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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거지? 눈앞에 있는 여자가 불쌍해서? 한때는 잘 나갔던 여자가 빛을 잃은 채 이곳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하지만 그녀는 그가 불쌍하다고, 안타깝다고 여기면 안 되는 여자다. 그녀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윤이 생각해서 얘기한 것뿐이야. 판결이 나기 전까지 윤이는 너와 함께 있을 거고 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윤이가 힘들게 사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이 말은 탁유미가 아닌 이경빈이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

“윤이는 내 아들이야. 네 아들이 아니고.”

탁유미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전에 네가 했던 말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다시 말해주는데, 너는 그때 내가 네 아이를 임신한다고 해도 지우게 하겠다고 했어. 나 같은 여자는 네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다고도 했고. 그런데 대체 이제 와서 왜 이래? 너야말로 대체 무슨 자격으로 윤이를 데려가려는 건데!”

이경빈은 얼굴을 굳힌 채 한 걸음 한 걸음 탁유미의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내 아이를 낳기로 했을 때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었어야 했어.”

탁유미의 몸이 움찔 떨렸다.

“아이를 그렇게 원하는 것도 아니면서 네 핏줄이 내 옆에 있는 건 싫어?”

“네 옆에서 윤이가 행복할 것 같아? 네가 윤이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뭔데.”

이경빈은 그녀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찔렀다.

“왜, 윤이가 크면 이 포장마차에서 서빙이라도 시키게? 그리고 엄마가 했다는 걸 사람들한테 들켜서 애가 평생 주눅 들어 살았으면 좋겠어?”

탁유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의 말은 계속되었다.

“소송이 끝나면 바로 윤이를 해성시로 데려갈 거야. 너한테 애를 맡기는 것보다 수진이한테 맡기는 게 훨씬 나아. 해성시로 가면 윤이는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돼. 너, 윤이한테 그런 거 줄 수 있어? 없잖아.”

탁유미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반박할 말을 골랐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묵묵히 발걸음을 돌려 식자재를 실은 작은 차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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