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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 강지혁이 자신을 작정하고 이곳에 가두려고 한 이상 이 방문을 나갈 수는 있어도 이 저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걸어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옷가지들이 있었다.

“일어났어?”

그는 침에 위에 앉아 온몸에 이불을 돌돌 말은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

임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그를 노려만 보았다.

강지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그녀 앞으로 다가가 옷을 내밀었다.

“갈아입을 옷 가지고 왔어. 이리 와, 입혀줄게. 사이즈 맞나 보게.”

“내가 입을 수 있어!”

임유진은 이불을 꽉 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 그럼. 네가 알아서 입어.”

강지혁은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옷을 그녀의 옆에 올려두었다.

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안 나가는거지?

이렇게 빤히 지켜보면 갈아입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강지혁은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챈 듯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전에 함께 살았을 때는 내 앞에서 잘만 갈아입었잖아.”

“그때는 네가 내 남자친구였으니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건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지금의 너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 말에 강지혁의 안색이 미세하게 변하더니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

“이제 됐지? 안 볼 테니까 갈아입어.”

강지혁은 방에서 나가는 것이 아닌 그저 눈만 감았다.

임유진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잘생긴 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 이러고 있으니 마치 하나의 정교한 조각상이 따로 없었다.

한참을 넋을 놓고 있던 그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애써 눈을 돌리고 그가 가져온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녀는 강지혁의 시선이 지금 차단된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옷을 갈아입을 때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다... 입었어.”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강지혁은 그제야 두 눈을 뜨고는 예쁜 눈동자로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

“얼굴이 빨개진 건 나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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