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561 - Chapter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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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연예계 바닥은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맡아도 말도 안 되게 부풀려서 외부에 퍼뜨리는 법이다.요즘 그녀와 강현수가 오랫동안 공개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제작팀에서 소문이 파다한데 다들 그녀가 버림받은 거라고 추측하는 눈치이다.하여 임유라는 빨리 강현수와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내비쳐서 이 소문들을 잠재워야 한다.하지만... 강현수의 모습조차 볼 수 없으니 애가 탈 지경이다.“장 비서님, 한 번만 더 얘기해줄 순 없나요? 나 진짜 일 있어서 꼭 만나야 해요.”임유라가 자세를 낮추고 비서에게 부탁했다.“정말 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만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비서는 그녀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임유라는 상대의 눈빛에 담긴 야유와 깔보는 듯한 경멸의 뜻까지 느낄 수 있었다.장 비서는 그녀가 강현수에게 버림받고 너덜너덜해질 걸 이미 예상이라도 했을까?! 임유라는 속으로 별생각이 다 들었고 여기 계속 남아있어봤자 본인 자존심도 못 챙긴다는 걸 잘 알고 있다.그녀는 마지못해 일단 자리를 떠났다. 로비 주차장 근처에 차 댈 곳을 찾아놓고 주차한 후 여기서 강현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예정이다.오늘 그녀는 제작팀에 일부러 하루 휴가 내고 강현수를 만나러 왔다.한편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주 잠깐 사이에 강현수의 차가 바로 나타났고 그녀는 재빨리 뒤따라갔다.강현수는 20분 동안 질주하더니 전혀 멈출 기미가 없이 아예 고속도로를 향해 달렸다.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임유라는 의아해하며 그를 따라 한 시간 남짓 달렸고 끝내 작은 산 부근에서 차를 세웠다.강현수에게 들킬까 봐 그녀는 조금 멀리 주차했다.지금 도착한 이 마을은 임유진의 외할머니가 살던 마을이라 임유라도 어릴 때 아빠 따라 두 번 와봤다.강현수가 왜 여기에... 임유라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강현수는 저 멀리 작은 산 앞에서 꿈쩍 않고 서 있었다.저 산...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있나? 임유라는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불쑥 걸음을 멈추고 온몸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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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저 사람은... 강현수?!그는 흰 셔츠에 베이지색 긴바지를 착장하여 살짝 캐쥬얼한 분위기를 냈다. 검은 머리는 살짝 헝클어졌고 건장한 체구와 정교한 이목구비가 차가운 달빛에 드리워 은은하게 빛났다.그는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는데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평소의 차분한 분위기와는 달리 좀 더 아련해 보였다.임유진은 그 눈빛이 조금 불편했고 그녀를 훤히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강현수는 그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왔는데 순간 그의 몸에서 술 냄새가 확 퍼졌다.“술 마셨어요?”그녀가 물었다.“네, 조금요.”강현수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더 그윽하게 바라봤다.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너무 늦은 시각이라 난 이만 돌아가야 해요, 안녕히 계세요.”그녀는 말하면서 자리를 떠나려 했다.다만 걸음을 내딛자마자 강현수가 덥석 그녀를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았다.임유진은 한없이 넓은 품에 안겨 독한 술 냄새를 맡았다. 방금 서 있을 때보다 더 강렬하게 코를 찔렀다.‘이건 절대 조금 마신 게 아니야! 대체 얼마나 마신 거지?!’“이거 놔요!”임유진이 소리쳤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말해. 대체 어떻게 해야 널 찾을 수 있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찾았는데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거야? 못 찾겠다고, 도저히 못 찾겠단 말이야...”임유진은 몸이 움찔거렸다. 강현수는 지금 그녀를 딴사람으로 잘못 알고 있는 걸까? 그녀에게 하는 말 같지는 않은데...“강현수 씨, 일단 이거 놔요. 많이 취하셨어요.”임유진이 몸부림쳤지만 그가 너무 꽉 끌어안아서 꼼짝할 수 없었다.이럴 때 보면 남자와 여자는 힘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취해? 진짜 취했으면 좋겠어. 내가 얼마나 취하고 싶은지 알아?”강현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청량한 그의 목소리에 아픔이 살짝 담겨 있었다.“날 누구로 착각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거 좀 놔요. 안 놓으면...”“안 놓으면 뭐?”그가 고개 숙여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둘의 콧등이 거의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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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이 눈물은 그녀도 전에...순간 그녀는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머리가 아파 났다.“그거 알아? 난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너무너무 보고 싶어.”강현수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그녀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입술이 곧 그녀 입술에 닿을 것만 같았다.찰싹!청아한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임유진의 오른손 손바닥이 뜨거운 열기와 함께 저릿해졌다. 그녀는 방금 너무 심하게 강현수의 뺨을 내리쳤다.강현수는 머리가 한쪽 옆으로 기울어졌고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붙었다.둘 사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그는 한참 후에야 서서히 고개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좀전의 아련한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전보다 훨씬 맑은 눈빛이었다.그녀를 구속했던 두 손도 천천히 놓아주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걸음을 휘청거리며 근처의 차에 올라탔다.임유진은 그제야 손을 들어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 안았다.방금 강현수가 눈물 흘리는 모습에 왜 머리가 이토록 아픈 걸까? 마치 무언가에 자극받은 것처럼 마음속 깊숙이 괴로움이 솟구쳤다.‘왜, 대체 왜 이렇게 괴로운 거야? 내 몸이 본능적으로 강현수가 우는 걸 못 견디겠다고 말해주는 것 같잖아.’임유진도 이 느낌을 대체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그 시각 멀지않은 음침한 모퉁이에서 임유라가 이를 악물고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임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오늘 그녀는 줄곧 강현수를 따라다녔는데 그는 마을에선 바보같이 멍하니 몇 시간이나 서서 산을 바라봤고 그녀도 다리가 저리도록 뒤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이어서 강현수는 마을의 식당에 가서 술을 마셨다. 한잔, 두잔, 마치 취하려고 작정한 듯이 술을 퍼마셨는데 그녀는 그런 강현수의 모습을 처음 봤다.그때까지도 임유라는 내심 흐뭇했다. 오늘 밤 강현수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면 그녀에게 좋은 기회가 차려질 거라고 김칫국부터 마셨다.기회를 봐서 그에게 다가가면 오늘 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게 될지도 모른다.그런데 강현수는 결국 이리로, 임유진을 찾아왔다.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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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임유진은 문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이렇게 묵묵히 강지혁을 바라보는 것도 안구 정화되는 흐뭇한 일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처럼 지낼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일할 때의 강지혁은 고도로 집중하여 빨리 수중의 서류를 훑어보는 동시에 펜으로 끊임없이 체크하며 빠른 속도로 검토한다. 게다가 노트북 너머의 임원에게 후속 업무를 분부하는 것도 잊지 않고 일사천리로 해결한다.그런 강지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임유진은 문득 감개무량해졌다. 전에 누군가가 남자는 일할 때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그런 듯싶다.모두가 알다시피 강지혁은 상업계의 빅 보스이다. 강씨 일가는 백 년을 대물림받은 재벌가이지만 그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보스는 아니다. 막강한 집안 세력을 보유한 건 사실이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까.강씨 일가가 현재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고 강지혁 본인의 지위도 끄떡없는 건 전부 그가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다.임유진은 그의 옆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봤다. 그녀의 각도에서 보면 강지혁의 날카로운 콧날과 선명한 얼굴 윤곽, 섹시한 입술과 날렵한 턱선이 유난히 매력적이었다.강지혁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긴 속눈썹이 드리워져 예쁜 음영을 주었다.그의 눈은 유달리 예뻤다. 그 두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땐 영롱한 빛이 반짝이고 마치 애틋한 감정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처럼 자꾸만 더 보고 싶게 만든다.“눈이 참 예뻐.”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이 말이 스쳐 지나갔다!화들짝 놀란 임유진은 머리가 또다시 지끈거렸다. 이건 그녀가 누구한테 해줬던 말일까?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강현수의 흐느끼던 얼굴이 뜬금없이 나타났다.‘헐, 내가 왜 강현수를 생각하고 있지!’그녀는 힘껏 머리를 내저으며 강현수의 얼굴을 애써 지우려 했다.“왜 그래? 머리를 왜 그렇게 흔드는 건데?”이때 강지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임유진이 고개를 번쩍 들자 강지혁이 어느새 그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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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나 우는 거 보고 싶으면 바로 울어 줄게.”그의 목소리가 또다시 공기 속에 울렸다.임유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울겠다고 하는 건가?“왜 그래?”강지혁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너 방금...”“누나가 보고 싶다면 바로 해줄게. 누나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만족시켜줄 거야.”그는 말하면서 천천히 몸을 기울여 잘생긴 얼굴을 그녀 앞에 갖다 댔다.임유진은 바로 코앞에 닿은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도 칠흑같이 어두운 그의 두 눈에 고스란히 담겼다. 강지혁은 미소 짓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 마치 그녀가 원한다면 바로 눈물을 흘려줄 것처럼 말이다.“원해?”그의 목소리가 또다시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곤거리는 나른한 말투가 그녀의 심장을 간지럽혔다.임유진은 머리를 내저으며 대답했다.“아니.”그녀의 대답을 들은 강지혁은 되레 눈가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왜?”“내가 속상하니까. 네가 운다는 건 슬프다는 걸 의미하잖아. 난 너 슬퍼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그녀가 대답했다.그녀의 말은 따뜻한 전류가 되어 강지혁의 두 귀에 흘러 들어갔고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였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가 큰코다치길 바라고 있을까? 친구들은 그에게 공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태도이고 아버지는 전에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 그에게 준 사랑이 아주 적다. 어머니는 그를 이용수단으로 써먹었을 뿐이고 결국 그 빌미로 순조롭게 재벌가에 발을 들였다.나중에 강지혁이란 이용수단이 아무런 작용도 못 일으키자 어머니는 일말의 미련도 없이 매정하게 그를 떠났다.할아버지 눈엔 그가 단지 강씨 일가를 이끄는 유일한 상속자일 뿐이다. 그의 몸에 흐르는 피가 아버지의 피이니까. 다만 나머지 절반은 어머니 유전이라 할아버지는 줄곧 그를 싫어한다.그래서 매번 손자를 바라보는 눈빛에 혐오가 섞여 있다.여태껏 살아오면서 강지혁은 항상 자신에게 무조건 강해져야 한다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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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심지어 그는 수년간 상대를 찾아 헤맸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그 소녀가 그리운 만큼 후회도 더 했다.어제 술을 많이 마셨더니 줄곧 마음을 짓눌렀던 후회가 파도처럼 일렁여 그를 잠식해버렸다.이 식당까지 어떻게 찾아왔는 지도 모를 지경으로 머릿속엔 오직 그 소녀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꼭 한 번 그녀를 보고 싶었다. 얼굴이라도 봐야만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그리고 결국 임유진을 만났고 현실 속 임유진과 기억 속 그 소녀를 착각해 그런 추태를 부리게 됐다.애석하게도 어제 그토록 술을 많이 마셨건만 그녀에게 했던 모든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다른 여자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임유진은 달랐다.그녀가 강지혁의 여자친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상상 속의 그 소녀가 어른이 된 후의 모습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임유진이 설사 그 소녀가 아닐지라도 그녀에게 미움받고 싶지는 않았다.“뭐 그렇게 큰일까진 아니고, 우리 서로 퉁 친 거예요.”임유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제 그녀는 강현수의 뺨을 내리쳤으니까.퉁 쳐... 강현수는 왠지 이 말이 살짝 기분 나쁘게 들렸다.“어젯밤에 내가 왜 그랬는지는 안 물어봐요?”“그럴 필요 없어요.”이건 단지 강현수의 사정이지 그녀가 굳이 궁금해야 할 부분이 아니니까.“강현수 씨가 더이상 술에 취해 어제 같은 행동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어제 일은 서로 없던 거로 해요.”강현수는 저 자신을 비웃으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정말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나 보다.카운터에서 기계음 소리가 들려왔다.“주문이 들어왔습니다.”임유진은 이 소리를 듣고 배달 준비에 나섰는데 강현수가 덥석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그에게 쏘아붙였다.“강현수 씨, 이 손 놓죠!”“강지혁을 알기 전이라면 나랑 함께했을 거야?”그는 문득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임유진은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난 그저 이 답안이 듣고 싶었을 뿐이에요. 왜요? 만약이란 가설인데도 대답하기 어렵나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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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토요일 오후는 임유진이 쉬는 날이라 한지영에게 끌려 영화 로드쇼 행사장으로 갔다.“내가 이 티켓 두 장 얼마나 힘들게 구한 줄 알아? 오늘 로드쇼 행사에 고주원도 온대. 너 알아볼 수도 있으니까 그때 가서 아는 척 좀 해줘. 나랑 함께 사진도 찍어줄 수 있게 말이야.”한지영이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마치 고주원을 위해서라면 이까짓 시련쯤은 다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왜 연신 씨랑 함께 안 왔어?”임유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백연신과 함께 오면 그녀보다 훨씬 수월하게 도와줄 텐데.한지영은 입을 삐죽거렸다. 이 일은 백연신에게 아직 비밀이니까!백연신이 만약 그녀가 고주원이 나오는 영화 로드쇼 행사에 참석한 걸 알면 낯빛이 어두워지다 못해 재가 될 것이다.저번에 고주원의 화보 일로 백연신은 그녀에게 강제로 술을 먹였고 결국 그녀는 술에 취해 부모님께 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들었다.물론 백연신은 그녀에게 딱 한 잔만 강요했을 뿐 그 뒤론 그녀 스스로 술이 너무 달아 과음하게 됐다.“됐다 그래. 연신 씨랑 함께 오면 내가 고주원 볼 수나 있겠냐고!”한지영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임유진은 그런 그녀 때문에 실소를 터트렸다.“너 덕질하는 거 반대해?”“글쎄 그런다니까. 내가 덕질할 때마다 꼭 마치 본인한테 엄청난 빚이라도 진 것처럼 굴어. 이게 말이 돼?”한지영이 투덜댔다.“질투하는 걸 수도 있잖아.”임유진이 말했다. 혁이도 그녀가 고주원의 팬이란 걸 알고 한바탕 질투했으니까.한편 한지영은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연신 씨가 질투를 해? 기껏해야 내게 복수하기 전까지 내 마음속에 딴 남자가 생기는 걸 원치 않을 뿐이야.”그녀가 말없이 떠났다고 복수에 눈이 멀어 그녀를 괴롭히는 거겠지. 소심한 남자는 다 이런 식일까? 한지영이 속으로 구시렁댔다.임유진도 더 말하지 않았다. 감정이란 건 스스로 겪어봐야 하는 법이니까.임유진과 한지영은 입장한 후 한지영이 구매한 좌석표대로 비교적 앞자리인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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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임유진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의 게스트가 임유라일 줄은 미처 예상치도 못했다.로드쇼 행사는 현장에 참석한 관중들에게 이벤트를 하는 차원에서 가끔 게스트를 초대하는 경우가 있다.다만 이런 부류의 게스트들은 대부분 대스타인데 임유라가 웬 말인가? 그녀는 강현수의 여자친구이기 전까지 연예계에서 삼류배우일 뿐이라 인지도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그녀의 인기는 온전히 강현수가 푸시업한 덕분이다. 그동안 강현수 덕분에 임유라는 자원이 끊이질 않았다.다만 일부 광고 외에는 영화나 노래, 어느 하나 제대로 출시된 게 없다.하여 그녀는 현재 대표작도 없는데 게스트로 나온다는 건 결국 강현수 덕분이다.한지영이 고개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며 뻘쭘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아 미안, 오늘 게스트가 임유라일 줄은 몰랐어.”알았더라면 이번 로드쇼 티켓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임유진이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왜 미안해? 네 탓도 아닌데. 게다가 우린 고주원 보러 온 거지 임유라 보러 온 게 아니잖아.”한지영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지 영화가 상영될 때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임유라가 게스트로 나온 것만 신경 쓰였다.영화가 끝나자 한지영은 임유진에게 고주원과 사진 찍게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다.“가자 인제.”“사진 안 찍게?”임유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나중에.”한지영이 어깨를 들썩거렸다.“가, 시도는 해봐야지.”임유진은 그녀가 오늘 고주원의 친필사인과 함께 사진 찍는 순간만을 학수고대한 걸 잘 알기에 임유라 따위 때문에 절친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강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혁아, 고주원 씨 연락처 알아봐 줄 수 있어? 매니저 연락처라도 돼. 나 지금 지영이랑 같이 있는데 고주원 씨랑 함께 사진 찍고 싶대. 시간 많이 끌지 않을테니까... 그래, 알았어.”임유진이 통화를 마친 후 기대 어린 친구의 눈빛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혁이가 대신 연락해주겠대. 이따가 전화 올 테니까 연락만 기다리래.”“우와, 대박!”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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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백연신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넌 지금 내 여자친구야. 감히 고주원과 팬과 아이돌 그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기만 해. 그땐 고주원을 연예계에서 확 매장해버리는 수가 있어. 다시는 TV에서 고주원 못 볼 줄 알아.”딴 사람이라면 농담이거니 하고 넘겼겠지만 백연신이라면... 한지영은 소심한 그가 진짜 고주원을 매장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연락처는 포기했고 그냥 함께 사진 찍고 사인만 받으면, 그리고 화보도 몇 장 받으면 더없이 만족할 것이다.잠시 후 한 젊은 여자가 두 사람 앞으로 재빨리 걸어왔다.“임유진 씨, 안녕하세요.”그녀는 고주원의 현장 매니저였다. 임유진은 저번에도 고주원 옆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다.“안녕하세요.”“두 분 저 따라오세요.”상대가 길을 안내하며 직원 전용 통로로 향했고 임유진과 한지영은 그녀를 따라갔다.하지만 뜻밖에도 직원 통로에 들어서니 임유라와 마주쳐버렸다.임유라는 매니저와 한창 얘기 중이었다.임유진은 그녀를 모른 척하려고 했는데 임유라가 바로 알아보고 선뜻 말을 꺼냈다.“어머, 언니. 언니가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임유진은 의아한 듯 실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 평소라면 임유라는 공개석상에서 그녀와 자매사이란 걸 공개하기 꺼린다. 감방에 다녀온 언니가 실로 창피했으니까.그런 그녀가 오늘은 정반대로 나왔다.임유진 옆에서 길을 안내하던 조수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두 사람이 자매사이란 걸 예상치 못한 듯싶었다.“여긴 직원 전용 통로인데 언니가 여기 온 건... 혹시 고주원 씨 보려고?”임유라는 그녀 옆에 서 있는 고주원의 현장 매니저를 알아봤다. 고주원이 오늘 이 현장 매니저를 데리고 행사장에 참석했기 때문이다.“임유진 씨랑 친구분이 고주원 씨와 함께 사진 찍고 사인받겠다고 하셨습니다.”현장 매니저가 대신 설명했다.그도 그럴 것이 임유라의 말투가 너무 거슬렸으니 현장 매니저 해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긴 직원 통로로 입구에 다다르는 구역이기에 많은 팬들이 이곳에 모여있다. 혹여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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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한편 그녀가 물러선 곳엔 계단이 세 개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계단에 넘어져 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언니! 난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려던 건데 꼭 이렇게까지 날 밀쳐야겠어?”임유라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그 모습이 실로 가여울 따름이었다.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입구에 있던 팬들도 이곳으로 시선이 몰렸고 다들 하나둘씩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임유진은 싸늘한 눈길로 임유라를 쳐다봤다.“내가 밀었는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언니,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 그래, 나 다 알아... 언니가 감방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낄 수도 있어. 하지만 난... 난 전혀 마음에 새겨두지 않는다고.”임유라가 뭇사람들 앞에서 가여운 여동생 코스프레이가 한창이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유진이 감방 다녀온 일까지 떠벌였다.가십거리에 진심인 팬들에게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소스는 없었다.한지영이 옆에서 발끈했다.“임유라, 너 진짜 비겁해!”다만 임유라는 끝까지 속상한 척 말을 이어갔다.“욕해도 좋아. 언니도 우리 언니 친구잖아. 언니한테 바라는 건 딱 하나야. 제발 우리 언니 잘 타일러줘. 자꾸 제 삶을 궁지로 몰아가지 말라고 말이야. 이번에 나 밀친 건 하나도 원망 안 해. 하지만 다음에 딴 사람을 밀치면 그 사람들은 절대 이렇게 쉽게 안 넘어갈 거야.”한지영은 임유라의 착한 여동생 연기가 너무 역겨워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뻔뻔스러운 년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파렴치한 건 난생처음이었다.임유라의 매니저가 황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좀 어때요? 심하게 다쳤어요?”임유라는 입술을 꼭 깨물고 미간을 구기며 대답했다.“발을 삐끗한 것 같아요... 너무 아파요...”매니저는 씩씩거리며 임유진에게 삿대질했다.“아니, 언니라는 사람이 동생한테 어떻게 이래요? 동생이 연예인 됐다고, 강현수 씨 여자친구라고 배 아파하는 거예요? 질투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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