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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배여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럼 만약 내가 현수 씨를 안 구했다면 나한테 잘해주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단지 ‘그런 거 아니야’라는 이 한마디만 원했는데 정작 돌아온 건 차갑고 소외감이 느껴지는 짙은 눈빛이었다.

눈앞의 남자는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그녀에게 주는 느낌은 마치 낯선 이를 대하는 식이었다.

배여진은 문득 가슴이 움찔거리고 방금 했던 말이 후회됐다.

“난 그저... 현수 씨가 내게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랬어요. 내가 구해준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도 있었으면 해서요...”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겨우 대답했다.

“됐어,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마.”

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이 늦었어. 너도 일찍 자.”

그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는데 배여진이 뒤에서 갑자기 외쳤다.

“운전 조심해, 현수야!”

‘현수야’라는 이 한마디에 강현수는 돌연 몸이 굳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엔 그해 가녀린 소녀가 그를 업고 하산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그 소녀는 쉴 새 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과다출혈로 쓰러질까 봐 그런 듯싶다.

“넌 이름이 뭐야? 말 안 하면 그냥 현수라고 부른다. 옷깃에 적은 글자 네 이름 맞지? 현수야, 자면 안 돼. 자면 못 깨어나. 내가 이야기해줄게. 무슨 이야기 들을래? 나 이야기 엄청 잘한다! 현수야, 얼른 대답 좀 해봐! 현수야... 현수야...”

‘현수야’라는 세글자가 이 몇 해 동안 수없이 그의 귓가를 맴돌았고 매번 꿈속에서 놀라 잠을 깨기도 했다.

그때 만약 그 소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강현수도 없다!

그는 몸을 돌려 배여진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래, 알았어.”

눈가에 스쳤던 차가운 기운이 조금은 사라진 듯싶었다.

강현수의 차가 멀어져간 후에야 배여진은 표정이 서서히 변하고 이를 악문 채 제자리에 서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이미 임유진의 신분을 사칭했으니 임유진만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배여진이 바로 그해 강현수를 구한 그 소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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