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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솔직히 눈 딱 감고 강지혁을 사랑하는 척해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렇게 하면 어쩌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속일 거면 평생을 속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았다는 것을 알아챈 그가 그때는 더 한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무엇보다 임유진 본인이 그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못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감정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임유진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저택 내부를 둘러보았다.

저택은 무척이나 넓었고 위에는 다락방도 있었다.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나 봤던 양반집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집 안에는 연꽃 모양의 물건들이 많이 놓여있었다.

연꽃 모양의 도자기를 시작으로 나무 기둥과 벽에도 연꽃 그림이 있었고 가구에도 빠짐없이 연꽃이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 뒷마당에는 연꽃이 피어있는 작은 연못도 있었다.

연꽃이 필 계절은 이미 지났는데도 여기 있는 연꽃들은 너무 예쁘게 피어있어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집주인이 어지간히도 연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곳에 갇혔던 여자가 연꽃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임유진도 연꽃을 좋아하고 있고 그 이유는 연꽃이 고귀함과 깨달음의 상징이라서이다.

임유진은 구경을 마치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강지혁을 찾아다녔다.

이 저택에 갇힌 것은 맞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제약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즉 이 저택 안에서만큼은 그녀는 ‘자유’였다.

긴 복도를 거닐던 그때 제일 끝쪽에 있는 방을 발견하고 임유진의 발걸음이 멈췄다.

며칠 전 강지혁이 이 복도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방은 이것뿐이니 혹시 강지혁은 지금 이 방에 있는 건 아닐까?

임유진은 일단 가볍게 방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고 그녀는 천천히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무척이나 깜깜하고 어두웠다.

방은 크지 않았고 창문은 암막 커튼으로 전부 쳐져 있었다.

그리고 방안의 인테리어는 무척이나 심플했다. 아니, 지나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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