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061 - 챕터 1070

1261 챕터

제1061화

임유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그를 다시 사랑할 때까지라니? 그러면 이곳에 가두겠다는 말이 전부 진심이었다는 건가?“너 미쳤어? 너 이거 납치야!”임유진은 그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소리라도 크게 질러야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진정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미쳤냐고?”강지혁은 차가운 입술로 그녀의 귓불부터 시작해 하얗게 질린 두 볼, 그리고 잔뜩 찡그린 미간에까지 입을 맞췄다.“이미 진작에 미쳤을지도 모르지.”임유진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모든 희로애락이 이 여자에게 지배당하는 순간부터 그는 이미 미쳤을지도 모른다.“너 때문에 처음 알았어.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질투할 수도 있구나 하는걸. 손가락을 부러트린 거로는 부족해. 아까는 아예 목을 비틀고 싶었어... 알아?”강지혁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어두운 방 안에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어느새 야릇하게 변해있었다.그는 그녀의 얼굴 곳곳에 키스를 퍼부으며 손으로는 그녀의 드레스를 찢기 시작했다.“하지 마!”임유진이 드레스를 꽉 잡으며 외쳤다.“네가 다른 남자가 준 옷을 입는 게 싫어.”강지혁은 차갑게 읊조렸다.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강현수가 그리워 마지않는 여자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옷이니까.강현수는 임유진이 어릴 적 그를 구해준 여자아이라는 걸 모르는데도 결국 임유진에게 이 드레스를 선물해주었다.결국 운명이라는 건가?자기도 모르게 끌리고 헤어져도 결국에는 다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운명이라는 건가?그럼 자신은 뭐지? 임유진이라는 여자를 먼저 사랑한 건 자신이다. 강현수가 아니라!“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지?”강지혁은 드레스를 다 찢어 버리고는 그녀의 심장 근처에 손을 올렸다.주위가 어두웠던 탓에 그녀는 그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이글거리는 그의 눈동자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네 심장이 다시 날 향해 뛸 수 있는 건지 알려줘.”임유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강지혁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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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한편 한지영은 백연신의 차로 드디어 강씨 저택 앞에 도착했지만 강지혁을 만나지는 못했다. 집사의 말에 따르면 강지혁은 오늘 이곳에 임유진을 데려온 적이 없다고 했다.이에 한지영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 직접 확인하려 하자 집사는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저택 문을 닫아버렸다.문전박대당한 한지영은 닫힌 문을 힘껏 노려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백연신은 초조한 얼굴의 여자친구를 보며 그녀 마음속에 임유진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만약 나도 언젠가 유진 씨와 똑같은 일을 당하면 그때도 지금처럼 열심히 찾아줄 거야?”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두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헛웃음을 터트렸다.“지금 그런 말을 할 때예요? 설마 유진이 질투하는 건 아니죠?”“그렇다면?”백연신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한지영은 어이가 없어 잠깐 멈칫하다가 갑자기 뒤꿈치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옷을 잡아 힘껏 아래로 내리고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백연신 씨뿐이에요. 유진이는 내 친구고요. 그러니까 질투는 이제 그만 해요.”대충 뽀뽀로 달래려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백연신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싫지는 않았다.한지영은 다시 초조한 표정으로 돌아와 그의 팔을 잡았다.“그보다 지금은 어떻게 이 집 안으로 들어갈지 빨리 생각해봐 봐요. 아니면 우리... 담장을 넘는 건 어때요?”그녀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 듯 벽 쪽으로 걸어갔다. 이에 화들짝 놀란 백연신이 서둘러 그녀의 팔아 제지했다.“미쳤어? 여기가 누구 집인지 벌써 잊은 거야? 안쪽 마당에 CCTV는 물론이고 담장 자체에 고압 전류가 흐를지도 모른다고. 도둑이라고 인식해 안에서 전류를 흘려보내기라도 하면 너는 끝이야!”한지영은 그런 생각은 못 했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럼 어떡해요. 정면돌파도 안 돼, 담장을 넘는 것도 안 돼,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나는 지금 유진이가 어디 있는지만 알고 싶은 것뿐인데...”강지혁이 여전히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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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 강지혁이 자신을 작정하고 이곳에 가두려고 한 이상 이 방문을 나갈 수는 있어도 이 저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그때 방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걸어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옷가지들이 있었다.“일어났어?”그는 침에 위에 앉아 온몸에 이불을 돌돌 말은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임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그를 노려만 보았다.강지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그녀 앞으로 다가가 옷을 내밀었다.“갈아입을 옷 가지고 왔어. 이리 와, 입혀줄게. 사이즈 맞나 보게.”“내가 입을 수 있어!”임유진은 이불을 꽉 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래 그럼. 네가 알아서 입어.”강지혁은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옷을 그녀의 옆에 올려두었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안 나가는거지?이렇게 빤히 지켜보면 갈아입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강지혁은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챈 듯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전에 함께 살았을 때는 내 앞에서 잘만 갈아입었잖아.”“그때는 네가 내 남자친구였으니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건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지금의 너는 아무것도 아니잖아.”그 말에 강지혁의 안색이 미세하게 변하더니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이제 됐지? 안 볼 테니까 갈아입어.”강지혁은 방에서 나가는 것이 아닌 그저 눈만 감았다.임유진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잘생긴 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 이러고 있으니 마치 하나의 정교한 조각상이 따로 없었다.한참을 넋을 놓고 있던 그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애써 눈을 돌리고 그가 가져온 옷을 입기 시작했다.그녀는 강지혁의 시선이 지금 차단된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옷을 갈아입을 때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다... 입었어.”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강지혁은 그제야 두 눈을 뜨고는 예쁜 눈동자로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얼굴이 빨개진 건 나 때문이야?”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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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이미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나는 이제 너한테 아무런...”“감정도 없다고?”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러면 지금은 내가 아닌 누구를 좋아하는데?”임유진은 그의 눈빛이 보내는 위험한 신호를 감지했다.“누구도 안 좋아해. 거기에는 강현수도 포함이야.”그녀는 강현수를 더 이상 둘 사이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자신 때문에 다친 그의 손이 너무나도 걱정됐다.“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강현수가 너를 끌어안도록 내버려 둔 건데? 언제부터 둘이 그렇게 친했다고.”“내가 강현수한테 마음이 있다고 하면 그건 어릴 때의 우정일 뿐일 거야.”임유진은 솔직하게 얘기했다.“그리고 지금은 강현수를 볼 때마다 죄책감만 들어...”“죄책감?”강지혁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강현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날 찾아 헤맸는데 정작 난 기억이 돌아왔으면서도 진실을 얘기해주지 못했으니까.”그녀는 다 알면서도 강현수가 사람을 착각한 채로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어제 날 갑자기 끌어안은 것도 어릴 때의 그 아이와 내가 겹쳐 보여서 그랬을 거야.”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뒤 강현수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시선은 임유진을 향한 것이 아닌 어릴 때의 그 여자아이를 향한 시선이었다.그러니 어제의 그 포옹은 단지 어릴 적 그녀와 ‘현수’ 사이의 포옹일 뿐이다.“그래. 네가 강현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믿을게. 그럼 나는? 날 다시 사랑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강지혁은 몸을 일으켜 두 손을 침대 위에 두어 그녀를 품속에 가둔 채 시선을 마주쳤다.가까워진 거리에 임유진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지독하게도 그녀의 취향이었다. 훤한 이마에 오뚝한 콧날, 그리고 섹시한 입술에 예쁜 눈동자까지. 그 어느 하나 취향이 아닌 곳이 없었다.그는 눈길 하나로 사람을 쉽게 제압하고 또 쉽게 매혹한다. 이대로 계속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홀리고야 만다.이런 남자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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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나는 네가 말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날 사랑하길 원해. 지금은 날 사랑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너는 분명히 다시 전처럼 날 사랑하게 될 거야. 유진아, 나는 단언할 수 있어.”강지혁은 어디서 나온 건지도 모를 자신감으로 단호하게 얘기했다.이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걸까?다시 그를 예전처럼 그렇게 사랑하게 될 거라고?이미 산산이 조각나버린 마음이 정말 전처럼 될 수 있다고 믿는 건가?...밤이 되고 이경빈은 차량 뒷좌석에 앉아 피곤한 듯 이마를 주물렀다.오늘 그는 변호사와 함께 양육권 문제로 얘기를 나눴다.그가 고용한 변호사는 양육권 소송 전문 변호사로 승률이 언제나 높았다. 변호사의 분석에 따르면 80% 이상의 확률로 양육권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했다.윤이가 지금까지 쭉 탁유미의 손에서 자랐다고는 하나 그녀에게는 형을 산 경력이 있으니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게 분명했다.당시의 사건이 지금에 와서 양육권을 뺏을 중요한 무기가 될 줄이야.이경빈은 그 사건만 떠올리면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대체 왜 이런 걸까.그는 당시 탁유미를 지목한 것은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수없이 되뇌었다.탁유미는 억한 마음을 품고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었고 그는 그걸 직접 목격했다.그 여자가 벌을 받는 건 마땅했다. 공수진은 그 일로 아이를 잃은 것뿐만이 아니라 아예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으니까.그러니 탁유미가 낳은 아이를 공수진에게 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고작 3년이라는 형을 산 것으로 씻겨 내려갈 죄가 아니었다.하지만... 탁유미가 법정에서 자신은 죄가 없다고 외치던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꼭 머릿속 깊이 새겨진 낙인처럼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다.그때 그녀는 이미 3년이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재판장 앞에서 억울하다며 목놓아 울부짖고 재판이 끝나고 끌려나갈 때는 한이 서린 목소리로 이경빈을 향해 말했다.“내가 오늘 겪은 이 고통, 언젠간 너도 똑같이 받길 바라!”당시의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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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이경빈이 타고 있는 차량이 이제 막 화로 3가에 진입했다. 조금만 더 가면 바로 포장마차 거리가 나온다.이경빈은 기사에게 갓길에서 차를 세우라고 한 다음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대표님, 야식거리를 찾으시는 거라면 제가 아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모실까요?”“아니요. 필요 없습니다.”이경빈은 그의 제안을 거절한 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줄줄이 늘어선 포장마차와 푸드트럭, 이경빈의 눈에는 볼품없기 그지없었다. 평소의 그라면 이런 곳을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곧바로 가녀린 몸매의 한 여성에게 고정되었다.많은 인파 속에 묻혀 있어도 그는 여전히 한눈에 그 여성을 알아보았다.얇은 티셔츠에 편한 운동복 바지, 거기에 허리춤에 두른 검은색 앞치마까지 탁유미는 그의 곁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얼굴에 닿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탁유미는 가녀린 팔뚝으로 아주 익숙하게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이경빈은 문득 예전에 그녀가 갈비찜을 해주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가 잔뜩 태워 먹고 속상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결국 이경빈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둘이서 함께 식사를 해결했고 탁유미는 다 먹은 후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너 딱 기다려. 내가 언젠가 너한테 맛있는 갈비찜 먹여줄 거니까! 갈비찜뿐만이 아니라 뭐든 잘하고 말 거야. 그래서 너 살이 통통 오르게 만들 거야.”그러고는 갑자기 풉 하고 웃었다.“왜 웃어?”이경빈이 고개를 갸웃했다.“그냥 네가 살이 통통 올라 배가 나온 아저씨가 되면 어떨까 상상했더니 너무 웃겨서. 그런데 나 요리 솜씨 좋아지면 우리 둘 다 살찌겠다. 하하하.”탁유미는 그때의 다짐대로 지금은 확실히 예전보다 요리 솜씨가 좋아졌지만 이상하게 전보다 훨씬 더 야위었다.이경빈이 과거를 회상하고 있을 때 탁유미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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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혼자 다 먹을 수 있든 없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야.”이경빈은 말을 마친 후 옆으로 가 비어있는 테이블에 착석했다.양복 차림의 그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아 조금 웃기기도 했다.탁유미는 이경빈이 이곳까지 직접 걸음을 해 거기에 음식까지 주문할 줄은 몰랐다.여기까지 온 목적이 뭐지?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요리를 하면서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곧 전 메뉴가 준비되고 그녀는 이경빈이 앉은 테이블 위에 하나하나 올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작은 테이블 위에 메뉴가 넘칠 듯 올려졌다.탁유미는 이 순간 메뉴에 7가지 음식밖에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게 아니라면 테이블을 하나 옆에 붙여야 했을 테니까.“음식 솜씨가 예전보다 좋아졌네.”탁유미가 마지막 메뉴를 테이블에 내려놓았을 때 이경빈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이에 탁유미의 몸이 움찔 떨렸다.“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까.”변하지 않으면 윤이를 먹여 살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탁유미는 각종 화장품에 매달렸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기본적인 스킨케어만 하고 생기있는 얼굴을 위해 옅은 립스틱 정도만 바르고 다닌다.게다가 스킨케어 제품도 최대한 양이 많고 저렴한 것으로 구매하며 립스틱은 이미 몇 년째 한 가지만 쓰고 있다.그리고 그녀의 손은 음식을 해야 했기에 칼에 베이고 굳은살이 생겨 성한 구석 하나 없었다.탁유미는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새로운 손님을 받으러 갔다.이경빈은 바삐 돌아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피곤한 게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그녀는 손님들을 상대할 때 언제나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지만 분명히 예쁜 미소였지만 전처럼 마음속 깊이 우러러 나오는 미소와는 달리 오로지 손님을 상대하기 위한 그런 미소였다.이경빈은 젓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음식들을 하나하나 먹어보기 시작했다.그는 셰프의 요리를 맛보기라도 하듯 아주 천천히 음미했다.탁유미는 최대한 이경빈의 존재를 무시하며 그를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대하려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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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그 여성은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그 광경을 전부 지켜본 탁유미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고고하고 항상 제일 좋은 것만 고집하는 이경빈이 고작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전에도 인지도가 없는 여자 연예인이 그의 술잔에 약을 타 그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경빈은 약효가 분명히 약효가 돌고 있음에도 상대방에게 작은 스킨십도 허락하지 않았다.그 뒤로는 예상했던 바와 같이 그 연예인은 더 이상 연예계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됐고 아예 해성시에서 사라져버렸다.탁유미는 그 기억이 떠오르자 소름이 돋아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그만 생각해. 과거는 악몽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만 생각해.’이경빈이 그녀에게 남겨준 유일하게 좋은 건 윤이 뿐이다.탁유미는 떠오르는 기억을 다시 가라앉힌 뒤 이경빈이 있는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그러다 그의 까만 눈과 그만 딱 마주쳐버리고 말았다.고작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 그녀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마치 시간이 멈춘 듯,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는 그를 빤히 바라본 채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이경빈은 무슨 생각인 건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그녀를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드라마 찍어? 눈빛이 왜 이렇게 뜨거워? 그 뜨거운 눈빛 우리한테도 주면 안 되나?”지독한 술 냄새가 탁유미의 코를 찔러왔다.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이미 거하게 한잔한 두 명의 취객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음흉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중 한 명은 스킨십을 시도하려는 듯 어느새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이에 그녀가 다급하게 옆으로 피해 거리를 두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두 사람을 훑었다.이들은 가게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던 사람들은 아니었다.아니면 그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사람을 더 고용한 건가?그래서 이제는 성희롱인 건가?“어어? 우리가 뭐 벌레라도 돼? 왜 피하고 그래.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몇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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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왜 구해준 거지?탁유미가 비참하면 할수록, 고통받으면 받을수록 그 모습을 옆에서 방관하며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그때 나머지 한 명의 남자가 이경빈에게 주먹을 휘둘렀다.이경빈은 품에 있는 탁유미를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상대방의 주먹이 꽂히기 전 먼저 주먹을 휘둘러 복부를 세게 가격했다.이경빈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탁유미와 함께 있을 때 그는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도 틈을 내 유명한 복싱 선수를 코치로 두고 몸을 단련했었다.탁유미는 그가 취객 두 명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전혀 문제없을 걸 알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그녀의 머릿속은 지금 왜 자신을 구해줬을까 하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그녀의 예상대로 두 명의 취객은 2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얼굴이 피떡이 된 채 그의 발아래서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고는 술이 다 깬 듯 그가 옷에 묻은 먼지를 털 때 황급히 도망쳤다.이경빈은 탁유미 앞으로 다가왔다.“앞으로 여기서 장사하지 마.”만약 오늘 그가 없었더라면 탁유미는 아마 두 명의 남자에게 잡혀 험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이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짜증이 밀려왔다. 심지어 아까 두 남자가 도망친 걸 내버려 둔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탁유미는 그의 말에 실소했다.“이런 식으로 내 수입원을 완전히 끊어버릴 생각이었어? 사람을 고용해 행패 부리게 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직접 나서서 쇼까지 하는 거야? 차라리 아까 구해주지 말지 그랬어. 그랬다면 내가 트라우마가 생겨 결국 그만뒀을지도 모르잖아.”이경빈은 미간을 꿈틀거렸다.“아까 그 두 사람 공수진이 보낸 거 아니야.”“그럼 전에 행패 부리러 온 사람들은 공수진이 보낸 게 맞다는 소리네?”그 말에 이경빈은 입을 꾹 닫은 채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탁유미는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공수진이 맞았다. 억울하게 옥살이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공수진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아니, 진정으로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사람은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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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거지? 눈앞에 있는 여자가 불쌍해서? 한때는 잘 나갔던 여자가 빛을 잃은 채 이곳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하지만 그녀는 그가 불쌍하다고, 안타깝다고 여기면 안 되는 여자다. 그녀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윤이 생각해서 얘기한 것뿐이야. 판결이 나기 전까지 윤이는 너와 함께 있을 거고 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윤이가 힘들게 사는 거 보고 싶지 않아.”이 말은 탁유미가 아닌 이경빈이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윤이는 내 아들이야. 네 아들이 아니고.”탁유미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전에 네가 했던 말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다시 말해주는데, 너는 그때 내가 네 아이를 임신한다고 해도 지우게 하겠다고 했어. 나 같은 여자는 네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다고도 했고. 그런데 대체 이제 와서 왜 이래? 너야말로 대체 무슨 자격으로 윤이를 데려가려는 건데!”이경빈은 얼굴을 굳힌 채 한 걸음 한 걸음 탁유미의 앞으로 다가왔다.“너는 내 아이를 낳기로 했을 때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었어야 했어.”탁유미의 몸이 움찔 떨렸다.“아이를 그렇게 원하는 것도 아니면서 네 핏줄이 내 옆에 있는 건 싫어?”“네 옆에서 윤이가 행복할 것 같아? 네가 윤이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뭔데.”이경빈은 그녀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찔렀다.“왜, 윤이가 크면 이 포장마차에서 서빙이라도 시키게? 그리고 엄마가 했다는 걸 사람들한테 들켜서 애가 평생 주눅 들어 살았으면 좋겠어?”탁유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하지만 야속하게도 그의 말은 계속되었다.“소송이 끝나면 바로 윤이를 해성시로 데려갈 거야. 너한테 애를 맡기는 것보다 수진이한테 맡기는 게 훨씬 나아. 해성시로 가면 윤이는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돼. 너, 윤이한테 그런 거 줄 수 있어? 없잖아.”탁유미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반박할 말을 골랐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고는 묵묵히 발걸음을 돌려 식자재를 실은 작은 차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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