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모 커피숍 안. 송해나는 웬 잘생긴 남자와 마주 보고 앉아 있다.그때,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송해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누나,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나는 불렀어?”송해나는 퉁명스럽게 남자를 째려봤다.“왜겠어? 이게 다 네 사촌 형 때문이잖아!”그 순간,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선글라스를 벗은 남자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옆에 앉은 일행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야. 저쪽 한 번 봐봐. 저 사람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 권은우 아니야?”“헐, 대박. 진짜네. 사인받을 수 있을까?”옆에 있던 소녀가 얼빠진 얼굴로 낮게 중얼거렸다.언제나 티브이에서만 보던 연예인이 떡하니 눈앞에 나타났으니 설레는 것도 당연했다.옆에 있던 소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권은우 앞에 앉아 있는 아우라 있는 여자를 보더니 황급히 말렸다.“아니야. 지금 여자친구랑 데이트 중일 수도 있는데 귀찮게 하는 거 실례야.”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권은우는 두 소녀가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눈웃음을 쳤다.이윽고 고개를 돌려 두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괜찮아. 사인받고 싶으면 해줄게.”두 소녀는 권은우가 저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지라 잔뜩 신이 나서 펜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사인을 받은 뒤 연신 감사 인사를 해댔다.“고마워요! 은우 오빠는 우리가 본 연예인 중에서 가장 친근한 분 같아요!”두 소녀가 받은 사인을 가지고 만족해하며 떠나가자 옆에서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송해나가 피식 웃었다.“넌 참 한결같네.”사람마다 권은우가 대스타라는 걸 알지만 그가 권재민의 사촌 동생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그때 권은우가 팔짱을 끼며 여유롭게 송해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누나,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송해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권은우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요즘 재민 씨 옆에 웬 여자가 나타났어. 지금 아예 재민 씨
이건 송해나를 도와주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권은우 본인의 가족을 위해서기도 하다. 때문에 강윤아가 권재민 곁을 떠나는 건 권은우도 바라는 바다.‘우리 형…… 만약 강윤아가 본인을 두고 다른 남자를 선택한 걸 알면 어떤 표정을 할까? 참 기대되네.’하지만…… 강윤아의 생활 경력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 친부가 대체 누구길래 송해나조차 조사해 내지 못했는지도 의문이었다.‘그런데 형도 참 웃긴단 말이야. 아이까지 딸린 여자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지?’권은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자기도 기회를 찾아 강윤아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흥분됐다.‘어떤 우연을 가장하면 좋을까나?’다음날, 권재민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은찬을 데리러 함께 오지 못해 강윤아 혼자만 유치원에 도착했다.“엄마, 오늘 아빠는 왜 안 왔어요?”강윤아의 손을 잡은 은찬이 의아한 듯 물었다.“아빠가 분명 아침에 나 데리러 오겠다고 했는데.”은찬이 언제부터 권재민을 이토록 따르기 시작했는지 강윤아도 알 수 없었다.‘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생각을 잠시 접어둔 뒤 강윤아는 마치 삐진 것처럼 퉁명스럽게 말했다.“왜? 엄마가 데리러 오는 건 싫어?”은찬은 얼른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아니요. 엄마랑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면 더 좋겠다는 뜻이었어요.”그 말에 강윤아의 표정은 일순 의미심장해지더니 한참을 침묵한 뒤에야 낮게 물었다.“그러면 앞으로 아저씨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면 슬퍼?”“당연하죠!”은찬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더니 이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강윤아를 쳐다봤다.“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데요? 계속 지금처럼 같이 지내면 얼마나 좋아요.”강윤아는 순간 뭐라 답해야 할 지 몰랐다. 솔직히 강윤아 본인도 권재민과 대체 무슨 관계인지 의문이었다.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김칫국을 들이마시는 것 같아 보였다. 어찌 됐든 권재민이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 없으니까.그렇
“은찬아, 왜 그래?”강윤아의 다급한 물음에 은찬은 배를 끌어안으며 불쌍하게 대답했다.“엄마, 저 배 아파요…….”그 옆에서 권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은찬을 바라봤다. 은찬이가 꾀병을 부린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상황에 끼어들어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반면 강윤아는 더 이상 권은우를 신경 쓸 새 없이 오직 은찬을 데리고 얼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따문에 하는 수없이 권은우를 향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죄송해요. 은찬이가 갑자기 몸이 안 좋대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식사는 먼저 혼자 하셔야 할 것 같네요.”권은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윤아가 먼저 계산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하지만 레스토랑 밖에 나와 갓길에서 택시를 잡으려 할 때 은찬이가 강윤아를 잡아당겼다.“엄마, 저 병원 안 갈래요.”강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물었다.“너 배 아프다면서 병원 안 가면 어떡해?”“이제 안 아파요.”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의심의 눈초리로 찬찬히 살펴보니 은찬의 얼굴에는 고통의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은찬이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걸 발견한 강윤아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급기야 레스토랑에 혼자 버려진 은인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은찬아, 너 아까 그 아저씨를 왜 그렇게 싫어해?”“아무튼 싫어요!”은찬은 입을 삐죽거리며 실속있게 말했다.“싫다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이유를 대라고 하니 은찬은 오히려 입을 꾹 다물고 말뚝처럼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찬의 이런 모습에 강윤아는 어이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권은우는 큰 도움을 준 은인인데 은찬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결국은 은찬이가 성깔을 부린다는 생각에 가는 길 내내 은찬을 설교했다.“은찬아, 그 아저씨는 우리를 도와주신 분이야. 그런 고마운 분한테 왜 그렇게 버릇없이 굴어? 네가 계속 이러면 앞으로 누가 또 너를 도와주겠어?”인내심 있게 처음부터 가르친다는 심정으로 강윤아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른 아침, 권재민은 방에서 나오기 바쁘게 거실로 가서 가사도우미를 불렀다.“은찬이가 아직 어리니 앞으로 매일 아침 우유를 준비해 줘요.”권재민의 당부에 가사도우미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주방으로 가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권재민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 사이 이미 메이드 한 명이 달려가 문을 열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문밖에서 웬 젊은 미모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저 권재민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 정도에 분위기 있는 여성을 보는 순간 메이드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 여자가 권재민의 고모라는 걸.“아가씨, 안으로 들어오세요.”권지윤은 권재민의 고모지만 권재민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다. 서열로 따지면 권재민 아버지의 형제 중 막내다.“고모,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권재민은 의외라는 듯 물으며 자연스럽게 권지윤 손에 들린 가방을 받아 들었다.이에 권지윤은 피식 웃으며 살짝 삐진 듯한 말투로 쏘아붙였다.“왜? 내가 오는 게 싫어? 그럼 갈까?”“고모,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권재민이 다급히 말했다.“그래, 됐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할게. 사실은 나 요즘 한동안은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권지윤은 권재민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갑자기 무슨 일이지?’권재민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하지만 권진윤은 어찌 됐든 고모이기에 결국은 동의했다.“고모가 지나고 싶다면 저야 오히려 영광이죠.”이에 권지윤은 재밌는 듯 권재민을 슬쩍 보더니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농담조로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되도록 적게 머물다 갔으면 하고 있지?”솔직히 권재민은 자기 고모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인사치레로 싱긋 웃으며 바로 부인했다.“그럴 리가요. 고모도 참, 저 그렇게 놀리지 마세요.”그런데 그때, 갓 깨어난 강윤아는 권지윤이 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하품을 하며 2층에서 걸어 내려왔다. 심지어 이 집을 마
식사를 마친 뒤 권지윤은 젓가락을 바닥에 휙 집어 던졌다.“나 이따가 나가 봐야 해. 참, 내가 우리 강아지도 데려왔으니 강윤아 씨가 잘 돌봐줘.”말을 하는 동시에 권지윤은 메이드더러 자기의 강아지를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권지윤의 그런 행동은 강윤아를 하인 취급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심지어 강아지라기도 무색할 만큼 덩치가 큰 대형견을 보자 겁이 덜컥 났지만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목줄을 손에 잡았다.하지만 대형견은 낯선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지 이리저리 맴돌아 강윤아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강윤아의 겁먹은 모습에 권지윤은 피식 웃으며 경멸하는 투로 말했다.“이런 것도 무서워하다니 뭘 제대로 하겠어?”“아…… 아니에요.”강윤아가 낮은 소리로 반박하자 권지윤은 강윤아를 가볍게 슥 흘겨보며 말했다.“아니면 다행이고. 얘 물 건너온 애야. 길에서 고생했으니 목욕 좀 시켜.”결국 대형견을 화장실로 끌고 간 강윤아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대형견은 진상을 부려댔다. 심지어 샤워기를 갖다 대자 “월월” 큰 소리로 짖으며 강윤아를 뛰어넘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아!”강윤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대형견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휘청거리자 보다 못한 메이드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게요.”“돕긴 뭘 도와? 내가 언제 도와주라고 했어? 이렇게 간단한 일도 못 하면 무슨 쓸모가 있어? 나 이미 말했어. 누구도 거들지 마, 혼자 하게 해!”권지윤은 위엄 가득한 말투로 경고를 날렸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이드가 강윤아를 돕고 싶어도 권지윤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묵묵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결국 강윤아는 두려움과 불안을 꾹꾹 눌러 참으며 몸을 웅크려 대형견을 목욕시켜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형견이 계속 마구 움직여 대고 가만있지 않는 바람에 강윤아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그러다가 반쯤 씻겼을 때, 대형견은 끝내 강윤아가 한눈을 파는 사이 화장실을
그때, 밖에서 갑자기 부슬부슬 빗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에 밖을 내다본 권재민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강윤아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데 강윤아는 분명히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강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권재민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권재민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한 부하가 급히 그를 가로막았다. “대표님, 이런 일은 저희를 시키시면 됩니다. 지금 밖에 비가 오고 있으니, 가만히 별장에 계시는 게 좋겠어요. 밖으로 나가지 말고요.”“안 돼.”권재민은 말없이 그의 제의를 거절하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갑자기 쏟아진 빗줄기에 강윤아의 머리카락과 옷은 흠뻑 젖어있었다. 하지만 권지윤이 반려견을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강윤아는 비를 맞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젖은 머리를 옆으로 넘기고, 계속 반려견을 찾아다녔다. 빗물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어 길도 잘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윤아 씨, 윤아 씨.”그 소리에 강윤아가 어리둥절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권재민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아 씨.”강윤아를 찾으려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권재민도 마침 강윤아를 발견했다.그녀를 본 순간, 권재민은 황급히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비에 홀딱 젖은 그녀의 모습에 강윤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우산을 씌워주고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강윤아에게 입혀주었다.“왜 이렇게 늦었어?”권재민은 정색하며 물었다.“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전화라도 받으면 모를까, 내가 전화해도 받지 않아서 내가 얼마나 조급했는지 알아?”“그게••••••.”강윤아는 권재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권재민은 강윤아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
권지윤은 권재민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당연히 알고 있다. 자신이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이 강윤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그녀는 조용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강윤아를 더욱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강윤아는 여우 같은 존재라고 확신했다.권지윤은 권재민이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분노를 강윤아에게 쏟아냈다. 그녀는 분명 강윤아가 권재민을 현혹시켰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권재민이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권재민이 이미 그렇게 분명하게 말했기 때문에 권지윤도 뻔뻔하게 여기에서 계속 살 수 없어 오후에는 원치 않는 짐을 싸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마침 방을 지나가던 강윤아는 짐을 싸는 소리를 듣고 잠시 마음이 착잡해졌다.비록 권지윤이 그녀에게 심한 짓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지윤은 어쨌든 권재민의 고모이다. 그런데 권재민은 자신의 고모가 아니라 강윤아 편을 든 것이다.강윤아의 마음은 갑자기 따듯해졌다. 전에 권재민에게 화가 났던 것도 머릿속에서 잊혀졌다.“강윤아.”강윤아가 잠시 넋을 놓고 생각에 빠졌는데, 뒤에서 갑자기 권지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언제 방에서 나왔는지, 권지윤이 그녀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지금 엄청 우쭐하지?”권지윤이 냉소했다.‘우쭐하다고?’강윤아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권지윤이 이사를 간다는 사실에 조금 기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쭐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가 우쭐해할 게 뭐가 있어요?”“참나.”권지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응어리로 가득 차 있었다.“내 앞에서까지 연기할 필요는 없어. 강윤아. 자신의 신분을 똑바로 아는 것이 좋을 거야. 네가 정말 재벌가로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 경고하는 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권지윤은 강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지금 내가 비록 이 집을
권재민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저 팔찌 좀 이리 가져와 봐.”직원은 권재민이 강윤아 옆에 서서 그녀를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두 사람이 아마 연인 사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하지만 강윤아는 한눈에 봐도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국내 의류 브랜드에는 익숙하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에 대해서는 생소했다. 게다가 권재민은 오늘 해외 유명 디자이너에게 맞춤 제작을 의뢰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은 더더욱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강윤아 옆에 있는 남자도 부자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권재민이 틀림없이 짝퉁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전부 자신의 여자 친구 앞에서 자신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직원은 그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권재민은 자신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직원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내가 지금 말하잖아. 안 들려? 저 팔찌를 꺼내보라니까?”직원의 마음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어쨌든 고객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들이 살 수 없을 것 같아도 그녀는 할 수 없이 팔찌를 꺼내 권재민에게 건넸다.권재민은 팔찌를 받아 들고 두말없이 강윤아의 손목에 끼웠다. 그러더니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예쁘네요. 역시 당신은 보는 안목이 있어요.”그 말에 강윤아는 부끄러워서 팔찌를 빼려고 했지만, 권재민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예쁜데 그냥 끼고 있어요.”한편, 직원은 무표정하게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명히 살 능력도 없으면서 연기하는 것일 거야. 이따가 계산할 때 어떻게 하는지 한 번 두고 봐야지.’그러자 직원은 아예 카드 결제기를 가져와 권재민에게 건넸다.“계산은 카드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현금으로 하시겠습니까?”권재민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대답 대신 다른 팔찌를 돌아보더니 육백 만 원짜리 팔찌를 가리키며 말했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