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661 챕터

제61화 동거

권재민의 고집에 강윤아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집은 제가 직접 찾아도 되니 도와주지 않으셔도 됩니다.”만약 권재민이 나서서 찾아준다면 아마 강윤아가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집을 구할 지도 모른다. 물론 권재민이 비용 부담을 할 테지만 그래도 그 호의를 아무렇지 않게 받는 건 어쩐지 미안했다.그 생각을 읽었는지 권재민은 강윤아를 힐끗 흘겨봤다.“제가 이미 결정한 일에 대한 반박은 거절하죠.”이윽고 거절할 새도 없이 강윤아의 어깨를 밀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됐어요. 얼른 가서 짐 싸요. 지금 이 상황에서 여기서 더 지낼 수도 없잖아요?”그 말은 확실히 강윤아더러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집안에 자기도 모르는 새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생각만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때, 은찬이 인기척을 들었는지 방안에서 쪼르르 달려 나왔다.“아빠, 오셨어요? 그런데 여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요?”“은찬아.”자기한테로 달려온 은찬의 머리를 권재민은 톡톡 두드렸다.“너와 엄마가 이사하는 것 좀 도와주려고 왔어.”물론 그 연유를 몰랐지만 은찬은 권재민의 말이라면 믿고 보기에 무의식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럼 은찬이도 얼른 짐 싸. 엄마 혼자 고생하게 하지 말고.”“네!”권재민의 말에 은찬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제 물건은 제가 직접 정리할 수 있어요. 엄마가 도와주지 않아도 돼요.”으쓱해하며 방으로 달려가는 은찬을 보더니 권재민은 다시 시선을 강윤아에게로 돌렸다.“봐요, 은찬이도 얌전히 짐 싸러 갔는데 윤아 씨는 계속 그렇게 서 있기만 할 거예요?”끝내 강윤아는 짐 한 상자를 들고 은찬과 함께 권재민의 차에 올라탔다.차에 앉은 순간부터 강윤아는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권재민이 저들을 어디로 데려갈지 가늠이 가지 않는 데다, 이것으로 또 권재민에게 빚을 지게 된 셈이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차가 웬 별장 앞에 천천히 멈춰서더니 권재민이 강윤아를 도와 차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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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꿈이 아니야!

강윤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권재민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말없이 걸으면서도 속으로는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이 시간에 방 구경이라니? 남녀가 유별난데 이게 맞나?’강윤아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끝까지 놓지 않은 채 발버둥쳣다.“저…… 저 이제 쉬고 싶어요.”그 말에 권재민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바라봤다. 조금 전 마셨던 술이 적은 양이 아니다 보니 권재민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 있었고 살짝 나른한 목소리에는 유혹이 철철 넘쳐흘렀다.“나는 내 방 아무나 구경시켜 주지 않는데. 정말 보고 싶지 않아요?”팽팽하게 당겨졌던 이성이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순간 강윤아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권재민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권재민은 강윤아를 침대 쪽으로 끌어갔다. 멍하니 뒤따라가던 강윤아가 이상함을 느꼈을 때, 몸은 이미 침대에 넘어진 채 권재민의 두 팔 사이에 가둬졌다.“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윤아의 얼굴은 한층 더 붉어졌다. 이윽고 두 팔을 뻗어 권재민의 가슴을 밀어 버리며 그의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하지만 발그스름한 강윤아의 얼굴은 권재민의 눈에 오히려 더 매혹적으로 다가왔다.“윤아 씨.”권재민은 강윤아의 귓가에 입술을 내고 나지막하게 속살거렸다.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는 순간 강윤아는 몸을 잘게 떨었다. 심지어 이 순간 느끼지 말아야 할 충동이 무섭게 피어났다.그 순간, 강윤아는 이성을 잃기라도 한 듯 손을 뻗어 권재민의 목을 감더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강윤아의 말캉한 입술이 자기 입술 위에 포개지는 순간 권재민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술에 취하면 적극적으로 변하는 강윤아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기도 잠시, 곧바로 주도권을 빼앗아 자기 혀를 강윤아의 잇새 사이로 밀어 넣었다.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 강윤아는 멍하니 주위를 살피며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확인했다.하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나른하고 뻐근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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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심해지다

한편, 송해나는 자기가 심어둔 메이드한테서 강윤아가 권재민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뭐? 그게 정말이야?”비서 실장이 사뭇 진지하게 말했지만 송해나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비서 실장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정말입니다. 별장에 심어둔 메이드한테서 직접 들은 소식입니다. 강윤아 씨가 권 대표의 방까지 드나들었다고요.”송해나는 손에 쥔 핸드폰을 당장이라도 박살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솔직히 송해나도 권재민의 집에서 지낸 적은 있지만 권재민의 방에서 지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권재민이 먼저 제안한 경우는 더더욱!하룻밤 지내기는커녕 발을 들여놓을 기회조차 없었는데 강윤아는 권재민 집에서 처음 지내면서 첫날 바로 안방에 들어갔다니! ‘그 여자가 대체 뭔데?’“아가씨, 너무 화내지 마세요. 이게 다 뭐겠습니까? 강윤아가 사람 홀리는 재주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그 여자의 본모습이 드러나면 권 대표님도 그 여자를 내치실 겁니다!”비서 실장은 송해나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다급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하지만 그런 위로에 화가 쉽게 풀릴 리 없었다. 송해나는 오히려 핸드폰을 부서질 정도로 꽉 쥐고는 이를 악물며 말을 뱉어냈다.“그 여자가 본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나더러 기다리라는 거야? 안돼, 난 더 이상 그 여자가 그렇게 날뛰는 꼴 두고 볼 수 없어!”“아가씨, 그런 여자와 똑같이 굴면 안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여자 어디가 아가씨보다 뛰어난 곳이 있습니까? 지금은 권 대표님이 잠시 그 여자한테 현혹된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 절대 조급해하면 안 돼요.”비서 실장은 아부를 해대며 송해나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썼지만 기분을 풀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화만 더 돋웠다.“내가 조급해하지 않게 생겼어? 내가 전에 아무것도 안 해서 그 여자가 이젠 재민 씨 집까지 들어갔잖아! 여기서 더 조치하지 않았다가 두 사람이 혼인신고라도 해버리면 어쩌라고?”“그건…… 그렇지만 아가씨께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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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해고

“내가 착각했다고요? 이 여자가 미쳤나? 지금 누구더러 착각했다는 거예요? 착각은 그쪽이 하고 있는 거겠죠. 해고당했으면서 출근하는 건 대체 뭐예요? 동정심이라도 사려고 그러나?”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여직원의 눈빛은 강윤아를 비웃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강윤아는 완전히 멍해졌다. ‘해고라니? 언제? 나 그런 통지 받은 적 없는데?’강윤아는 너무 구차해 보이고 싶지 않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되물었다.“그…… 그 소식은 어디서 들었어요? 저는…… 그런 통지 받은 적 없는데요.”“하. 해고당했으면서도 모르다니 불쌍한 사람이었네.”여직원은 정확한 대답을 주는 대신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한번 비웃고는 다시 자기 일을 계속했다.강윤아는 난감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떡하니 서서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무실 안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한테 집중되자 분명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결국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허둥지둥 사무실을 나간 강윤아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끝내 인사팀에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인사팀 직원들은 강윤아가 올 걸 예상하기라도 한 듯 힐끗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적으로 물었다.“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죠?”“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면접을 본 강윤아라고 합니다. 그날 분명히 합격 통지를 받고 사원증까지 받았는데 오늘 출근하니 제가 해고되었다고 하던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강윤아의 물음에 인사팀 직원은 미안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아, 강윤아 씨군요. 사실은 그 면접관은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거든요. 때문에 그분이 책임지던 모든 업무도 따라서 중지되었고 면접도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통지하는 걸 깜빡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강윤아는 서운했지만 예의상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잔뜩 풀이 죽어 회사를 나온 강윤아는 속으로 왜 하필 자기한테만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지 한탄했다. 어렵게 찾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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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한을 풀다

권재민은 강윤아를 데리고 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그 때문인지 진성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이번 일을 꾸민 인사팀 직원과 강윤아 자리를 대신한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진성의 결정을 들은 직원들은 당연히 이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에는 아침에 강윤아를 비웃던 직원들도 속해있었다.그도 그럴 게, 직원들은 모두 강윤아가 아무런 뒷배도 없는 일개 사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 이유 없이 해고 통보를 받을 리는 없으니까.그런데 알고 보니 뒷배가 없는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니.진성이 나서서 강윤아의 뒤를 봐주니 사람들은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곧이곧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해고된 여직원도 이대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게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 강윤의 옆에 앉아 있는 남자가 권재민이라는 걸 발견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어? 저기 봐요. 사장님과 강윤아라는 여자 사이에 앉은 분, 권재민 대표님 아니에요?”“그러고 보니 진짜네요…… 헉! 저 여자가 권재민 대표님이랑도 친분 있는 사었네요. 어쩐지 사장님까지 나선다 했어요.”“두 사람 혹시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겠죠? 권 대표님이 언제 여자를 위해 나선 적 있나요? 권 대표님 곁에 송해나 외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걸 처음 보는 것 같아요.”“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송해나가 이번에 저 듣보잡 여자한테 진 것 같지 않아요?”아래에서 수군거리는 내용을 들어보면 대개 강윤아를 질투하는 말들이었다.그러던 그때, 진성이 몸을 돌려 강윤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강윤아 씨, 아침에 있었던 일은 모두 오해입니다. 이제 오해가 풀렸으니 다시 회사로 출근하세요. 여전히 원래 직급과 연봉을 그리겠습니다. 어떤가요?”“저…….”강윤아가 입을 뻐금거리며 이제 갓 한 글자를 내뱉었을 때, 옆에 있던 권재민이 끼어들었다.“아니요. 이런 회사는 저희도 싫습니다. 우리가 여기 찾아온 이유도 그저 한을 풀 겸, 진 사장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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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너한테 달렸어!

한편, 모 커피숍 안. 송해나는 웬 잘생긴 남자와 마주 보고 앉아 있다.그때,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송해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누나,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나는 불렀어?”송해나는 퉁명스럽게 남자를 째려봤다.“왜겠어? 이게 다 네 사촌 형 때문이잖아!”그 순간,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선글라스를 벗은 남자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옆에 앉은 일행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야. 저쪽 한 번 봐봐. 저 사람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 권은우 아니야?”“헐, 대박. 진짜네. 사인받을 수 있을까?”옆에 있던 소녀가 얼빠진 얼굴로 낮게 중얼거렸다.언제나 티브이에서만 보던 연예인이 떡하니 눈앞에 나타났으니 설레는 것도 당연했다.옆에 있던 소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권은우 앞에 앉아 있는 아우라 있는 여자를 보더니 황급히 말렸다.“아니야. 지금 여자친구랑 데이트 중일 수도 있는데 귀찮게 하는 거 실례야.”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권은우는 두 소녀가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눈웃음을 쳤다.이윽고 고개를 돌려 두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괜찮아. 사인받고 싶으면 해줄게.”두 소녀는 권은우가 저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지라 잔뜩 신이 나서 펜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사인을 받은 뒤 연신 감사 인사를 해댔다.“고마워요! 은우 오빠는 우리가 본 연예인 중에서 가장 친근한 분 같아요!”두 소녀가 받은 사인을 가지고 만족해하며 떠나가자 옆에서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송해나가 피식 웃었다.“넌 참 한결같네.”사람마다 권은우가 대스타라는 걸 알지만 그가 권재민의 사촌 동생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그때 권은우가 팔짱을 끼며 여유롭게 송해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누나,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송해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권은우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요즘 재민 씨 옆에 웬 여자가 나타났어. 지금 아예 재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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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좋은 가격에 팔리다

이건 송해나를 도와주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권은우 본인의 가족을 위해서기도 하다. 때문에 강윤아가 권재민 곁을 떠나는 건 권은우도 바라는 바다.‘우리 형…… 만약 강윤아가 본인을 두고 다른 남자를 선택한 걸 알면 어떤 표정을 할까? 참 기대되네.’하지만…… 강윤아의 생활 경력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 친부가 대체 누구길래 송해나조차 조사해 내지 못했는지도 의문이었다.‘그런데 형도 참 웃긴단 말이야. 아이까지 딸린 여자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지?’권은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자기도 기회를 찾아 강윤아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흥분됐다.‘어떤 우연을 가장하면 좋을까나?’다음날, 권재민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은찬을 데리러 함께 오지 못해 강윤아 혼자만 유치원에 도착했다.“엄마, 오늘 아빠는 왜 안 왔어요?”강윤아의 손을 잡은 은찬이 의아한 듯 물었다.“아빠가 분명 아침에 나 데리러 오겠다고 했는데.”은찬이 언제부터 권재민을 이토록 따르기 시작했는지 강윤아도 알 수 없었다.‘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생각을 잠시 접어둔 뒤 강윤아는 마치 삐진 것처럼 퉁명스럽게 말했다.“왜? 엄마가 데리러 오는 건 싫어?”은찬은 얼른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아니요. 엄마랑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면 더 좋겠다는 뜻이었어요.”그 말에 강윤아의 표정은 일순 의미심장해지더니 한참을 침묵한 뒤에야 낮게 물었다.“그러면 앞으로 아저씨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면 슬퍼?”“당연하죠!”은찬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더니 이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강윤아를 쳐다봤다.“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데요? 계속 지금처럼 같이 지내면 얼마나 좋아요.”강윤아는 순간 뭐라 답해야 할 지 몰랐다. 솔직히 강윤아 본인도 권재민과 대체 무슨 관계인지 의문이었다.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김칫국을 들이마시는 것 같아 보였다. 어찌 됐든 권재민이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 없으니까.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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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꾀병

“은찬아, 왜 그래?”강윤아의 다급한 물음에 은찬은 배를 끌어안으며 불쌍하게 대답했다.“엄마, 저 배 아파요…….”그 옆에서 권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은찬을 바라봤다. 은찬이가 꾀병을 부린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상황에 끼어들어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반면 강윤아는 더 이상 권은우를 신경 쓸 새 없이 오직 은찬을 데리고 얼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따문에 하는 수없이 권은우를 향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죄송해요. 은찬이가 갑자기 몸이 안 좋대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식사는 먼저 혼자 하셔야 할 것 같네요.”권은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윤아가 먼저 계산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하지만 레스토랑 밖에 나와 갓길에서 택시를 잡으려 할 때 은찬이가 강윤아를 잡아당겼다.“엄마, 저 병원 안 갈래요.”강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물었다.“너 배 아프다면서 병원 안 가면 어떡해?”“이제 안 아파요.”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의심의 눈초리로 찬찬히 살펴보니 은찬의 얼굴에는 고통의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은찬이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걸 발견한 강윤아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급기야 레스토랑에 혼자 버려진 은인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은찬아, 너 아까 그 아저씨를 왜 그렇게 싫어해?”“아무튼 싫어요!”은찬은 입을 삐죽거리며 실속있게 말했다.“싫다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이유를 대라고 하니 은찬은 오히려 입을 꾹 다물고 말뚝처럼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찬의 이런 모습에 강윤아는 어이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권은우는 큰 도움을 준 은인인데 은찬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결국은 은찬이가 성깔을 부린다는 생각에 가는 길 내내 은찬을 설교했다.“은찬아, 그 아저씨는 우리를 도와주신 분이야. 그런 고마운 분한테 왜 그렇게 버릇없이 굴어? 네가 계속 이러면 앞으로 누가 또 너를 도와주겠어?”인내심 있게 처음부터 가르친다는 심정으로 강윤아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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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괴롭힘

이른 아침, 권재민은 방에서 나오기 바쁘게 거실로 가서 가사도우미를 불렀다.“은찬이가 아직 어리니 앞으로 매일 아침 우유를 준비해 줘요.”권재민의 당부에 가사도우미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주방으로 가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권재민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 사이 이미 메이드 한 명이 달려가 문을 열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문밖에서 웬 젊은 미모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저 권재민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 정도에 분위기 있는 여성을 보는 순간 메이드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 여자가 권재민의 고모라는 걸.“아가씨, 안으로 들어오세요.”권지윤은 권재민의 고모지만 권재민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다. 서열로 따지면 권재민 아버지의 형제 중 막내다.“고모,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권재민은 의외라는 듯 물으며 자연스럽게 권지윤 손에 들린 가방을 받아 들었다.이에 권지윤은 피식 웃으며 살짝 삐진 듯한 말투로 쏘아붙였다.“왜? 내가 오는 게 싫어? 그럼 갈까?”“고모,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권재민이 다급히 말했다.“그래, 됐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할게. 사실은 나 요즘 한동안은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권지윤은 권재민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갑자기 무슨 일이지?’권재민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하지만 권진윤은 어찌 됐든 고모이기에 결국은 동의했다.“고모가 지나고 싶다면 저야 오히려 영광이죠.”이에 권지윤은 재밌는 듯 권재민을 슬쩍 보더니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농담조로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되도록 적게 머물다 갔으면 하고 있지?”솔직히 권재민은 자기 고모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인사치레로 싱긋 웃으며 바로 부인했다.“그럴 리가요. 고모도 참, 저 그렇게 놀리지 마세요.”그런데 그때, 갓 깨어난 강윤아는 권지윤이 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하품을 하며 2층에서 걸어 내려왔다. 심지어 이 집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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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책임 회피

식사를 마친 뒤 권지윤은 젓가락을 바닥에 휙 집어 던졌다.“나 이따가 나가 봐야 해. 참, 내가 우리 강아지도 데려왔으니 강윤아 씨가 잘 돌봐줘.”말을 하는 동시에 권지윤은 메이드더러 자기의 강아지를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권지윤의 그런 행동은 강윤아를 하인 취급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심지어 강아지라기도 무색할 만큼 덩치가 큰 대형견을 보자 겁이 덜컥 났지만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목줄을 손에 잡았다.하지만 대형견은 낯선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지 이리저리 맴돌아 강윤아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강윤아의 겁먹은 모습에 권지윤은 피식 웃으며 경멸하는 투로 말했다.“이런 것도 무서워하다니 뭘 제대로 하겠어?”“아…… 아니에요.”강윤아가 낮은 소리로 반박하자 권지윤은 강윤아를 가볍게 슥 흘겨보며 말했다.“아니면 다행이고. 얘 물 건너온 애야. 길에서 고생했으니 목욕 좀 시켜.”결국 대형견을 화장실로 끌고 간 강윤아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대형견은 진상을 부려댔다. 심지어 샤워기를 갖다 대자 “월월” 큰 소리로 짖으며 강윤아를 뛰어넘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아!”강윤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대형견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휘청거리자 보다 못한 메이드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게요.”“돕긴 뭘 도와? 내가 언제 도와주라고 했어? 이렇게 간단한 일도 못 하면 무슨 쓸모가 있어? 나 이미 말했어. 누구도 거들지 마, 혼자 하게 해!”권지윤은 위엄 가득한 말투로 경고를 날렸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이드가 강윤아를 돕고 싶어도 권지윤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묵묵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결국 강윤아는 두려움과 불안을 꾹꾹 눌러 참으며 몸을 웅크려 대형견을 목욕시켜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형견이 계속 마구 움직여 대고 가만있지 않는 바람에 강윤아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그러다가 반쯤 씻겼을 때, 대형견은 끝내 강윤아가 한눈을 파는 사이 화장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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