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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임유진은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조용했던 차 안은 그녀의 목소리로 가득 찼고 강지혁은 그녀가 한 곡을 다 부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방금 부른 노래 뭐야?"

"‘인생길’이라는 옛날 노래야."

임유진이 말을 이었다.

"외할머니가 즐겨 들으시던 노래였어. 할머니가 부르는 걸 따라부르다 보니까 어느샌가 입에 붙어버리더라고. 그때는 어릴 때라 가사의 의미까지는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가사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네."

"좋은 노래야."

강지혁이 말했다.

"맞아. 할머니가 부르시는 걸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녀는 말을 하면서 조금 피곤한 듯 연신 하품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 며칠 임유진은 장례식 때문에 매일 3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

"피곤하면 좀 자. 도착하려면 2시간 정도 더 있어야 해."

강지혁은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를 위해 잠자기 편한 자세로 의자를 조절해주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후 얼마 안 가 금방 잠이 들었다.

강지혁은 잠든 임유진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안주머니에서 은팔찌를 꺼냈다. 이건 강현수가 지닌 은팔찌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은팔찌는 원래 한 쌍이었고 한쪽은 강현수가 한쪽은 임유진 외할머니의 유품에 들어있었다.

외할머니는 입원하기 전 친한 친구에게 상자를 맡겼었고 혹시 자신이 죽으면 이 물건들을 임유진에게 건네주라고 당부했다.

상자 안에는 돈이 되는 물건이 들어있을 리는 없었고 그저 임유진의 엄마가 전에 넣어뒀던 액세서리와 할머니가 그 뒤로 더 넣어둔 목걸이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 은팔찌는 액세서리 속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강지혁은 임유진보다 한발 먼저 이 은팔찌를 손에 넣었다. 이 물건이 만약 임유진 손에 들어가면 그때는 강현수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고 그건 강지혁이 제일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배여진이 임유진을 대신해 강현수의 옆에 있게 된 것이 제일 좋은 마무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차가운 은팔찌를 매만지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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