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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네가 원하는 일인데 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강현수가 담담하게 얘기했다.

"현수야, 넌 정말 왜 이렇게 다정해?"

‘현수야’라는 호칭에 그는 흠칫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인데 왜 이렇게 거슬리는 걸까?

"그 호칭은 아직 어색하니까 차차 적응해 나가는 거로 하자."

"알겠어요."

강현수의 제안에 배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수야’라는 호칭은 어릴 적 임유진이 배여진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날 치마가 너덜너덜해져서 돌아온 임유진은 대뜸 자신이 사람을 한 명 구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어른들은 아이가 실컷 놀다가 늦게 돌아온 핑계를 댄다고 생각해 오히려 그녀를 혼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렸던 배여진은 그녀의 얘기가 궁금했고 자세히 물어보자 임유진은 남자아이를 어떻게 구했고 그 아이의 이름은 무엇인지까지 전부 다 말을 해주었다.

그때의 기억이 없었더라면 강현수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이렇게도 쉽게 가짜 행세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제일 다행인 건 임유진이 앓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고열을 앓은 임유진은 마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에는 S 시의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고열이 다 나았을 때는 그 하루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당시 어른들은 어차피 하루 기억일 뿐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임유진은 그렇게 자신이 하루의 기억을 잊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

배여진도 어른들이 그 얘기를 하고 나서야 임유진이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 현재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건 그 당시의 어린 남자아이와 제삼자인 배여진 뿐이다.

그녀는 이것이 마치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됐고 임유진의 기억이 이대로 영원히 묻혀있길 바라고 또 바랐다.

...

임유진과 한지영은 지금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외할머니 장례식은 다 치른 거야?"

"응."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버지는 만났어?"

한지영이 조심스럽게 묻자 임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임정호 부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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