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권재민은 방에서 나오기 바쁘게 거실로 가서 가사도우미를 불렀다.“은찬이가 아직 어리니 앞으로 매일 아침 우유를 준비해 줘요.”권재민의 당부에 가사도우미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주방으로 가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권재민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 사이 이미 메이드 한 명이 달려가 문을 열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문밖에서 웬 젊은 미모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저 권재민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 정도에 분위기 있는 여성을 보는 순간 메이드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 여자가 권재민의 고모라는 걸.“아가씨, 안으로 들어오세요.”권지윤은 권재민의 고모지만 권재민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다. 서열로 따지면 권재민 아버지의 형제 중 막내다.“고모,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권재민은 의외라는 듯 물으며 자연스럽게 권지윤 손에 들린 가방을 받아 들었다.이에 권지윤은 피식 웃으며 살짝 삐진 듯한 말투로 쏘아붙였다.“왜? 내가 오는 게 싫어? 그럼 갈까?”“고모,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권재민이 다급히 말했다.“그래, 됐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할게. 사실은 나 요즘 한동안은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권지윤은 권재민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갑자기 무슨 일이지?’권재민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하지만 권진윤은 어찌 됐든 고모이기에 결국은 동의했다.“고모가 지나고 싶다면 저야 오히려 영광이죠.”이에 권지윤은 재밌는 듯 권재민을 슬쩍 보더니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농담조로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되도록 적게 머물다 갔으면 하고 있지?”솔직히 권재민은 자기 고모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인사치레로 싱긋 웃으며 바로 부인했다.“그럴 리가요. 고모도 참, 저 그렇게 놀리지 마세요.”그런데 그때, 갓 깨어난 강윤아는 권지윤이 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하품을 하며 2층에서 걸어 내려왔다. 심지어 이 집을 마
식사를 마친 뒤 권지윤은 젓가락을 바닥에 휙 집어 던졌다.“나 이따가 나가 봐야 해. 참, 내가 우리 강아지도 데려왔으니 강윤아 씨가 잘 돌봐줘.”말을 하는 동시에 권지윤은 메이드더러 자기의 강아지를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권지윤의 그런 행동은 강윤아를 하인 취급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심지어 강아지라기도 무색할 만큼 덩치가 큰 대형견을 보자 겁이 덜컥 났지만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목줄을 손에 잡았다.하지만 대형견은 낯선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지 이리저리 맴돌아 강윤아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강윤아의 겁먹은 모습에 권지윤은 피식 웃으며 경멸하는 투로 말했다.“이런 것도 무서워하다니 뭘 제대로 하겠어?”“아…… 아니에요.”강윤아가 낮은 소리로 반박하자 권지윤은 강윤아를 가볍게 슥 흘겨보며 말했다.“아니면 다행이고. 얘 물 건너온 애야. 길에서 고생했으니 목욕 좀 시켜.”결국 대형견을 화장실로 끌고 간 강윤아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대형견은 진상을 부려댔다. 심지어 샤워기를 갖다 대자 “월월” 큰 소리로 짖으며 강윤아를 뛰어넘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아!”강윤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대형견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휘청거리자 보다 못한 메이드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게요.”“돕긴 뭘 도와? 내가 언제 도와주라고 했어? 이렇게 간단한 일도 못 하면 무슨 쓸모가 있어? 나 이미 말했어. 누구도 거들지 마, 혼자 하게 해!”권지윤은 위엄 가득한 말투로 경고를 날렸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이드가 강윤아를 돕고 싶어도 권지윤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묵묵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결국 강윤아는 두려움과 불안을 꾹꾹 눌러 참으며 몸을 웅크려 대형견을 목욕시켜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형견이 계속 마구 움직여 대고 가만있지 않는 바람에 강윤아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그러다가 반쯤 씻겼을 때, 대형견은 끝내 강윤아가 한눈을 파는 사이 화장실을
그때, 밖에서 갑자기 부슬부슬 빗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에 밖을 내다본 권재민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강윤아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데 강윤아는 분명히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강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권재민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권재민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한 부하가 급히 그를 가로막았다. “대표님, 이런 일은 저희를 시키시면 됩니다. 지금 밖에 비가 오고 있으니, 가만히 별장에 계시는 게 좋겠어요. 밖으로 나가지 말고요.”“안 돼.”권재민은 말없이 그의 제의를 거절하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갑자기 쏟아진 빗줄기에 강윤아의 머리카락과 옷은 흠뻑 젖어있었다. 하지만 권지윤이 반려견을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강윤아는 비를 맞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젖은 머리를 옆으로 넘기고, 계속 반려견을 찾아다녔다. 빗물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어 길도 잘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윤아 씨, 윤아 씨.”그 소리에 강윤아가 어리둥절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권재민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아 씨.”강윤아를 찾으려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권재민도 마침 강윤아를 발견했다.그녀를 본 순간, 권재민은 황급히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비에 홀딱 젖은 그녀의 모습에 강윤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우산을 씌워주고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강윤아에게 입혀주었다.“왜 이렇게 늦었어?”권재민은 정색하며 물었다.“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전화라도 받으면 모를까, 내가 전화해도 받지 않아서 내가 얼마나 조급했는지 알아?”“그게••••••.”강윤아는 권재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권재민은 강윤아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
권지윤은 권재민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당연히 알고 있다. 자신이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이 강윤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그녀는 조용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강윤아를 더욱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강윤아는 여우 같은 존재라고 확신했다.권지윤은 권재민이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분노를 강윤아에게 쏟아냈다. 그녀는 분명 강윤아가 권재민을 현혹시켰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권재민이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권재민이 이미 그렇게 분명하게 말했기 때문에 권지윤도 뻔뻔하게 여기에서 계속 살 수 없어 오후에는 원치 않는 짐을 싸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마침 방을 지나가던 강윤아는 짐을 싸는 소리를 듣고 잠시 마음이 착잡해졌다.비록 권지윤이 그녀에게 심한 짓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지윤은 어쨌든 권재민의 고모이다. 그런데 권재민은 자신의 고모가 아니라 강윤아 편을 든 것이다.강윤아의 마음은 갑자기 따듯해졌다. 전에 권재민에게 화가 났던 것도 머릿속에서 잊혀졌다.“강윤아.”강윤아가 잠시 넋을 놓고 생각에 빠졌는데, 뒤에서 갑자기 권지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언제 방에서 나왔는지, 권지윤이 그녀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지금 엄청 우쭐하지?”권지윤이 냉소했다.‘우쭐하다고?’강윤아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권지윤이 이사를 간다는 사실에 조금 기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쭐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가 우쭐해할 게 뭐가 있어요?”“참나.”권지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응어리로 가득 차 있었다.“내 앞에서까지 연기할 필요는 없어. 강윤아. 자신의 신분을 똑바로 아는 것이 좋을 거야. 네가 정말 재벌가로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 경고하는 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권지윤은 강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지금 내가 비록 이 집을
권재민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저 팔찌 좀 이리 가져와 봐.”직원은 권재민이 강윤아 옆에 서서 그녀를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두 사람이 아마 연인 사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하지만 강윤아는 한눈에 봐도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국내 의류 브랜드에는 익숙하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에 대해서는 생소했다. 게다가 권재민은 오늘 해외 유명 디자이너에게 맞춤 제작을 의뢰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은 더더욱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강윤아 옆에 있는 남자도 부자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권재민이 틀림없이 짝퉁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전부 자신의 여자 친구 앞에서 자신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직원은 그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권재민은 자신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직원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내가 지금 말하잖아. 안 들려? 저 팔찌를 꺼내보라니까?”직원의 마음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어쨌든 고객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들이 살 수 없을 것 같아도 그녀는 할 수 없이 팔찌를 꺼내 권재민에게 건넸다.권재민은 팔찌를 받아 들고 두말없이 강윤아의 손목에 끼웠다. 그러더니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예쁘네요. 역시 당신은 보는 안목이 있어요.”그 말에 강윤아는 부끄러워서 팔찌를 빼려고 했지만, 권재민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예쁜데 그냥 끼고 있어요.”한편, 직원은 무표정하게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명히 살 능력도 없으면서 연기하는 것일 거야. 이따가 계산할 때 어떻게 하는지 한 번 두고 봐야지.’그러자 직원은 아예 카드 결제기를 가져와 권재민에게 건넸다.“계산은 카드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현금으로 하시겠습니까?”권재민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대답 대신 다른 팔찌를 돌아보더니 육백 만 원짜리 팔찌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깊은 밤, 강윤아는 근심거리를 감추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엎치락뒤치락하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손목에 찬 팔찌를 잠시 멍하니 보고 있다가, 문득 팔찌의 가격을 생각하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느꼈다.강윤아에게 이 팔찌는 매우 귀중한 물건이었다. 비록 권재민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에게 사 주었지만, 그녀는 나중에 팔찌를 착용할 때 분명 실수로 팔찌를 깨뜨리지 않을까 걱정에 휩싸일 것이다. 그녀는 이 팔찌를 정말 좋아하지만, 계속 차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만약 실수로 부서진다면 그녀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잠시 생각한 뒤 강윤아는 팔찌를 손목에서 빼고 캐비닛 상자에 팔찌를 넣었다. 그 상자 안에는 그녀가 호텔에서 주운 옥패도 함께 놓여 있었다.얼마 전까지 강은찬이 보관해 왔지만, 강은찬은 거의 매일 게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 일을 이미 잊어버렸을 것이다. 이사할 때 강윤아는 직접 손에 상자를 고이 쥐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보관하는 것이 비교적 안심된다고 느꼈었다.이 옥패의 주인은, 아마도 강은찬의 아빠일 것이다. 이번 생에 그 남자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그가 강은찬을 책임지고 싶어 할지 않할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강은찬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속으로 얼마나 슬퍼할까? 그렇게 아빠를 원했는데 말이다.한편, 강윤아는 몸을 뒤척이며 다시 권재민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도 권재민이 진심으로 강은찬을 잘 대해주고 그를 자신의 친아들처럼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만약 권재민이 강은찬에게 항상 이렇게 잘 대해준다면, 그를 강은찬의 아버지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문득 이런 생각이 강윤아의 머릿속에서 막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단념했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는 은찬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친자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권재민처럼 훌륭한 남자가 아이를 갖고 싶다면, 아마 많은 여자들이 앞다퉈 그의
권은우는 강윤아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여자는 자립해야 남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살 수 있어요. 직업을 갖는 것이 그 첫걸음입니다. 윤아 씨, 함부로 자신을 비하하지 마세요. 전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해요. 윤아 씨가 원한다면 분명히 사업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거예요.”권은우의 확신에 찬 표정은 강윤아를 감동시켰다.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권은우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좋아요. 한 번 도전해 보죠.”강윤아가 말했다.강윤아의 긍정적인 대답에 권은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강윤아는 그의 눈에서 번쩍이는 무언의 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윤아 씨께서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한 번 가보는 게 어때요? 어쨌든 일찍 취직할수록 좋은 거니까 말이에요. 그렇죠?”권은우는 꽤 절박해 보였다.지난번 송해나가 그녀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불명확하게 해고된 이후로 강윤아는 취직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렸었다. 조금 전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승낙한 것이다. 지금 권은우가 당장 회사로 데리고 가겠다고 하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낀 강윤아는 순식간에 걱정이 함께 몰려왔다. 게다가, 밖으로 나오기 전에 권재민이 밖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고 하기도 했었다.권재민이 아침에 키스를 퍼부었던 것을 생각하자, 강윤아는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괜히 얼굴이 빨개진 강윤아를 보며 권은우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윤아 씨, 왜 그래요? 왜 갑자기 얼굴이 이렇게 빨개진 거예요?”그러자 강윤아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여기가 조금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 참, 은우 씨. 제가 일이 있어서 지금 급히 돌아가야 해요. 아니면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는 건 어때요?”“좋아요. 그럼 내일 어때요?”권은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그러자 강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일도 시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
만약 권재민이 그녀에게 진저리가 난다면,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자신을 위해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권은우와 만난 후, 강윤아는 그를 따라 한 회사로 찾아갔다.강윤아를 처음 본 순간, 혜지는 그녀의 미모를 질투했다. 그녀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외모지만, 강윤아에게 질투심을 느꼈다.“윤아 씨 맞죠? 은우 씨한테 얘기 들었어요. 저희 회사에 와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으시다고요? 이 회사는 제가 창업한 회사입니다. 저희 회사는 윤아 씨처럼 자립을 갈망하는 여자를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습니다.”강윤아는 아직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권은우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윤아 씨, 한번 도전해 보세요.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어요.”그렇게 권은우와 혜지의 설득하에 강윤아는 결국 면접을 보겠다고 약속했다.혜지가 이미 면접관에게 얘기했기에 면접관도 강윤아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무사히 그녀를 합격시켰다.예상치 못한 면접 결과에 강윤아는 약간 황홀해졌다. 그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최근의 일은 모두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이번에도 예전처럼 또 다른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면접을 무사히 통과한 후, 강윤아는 혜지와 권은우 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그러자 혜지는 웃으며 말했다.“윤아 씨, 괜찮으시면 내일 바로 출근하시면 됩니다.”“네, 알겠습니다.”강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회사를 떠났다.권은우는 강윤아가 떠나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 모습에 혜지는 질투가 나서 그의 팔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이미 다 가고 없는데 뭘 그렇게 보고 있어?”“아무것도 아니야.”그녀의 말에 권은우는 시선을 거두고 혜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사무실로 향했다.“저녁에 어디 가서 밥 먹을까?”권은우는 애써 말을 피했다.“권은우.”그때, 혜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조금 전 그 여자를 보는 눈빛이 평범하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봐, 바람피운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