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육 씨 세 번째 안주인의 자식들이었다.육경민은 서울에서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꽃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는 하루가 멀다 하게 여자친구를 바꾸었다.육미경은 학생인데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공주였다.두 사람은 늘 잠자코 있었지만 육시준을 반대하는 일에서는 둘이 꼭 한편을 먹었다. 그리고 기회를 노리다가 트집을 잡았다.육경서는 조용히 있는 편이었지만 그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형수는 똑똑하고 참한 사람이에요. 누구 여자친구들처럼 육 씨 가문에 들어오려고 애쓰지 않는다고요.”육경민의 전 여자친구가 가문의 연회장에 와서 큰일을 저지른 바람에 그의 체면이 구겨졌었다. 늘 새로운 여자들 사이에서 오고 간 후과였다.이 일은 세 번째 부인의 치욕이라 그런지 육경서의 말에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너!”육경민이 뭐라하기도 전에 룸의 문이 열리고 육시준이 들어왔다.모두들 고개를 번쩍 들고 그의 뒤에 따라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싶어 했다.그의 부모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있었다.하지만 육시준은 혼자였다.“유리는 일이 있어서 못 와요. 대신 유리가 두 분께 드리는 선물 제가 집에 갖다 놓았어요.”그는 담담하게 해석했다.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육경민은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형, 우리를 속인 건 아니지? 할아버지가 손자며느리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 그래서 일부로 거짓말한 거야?”70여 살 된 육청수는 나름 신경 쓴 복장으로 테이블센터에 앉아있었다. 늘 차분하고 눈빛이 날카로운 육청수는 그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헛기침을 한 육청수는 육시준의 아버지에게 삿대질을 하며 눈을 부릅 떴다.“내가 뭐랬냐? 저번에 만난 그 여자애하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해놓고 갑자기 결혼을 해? 누구랑 결혼을 해! 다른 여자하고 눈이라도 맞았다는 거냐?”지난번 소개팅이 허무하게 끝이 난 바람에 육청수는 화가 잔뜩 치밀어 올랐지만 육시준이 결혼했다는 소식에 반신반의해하며 가족모임에 참가한 것이다.그런데
그는 눈에 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결혼반지까지 껴서 이 늙은이를 속일 셈이냐? 이제는 거짓말도 진짜처럼 하는구나!”육시준은 물컵을 놓고는 똑바로 앉았다.“할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저는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거짓말할 필요는 더 없고요.”그는 손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너 이놈!”“결혼한 건 사실이지만 할아버지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온전히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겁니다. 제 아내가 일이 있어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이것 말고는 제가 딱히 잘못한 게 없습니다.”육시준의 차분하고도 확고한 목소리는 룸 안에서 울려 퍼졌고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제가 육 씨 가문에 먹칠을 했다고 생각하시면 저의 권력을 도로 회수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활에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말아주세요.”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도 육시준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사람들의 인상 속에 그는 과묵한 성격에 효성이 지극하고 육청수의 요구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고 최선을 다했었다.육경민은 그가 육청수의 환심을 사려고 그러는 줄 알고 허위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육경민은 그의 신분과 지위로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 씨 가문에서는 육시준을 자랑으로 삼지만 육경민은 아니었다.육청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던 손자가… 내 말에 따르던 손자가 나더러 그의 개인적인 생활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다니!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개인적인 생활이라… 그에게 있을 수 없는 것이다!그는 육 씨 가문의 사람인데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육청수는 목덜미를 잡고 한바탕 욕하려고 하자 육경서가 제꺽 화제를 돌렸다.“뭔 거짓말이에요! 장난은 이쯤 하는 걸로 합시다. 형수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나가는 바람에
육시준은 그의 평가를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입꼬리를 올린 그는 본론부터 얘기했다.“그래서 그 일은 잘 마무리했고?”“그럼! 금방 끝냈어. 최대한 빨리했는데도… 강유리 씨 외할아버지… 아니, 이제는 너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하네. 아무튼 상황이 좀 복잡해.”송이혁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그의 추측에 의하면 이것은 가족 사이에 유전으로 생긴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육시준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목소리도 엄숙해졌다.“네가 고생이 많다. 어떤 문제가 있거나 소식이 있으면 유리한테 연락해 줘. 그리고 유리가 결정하도록 해.”송이혁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태도에 놀라서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송이혁은 장난 섞인 말투로 물었다.“진짜 사랑하나 보다. 이렇게까지 신경 써준다고?”“내 아내한테 신경 쓰지, 그럼 너한테 신경 써줄까?”“쯧쯧. 네가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아무리 강 씨 아가씨가 똑똑하긴 해도 여러 방면으로 비교해 보면 네가 훨씬 아까운데. 뭘 보고 결혼한 거야?”“송 닥터, 지금 내 아내를 비하했어?”그의 차가운 목소리는 송이혁에 대한 명백한 경고였다.송이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대단하다. 이 기계 같던 인간이 점점 사람 모색을 갖춰가고 있어.자신의 아내를 감싸고 들다니.그들이 알고 지낸지 오래되었지만 송이혁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송이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내가 말실수했다! 충고 하나 하는데, 너의 할아버지 앞에서는 이런 모습 보이지 마! 할아버지가 너더러 결혼하라고 했지, 여자 때문에 흔들리라고는 안 했다? 알지?”“아는데 이미 늦었어.”“어?”이게 무슨 말이지? 가족모임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육경서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어젯밤, 육시준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더러 강학도의 병을 봐달라고 했다. 그것도 하필 오늘 말이다.그의 끈질긴 질문 끝에 육시준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육시준은
육경서는 육 할아버지를 집으로 바래다준 뒤 부모님을 육 씨 가문의 저택으로 불렀다.거실 정밀하고 예쁘게 포장된 선물 세트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쌓여 있는 선물 뒤로 두 어르신이 놀라움에 석고상처럼 굳은 채 앉아 있었다.육모는 탐색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선물이 시준이 스타일이 아닌데! 얘가 이런 걸 어떻게 준비했지? 화장품도 있어?”육부는 입을 삐죽하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비서가 준비했을 수도 있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비서가 준비한 영양제를 받아본 적이 있어요? 심지어 이런 기능이 있는 걸.”육모는 정교하게 포장된 영양제 박스를 들고 약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유리는 이 방면에 관한 연구는 별로 없었지만, 이전에 외할아버지께 사드렸었는데, 전부 노인들의 심장 방면이었다.등급이 낮진 않지만, 목적성이 너무 강하고 적용 연령도 매우 특수했다......육부는 적용 대상를 보며 고개를 돌려 육경서에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너희 할아버지를 위해 준비 한 게 아닐까?”육경서도 이 화려한 물건들을 쳐다보며 놀란 표정으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할아버지 선물은 계획하지도 않았어!”“......”육부와 육모는 침묵했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더니 육모가 자리에서 일어나 육경서 곁에 앉았다. “경서야, 네 형이 네 할아버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 오늘 가족 연회에서, 무슨 뜻이야?”“그냥 그런 뜻을 표현한 거에요. 무슨 문제 있어요?”육경서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두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육부의 얼굴은 침착했고, 육모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할아버지는 줄곧 이렇게 너희에게 요구가 높았지. 하지만 할아버지도 모두 LK그룹 전체를 위한 것이니 너희도 나쁘게......”“엄마, 형이 억압당하게 내버려뒀기 때문에 지금 이런 성격이 된 거에요!”“그만 해! 무슨 억압? 어떻게 네 할아버지를 그렇게 말할 수 있어?”육부는 그를 큰소리로 제지했고, 말투에는 불쾌함이 묻어났다.
“......”육시준은 잠시 멈칫했다. “네가 정성스레 고른 건데 안 좋아하실 이유가 없지.”육시준의 말투에는 자신감 있는 확신이 묻어났고, 바로 말을 돌리며 물었다.“외할아버지 상황은 어때? 병원은 잘 옮겼어?”강유리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은 맞지만, 이런 어정쩡한 대답은 조금 성의가 없어 보이는데?몇 마디 추궁하고 싶었지만, 외할아버지 얘기에 그녀는 신이 나 오후에 있었던 일을 득의양양한 말투로 생생하게 설명했다.송이혁이 봤던 사악하고 영리하게 승리를 확신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육시준 앞에서의 그녀는 밖에서 싸워서 이기고 집에 돌아와 신이 나서 칭찬을 구하는 어린애 같았다.육시준은 자신의 생각이 웃겨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맞아, 아주 똑똑해”강유리는 멈칫하더니 갑자기 그를 빤히 쳐다봤다.육시준은 그제서야 자신의 행동이 너무 다정했음을 의식하고 조금 부자연스럽게 손을 뗐다......“이상한데,내가 병원 옮긴 일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강유리는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오후에 외출할 때 우리 외할아버자가 병원을 옮긴다고 말한 적 없잖아!”송이혁의 제안으로 오늘 병원을 옮기는 것은 임시로 결정한 일이었다.그가 진료를 맡을 수 있다고 한 이상 그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병원을 옮겨야 했다.육시준은 말문이 막혀 몇 초 동안 멍하니 반응을 못 했다. 육시준도 자신이 이런 초보적인 실수로 폭로될 줄은 몰랐다.차안은 이상한 고요한 기류에 빠졌다.임강준은 자신의 회장님이 곤경에 처한 것을 느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제가 대표님한테 얘기했습니다. 조보희 씨 라이브 방송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터무니없게도 어울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송이혁 같이 모시기 어려운 사람이 직접 방문해 강학도의 진료를 봐줬다.모두가 한결같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물론, 이 일로 인해 조보희는 또
강유리는 그가 기분 좋은 틈을 타 더 분발했다.“오늘 내가 약속을 어겨서 사과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쑥 데리러 오면 아무런 준비도 못 하잖아.”남자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내가 오는 게 싫어?”“그런 말이 아니라 내 계획이 틀어졌다는 거야. 꽃다발을 사서 주려고 했거든.”“…”육시준은 그저 웃으면서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그런데 강유리가 가방을 들더니 카드 한 장을 꺼내 손에 쥐여주는 것이다.“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가져가서 마음대로 긁어!”“…”“!!!”육시준은 물론 임강준도 경악했다.대표님도 참 염치가 없네.이런 돈도 받다니 양심이 아프지 않으세요?“친구가 그러는데 남자들은 다 그렇다나? 꽃은 물론 돈을 진탕 쓰는 것엔 더 자제력이 없다고.”강유리가 배시시 웃으면서 은근슬쩍 친구까지 들먹였다.그렇다고 직접 다른 남자에게 카드를 준 적은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이 알려준 것일 뿐.육시준은 길쭉하고 하얀 손가락으로 카드를 잡고 지긋이 내려다보았다.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임강준이 참지 못하고 정정해 주었다.“사모님,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고 진탕 쓰는 것을 좋아하죠.”육시준이 의아해했다.“다 똑같잖아? 너 설마 싫어해?”“…”누가 싫어하겠어요. 임강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대표님이 왜 사모님에게 정체를 알리지 않았는지.“콜록콜록, 평소엔 이 사람이 나한테 선물 많이 사줬어요. 물질적인 것엔 전혀 신경 쓰지 않거든요.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요!”강유리가 말머리를 돌렸다.임천강과 지낸 몇 년간은 모두 시간 낭비였다.적어도 남의 앞에서 남친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는 것은 배웠다.옆에 선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강유리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다가가 소곤거렸다.“어때? 내가 잘했지?”육시준은 온갖 암시를 던지는 눈을 한참이나 보고서야 눈치챘다.“잘 했어. 생각해줘서 고마워, 여보.”강유리는 여보를 입에 달고 살지만 육시준이 진지하게 ‘여보’라고 부르는 건 드문 일이다.낮고 허스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장본인은 아무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졌다.…드디어 ‘마음의 문’이 방영되었다.라인업이 막강했지만 인기는 이틀도 지나지 않아 식어버렸다. 스타인 엔터 회장님이 약혼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심쿵해’는 풋풋하고 달달한 로맨스 장르이자 두 사람의 청춘을 기념하는 드라마이기도 했다.누구도 전에 일어난 스캔들을 기억하지도 않고 언급하지도 않았다.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이었다.“이 드라마는 사랑을 기념하는 것뿐만 아니라 임 대표님의 태도를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신영이 너무 부럽다. 임 대표님께서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야!”“악독한 이붓언니가 보면 뚜껑이 열리겠지? 돈만 있으면 센 줄 아나? 웃겨 죽겠어!”“서브 여주는 꺼지라고 해. 우리 신영만큼 다정하고 착한 여주는 없다고!”“바보들, 머리에 똥 들어찼나? 소지석과 연기할 자격이 있는지는 몰라도 주아 언니와 비교하면 천지차이일걸?”“…”누가 통제했는지 마지막에 입에 담기도 꺼려지는 댓글은 올리자마자 삭제되었다.공식 사이트에 온통 기대와 칭찬으로 도배되었다.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상한 말이 돌기 시작했다.같은 가문의 천금인데도 강유리가 성신영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했다.몇 천만원 용돈에 몇 가지 선물까지 일일이 비교하면서 따졌다.임 대표처럼 일선 연예인을 말 한마디에 계약을 해지하고 몇 십억 되는 드라마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찍는 사람과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람이라고 말이다.유강엔터.오늘따라 회사 내부가 너무 조용하다.강유리가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시선을 감지했다. 탐색하는 것 같기도 했고 안쓰러워하는 것도 같았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하석훈을 불러 물어보려 했는데 마침 여한영이 뛰어들어왔다.“말도 안 돼!”강유리가 막 의자에 앉으려던 찰나에 그 소리에 놀라 주저앉아 버렸다.“본부장님. 나이도 있으신데 좀 조신하게 다니시면 안 될까요?”“,,,”여한영이 씩씩거리며 일러바쳤다.“뉴스 보셨어요? 임천강 진짜 너무 뻔뻔해요
여한영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안색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이 화제에 흥미가 없었다.“그건 왜 물어요? 내가 작가도 아니고 대본을 왜 봐요?”오로지 여론에만 관심이 있었다. 특별히 서로 물고 뜯는 상황이라면 더 자신이 있다.강유리는 그런 인기를 응당 누려도 되는 사람이라 여겼다. 찌질 한 녀석이 멋대로 나대는 바람에 피해자 신세가 되다니 불만이 있을 수밖에.“대본을 보면 알 거예요.”강유리가 신비스럽게 웃었다.“각색한 웹드라마는 홍보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니 내가 몇 마디 욕을 들어도 가치가 있어요.”“???”여한영은 강유리의 표정을 살피더니 반신반의로 대본을 보러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인턴이 당황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두 서류를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본부장님, 콘텐츠 부서에서 ‘베리 시즌’과 ‘심쿵해’의 내용이 80% 일치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스토리 설정도 똑같고요.”“…”여한영이 두 서류를 들고 자세히 비교해보았다.둥근 얼굴에 스멀스멀 웃음이 피기 시작하더니 점점 변태 웃음으로 번졌다.“하석훈 씨 말로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되 우리더러 후속을 처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합니까?”인턴은 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쪽은 인기 드라마이고 우리는 겨우 웹드라마다. 지금 충분히 욕을 먹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쪽 인기에 묻어간다고 하면 더 욕을 먹을 게 뻔했으니까.게다가 인기도 문제가 아니라 엄연히 표절이나 다름없다.여한영이 두 눈을 반짝거렸다.“대책은 무슨! 변호사나 불러!”“네?”“법무부서에 연락해서 안배하라고 해. 우리 저작권을 지켜야지.”“??”인턴이 사무실에서 나가자 여한영은 의자에 기대 차를 여유롭게 두 모금 마셨다.이제야 강유리가 한 말을 이해했다.‘베리 시즌’은 회사에서 몇 년이나 묵어둔 작품이고 ‘심쿵해’는 올해 방영되었다.저작 기간이 몇 년이나 차이 나니 누구한테 문제 있는지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다.‘심쿵해’의 인기도가 상승할수록 ‘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