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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작가: 유진
그런 옷을 지금 임유진이 입고 있으니 배여진은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다.

“안 그래도 너 갈아입을 옷 좀 찾아주려 했는데 벌써 다 갈아입었네.”

배여진이 말하면서 또다시 다정하게 강현수의 팔짱을 꼈다.

“현수 씨, 정식으로 소개해드릴게요. 이쪽은...”

“필요 없어. 우리 아는 사이야.”

강현수가 대답했다.

배여진은 그가 강지혁만 아는 줄 알았는데 임유진도 알고 있었다니.

그녀는 문득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곧장 괜찮다며 저 자신을 위로했다. 임유진은 그해 일을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

‘현수 씨가 날 찾아온 걸 보면 유진이가 사실 현수 씨한테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걸 증명해. 난 오직 어릴 때 현수 씨를 구한 캐릭터만 잘 연기하면 돼. 그럼 내가 원하는 건 죄다 얻게 될 거야.’

배여진이 강현수의 팔짱을 끼자 임유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구겼다. 스킨쉽이 조금 지나친 듯싶었다. 사촌 언니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으니!

그러고 보니 노씨 일가로 돌아온 이후로 사촌형부가 보이지 않았다.

강현수가 팔을 빼내자 배여진이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배시시 웃었다.

“유진이 너 아직 모르는구나. 나 장이경이랑 이혼했어.”

장이경은 배여진의 대장장이 전남편이다.

임유진은 화들짝 놀랐다. 이혼이라니? 이렇게 갑자기? 그렇지만 그녀 옆에 서 있는 강현수를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

사촌 언니 배여진은 일찌감치 대장장이에게 시집온 걸 후회했는데 갑자기 강현수가 나타나 버리니 마음이 변하기 마련이다.

강현수는 S 시의 많은 부잣집 여인들 사이에서도 우수한 남편감으로 꼽히는데 작은 마을의 사촌 언니는 오죽할까?

게다가 또 마침 강현수가 그토록 집요하게 찾던 사람이 배여진이였으니 전에 만난 수많은 여자친구들은 단지 그녀의 대체품에 불과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배여진이 마음이 바뀐 것도 다 이해됐다.

다만 강현수가 배여진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평범했고 심지어 임유진이 볼 때 조금 소외감이 느껴졌다.

배여진은 비록 강현수에게 아주 큰 기대를 품고 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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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여진은 넋이 나간 강현수를 보자 눈가에 질투가 어렸다. 강현수와 임유진이 아는 사이라는데 그의 표정을 보니 어떠한 감정을 꾹 짓누르고 있는 듯싶었다.설마 강현수가 임유진에게... 아니, 그럴 일은 절대 없다!배여진은 얼른 저 자신을 위로했다. 연예계 황태자가 어떤 사람인데, 감방 다녀온 여자를 좋아할 리가 있을까!강지혁이 임유진에게 걸려든 건 이미 그녀에게 충분히 횡재였다!강현수는 지금 배여진이 어릴 때 자신을 구한 소녀라고 여기고 있으니 그녀야말로 강현수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이 기회를 잘 잡으면 영원히 강현수와 함께할 수 있다.“유진이는 참 운이 좋아요. 어떻게 강지혁 씨랑 함께 있네요. 오늘도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병원까지 달려온 거 있죠. 두 사람 설마 곧 결혼하는 건가요...”배여진은 문득 하던 말을 멈췄다. 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아예 안 들었고 두 눈은 오직 저 멀리 떠나간 임유진을 향해 있었다.지금 뭘 보는 걸까? 배여진은 마음속의 불안감이 서서히 켜졌다...임유진과 강지혁은 문밖을 나서 대충 작은 음식 가게로 들어갔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그녀는 여태껏 점심도 못 먹었지만 사실 배고픈 느낌도 없었다.“미안해. 나 때문에 아직 점심도 못 먹었지.”임유진이 말하며 테이블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봤지만 수저를 들 기미가 없었다.“뭐가 미안해.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당연히 누나랑 함께해야지.”그는 말하면서 수저를 건드리지도 않는 임유진을 바라봤다.“배 안 고파도 뭐라도 좀 먹어. 사흘 내내 외할머니 빈소를 지켜드려야 해. 무엇보다 체력이 우선이야. 힘이 나야 빈소도 지킬 거 아니야.”임유진도 강지혁이 말이 일리 있다는 걸 안다. 뭐라도 좀 먹어서 체력을 보전해야 외할머니 빈소를 3일 동안 지킬 수 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지만 마치 돌덩어리를 씹는 것만 같았다.“맛없어? 딴 데 가서 먹을까?”강지혁이 물었다.“아니야. 어디서 먹든 다 똑같아.”대답을 마친 그녀는 마치 미션을 완성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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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임유진이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앞으로도 그런 오해는 없을 거야. 애타게 찾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으니 잘된 일이야.”이젠 강현수도 그렇게 울진 않겠지!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그날 밤 강현수가 그녀 앞에서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웬일인지 가슴 한쪽이 답답하고 머리가 이따금 아파 났다.임유진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왜 그래?”강지혁이 황급히 물었다.“아니, 그냥...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그녀가 대답했다.강지혁은 사색이 된 그녀를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안색이 너무 안 좋아. 근처 모텔에 가서 조금만 쉴래?”이 근처엔 제대로 된 호텔은커녕 작은 모텔들만 몇 개 보였다.“괜찮아.”임유진이 대답했다. 두통도 잠시일 뿐 이렇게 얘기 나누는 사이에 통증이 금세 사라졌다.“이젠 안 아프네. 가서 외할머니 옆에 더 있고 싶어.”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혁아, 나 여기서 3일 있어야 해. 외할머니 발인하신 후에 S 시로 돌아갈 테니 넌 일단 먼저 돌아가.”“내가 항상 옆에 있어 준다고 했잖아. 그새 잊었어?”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 사흘이면 회사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일 거야.”임유진이 말했다.“난 혼자 여기 있어도 괜찮아. 어차피... 앉아서 외할머니 지켜볼 뿐이니.”외할머니의 빈소를 지키면서 그녀는 자신이 꼭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졌다. 할머니께 문상 온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것 외엔 아무런 대화가 없었으니까.오히려 배여진은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자신을 향한 아부를 즐기고 있었다.임유진은 당연히 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부 강현수 때문이란 것을.“누나가 여기 며칠 있든 난 항상 누나 옆을 지켜줄 거야.”강지혁이 말했다.“누나 혼자 여기 두고 가면 내가 마음이 안 놓여.”“괜찮아. 이젠 삼촌들도 네 신분을 알아서 감히 예전처럼 나한테 막 대하지 못해.”임유진은 이 점에 대해 아주 확신한다.감히 강지혁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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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누군가가 임유진이 들어오는 걸 보더니 곧장 말했다.“예전에는 너희 집안에서 유진이가 제일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어릴 때 그 씩씩하던 아이가 지금은 되레 제일 초라한 꼴이 됐네. 여진이야말로 노씨 일가의 자랑 아니겠어.”이 사람은 임유진을 비하하며 배여진을 추켜세웠다. 배여진은 원래 이런 말을 듣기 좋아했다. 어쨌거나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나이대도 비슷해 다들 두 사람을 비교했다.임유진은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배여진은 그녀에 비해 성과가 미약하여 사람들이 늘 깔보았다.그리하여 배여진은 임유진 앞에서 더 기세등등해질 수 있는 게 소원이었다. 다만 그건 임유진의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란 걸 알기 전까지 일이다.이제 강지혁의 정체를 알게 되니 배여진은 그저 입을 나불거리는 저 친척을 쥐어패고 싶은 심정이다.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친척은 아직 아부가 모자란 줄로 알고 계속 입을 떠벌렸다.“너희 외할머니 병도 다 유진이 때문에 화병 나서 그런 거야. 집안에 감방 다녀온 사람이 생겼으니 화 안 나게 생겼어? 여진이 네가 장해서 다행이야. 어릴 때 강현수 도련님을 구해드려서 이렇게 몇 년 만에 찾아오셨잖니. 우리 여진이는 앞으로 돈 걱정 없이 평생 누리면서 살겠네.”배여진은 안색이 돌변하여 곁눈질로 임유진을 흘겨봤다. 친척들의 말에 임유진이 뭔가 생각난 건 아닌지 걱정됐다.다만 그녀의 눈빛이 강지혁에게 닿고 말았다. 짙은 눈동자는 마치 그녀를 비난하듯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자신은 단지 사칭한 사람이란 것을 바로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됐어요, 그만 얘기해요.”배여진이 그 친척에게 말했다.“외할머니 병이 유진이 때문이라니요? 할머니는 아직 발인도 안 하셨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 너무 지나친 것 같네요!”말을 마친 배여진은 얼른 임유진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유진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저 사람들 함부로 말한 것 때문에 우리 둘 사이에 금이 가면 안 되지.”배여진에게 질책당한 친척은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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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멍하니 강지혁을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그럼 내가 그 많은 일을 겪은 것도... 다 널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 이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다면 너랑도 아무런 접점이 없었겠지.”그녀가 감옥에 가지만 않았어도 소민준과 결혼하고 계속 변호사로 지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 뒤에 여전히 소씨 일가에 스며들지 못했을 테고.혹은 소민준의 부모님이 한사코 그녀를 반대해 결국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다만 어찌 됐든 그녀는 그 깊은 밤에 초라한 몰골로 강지혁을 만나고 그를 집에 데려올 일은 없다.두 사람은 두 개의 평행선처럼 서로 접점 없이 스쳐 지나갔겠지.강지혁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는 임유진을 가볍게 안고 그녀의 목깃에 얼굴을 깊이 파묻으며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맞아, 누나도... 나 만나려고 그랬을 거야.”하지만 그녀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겪은 고통 중에 일부분은 강지혁이 줬다는 것을. 애초에 강지혁이 그녀에게 일말의 동정이라도 있었다면, 일말의 선심이라도 베풀었다면 그녀의 운명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그 3년간의 옥살이는 더더욱 없었을 테고.그녀를 안은 강지혁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너 왜 그래? 추워?”임유진이 물었다.“응, 조금 춥네.”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가 가서 담요 가져올게. 너 걸쳐.”밤바람은 차갑기 마련이다. 풍습대로 빈소를 지킬 때 방 문을 닫지 말아야 해서 찬 바람이 틈 사이로 스며들었다.임유진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강지혁이 두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담요는 됐고 누나가 좀 안아줘.”애교 섞인 나긋한 목소리였다.임유진은 문득 이런 강지혁이 위로를 얻으려는 어린아이 같았다.그녀는 두 손 들어 다정하게 강지혁을 안아줬다.“혁아, 이러면 안 추워?”제스처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강지혁은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응, 안 추워.”오직 그녀만이 그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한때 강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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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빈은 탁유미 사건이 뒤집히면 회사가 타격을 입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탁유미를 위해 당시의 사건을 뒤집어주었다.“이경빈 씨 나름의 속죄네요. 그 뒤로 언니 찾아온 적은 있어요?”“네. 그런데 내가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걸 아니까 직접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탁유미는 시선을 돌려 현이와 함께 놀고 있는 윤이를 바라보았다.“오히려 이경빈보다 더 많이 찾아온 건 이경빈의 부모님이죠. 윤이를 집에 들이고 싶다고 몇 번이나 찾아왔었어요.”“그걸 언니가 거절했고요?”만약 윤이를 보냈다면 지금쯤 탁윤이 아니라 이윤으로 살고 있었을 테니 거절한 건 분명해 보였다.“윤이가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때 이경빈이 하면 안 되는 말을 한 뒤로 윤이는 이경빈에게 줄곧 마음을 닫고 있는 상태예요. 이경빈은 어차피 어린애라 몇 번 달래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게 어디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될 문제인가요?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분위기 파악을 잘하고 또 섬세하다는 걸 몰랐던 거죠.”“그럼 언니는 어때요? 언니는 이경빈을 용서할 수 있어요?”임유진이 물었다.사실 그녀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이경빈에 관한 소식을 검색해 보았다.지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경빈은 결혼은 물론이고 그 어떤 스캔들도 없었다.아무래도 탁유미의 마음이 돌아서길 기다리는 듯해 보였다.“이경빈이 한 짓은 이미 용서했어요. 계속해서 과거의 일을 붙잡아두고 있어봤자 감정 낭비하는 건 나일 테니까요. 그런데 다시 합치는 건 불가능해요. 우리 사이는 이미 5년 전에 모든 게 다 끝이 났어요.”탁유미가 담담한 어조로 얘기했다. 마치 그로 인해 겪었던 다양한 감정들을 이미 말끔히 지운 사람처럼 말이다.임유진은 탁유미가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내려놓은 것이 정말 잘된 일인지 몰라 생각이 복잡했다.한때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공수진의 개입으로 한평생 함께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임유진은 딸을 데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9화

    윤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여전히 임유진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빨개진 채 서둘러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귀까지 빨개진 것이 무척이나 귀여워 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웃었다.윤이는 여전히 예전의 그 귀여운 윤이었다.강선율은 유치원에 가야 했기에 임유진은 오늘 강선현만 데리고 나왔다. 현이와 윤이는 다행히도 죽이 잘 맞는 듯했다.그런데 둘이서 잘 얘기하며 놀던 중에 현이가 윤이의 귀에 꽂혀있는 보청기를 신기한 눈으로 보더니 곧장 보청기를 빼버렸고 그 탓에 하마터면 보청기가 물컵 안에 떨어질 뻔했다.임유진을 그걸 보고는 엄한 얼굴로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해 주었다.그러자 현이가 눈을 깜빡이며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왜? 이거 중요한 거야?”“응, 이거 없으면 소리를 못 들어. 그래서 이걸 꼭 착용하고 있어야 해.”탁윤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신 대답해주었다.윤이는 세상 사람들이 어떠한 시각으로 장애인을 보는지 이제는 굳이 누구에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보청기를 끼고 있는 이상 일반인과 다를 거 하나 없는데도 학교에서는 여전히 그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거나 키득키득하며 대놓고 조롱의 시선을 보내는 아이들이 존재했다.“우와! 이 보청기 대단하다. 이거 덕분에 오빠가 현이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거잖아. 정말 잘 됐다! 오빠, 현이가 나중에 오빠를 위해서 피아노 연주해줄게. 현이 피아노 엄청 잘 쳐!”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윤이에게 말했다.만약 이곳에 피아노가 있었으면 아마 이런 말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자기 솜씨를 뽐내러 건반을 두드렸을 것이다.탁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하는 현이를 조금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현이는 진심으로 그가 들을 수 있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청력에 관한 얘기를 했을 때 이런 대답을 들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래서일까, 윤이는 현이의 말과 미소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래. 현이가 쳐주는 피아노 연주 꼭 들을게.”사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8화

    지난 5년간 그는 매일같이 후회했다. 그때 임유진과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를 자기 스스로 놓쳐버렸던 그였으니까. 결과적으로 그는 자기 손으로 그녀를 강지혁에게 내어준 거나 다름이 없었다.그리고 그 때문에 임유진은 절벽에서 떨어지고 말았다.만약 그때 억지로라도 그녀를 곁에 두었으면 어쩌면 그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차량이 강씨 저택 앞에 도착했다.강현수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호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유진이 보러 온 거니까 비켜.”강현수를 알아본 경호 실장이 예의를 갖추어 그에게 말을 건넸다.“사모님께서는 지금 외출 중이십니다. 사모님과 만나 뵙기를 원하시면 후일 따로 약속을 잡고 오시죠.”강현수는 그 말에 떠나는 것이 아닌 차에 기댄 채 임유진이 오기를 기다렸다.몇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5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몇 시간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었으니까.경호원들은 고집스러운 그의 행동에 별다른 얘기는 못 하고 그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강지혁이 대단하다고 한들 강현수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으니까.그시각, 임유진은 현이와 함께 강씨 저택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안에 있었다.사실 외출하겠다고 했을 때 집사가 차량을 준비해두겠다고 했지만 임유진은 오랜만에 돌아오기도 했고 또 딸에게 S 시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집사에게 지하철로 가겠다고 했다. 이곳은 그녀와 강지혁이 만나고 서로 알아가고 사랑했던 곳이니까.“엄마, 우리 다음에 또 윤이 오빠 보러 가자. 그때는 율이 오빠도 같이!”현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으로 보아 탁윤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그래, 다음에는 율이도 같이 가자. 유미 이모랑 윤이가 엄청 좋아할 거야.”두 사람이 오늘 외출한 이유는 탁유미 때문이었다.탁유미는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로 전과 같이 힘들게 일을 하는 건 무리라 윤이 초등학교 근처에 작은 분식점을 차렸다.그 덕에 윤이는 하교하고 나면 바로 분식집에 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7화

    강지혁은 조금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허리를 다시 바로 세웠다.“별로.”그는 이 말을 남긴 후 강선율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임유진은 두 사람이 떠난 후 멍한 얼굴로 강지혁의 말을 곱씹어보았다.‘별로... 싫은 건 아니라는 뜻인가? 정말 싫었다면 혁이 성격상 바로 얘기했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쓰다듬어도 된다는 말인가?’임유진은 강지혁이 생각보다는 그녀를 잘 받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네가 여기까지는 웬일이야?”이한이 웃으며 강현수에게 물었다.“시간이 조금 비어서 왔어.”강현수가 답했다.“그리고 며칠 뒤에 또다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그 전에 얼굴 한번 보려고.”“또 해외로 간다고? 돌아온 지 일주일도 채 안 됐잖아.”“해외에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주관할 사람이 필요해.”강현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아저씨도 너 가는 거 동의하셨어?”“아버지가 동의 안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내가 가겠다고 한 거니까.”이한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현수야, 너 자꾸 해외로 나가는 거 임유진 씨 때문이지?”강현수는 그 말에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여전히 그는 임유진이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가슴에 통증이 밀려왔다.“임유진 씨가 죽은 것 때문에 괴로워서 해외로 나가는 거라면 이제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이한이 강현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유진 씨 죽지 않았어. 다시 돌아왔어. 지혁이 곁으로.”어차피 임유진이 살아있단 얘기는 그가 말하지 않아도 강현수도 며칠 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다.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사실은 죽은 게 아니라는 것과 다시 살아서 강지혁의 곁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강현수는 그간 줄곧 해외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어 국내 소식은 조금 늦게 접하는 편이었다. 만약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6화

    강지혁의 오른쪽 옆에 앉은 강선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빠, 안 먹어? 엄마가 만든 김밥 엄청 맛있어! 현이가 장담해!”아이는 말을 마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왼쪽 옆에 앉은 강선율을 바라보았다.“오빠도 엄청 맛있다고 했어. 그치?”강선율은 그 말에 입에 김밥을 넣은 채로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엄마가 만든 거라 계속 입에 넣었다. 유치원에서 또래 친구들은 항상 엄마가 준비해준 음식을 먹었으니까.임유진의 김밥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모양을 하고 있었다.맛이 없지는 않다만 과연 아빠가 이 김밥을 먹을까?강선율은 강지혁이 이런 귀여운 김밥을 먹는다는 게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다.두 아이는 들고 있던 포크도 내려놓고 강지혁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고 임유진은 미소를 지은 채 강지혁을 바라보았다.“한번 먹어봐. 분명히 맛있을 거야.”그녀가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지 김밥을 마는 것뿐인데도 모양이 제대로 나지 않았고 맛도 짜거나 이상했으니까.강지혁이 선뜻 손을 대지 않자 옆에 있던 집사가 한마디 거들었다.“사모님께서 1시간이나 넘게 부엌에서 만드신 거예요. 저도 맛을 봤는데 아주 맛있더라고요.”그 말에 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바라보았다. 변형되어있는 손가락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심장에 통증이 이는 것 같았다.강지혁은 몇 초 고민하다 결국 젓가락을 들어 김밥을 입에 넣었다.그리고 강선율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입을 떡하고 벌렸다.아빠가 아이들이나 먹을 것 같은 김밥을 먹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전에 셰프가 귀여운 동물 모양의 음식을 내왔을 때도 한 번쯤은 먹을 만한데 끝까지 손을 대지 않았던 그였으니까.반면 강선현은 묵묵히 김밥을 먹는 강지혁을 바라보며 역시 엄마의 김밥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이라며 뿌듯해하고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강지혁은 회사에 가기 위해, 그리고 강선율을 유치원에 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5화

    “그래, 그렇게 해.”임유진은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나는 네 손을 놓을 생각이 없으니까 뭐가 됐든 상관없어. 두 손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네 손을 놓지 않을 거야. 그런데 혁아, 언젠가는 나만 네 손을 놓지 않는 게 아니라 너도 내 손을 꽉 잡고 놓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지금처럼...”그녀의 시선이 서로를 꽉 잡고 있는 두 사람의 손 쪽으로 내려갔다.“한사람이 잡는 것보다 역시 둘이 함께 잡는 게 훨씬 더 단단하잖아. 안 그래?”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강지혁은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더 꽉 잡고 싶다는 미친 생각이 들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끈질긴 말에 결국 그녀가 가져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가 두 손을 턱에 받친 채 생글생글 웃으며 지켜보는 바람에 그는 식사하는 내내 조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여자의 시선 같은 건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 여자가 바라보면 심장이 평소보다 더 빠르게 쿵쿵거리며 피가 얼굴에 몰리는 느낌이었다.고작 여자의 시선 하나에 이런 식의 반응이 온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그날 저녁, 임유진은 씻은 후 전처럼 강지혁과 이어져 있는 침실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침실로 들어온 후 그녀가 조금 의외라고 느꼈던 건 방이 그녀가 5년 전에 썼던 그대로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옷가지들까지 똑같이 그대로 옷장 안에 걸려 있었다.지속해서 도우미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해준 게 틀림없었다.임유진은 오늘 하루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어 조금 피곤했던 건지 딸까지 마저 씻긴 후 금방 잠자리에 들었다.깊은 밤.누군가가 침대 바로 옆으로 다가와 창문으로 쏟아진 달빛을 빌어 새근새근 자고 있는 여자와 아이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정말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이 두 사람은 바로 그의 아내와 딸이다.어제까지만 해도 죽은 아내가 다시 살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바로 오늘, 이미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아내가 그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4화

    입맞춤이 끝났을 때 임유진은 조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은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두 눈동자에는 모순의 감정이 가득 엉켜있었다.그리고 임유진은 그 눈동자를 보며 또다시 그와 입술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네가 얼마나 예쁜지 알아? 네가 얼마나 내 혼을 쏙 빼놓는지 알아? 나는 오히려 너한테 묻고 싶어. 왜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왜 내가 몸과 마음을 다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너한테 빠져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이런 예쁜 얼굴을 하고서 그러한 자신감도 없어?”임유진은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졌다.“너...!”강지혁은 이에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행동은 마치 그를 유혹하고 있는듯했다.강지혁은 그녀에게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문득 손에 잡힌 그녀의 손가락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제야 그녀의 손가락이 다른 사람과 달리 삐뚤빼뚤 변형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너 손가락이 왜...”그의 눈동자에 순간 고통의 감정이 스쳐 갔다.“아무것도 아니야. 감옥에 있을 때 조금 다쳤는데 그때 이렇게 됐어.”임유진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가볍게 말해주었다.강지혁은 그 말에 침묵했고 임유진은 이에 고개를 숙인 채 강지혁의 손을 세게 맞잡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혁아, 나는 널 사랑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내가 널 떠난 건 분명히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야. 그리고 뭐가 됐든 결국에는 다시 널 찾아왔잖아. 이렇게 다시 네 곁으로 왔잖아. 앞으로는 절대 네 곁을 떠나지 않을게. 이렇게 네 손을 꽉 잡고 절대 놓지 않을게. 약속해.”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또 그만큼 무척이나 단호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눈동자는 한 치의 거짓말도 담겨있지 않은 것처럼 매우 깨끗하고 맑았다.강지혁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또 손도 놓지 않을 거라고?그녀의 눈빛과 그녀의 목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3화

    임유진이 강지혁을 떠난 건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닌 오히려 그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서, 그를 대신해 죽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해서, 그렇게도 지키고 싶었던 세 아이의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해서였다.그녀는 세 사이의 엄마면서 이기적이게도 아이들의 목숨으로 그의 목숨을 바꾸려고 했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말에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는 여자를 믿지 않는다.어머니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또 철석같이 믿은 바람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아버지의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봤었기에 그는 여자를 믿지 않는다.원래 믿음이라는 건 배신당할 리스크를 어느 정도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믿지 않으면 배신당하는 기분 같은 걸 느낄 일이 없다.“그럼 5년 전에 네가 날 떠난 이유가 뭔지 네 입으로 한번 말해봐.”강지혁이 말했다.“그건...”임유진은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건 나도 아직 기억을 못 하고 있어.”그녀의 기억은 강지혁이 과거에 했던 행동을 용서해주기로 한 거기가 끝이고 그 뒤는 고이준에게서 오늘 막 들었으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녀의 자신 없는 말에 강지혁의 빈정거림은 더더욱 짙어졌다.“그래? 그럼 기억을 다 되찾고 나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던가 해. 아무것도 기억 못 하면서 날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지 말고.”임유진은 그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지혁은 분명히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절벽에서 떨어진 것을 알고 하마터면 정신을 완전히 놓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아무리 모든 걸 다 잊었다고 해도 그녀를 사랑했던 마음의 아주 조그마한 조각 정도는 남아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정말 이제는 그녀를 향한 마음 같은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건가?임유진은 그의 눈빛에 선명히 어려있는 빈정거림도 싫었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태도도 싫었다.그래서 그녀는 욱하는 마음에 몸을 강지혁 쪽으로 확 기댔다.이에 강지혁은 어찌할 새도 없이 임유진의 아래에 꼼짝없이 갇혀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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