자만 눈에 담을 것이며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강현수와는 아무런 가능성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이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자 강현수는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한참 후, 갑자기 화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강현수가 입을 열었다."화실에 있는 그림 전부 다 치워버리세요. 그리고 방문을 잠근 후 그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마세요.""네, 알겠습니

    Last Updated : 2024-02-15

Latest chapter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9화

    강현수는 강지혁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임유진만 바라보았다.“만약 그 어느 날 강지혁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강지혁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내 곁으로 와줄래? 내가 널 돌 볼 수 있게 해줄래?”강현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용기를 낸 듯했다.어쩌면 지금이 그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강현수는 말을 마친 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래로 내린 두 손도 덜덜 떨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얼굴에 잠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강지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또 불안해하는 건가?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꽉 맞잡고 강현수에게 말했다.“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이든 앞으로든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혁이일 테니까요.”그녀의 단호한 말에 강현수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흔들릴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주 손쉽게 저 먼 곳으로 내던져졌다.대체 뭘 기대한 걸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혁아, 이만 가자.”이번에는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경호원들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강현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미동도 없었다. 임유진을 태운 차량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데도 그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한편 임유진은 강지혁과 차에 올라탄 다음 곧바로 그의 볼을 매만졌다.“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강지혁은 그녀의 손길에 움찔하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얼굴이 왜?”“안색이 안 좋아 보여. 꼭 무슨 일 있는 것처럼. 혹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때문에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조금 얼이 빠진 듯하고 아까보다 확 어두워진 얼굴을 한 강지혁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임유진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아무것도 아니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8화

    소민영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고작 그때 손톱 좀 뜯기고 3년밖에 안 되는 감옥 생활한 거 가지고 우리 집안이 무너져야 해? 네가 뭔데? 네가 뭔데!”그녀는 줄곧 임유진을 무시했었다. 임유진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지금도 역시 그녀는 임유진을 당시 함부로 자신의 집안 며느리 자리를 탐냈던 주제넘은 여자로 보고 있다.소민영의 말에 임유진이 뭐라 하려는데 둔탁한 마찰음 소리와 함께 소민영의 머리가 힘껏 옆으로 돌아갔다.“임유진이 뭐냐고 했지. 임유진은 감히 너희 같은 인간들이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내 아내야.”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혁은 모든 걸 다 얼려버릴 것 같은 눈으로 소씨 가문의 두 남매를 쳐다보았다.소민영은 그 눈빛에 손바닥으로 볼을 감싼 채로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꼭 한낱 개미 같은 존재가 된 듯했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소민영은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아무리 사람을 홀릴 정도의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그래서 그녀는 입을 꾹 닫은 채 곧바로 소민준의 뒤로 숨었다.그리고 소민준은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말은 해보려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 씨, 우리 집안은 늘 GH 그룹과 강씨 가문에 우호적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제발 봐주세요.”강지혁은 그런 그를 그저 담담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 모두 그때 내 아내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며 놓아주지 않았는데 나는 왜 당신들을 용서해야 하지?”그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그... 그건 진씨 가문의 뜻이었어요. 저, 저희 집안은 그 일에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어요.”“의견을 냈든 안 냈든 결과적으로 진씨 가문을 도와준 덕에 재미 좀 봤을 텐데?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강지혁의 빈정거림에 소민준은 이를 꽉 깨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7화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소민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오늘 장례식 참석 목록에 소씨 가문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민준이 이렇게 들어와 있다는 건 이곳 직원을 매수했던가 참석 인원에게 간절히 부탁한 게 틀림없다.소민준의 뒤로 소민영도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왔다.“그런데 솔직히 우리 오빠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알죠? 오빠가 헤어져 주지 않았으면 강지혁 씨랑 결혼하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소민영!”소민준은 소민영이 쓸데없는 소리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크게 호통쳤다.“빨리 유진이한테 사과해!”그러고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민영이가 철이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나나 우리 집안이나 너한테는 미안한 마음뿐이야. 한 번만 봐주라... 제발...”임유진은 그 말에 문득 일전 강지혁이 진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소민준이 장례식까지 찾아와 이렇게 비는 걸 보면 아마 진씨 가문을 건드리는 동시에 소씨 가문도 건드린 것 같다.“사실 나도 그때 너 그렇게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 특히 네가 억울했다는 게 밝혀진 뒤로는 더더욱. 만약 내가 그때 널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으면 네가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야. 정말... 너를 볼 면목이 없어.”소민준의 얼굴에는 후회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게다가 눈시울까지 붉어진 것이 아마 다른 여성들이 봤으면 그가 잘못한 게 무엇이든 바로 용서해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열연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당시 진세령의 옆에 딱 붙어 서서 그녀의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걸 그저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피가 흥건한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던 소민준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선했다.심지어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제일 후회되는 일이 바로 그녀와 함께했었던 일이라고까지 했다.그렇게도 차갑고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남자인데 임유진이 지금 그의 아련한 얼굴을 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6화

    강현수의 시선이 너무 지독하게 한곳에 꽂혀있던 탓인지 조문객들이 하나둘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현수, 뭐 할 말 있어?”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꼭 이 여자는 내 것이니 이만 꺼지라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잘 포개져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은정은 그 광경에 그제야 안도한 듯 표정이 풀어졌다.물론 안도한 건 한은정뿐만이 아니었다. 임유진 역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강지혁이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라 강현수도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그건 집안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테니까.”강지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임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강현수도 알 거야. 자기한테는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는 걸.”그 뒤로 장례식은 순탄하게 진행됐다.임유진은 큰 배를 손으로 지탱하며 계속해서 강지혁의 곁을 지키다 조문객들이 조금 빠지고 나서야 밖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배 속의 아이들도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날인 걸 아는지 작은 태동만 있을 뿐 크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임유진은 의자에 앉아 습관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몇몇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현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경호원은 그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제지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임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그녀가 배 속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렸다.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5화

    게다가 이제는 강문철도 없으니 임유진이 강씨 가문이 안주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또한 임유진은 임신까지 했으니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감히 탐낼 수 없게 된다.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강지혁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아내로서 줄곧 강지혁의 곁에 있었다.강씨 가문은 S 시에서 가장 뿌리가 깊고 또 유명한 가문이라 장례식장도 컸고 조문객들도 훨씬 많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이 무리라도 할까 봐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이만 쉬라고 했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나 아직 괜찮아. 진짜 힘들면 너한테 얘기할게. 나도 내 몸 귀한 줄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임유진도 자신이 아이셋을 가진 임산부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그때 조문객들이 입구를 바라보며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임유진은 살짝 움찔하더니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강현수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이제는 몇 달 전이었다.한때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결국에는 썩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강현수는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임유진이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 역시 임유진에게 닿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그토록 오래 찾아 헤맸던 사람을, 오랜 기간 마치 습관처럼 떠올렸던 사람을 그는 번번이 놓쳐버렸다.임유진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그 가능성마저도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금 그 남자의 곁에 서 있게 되었다.강현수는 이제 영원히 그녀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강현수네 가족이 강지혁과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강현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모님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4화

    어쩌면 강지혁은 줄곧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는 강문철밖에 없었으니까.“나는 솔직히 네 할아버지가 고마워. 혁이 너를 이렇게 멋있게 키워줬잖아. 그리고 나랑 만나게 해줬고.”임유진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네가 원하는 가족 간의 사랑은 앞으로 내가 줄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임유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아까 네가 그랬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르다고. 그럼 너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데?”강지혁이 임유진의 체향을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편안해졌다.“나?”임유진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혁이 너랑 우리 아이들이야.”“유진아, 나는 욕심이 많아. 나는 너를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싫어. 나는 내가 네 마음속 1순위였으면 좋겠고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였다.설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질투하는 건가?“혁아, 너는 내 마음속 1순위야. 물론 아이들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너랑은 결이 조금 달라. 혁이 너는 나한테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임유진은 두 손을 둘러 가볍게 강지혁을 끌어안았다.이미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와 완전히 꼭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싸늘한 방 공기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내가 너한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응. 널 대신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물론 아이들을 낳고 진정한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이건 장담해. 그리고 네가 원하면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더 많이 널 사랑해줄게. 혁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2화

    강지혁은 마치 강문철에게 자신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는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강문철은 그 말에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유일한 손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몇 초 후 이제는 모든 게 다 피곤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에서... 여자한테 미친 인간 치고... 멀쩡한 사람을 못 봤다. 네가... 계속해서 이러면 너도 언젠가는...”강문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있던 종합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강문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누군가의 생명이 바로 눈앞에서 멎었다.조금은 무서웠던 노인이, 강지혁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노인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삐 소리가 들린 뒤로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가 임유진의 입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지?”강지혁은 어느새 빨개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초조한 눈길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할아버지...”“응. 가셨어.”강지혁의 얼굴은 가족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아무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강문철은 강지혁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강선우가 죽은 뒤로 그의 곁을 지켜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편히 잠든 강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강지혁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강문철의 장례식은 3일 뒤로 정했다.그 3일 동안 시신은 냉동관에 넣은 채 강씨 저택의 별채에 두기로 했다.그리고 그 3일 동안 강지혁은 그 어떤 외부인도 별채에 들이지 않았다.별채는 강씨 가문 사람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곳이었으니까.강선우가 죽었을 때도 그의 시신은 잠시 이 별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1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지혁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임유진의 곁을 맡기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른 강문철이 흰색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남자도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강문철은 강지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입을 움직였다.“왔... 니...”“네, 저 왔어요.”강지혁이 곁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사실 강지혁은 강문철에게 대단한 가족 간의 정은 느끼지 못했다.실제로 강문철은 강지혁이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강문철은 언제나 강지혁을 자신의 뒤를 이어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하나의 장기 말로 여겨왔다. 물론 그 장기 말도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이제는... 강씨 가문의 모든 게 네 손에... 달렸다. 만약... 네가 가문을 망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문철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강지혁이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강문철은 탁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병실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유진... 그 아가씨... 밖에 있지? 들어오라고 해...”그 말에 강지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유진이 건드릴 생각하지 마세요.”“이 꼴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그 아가씨 옆에는... 네 사람 천지일 텐데.”강지혁은 그가 두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이자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강지혁의 생각 같은 건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강지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강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저... 마지막으로 해줄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이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안색도 창백해진 것이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강지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유진의 손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