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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강지혁은 손을 내밀어 검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임유진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저 거치대에 놓여있을 때와 달리 사람 손에 들리자 어쩐지 한층 더 오싹한 한기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에 내가 너한테 얘기했지? 강씨 가문의 한 남자가 여자 한 명을 이곳에 가뒀다고. 그러다 그 여자가 자기를 가둔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하지만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야. 그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 맞지만 이곳에서 그 남자를 찔렀어. 그래서 이 저택에서 나간 거야.”

강지혁은 또다시 담담하게 얘기를 꺼냈다.

임유진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 이야기에 이런 반전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전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 여자가 강씨 가문의 남자를 사랑하게 돼서, 그래서 남자와 함께 이곳을 떠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왜일까? 왜 찔렀을까? 자책감 때문에? 정혼자와 좋은 연인 관계였지만 결국 자기를 가둔 남자를 사랑하게 돼서?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던 건가?

임유진은 다시 한번 검을 바라보았다.

역시 날 위에 있는 검은색 반점은 녹이 슨 것이 아니었다.

이건 남자를 찔렀을 당시 튀었던 피가 분명했다.

“날에 피가 튄 것 때문에... 피의 방인 거야?”

“그것 때문만이 아니야.”

강지혁은 맞은편 벽으로 걸어가 검은색 천을 아래로 세게 끌어내렸다.

그러자 천 뒤에 가려져 있던 벽이 임유진의 앞에 드러났다.

이 벽은 다른 벽과 달랐다. 오랜 기간 그대로 방치되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벽 위에는 이미 변색한 핏자국들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임유진은 순간 속이 울렁거려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이 벽은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증거처럼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벽 때문에, 피 칠갑이 된 벽 때문에 이 방이 피의 방으로 불리게 된 걸까?

“만약 너도 여기서 떠나고 싶으면 그 여자가 했던 것처럼 나를 찌르고 여기서 나가면 돼.”

강지혁은 다시 임유진 쪽으로 걸어와 검의 손잡이 부분을 그녀 쪽으로 건넸다.

“어떡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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