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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12 18:00:00
“그래, 헤어졌지.”

강지혁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너랑 헤어진 게 내 평생 가장 후회되는 일이야. 그래서 더 이상 그런 후회 하고 싶지 않아.”

강지혁은 임유진이 그를 너무 많이 사랑해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날 수 없게 만들 생각이다.

...

저녁이 되고 임유진은 방 안에 있는 소파에 앉아 손에 든 보라색 드레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목 부분부터 팔까지 다 찢겨 있어 수선한다고 해도 처음처럼 그렇게 예쁘지는 않을 것이다.

임유진은 너무나도 예뻤던 드레스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단지 드레스가 훼손돼서가 아닌 ‘현수’가 선물해 준거라서 더 그런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강현수가 어릴 적 여자아이가 그녀라는 걸 모른다고 해도, 강현수가 이 드레스를 선물한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는 어릴 적 두 사람이 했던 약속을 결국 지켜내고야 말았다.

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옆에 있는 책상 서랍을 뒤적거리며 반짇고리 함을 꺼내 들었다.

사실 그녀는 아까 심심하던 차에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서랍에서 뜻밖에도 이 반짇고리 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막 발견했을 때 케이스 위에는 한 층의 먼지가 쌓여있었다. 안에는 여느 반짇고리 함이 그렇듯 갖가지 색상의 실과 쪽 가위 그리고 여러 가지 길이의 바늘이 있었다. 실의 색상은 조금 바랬지만 끊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쪽 가위도 오래된 것 치고는 잘 들었다.

새것은 아닌 거로 보아 누군가가 쓴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아까 강지혁이 얘기했던 이야기 속의 여자가 남기고 간 것일까?

임유진은 색이 바랜 덕에 드레스 색과 흡사하게 되어버린 보라색 실을 집어 들고 바늘을 꺼내 수선을 시작했다.

이미 엉망이 된 드레스이고 다시는 입지 못할 드레스였지만 그래도 이 드레스는 ‘현수’의 선물이자 약속이기에 이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한 땀 한 땀 ‘현수’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들어왔다. 그는 소파에 앉아 드레스를 수선하고 있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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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천천히 시선을 내리고는 손에 든 보라색 드레스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시 아무 말도 없이 수선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이에 강지혁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이 서서히 사라져갔다.“하지 마.”하지만 그녀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손을 계속 움직였다.강지혁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질투의 감정은 점점 더 강렬하게 그를 지배했다.지금 그녀의 두 눈에는 오직 이 드레스밖에 없는 듯, 아니, 오직 강현수밖에 없는 듯했다.“하지 말라고!”강지혁은 소리를 치며 그녀의 손에 든 드레스를 홱 하고 빼앗았다.“아!”그때 임유진이 외마디 신음을 냈다.강지혁이 거칠게 뺏어 든 바람에 바늘이 왼손 검지에 박혀버렸다. 살을 파고드는 찌릿한 느낌이 드는 순간 빨간 피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생각보다 세게 찔러 넣어 보통이라면 물방울 정도의 피만 맺혀 있었을 텐데 지금은 검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나무색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그 모습을 본 강지혁은 얼른 손에 있는 드레스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은 채 임유진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피가 흐르는 그녀의 검지를 망설임 없이 입에 넣었다.손끝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말캉한 느낌에 임유진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그녀는 자기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강지혁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기나긴 속눈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그의 눈동자를 반쯤 가려버렸다.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그녀를 향한 걱정과 속상함이 잔뜩 묻어있었다.강지혁은 지금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몇 분 후, 굳게 닫혔던 그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다행히 아까처럼 피가 세게 흐르지는 않았지만 아직 조금씩 피가 올라오고 있었다.“아프지?”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검은색 속눈썹이 위로 향하고 예쁜 두 눈동자가 드러났다.임유진은 잠깐 넋이 나갔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괜찮아.”그러고는 서둘러 손을 빼려고 했다.하지만 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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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재호는 붕대로 감싸져 있는 아들의 손가락을 보고는 혀를 찼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골절상을 입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그 여자를 찾을 수만 있다면 남은 손가락이 어떻게 되든, 심지어 손 하나가 부러져도 상관없어요.”“너!”강현수의 말에 강재호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이에 한은정이 그의 손을 잡아 분노를 잠재우고 아들을 향해 말했다.“너희 아버지 화나게 하지 마. 그리고 강지혁이 그 여자한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너는 그 흙탕물에 뛰어들고 싶니?”강지혁의 집안이 S 시에서 절대적인 존재는 맞지만 강현수의 집안도 꿀릴 건 없었다. 한은정은 강지혁의 집안과 마찰을 빚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러는 아들이 이해가 안 갈 뿐이다. 그것도 수년간 그토록 찾아 헤맨 여자아이도 아니고 이제 알고 지낸 지 1년도 채 안 된 여자를 말이다.솔직히 어렸을 때 강현수를 구해줬던 여자아이가 아니면 임유진의 자리를 대체할 사람은 많았다.멀리 갈 것도 없이 연예계에서 시선 한번 돌리면 널리고 널린 것이 미인들이다.그런데 왜 그 많은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필이면 강지혁의 여자를 탐내는 것일까.강현수는 한은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경악할 만할 얘기를 꺼냈다.“그 흙탕물에 뛰어들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미 임유진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으니까요.”“뭐... 너 지금 뭐라고 했니?”한은정은 놀라움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이제껏 수많은 여자를 만나고도 좋아한다는 소리 한번 한 적 없는 강현수의 입에서 처음으로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말이 튀어나왔다.“저 임유진을 사랑해요. 그 여자가 아니고서는 안 되는 지경까지 와버렸습니다.”강현수는 단호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그러니 그 여자 옆에 있는 남자가 강지혁이라도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이미 강지혁에게 몇 번이고 양보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자기 마음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니 더 이상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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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혁은 손을 내밀어 검을 꺼내 들었다.그 순간 임유진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저 거치대에 놓여있을 때와 달리 사람 손에 들리자 어쩐지 한층 더 오싹한 한기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전에 내가 너한테 얘기했지? 강씨 가문의 한 남자가 여자 한 명을 이곳에 가뒀다고. 그러다 그 여자가 자기를 가둔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하지만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야. 그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 맞지만 이곳에서 그 남자를 찔렀어. 그래서 이 저택에서 나간 거야.”강지혁은 또다시 담담하게 얘기를 꺼냈다.임유진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 이야기에 이런 반전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전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 여자가 강씨 가문의 남자를 사랑하게 돼서, 그래서 남자와 함께 이곳을 떠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왜일까? 왜 찔렀을까? 자책감 때문에? 정혼자와 좋은 연인 관계였지만 결국 자기를 가둔 남자를 사랑하게 돼서?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던 건가?임유진은 다시 한번 검을 바라보았다.역시 날 위에 있는 검은색 반점은 녹이 슨 것이 아니었다.이건 남자를 찔렀을 당시 튀었던 피가 분명했다.“날에 피가 튄 것 때문에... 피의 방인 거야?”“그것 때문만이 아니야.”강지혁은 맞은편 벽으로 걸어가 검은색 천을 아래로 세게 끌어내렸다.그러자 천 뒤에 가려져 있던 벽이 임유진의 앞에 드러났다.이 벽은 다른 벽과 달랐다. 오랜 기간 그대로 방치되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벽 위에는 이미 변색한 핏자국들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임유진은 순간 속이 울렁거려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이 벽은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마치 오래된 증거처럼 그대로 남아 있었다.이 벽 때문에, 피 칠갑이 된 벽 때문에 이 방이 피의 방으로 불리게 된 걸까?“만약 너도 여기서 떠나고 싶으면 그 여자가 했던 것처럼 나를 찌르고 여기서 나가면 돼.”강지혁은 다시 임유진 쪽으로 걸어와 검의 손잡이 부분을 그녀 쪽으로 건넸다.“어떡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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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유미는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경빈의 모습이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모든 걸 망쳐놓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날 때려도 돼. 욕해도 돼. 벌을 줘도 돼. 네가 주는 벌이라면 달갑게 받을게. 과거의 내 행동과 언행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 나한테 그럴 기회를 줘. 그리고 널 곁에서 지켜주줄 수 있는 기회도...”“그만!”탁유미가 이경빈의 말을 끊었다.“이경빈, 네가 인간이면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공수진을 밀지 않았다고 내가 몇백 번을 말했는데도 너는 결국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 들어주려고 하지도 않았지. 네가 지금 이러는 건 골수를 기증해준 게 공수진이 아닌 나라는 걸 알아서야. 만약 널 구한 게 정말 공수진이었으면 너는 지금도 여전히 나한테 죄가 있다고 생각했을 거잖아. 내 말이 틀려?”이경빈은 그 말에 순간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이경빈, 네가 지금 이러는 건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야. 나한테 사과라도 해야 네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이러는 거잖아. 내가 모를 것 같아? 난 너 용서 안 해. 네가 날 감옥에 보낸 것도 그 일로 감옥에서 감기에 걸려 어쩔 수 없이 감기약을 먹어 윤이가 청력을 잃은 것도, 나는 용서할 생각이 없어.”탁유미의 말에 이경빈은 휘청이며 옆에 있는 벽을 짚었다.당시 그녀를 감옥에 보낸 건 그에게는 그저 간단한 복수에 불과했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고난의 시작이었다.게다가 그 일 때문에 윤이의 청력이 사라진 거라니...‘대체 나는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보상하겠다고 했지? 아니, 넌 보상 못 해.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네가 하는 사과도 나한테는 그저 역겨울 뿐이야!”탁유미는 말을 마친 후 그를 지나쳐 빠르게 걸어갔다.하지만 얼마 못 가 이경빈에게 팔이 잡혀 그대로 그의 품속에 안기고 말았다.탁유미는 그의 냄새가 코를 확 덮치는 순간 마치 그에게 꽁꽁 둘러싸인 기분이 들었다.“뭐 하는 짓이야! 이거 안 놔?!”놓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30화

    지금의 그는 탁유미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받고 싶었지만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를 몰랐다....탁유미는 김수영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후 강지혁이 붙여준 경호원 두 명에게 집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이만 가봐도 된다고 했다.작은 집이라 건장한 남성 두 명까지 들이게 되면 집이 꽉 찰 테니까.경호원 두 명이 떠난 후 김수영은 창밖을 힐끔 바라보았다.“저거 설마...”그녀는 창밖으로 보이는 이경빈의 차량에 미간을 찌푸렸다.“저거 이경빈 차 아니야? 기어이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엄마,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여기서 밤을 새우든 말든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탁유미의 태도는 무척이나 태연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갑자기 왜 저래? 뭐 잘못 먹기라도 한 거야?”김수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공수진이 유산한 게 네 탓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해도 사과하려고 이렇게까지 할 인간은 아니잖아.”공수진 일은 비단 인터넷에서만 뜨거운 일이 아니었기에 가십거리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김수영도 공수진과 주원호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되었다.“그것도 그거지만 아마 몇 년 전에 골수를 기증해준 게 나라는 걸 알게 돼서 저러는 걸 거예요.”“뭐?!”김수영은 그 말에 깜짝 놀라더니 이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경빈이었어? 네가 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이?! 너한테서 받을 건 다 받아놓고 간 기증 좀 해달라니까 딱 잘라 거절한 인간이 쟤라고? 뭐 이런 배은망덕한 인간이 다 있어?!”김수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이경빈에게 따지려는 듯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엄마!”그러자 탁유미가 서둘러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난 괜찮으니까 그러지 마세요. 기증하겠다고 한 건 나예요.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고요. 이경빈이 간 기증을 거절했다고 한들 배신감이 들 이유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간이식 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꼭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수술을 받고 또다시 재발해 수명이 오히려 단축된 케이스도 많아요.”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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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빈은 이제야 그날 탁유미가 웃으며 고맙다고 했던 말의 의미가 뭔지 알아챘다.아주 조금의 감정마저 남지 않게 만든 그에게 철저하게 실망하고 그로 인해 그를 완전히 내려놓게 된 게 틀림없었다.정말 그는 너무나도 멍청한 사람이었다!차량이 멈춘 후 기사는 이경빈에게 도착했다고 하려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대표님, 입술에 피가...!”이경빈은 그 말에 천천히 눈을 뜨더니 기사의 시선을 따라 손으로 입술을 매만졌다.얼마나 세게 깨물었던 건지 입술에 피가 흥건했다.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으로 피를 닦아내더니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입원 병동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탁유미와 김수영, 그리고 일전 그녀의 병실을 지켰던 경호원 두 명이 함께 병동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경호원들의 손에 짐이 들려있는 것으로 보아 퇴원하려는 것 같았다.이경빈은 서둘러 그들 앞으로 다가가 탁유미에게 물었다.“퇴원하려고? 벌써?”탁유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경호원들이 빠르게 그를 제지했다.탁유미는 이경빈의 얼굴을 보고는 금방 미간을 찌푸렸다.‘그날 알아듣게 얘기한 것 같은데 왜 또 여기 있는 거야?’“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비켜.”“하지만 네 몸은 아직 입원해있는 게...!”이경빈은 말을 끝까지 하려다가 멈칫했다.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진 것이 이 이상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녀가 아프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며칠 더 입원해있는 게 좋지 않을까? 치료도 안 끝났을 것 같은데.”이경빈은 억지로 말을 끝마쳤다.“필요 없어. 내 몸이 어떤지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탁유미는 싸늘하게 말을 내뱉은 후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잘 안다고? 그런 사람이 이렇게 빨리 퇴원하려고 해? 너 정말 이대로 죽고 싶기라도 한 거야?!”이경빈이 다급하게 그녀의 팔을 잡으려 하자 경호원들이 더 빨리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탁유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금 의아한 눈으로 이경빈을 바라보더니 이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8화

    철썩.둔탁한 마찰음 소리에 공수진은 휘청거리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옆으로 힘껏 돌아간 그녀의 얼굴에는 빨간 손자국이 그대로 나 있었다.하지만 공수진은 아픔을 못 느끼는 건지 빈정거림을 멈추지 않았다.“그 여자 결백을 찾아주고 싶지? 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을 거야. 네가 찾아주기도 전에 저세상으로 가버릴 테니까!”이경빈은 그 말에 눈을 부릅뜨고 공수진을 노려보았다.“유미가 병에 걸린 걸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공수진은 이경빈의 얼굴을 보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하하하하. 이경빈 너 진짜 등신이구나? 너 정말 그 여자 좋아하는 거 맞아? 그런데 어떻게 나보다 더 몰라?”그녀의 말대로 이경빈은 등신이 맞다. 누가 진정한 은인인지도 모르는데 등신이 아니고 뭘까?그래서 지금 벌을 받는 것이다. 멍청했던 대가를 이제야 받고 있는 것이다.“그래, 나 등신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네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너희 집안은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이경빈은 말을 마친 후 공수진의 얼굴을 더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성큼성큼 차로 다가갔다.공수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마치 미친 사람처럼 외쳐댔다.“이경빈, 탁유미가 죽는 날 네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내가 꼭 지켜볼 거야! 네가 어떤 말로는 맞이하는...”탁.이경빈은 평소보다 세게 차 문을 닫으며 공수진의 목소리를 차단했다.그는 천천히 눈을 감은 후 기사에게 지시를 내렸다.“병원으로 가지.”“네, 대표님.”차량에 시동이 걸리자 그는 시트에 등을 기댔다.“간암 3기예요. 현재로서는 간이식 수술을 받는 것밖에 언니 목숨을 살릴 길이 없어요. 만약 언니한테 사죄하고 싶다면 언니한테 이경빈 씨 간 일부를 기증해주세요.”임유진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간 일부를 기증하라고? 탁유미를 위해서라면 그는 간 전부를 기증할 수도 있다.간암 3기가 어떤 상태인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경빈은 알고 있다.그간 탁유미가 보였던 고통을 참는 듯한 증상은 모두 간에 암이 퍼지고 있는 신호였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7화

    공한철은 이경빈의 기에 눌려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경빈 씨, 혹시 아직도 화 나 있는 거예요? 기증 일은 내가 거짓말한 게 맞지만 그건 다 경빈 씨를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나는 경빈 씨가 나를 모르고 있을 때부터 쭉 경빈 씨를 좋아하고 있었어요. 아니,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거짓말도 무릅쓰고 내가 기증해줬다고 한 거예요! 내가 경빈 씨를 속인 건 맞지만... 그게 범법 행위까지는 아니잖아요...”공수진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을 했다.이에 이경빈은 시선을 돌려 공수진을 빤히 바라보았다.“내가 아닌 우리 집안을 사랑하는 거겠지. 더 정확히는 우리 집 재산을. 공수진, 네 그 욕심 때문에 나는 인생이 망가졌어!”“거짓말한 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다시 시작해요. 네?”공수진은 전과 같은 유약한 얼굴을 하며 그를 붙잡았다.“나 정말 경빈 씨 사랑해요. 경빈 씨 속상하게 만든 거 내가 다 잘못했어요. 탁유미 씨한테 사과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사과할게요. 보상도 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다시 잘해봐요. 나 정말 경빈 씨 없으면 못살아요!”“사랑이라고? 사랑한다는 사람을 그렇게도 감쪽같이 속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까지 주면서? 탁유미를 범죄자로 몰아가 결국 감방에까지 보낸 게 나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야? 탁유미만 사라지면 우리 집 며느리로 들어오는 게 쉬울 것 같았어? 그래?!”이경빈은 공수진을 턱을 으스러질 듯 잡으며 분노를 표출했다.손아귀 힘이 어찌나 센지 공수진은 자신의 턱뼈가 이대로 부서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경빈이 그때 당시의 진상을 모두 알아버렸다는 것에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어떻게 된 거지? 이경빈이 그때 일을 다 알아버렸다고? 증거는 이미 내가 다 소거했는데?! 그래, 그냥 추측일 뿐일 거야. 실질적인 증거는 없는 게 분명해!’“오, 오해예요.”공수진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나는 탁유미 씨를 범죄자로 몰아간 적 없어요. 나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6화

    네티즌들은 공수진과 주원호에게 각종 비난과 욕을 해댔고 대대적으로 기사가 난 탓에 병원 관계자들도 공수진의 병실을 지나칠 때마다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공수진은 그들의 눈빛에 제대로 고개를 들 수 가 없었고 이를 깨물며 하루빨리 퇴원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드디어 다가온 퇴원하는 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아침부터 진을 치고 기다린 기자들이었다.“공수진 씨, 현재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동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강 그룹 대표의 약혼녀로 알고 있는데 이경빈 씨는 동영상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하시는 겁니까?”“유산한 아이가 이경빈 씨의 아이가 아니라 영상 속 남자분의 아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맞습니까?”“탁유미 씨를 음해하려고 일부러 밀쳐진 척 넘어져 유산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연이은 날카로운 질문에 공수진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버렸다.“찍지 마세요! 찍지 마시라고요!”공씨 부부는 공수진이 지나갈 수 있게 고용한 경호원들과 함께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기자들을 뚫고 간신히 차에 오른 후 공수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탁유미 때문에 이게 뭐야!”만약 탁유미가 아니었으면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할 일도 없었을 거라며 그녀는 모든 걸 다 탁유미 탓으로 돌렸다.“일단 S 시를 떠나는 게 좋겠다. 며칠 뒤에 사태가 조금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경빈이 불러서 얘기하는 거로 해.”공한철의 말에 차량은 고속도로로 향했다.그렇게 20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를 검은 차들이 거리를 바짝 좁혀오며 공수진네 차를 에워싸기 시작했다.끼익.“뭐야, 저것들은!”공한철이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정차된 앞차에서 내린 사람을 보고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공씨 일가를 막아선 건 다름 아닌 이경빈이었다.이경빈이 내리자 검은 차에서 내린 부하직원들이 하나둘 공수진 일가를 차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경, 경빈 씨,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5화

    “하지만...”임유진은 말을 하려다가 순간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왜 그래?”강지혁이 잔뜩 긴장한 채로 물었다.“방금 아이가 내 배를 찼어!”임유진은 이쯤이면 태동이 느껴질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전까지는 거의 착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태동이 미약했는데 방금 그건 정말 누가 뭐라 해도 확실한 태동이었다.심지어 지금도 계속해서 배를 차고 있다.“아이가 네 배를 찼다고?”강지혁은 시선을 그녀의 배로 옮겨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응! 한번 만져봐.”임유진은 그의 손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만지게 했다.강지혁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태동에 조금 놀랍기도 하고 또 신기하기도 해 그만 몸이 경직되어버렸다.태동이라는 게 무엇이고 언제쯤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도 임유진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으로 실제로 이렇게 태동을 느끼게 되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이제야 진정으로 이 작은 배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머리에 박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이 조그마한 아이들은 머지않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거고 크게 울고 또 활짝 웃으며 서서히 커가게 될 것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의 넋을 잃은 표정에 피식 웃었다.평소에도 물론 상당히 귀엽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귀여워 보였다.이런 얼굴은 아마 그녀밖에 보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녀밖에 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임유진은 소파에 앉아 편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이가 차고 있는 곳이 어딘지 그의 손을 이곳저곳 움직이며 알려주기 시작했다.아이들은 큼지막한 아빠의 손길을 느껴서 그런지 그에 보답하듯 더 세게 발길질을 해댔다.덕분에 임유진의 배는 계속해서 꿈틀거렸다.강지혁은 무릎을 꿇고 그녀의 복부를 쓰다듬으며 진지한 얼굴로 태동을 느꼈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갑자기 사진은 왜 찍어?”강지혁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기념하려고. 나중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4화

    강지혁은 꼭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대체 뭘?혹시 진기태와 연관이 있는 건가?아까 진기태는 분명...임유진은 순간 뭔가 알아차린 듯 고개를 들며 그에게 물었다.“혁아, 너 혹시 내가 화낼까 봐 무서워서 이러는 거야?”그녀의 말에 강지혁은 몸은 또다시 굳어졌고 호흡도 다시 거칠어졌다.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그녀를 제 품에 끌어안았다.‘정답인가 보네.’강지혁은 지금 진기태가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다.‘하긴 아까 엄청 세게 화를 내기는 했지.’강지혁은 아까 꼭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으로 진기태를 협박했다.꼭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 건드려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 화 안 낼 거니까.”강지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임유진에게 물었다.“정말...? 정말 화 안 내?”“응. 안 내.”임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진 회장이 너 찾아온 거 진가원 프로젝트 때문이지? 네가 내 복수를 해주겠다고 이러는 거, 나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고작 그 사람 말 때문에 우리 사이가 흔들릴 일은 없으니까.”강지혁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 인간이 했던 말, 정말 신경 안 써?”“응. 그때는 너도 내가 누군지 몰랐을 때잖아. 그때의 나는 그저 너한테 네 약혼녀를 차로 죽인 사람일 뿐이었어. 너한테 잘 보이겠다고 사람들이 일부러 나를 더 괴롭히기는 했지만 그게 네 탓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 원망할 생각 없어.”임유진은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사실 너랑 사귀고 너를 정말 사랑하게 됐던 순간부터 나는 그 일을 이미 내 마음속에서 지웠어. 그리고 너도 그랬잖아. 만약 조금만 더 빨리 나를 알게 됐으면 절대 내가 그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그녀는 그가 무서워하는 게 그저 그 이유일 뿐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방관한 것으로 여태 이렇게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3화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진기태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다만 진기태는 몸을 비스듬히 한 채 앞이 아닌 사무실 안을 바라보고 있어 임유진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강지혁, 네가 뭘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임유진이 그렇게 된 건 네 탓도 있어!”진기태의 분노 어린 말에 임유진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저도 모르게 앞으로 두어 걸음 걸어갔다.그러자 그때 사무실 안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그때는 진화 그룹과 당신 가문을 완전히 없애버릴 거야.”임유진은 비스듬히 열린 문틈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강지혁은 평소와 달리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 예쁜 두 눈에 살기도 어려 있었다.‘살기...? 내가 뭘 잘 못 본 건가?’진기태는 강지혁의 위협에 겁을 먹고는 그의 눈을 피하려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드디어 임유진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금세 험악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강지혁도 그때쯤 임유진이 밖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는 그녀를 보더니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서둘러 분노를 지우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해봤지만 눈가에 서린 당황함과 초조함은 감춰지지 않았다.진기태와의 대화를 들은 걸까?만약 들었으면 어떡하지?임유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멀리하려고 들면...강지혁은 그 생각에 순간 호흡하는 것조차 곤란해지며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임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혁아, 방금 진기태 회장이랑...”“일 얘기 했어. 일 얘기만...”강지혁은 서둘러 대답하며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애썼다.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고 호흡은 점점 더 딸리기 시작했다.“너 얼굴이 왜 그래? 괜찮아?!”임유진은 창백한 그의 얼굴이 걱정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얼굴에 닿기도 전에 강지혁에 의해 손이 저지당하고 말았다.“난... 괜찮아.”임유진은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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