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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이 그림들은 모두 당시 ‘그녀’가 강현수를 업고 하산할 때의 광경이 아니면 두 어린 남녀가 산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있는 풍경이었다.

그때의 두 사람은 의지할 곳이 서로뿐이었고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심지어는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많고 많은 그림 중에 하나의 예외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닌 성인 여성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의 여성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따뜻함이 흘러나와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치 모든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강현수는 그림 앞에 서서 가만히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 속에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 이곳에 임유진이 있었으면 강현수는 그림 속 여인이 바로 임유진, 그녀라는 걸 확신했을 것이다.

"왜 네가 아닌 거야..."

원망이 섞여 있는듯한 그의 목소리가 화실에 울려 퍼졌고 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며 그림 속 여인은 그저 옅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강현수는 손을 들어 여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단지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그의 손길은 마치 실존하는 여인의 얼굴을 만지는 듯했다.

만약 임유진이 지금 여기 나타난다면 그녀는 강현수가 이렇게 만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 웨딩드레스 모습의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강현수는 그제야 임유진과 강지혁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임유진은 강현수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될 것이고 앞으로는 그 남자만 눈에 담을 것이며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강현수와는 아무런 가능성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이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자 강현수는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 후, 갑자기 화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강현수가 입을 열었다.

"화실에 있는 그림 전부 다 치워버리세요. 그리고 방문을 잠근 후 그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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