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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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오씨 아주머니가 어리둥절해했다.“어?”일어선 강유리는 아주머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음달 월급 올려드릴게요!”오씨 아주머니.“......”아주머니는 강유리가 자신있게 발을 내딛으며 계단 끝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망연하게 보라보았다.한바탕의 여름비가 왔다, 가쁜 빗방울이 창문을 소란스럽게 두드려 사람의 머리를 어지렵혔다.서재 안, 남자는 책상 앞에 앉아있다. 앞에는 한뭉치의 서류가 놓여져있다. 벽에 걸린 시계의 분침은 이미 반바퀴나 갔지만 자료는 여전히 첫페이지에 머물러있었다.육시준은 이상한 망설임에 휩싸였다.이성적으로 내일이 만나기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걸 알지만, 그녀가 열심히 준비하는걸 보니 도저히 그녀를 실망시킬수가 없었다.자신도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할 날이 올거라는걸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똑똑똑-”상징적인 노크소리가 울렸다, 육시준은 누구일지 단번에 알아챘다.매일 밤 커피를 배달한 시간이 되었다.최근 그녀의 수상한 행동과 오늘 아침의 문제를 연결시켜 보면, 그의 머리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혹시 그녀가 내일의 만남을 위해 애써 현모양처 행새를 하는걸까?방문이 열리고 머리가 천천히 내밀어졌다. “여보, 아직 바빠?”“아니.”육시준이 파일을 닫았다, “ 이건 다 오씨 아주머니가 해야할 일이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원래대로만 해.”강유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육시준은 그녀의 양손이 비었다는걸 발견하고 어리둥절했다.강유리는 그의 표정을 보고 기분이 좋아 한바퀴 돌았다.“이 원피스 예뻐?”“......”그제야 육시준은 그녀가 옷을 갈아입은걸 발견했다. 스모키 핑크색의 원피스는 그녀의 굴곡있는 몸매를 부각시켰다.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긴 생머리가 흘러내려 정교한 얼굴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괜찮네” 하고 평가했다.강유리는 행동을 멈췄다. “근데 난 좀 과한것 같애! 하얀색 원피스 하나 더 있는데, 볼래?”물어보고는 그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은채 홱 돌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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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 나는 진직에 알았어, 투자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았지?”강유리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여유롭고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것때문에 나랑 결혼하려고 한거야?”질문이였지만 긍정적인 말투였다.그녀가 바보도 아니고, 임천강 그 쓰레기는 말은 듣기 싫게 해도 그가 한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육시준이 아무리 LK의 소리소문없는 방계여도 LK집안 사람이기에 얻을것이 없다면 결고 그녀와 경솔하게 결혼하지 않았을것이다.육시준의 표정은 당황에서 망연으로 변했다.그리고 그는 더욱 놀랐다.“투자실패? 빚더미? 다 어디서 들은거야?”“내가 어디서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나는 다 상관없어! 결혼 전의 빚은 나랑 상관이 없는거잖아, 도리상. 그리고 니가 나에게 이렇게나 잘해주는거 봐서 내가 갚아줄수 있어!”“......”육시준은 머리가 어지러웠다.구두쇠인데다가 이익만 노린다더니?그녀의 이 말은 육시준이 그녀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을 뒤집었다. 그리고 걱정되던 문제가 더욱 걱정되었다.“ 나, 니가 생각한것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닐수도 있어.” 그는 낮게 읖조렸다.강유리는 똑똑히 듣지 못하고 그저 긴 말을 늘어놓았다. 부부는 한몸이며, 영욕을 함께한다느니, 그의 집안과 과거는 관심없으니 그녀에게 진심을 다하고 충성하면 절대 잘 못 대해주지는 않겠다느니......잠에 들기전, 강유리는 신주리가 보낸 문자 한통을 받았다. [내가 보낸 선물 참고 리스트는 어때? 결국 뭐 골랐는데?]강유리는 침대밑에 기대어 무심하게 답장했다. [선택은 어린애들이나 하는거야.]심주리- [부잣집 아가씨 설마 다 산거야?]강유리-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는데 오늘은 안 왔어, 내일 사람 부탁해서 가져올거야.]심주리- [......플렉스!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네!]강유리는 눈썹을 올렸다. 남편이 이렇게나 훌륭한데 세상에서 제일 좋은걸 줘야 마땅하지.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욕실의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었다. 머릿속에는 차마 설명할수 없는 것들이 떠올랐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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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부탁한 선물이 도착했다. 강유리는 기분 좋은 나머지 출발 직전에 긴급상황이 발생할줄은 차마 몰랐다.그녀는 문자 한통을 받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심장외과 전문의 송이혁이 귀국하였는데 강학도의 상황을 궁금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스케줄이 빡빡해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고.“괜찮아, 먼저 가있어.” 육시준은 문자를 확인 한 강유리에게 말했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려 미안하다는 듯이 설명했다.“이 의사를 지켜본지 꽤 됐는데 어렵게 문자를 받은거라 이번 기회를 놓지고 싶지 않아.”“그래, 이해해. 집은 다음에 가면 되지.” 육시준은 순순히 받아들였다.“......”그가 이해를 잘 해줄수록 강유리는 미안한 마음이 더 들었다.하지만 외할아버지의 상황이 복잡해 많은 전문가를 모셔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는 모든 희망을 송이혁에게 걸고 있었다......그녀는 몇초 침묵하더니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니가 선물 좀 가져다 드리면서 부모님께 설명 좀 해줘. 내가 다음에 찾아뵐게.”“같이 가줄까?””괜찮아, 혼자 할수 있어.”“......”빨간색의 벤틀리가 마당을 빠져나가고 육시준은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눈을 떼지 않았다.임강준은 묵묵히 차에 짐을 싣고 망부석같은 대표님에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오늘 다 말하시지, 왜 힘들게 사람을 보내는거예요?”육시준은 그를 한번 흘기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허리를 숙여 차에 몸을 실었다.가는 길, 임강준은 차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는걸 알아챘다.에어컨 온도를 확인했지만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오늘은 왜 이러지?그는 백미러로 뒤에 앉은 사람을 바라봤다. 정장에 머리 손질도 한 청순한 이목구비에는 차가움이 감돌았다. 그는 등골이 서늘했다. 자기가 괜한 말을 했나?생각을 정리하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뒷자리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송이혁을 만나는게 그렇게 중요하나?”분명 그가 꾸민 일이었고 결과도 예상했었다.하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고 선택받지 못한 육시준은 가슴이 답답했다.임강준은 의문에 휩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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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그의 신분은 특수해 어느 병원과 의료기관에도 드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번번이 방해를 받았다.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누군가가 중간에서 수작을 쓴것이다.강유리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송 선생님이 진찰해주시겠어요?”송이혁의 명성은 국제적으로 대단하다. 그녀가 처음으로 그에게 메일을 보냈을때는 단지 해보자는 마음뿐이었다.오랜시간 답장이 없자 그녀는 다른 연락처를 찾아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오기로 동의하고 먼저 치료방안을 꺼낼줄은 몰랐다.송이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명함을 한장 건냈다.“도전적인 질병에는 관심이 많아서요. 하지만 병원을 옮길지 말지는 가족분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그는 치료를 하고 싶었지만 환자의 가족들에게 달렸다.성씨 가문의 기세를 보아하니 강유리가 환자를 옮기는걸 당연히 원하지 않는것 같았다.당연하다.그녀가 입을 열면 그가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저희 가족은 당연히 송 선생님을 믿어요, 오늘 처리할게요.”강유리의 목소리는 살짝 격동되었다.이 사람은 실력도 있고 지위도 있으니 성홍주가 돈주고 꼬실 사람이 절대 아니다. 외할아버지를 이 사람에게 맡기는건 그 누구보다도 마음에 놓인다.송이혁은 더욱 의아해했다. 시선은 다시 한번 문앞에서 호시탐탐 지켜보는 보디가드에게 옮겨졌다. “오늘? 확실합니까?”강유리를 잠깐 주저했지만 말 속의 숨겨진 뜻을 이해했다.“확실해요, 시간 더 끌지 않을게요.”“......”며칠정도 끌어도 사실 상관은 없다.하지만 확신에 찬 강유리를 보고, 또 오늘 자신의 진정한 목적을 생각해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30분 뒤.검정색 마이바흐 한대가 달려와 개인 병원 입구에 멈췄다.차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신속히 달려갔다. 원장이 직접 차 문을 열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성 회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아가씨께서 굳이 요구하셔서 도저히 말릴 수가 없습니다!”성홍주는 차에 내려 급한 발걸음으로 병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안색은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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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성홍주“......”송이혁이 가만 지켜보는게 아니라 나서서 말릴줄 아는 사람이라니!그리고 그녀의 의견에도 동의했다, 사람이 반듯하네!성홍주는 일부러 송이혁을 무시하고 있었다. 원래는 억지로 강유리를 진정시키고 그에게 사과하려 했다.송이혁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남의 집 사정에 신경을 쓰는게 귀찮은 사람이다.하지만 그가 나서다니?“너......”“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병원이 비협조적이였기 때문에 강 아가씨께서 병원 전이를 제기하신겁니다.” 그가 모처럼 입을 열어 설명했다.이 말을 들은 의료진은 눈을 피했고 표정은 지극히 부자연스러웠다.성홍주는 그들을 한번 훑더니 손을 거두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송이혁은 웃으며 말했다.“성 회장님은 모르셨나봐요?”“나는 당연히 모르지!”“그럼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한것이겠네요. 성 회장님도 환자를 이런 병원에 맡기는건 불안하시지 않나요?”“......”두눈이 마주쳤다.한명은 평온했고 한명은 의문투성이였다.성홍주는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송이혁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수 없었다.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제일 차갑고 공과 사가 뚜렷하고 그 누구의 미움도 안 산다는 사람이?강유리 이 기집애랑 인연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설마......그는 눈을 반짝이며 떠보는 듯이 물었다, “송 선생은 왜 우리집 일에 관심이 많을까?”송이혁은 웃으며 안경을 올렸다.“그냥 이 일이 그렇다는겁니다. 이 환자는 저에게 진찰 받기로 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성홍주는 안도했다. 그의 형식적인 말에 LK쪽과는 상관이 없다는걸 알아챘다. 그럼 골치 아픈 일은 없다.“그쪽의 호의는 마음으로만 받겠네. 하지만 성씨가문 일은 외부인이 참견할게 못돼. 오늘은 수고했네. 장씨, 송 선생 배웅 좀 해줘.”그가 차갑게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아가씨 모시고 올라가서 쉬게 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디가드들이 신속히 달려가 강유리의 가방과 핸드폰을 들었다.그리고 예의있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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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조보희는 인지도가 조금 있는 패션 블로거이다. 그녀는 예전에 강유리의 스타일을 흉내 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강유리가 해외로 간 3년 동안 갈수록 도가 지나치게 과장된 패션으로 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반면, 최근에 강유리는 부지런히 검색어에 올랐다. 그러다가 ‘예쁜 부자 언니’란 해시태그로 어린 여성 팬들을 입덕하게 만들었다.그녀는 그런 강유리가 질투 났다. 심지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이 몹쓸 년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욕 몇 마디 먹었는데 팬이 자신보다 많다.아우, 짜증 나!그래서 소식을 접한 그 길로 진짜인지 거짓인지 분별할 새도 없이 라이브를 켜고 병원으로 달려갔다.‘예쁜 부자 언니’ 타이틀로 그녀의 라이브 방은 전에 없던 열기로 들끓었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에 조보희는 씁쓸하면서도 감격스러웠다.“유리 동생, 병원이 한바탕 소란스러웠다던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관심 어린 목소리와는 반대로 눈빛은 매우 도발적이었다.그리 멍청하지 않았던 강유리도 애매하게 대답했다.조보희가 라이브를 켰을 때 던진 미끼가 ‘강유리는 왜 모 병원의 의사와 언쟁을 했을까?’ 였다.그러니 이 상황에서 다정하면서도 다급한 그녀의 안부는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들렸다.강유리는 조보희가 루머를 퍼뜨리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렇게 가증스러운 줄은 몰랐다. ‘유리 동생’이라는 순간,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하지만 이 기막힌 타이밍에 여기에 나타난 그녀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라이브야? 사람이 이렇게 많아?”그녀는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며 의아한 척 물었다.“당연하지! 난 천만 가까이 되는 팬들을 거느리는 언니란다!”의기양양하게 말을 마친 그녀는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급히 자세를 낮췄다.“우리 둘 사이가 좋은 걸 팬들이 알잖아. 너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며 도와달라고 나한테 SOS하더라고.”“곤란이 생기면 터놓고 함께 해결하면 돼! 대중들의 눈은 밝아서 절대 누군가를 편애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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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이런 일도 있다고?”“이건 병원이라고 할 수 없어.”“너무하네! 우리도 피할 수 있게 어느 병원인지 알려줘요.”“법률 어느 조항에 병원을 옮기면 안 된다고 했나요!”“아아아아, 유일하게 내가 봤던 그 의사 선생만 잘생겼나요?”“......”팬들만 송이혁의 외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조보희도 송이혁에게 꽂혀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심지어 강유리가 옆에서 뭐라 하는지조차 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온 목적까지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조보희는 그저 송이혁이 욕심이나 게걸스럽게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간단명료하게 말을 마친 강유리가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이런 조보희의 모습에 웃음 절로 났다.“침 좀 닦아.”조보희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쓱- 닦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두 눈을 치켜뜨고 강유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그녀를 비웃는 것조차도 귀찮았던 강유리는 계속해서 지휘했다.“우리 성 회장님이 화면에 잡힐 수 있게 카메라를 여기로 돌려줘! 비록 이렇게 강압적으로 할 건 아니지만 직접 여기까지 오셔서 저의 결정을 응원하시니, 이 자리를 빌려 친애하는 저의 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간결하게 말했다. 그렇게 성홍주의 머리에 차마 벗을 수 없는 그럴듯한 모자가 씌워졌다. 이렇게 된다면 반대하고 싶어도 반대하지 못하게 됐다.그는 카메라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그리고는 돌아서며 낮게 입을 열었다.“강유리!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달콤한 미소를 장착한 강유리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낮게 대답했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자애로운 아버지’란 타이틀을 기꺼이 사양하시겠어요?”“......”성홍주는 아무 말도 못 했다.원하지 않아도 사람은 풀어줘야 했다.병원 원장은 정중히 사과하며 주치의의 독단적인 행위여서 병원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버벅거리며 사후에 꼭 잘 조사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신속히 전원 수속을 준비해 문 앞까지 직접 배웅했다.병원 문 앞.이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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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시간의 도움으로 조보희가 어떤 사람인지 강유리는 너무 잘 알게 되었다.잘생긴 남자를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였다.좀 전에는 화가 난 나머지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그저 그녀에게 분 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어서 옆에 누가 있던지를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아니나 다를까 씩씩거리던 그녀는 송이혁을 보고는 갑자기 얼어붙었다. 그리고 티 나게 돌변하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폐를 끼친 것 같아 저녁에 밥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요.”애교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조금전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사람 같지 않았다.강유리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송이혁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한참 뒤에야 강유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친구분이 독특하시네요.”“친구 아니에요!”“누가 친구래요!”두 목소리는 달랐으나 전달하고 있는 뜻은 같았다.아니꼽게 조보희를 흘기고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는 강유리였다.“난 아직 일이 남아 있으니까, 너와 남신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송이혁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먼저 병원의 남은 절차를 밟으러 갈 테니 그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돌아서던 강유리는 조보희의 눈이 부신 옷차림을 보고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덧붙였다.“옷은 예쁜데 목걸이랑은 맞지 않아.”“......”조보희는 순간 흠칫하더니 얼굴이 시뻘개지며 빽- 소리 질렀다.“별꼴이야! 내가 어떻게 입고 싶으면 어떻게 입는 거지! 넌 날 질투하고 있는 거지!”예상에 적중한 반응이었다. 강유리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돌아서 갔다.그 미운 뒷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고 나서야 조보희는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재빨리 ‘교태’를 장착했다.“차를 가지고 오셨나요? 우리 어떻게 갈까요?”잠시 말이 없던 송이혁이 되물었다.“아가씨는 차를 가지고 오셨나요?”조보희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이건 거절이 아니고 동의한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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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그들은 육 씨 세 번째 안주인의 자식들이었다.육경민은 서울에서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꽃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는 하루가 멀다 하게 여자친구를 바꾸었다.육미경은 학생인데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공주였다.두 사람은 늘 잠자코 있었지만 육시준을 반대하는 일에서는 둘이 꼭 한편을 먹었다. 그리고 기회를 노리다가 트집을 잡았다.육경서는 조용히 있는 편이었지만 그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형수는 똑똑하고 참한 사람이에요. 누구 여자친구들처럼 육 씨 가문에 들어오려고 애쓰지 않는다고요.”육경민의 전 여자친구가 가문의 연회장에 와서 큰일을 저지른 바람에 그의 체면이 구겨졌었다. 늘 새로운 여자들 사이에서 오고 간 후과였다.이 일은 세 번째 부인의 치욕이라 그런지 육경서의 말에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너!”육경민이 뭐라하기도 전에 룸의 문이 열리고 육시준이 들어왔다.모두들 고개를 번쩍 들고 그의 뒤에 따라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싶어 했다.그의 부모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있었다.하지만 육시준은 혼자였다.“유리는 일이 있어서 못 와요. 대신 유리가 두 분께 드리는 선물 제가 집에 갖다 놓았어요.”그는 담담하게 해석했다.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육경민은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형, 우리를 속인 건 아니지? 할아버지가 손자며느리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 그래서 일부로 거짓말한 거야?”70여 살 된 육청수는 나름 신경 쓴 복장으로 테이블센터에 앉아있었다. 늘 차분하고 눈빛이 날카로운 육청수는 그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헛기침을 한 육청수는 육시준의 아버지에게 삿대질을 하며 눈을 부릅 떴다.“내가 뭐랬냐? 저번에 만난 그 여자애하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해놓고 갑자기 결혼을 해? 누구랑 결혼을 해! 다른 여자하고 눈이라도 맞았다는 거냐?”지난번 소개팅이 허무하게 끝이 난 바람에 육청수는 화가 잔뜩 치밀어 올랐지만 육시준이 결혼했다는 소식에 반신반의해하며 가족모임에 참가한 것이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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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그는 눈에 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결혼반지까지 껴서 이 늙은이를 속일 셈이냐? 이제는 거짓말도 진짜처럼 하는구나!”육시준은 물컵을 놓고는 똑바로 앉았다.“할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저는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거짓말할 필요는 더 없고요.”그는 손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너 이놈!”“결혼한 건 사실이지만 할아버지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온전히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겁니다. 제 아내가 일이 있어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이것 말고는 제가 딱히 잘못한 게 없습니다.”육시준의 차분하고도 확고한 목소리는 룸 안에서 울려 퍼졌고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제가 육 씨 가문에 먹칠을 했다고 생각하시면 저의 권력을 도로 회수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활에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말아주세요.”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도 육시준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사람들의 인상 속에 그는 과묵한 성격에 효성이 지극하고 육청수의 요구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고 최선을 다했었다.육경민은 그가 육청수의 환심을 사려고 그러는 줄 알고 허위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육경민은 그의 신분과 지위로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 씨 가문에서는 육시준을 자랑으로 삼지만 육경민은 아니었다.육청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던 손자가… 내 말에 따르던 손자가 나더러 그의 개인적인 생활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다니!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개인적인 생활이라… 그에게 있을 수 없는 것이다!그는 육 씨 가문의 사람인데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육청수는 목덜미를 잡고 한바탕 욕하려고 하자 육경서가 제꺽 화제를 돌렸다.“뭔 거짓말이에요! 장난은 이쯤 하는 걸로 합시다. 형수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나가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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