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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1331 챕터

제121화

성주혁은 차설아의 기자회견 녹화분을 보고 한참이나 침묵했다. 주름진 얼굴에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은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속으로는 할아버지가 드디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좋아했다.물론, 성도윤은 차설아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상처를 줬었다.하지만, 차설아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성도윤은 임채원과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척 한 것이지만, 차설아와 배경수는 진심이고 아이까지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의 이혼은 분명히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인데 왜 성도윤만 모든 것을 뒤집어써야 하는가?“할아버지, 보셨다시피 설아는 저와 이혼하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그래야 그 잘난 배경수와 떳떳한 사이가 되죠. 아니면 우리 이혼 소식을 벌써 공식 발표할 리가 없잖아요.”성도윤의 얼굴은 차가웠고,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 차서 말했다.“할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순수한 여자 아니에요. 모두 위장된 겉모습에 속았다고요.”TV를 응시하던 성주혁은 성도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흰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말했다.“네놈은 그렇게밖에 이해를 못 하는 거야?”“어쩐지, 학교 다닐 때 다른 과목은 만점을 받으면서, 국어만 약하더라니. 독해력이 너무 떨어져!”“멍청한 놈!”성주혁은 성도윤의 등짝을 후려쳤다.“보고도 모르겠어? 설아는 널 잡고 싶은 거야!”성도윤은 어이없게 한숨을 내쉬고 거리낌 없이 반박했다.“제가 눈이 부실해서 몰랐네요.”“넌 당연히 모르지, 넌 눈이 멀었으니까!”성주혁은 돋보기 안경을 밀고, 녹화 영상의 어느 한 장면으로 돌아가 화면을 가리키며, 마치 학술 연구를 하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봐봐. 이 말의 핵심이 무엇이냐. 설아가 너와 4년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지 않냐. 이 말이 무슨 뜻인 것 같아?”“무슨 뜻인데요?”“바로 널 잊지 못했고, 너와 재혼하고 싶다는 걸 암시하고 있는 거지!”성주혁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성도윤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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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저녁 식사는 매우 풍성했다. 하늘에서 날고, 물에서 헤엄치는 것까지 모두 갖춰져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자리에 앉던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할아버지는 늘 담백하고 간단하게 드셨는데, 오늘 내가 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거하게 준비하셨지?’보아하니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라, 어쩌면 잔칫상이 될지도 모른다.성도윤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수저를 들었다.성주혁은 자리에 앉더니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아직 사람이 다 오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리 급해?”역시나!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잠자코 수저를 내려놓았다.아마 차설아를 불러와, 강제로 자리를 만들려는 속셈일 것이다.성도윤은 굳어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 무슨 속셈인지 알아요. 저와 설아는 이미 끝났어요. 그러니 더 이상 헛수고하지 마세요.”“참, 네놈이 김칫국을 제대로 마시는구나!”성주혁은 희끗한 수염을 유유히 쓰다듬으며,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너 같은 못난 놈에게 내가 왜 설아를 붙여주겠어? 그건 설아를 해치는 것이 아니냐!”성도윤은 어리둥절했다.할아버지의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도대체 어느 정도가 진실인지 곰곰이 생각했다.이때, 도우미가 기뻐하며 와서 말했다.“어르신, 도련님, 둘째 사모님 오셨어요!”차설아가 그 뒤를 이어 로비로 들어섰다.성도윤은 여전히 잘생기고 존귀한 자태를 유지하며 차가운 눈을 들어 무심한 척 바라보았다.그리고... 하마터면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차설아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성도윤이 그토록 싫어하는 배성준의 아들, 배경수도 함께였다.차갑던 성도윤의 얼굴은 더욱 검게 변해있었다.성도윤은 극도로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어르신을 보며, 합리한 설명을 원했다.하지만 성주혁은 이를 외면하고,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자애로운 얼굴로 두 사람을 향해 손짓했다.“얘들아, 어서 와.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다고. 얼른 와서 밥 먹어!”차설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도 성도윤이 여기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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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성도윤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화가 나서 폭발할 지경이었다.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차설아는 바로 성주혁에게 말했다.“맞아요, 할아버지. 저랑 경수는 스캔들이 아니라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어요. 절 용서하고 축복해 주시기를 바라요. 경수는 진짜 저를 지켜주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운명적인 사람이에요.”배경수는 몸을 기울여 차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은 아주 애틋하고 정열적이었다.방금 차설아가 일부러 성도윤을 화나게 하려고 거짓말을 한 걸 알면서도, 배경수는 아주 감동적이었다.차설아에게 그는 남자친구의 후보에도 들 수 없었다.갑자기 차설아 남자친구의 역할을 경험하게 되니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짜릿했다.성주혁은 몇 초간 정색을 한 후 갑자기 껄껄 웃으며 상냥한 모습으로 말했다.“이 녀석, 할아버지는 당연히 널 축복하지. 그렇지 않으면 왜 너희 둘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겠어?”“이 젊은 녀석이 믿을만한지, 널 잘 돌볼 수 있는지, 할아버지가 봐줘야지. 넌 방금 불구덩이에서 나왔는데 또다시 다른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을 내가 어떻게 보겠어?”여기까지 말한 성주혁은 자기 왼쪽에 앉아 있는 성도윤을 하찮게 바라보았다. 그 뜻은 아주 분명했다.배경수도 맞장구를 쳤다.“장군님, 마음대로 시험해 보세요. 저는 무예에 능할 뿐만 아니라, 랩도 할 수 있어요. 제가 바로 한 소절 불러드릴까요?”말을 마친 배경수는 진짜 랩을 하기 시작했다.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으로 어느 배틀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배경수는 작은 태양처럼 어디를 가든 사람들에게 빛과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모습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항상 규칙을 지키던 도우미도 웃고 말았다.유독 성도윤만 차갑게 앉아 있을 뿐,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싱겁긴!”본격적인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성주혁은 와인잔을 두드리며 말했다.“오래간만에 너희가 이 늙은이의 체면을 세워 함께 식사를 하는구나. 난 우리 설아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네가 우리 윤이와 어떤 사이이든, 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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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성도윤은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결혼한 지 4년이 되었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은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함께 식사를 했어도 설아의 입맛 취향이 어떤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난 그런 부질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성도윤은 차가운 눈으로 오만하게 말했다.“부질없는 일이요?”배경수의 눈에는 시종일관 유지하던 나른함이 감출 수 없는 분노로 변했다. “그렇죠. 도윤 씨와 같은 냉혈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이니, 어떻게 다른 사람을 신경 쓰겠어요?”배경수는 성도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날카롭게 말했다. 성도윤이라는 무정한 얼음산을 산산조각 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설아 누나의 노력이 안타깝네요. 누나는 도윤 씨의 입맛 취향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매운 건 싫어하고, 담백한 걸 즐기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스테이크 미디엄 웰던이라, 도윤 씨를 위해 스테이크 굽는 법만 100가지 넘어 배웠어요. 그 노력이 정말 가엽네요!”배경수의 불평에 성도윤의 냉엄한 얼굴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기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성도윤은 무의식적으로 한자리 건너에 앉은 차설아를 바라보았다. 마치 눈빛으로 배경수의 말이 진짜인지 묻고 있는 것 같았다.차설아는 굳건히 앞을 응시하고, 곱고 하얀 얼굴은 차가운 듯 차갑지 않은 듯했다.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경수의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요.”“도윤 씨의 냉혹함에 비하면 전 확실히 인정이 많은 편이죠.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제가 신경 쓰고 있는 분들이니 모두의 입맛 취향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했던 노력이 안타깝지는 않아요. 앞으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그만이죠.”차설아의 말에 성도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성주혁은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설아야, 네가 맘고생 한 걸 알아. 윤이와 재결합하라고 부추기지 않으마. 앞으로 경수와 잘 지내거라. 믿을 만한 사람이니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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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매년 개최되는 ‘글로벌 하이 테크 회의’가 글로리 호텔에서 열렸다.언론사들은 카메라 장비들을 메고 날이 밝기도 전에 호텔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들이 이토록 열정적인 이유는 두 명의 거물 때문이었다.한 명은 이혼 파문에 휩싸인 해안 8대 가문인 성가의 미래 후계자이자, 성대 그룹의 대표 성도윤.그리고 다른 한 명은 전자 칩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선임 연구개발자이자, KCL그룹의 최대주주인 Y씨.Y씨는 신분이 베일에 싸여 있고, 종래로 공식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데다 성도윤과 특별하게 얽혀있어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성도윤과 특별한 인연이라면, KCL 그룹에서 개발한 칩은 성대 그룹에게만 공급해 왔다. 이로하여 성대 그룹은 오늘날 하이테크 시장에서 75%를 차지하는 선두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더욱 특별한 것은 성도윤이 호텔에서 자주 한 남자와 만나는데, 이 남자가 Y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전시장은 아주 넓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여기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Forbes유명 인사에서 활약하는 슈퍼 엘리트이다.지역마다 부동한 회사들이 참가하여 자신의 가장 선진적이고 인기 있는 하이테크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차설아는 천신 그룹을 대표해 회의에 참가했다. 이런 신생 기업은 연구개발팀도 없어 유명 브랜드가 모인 글로벌 하이 테크 회의에서 존재감이 떨어졌다. 부스도 작고 외진 곳에 위치하여 업계 종사자들의 따돌림과 차별을 받았다.하지만 차설아는 개의치 않았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주된 목적은 최신 산업 정보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녔다.제일 큰 전시장은 당연히 성대 그룹과 KCL 그룹이었다. 호텔의 황금 자리에 한 층씩 자리잡고 있었다.이 두 회사의 전시장 앞에는 문전성시를 이루지 못하여 혼잡하기 짝이 없었다.차설아는 혼신의 힘을 다해 KCL 그룹의 전시장에 비집고 들어갔다.늘씬한 웨이트리스는 현대적이고 기술적인 느낌의 의상을 입고 최신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여러분 안녕하세요, 보고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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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혈기 왕성한 두 남자가 호텔에서 같은 룸에 들어가 아직까지 안 나왔는데 대체 뭘 하고 있겠어요?”사람들은 여기까지 말하고 또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성도윤과 Y에 관한 ‘스캔들’은, 애초에 업계 관계자가 악의적으로 조롱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또 일련의 우연의 일치와 함께 사실인 양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그리고, 성 대표가 이혼한 것도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게 아니래. 그 내연녀도 사실은 둘이 작정하고 내세운 눈속임일 뿐이래.”“에이, 말도 안 돼요!”여기까지 들은 차설아는 세계관이 무너질 정도였다.하지만 성도윤과의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말이 되는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성도윤은여색을 가까이하지 않고, 여자와의 스캔들이 없고, 늘 엄숙하다.하지만, 진짜 성적 취향이 독특하다면 그녀와 함께한 그날 밤은 또 무엇일까?차설아는 머리가 혼란스러워 말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네이버 창을 열었다.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검색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차설아는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실수로 한 남자의 발을 밟았고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죄송합니다.”차설아는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주우려 했지만, 임신 때문에 허리를 굽히는 것이 불편했다.이때, 그녀에게 발이 밟힌 남자가 매너 있게 허리를 굽혀 대신 주웠다.“여기 휴대폰이요.”남자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고, 휴대전화를 차설아에게 돌려주었다.돌려주는 과정에 남자는 차설아가 검색한 내용을 힐긋 보더니, 가늘고 긴 눈동자에는 흥미가 차올랐다.“감사합니다!”차설아는 어색하게 휴대전화를 받았다. 아주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삼십육계 줄행랑이 답이다!남자와 차설아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둘 다 멍해졌다.“당신!”“너!”두 사람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지훈아, 너일 줄은 몰랐어. 아이돌 하는 애가 왜 여기 있어?”차설아는 남자를 쳐다보면서 반달 웃음을 지어 보이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절 기억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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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차설아는 멍한 얼굴로 신이 난 지훈을 바라보았다.‘내 남편의 간통에 네가 왜 더 흥분하고 있어?’하지만 차설아는 곧 납득했다.“연예계 사람들, 특히 아이돌들은 역시 사상이 개방적이야!”“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간통남을 잡으려는 이유가 성도윤의 마음을 잡아 스폰을 받기 위해 서지? 맞지?”차설아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진지하게 분석했다.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에 코난이 빙의해서, 지훈이의 속셈을 빤히 꿰뚫어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콜록!”지훈의 조각 같은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하마터면 자신의 침에 질식사할 뻔했다.그는 차설아의 추리가 놀라웠고, 차가운 듯 차갑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추리력이 좀 이상한 쪽으로 빠지네요?”“그래?”차설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아이돌들의 성적 취향은 모르는 일이다.팀 내에서 멤버와 사귀고, 팀 밖에서 스폰서와 스캔들이 나는 건 흔한 경우였다. 지훈은 인기 남자 그룹의 멤버로서 이런 속셈이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지훈아, 잘 생각해. 성도윤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 사람을 스폰서로 선택한다면 언젠가 화가 나서 죽을지도 몰라. 그냥 나랑 게임이나 해. 혹시 알아? 내가 기분이 좋으면 저예산 영화에 투자해서 너를 톱스타 반열에 올릴지?”차설아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럴 계획이 있었다.지금은 두 아이의 싱글맘이니, 당연히 돈이 되는 일은 무조건 해야 했다.연예계만큼 돈을 빨리 버는 업계도 흔치 않다.“이건... 생각해 볼게요.”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크 밑의 미소는 점점 더 짙어졌다.‘하하, 참 재미있는 여자야.’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보물을 왜 성도윤은 마다했을까?엘리베이터는 곧 글로리 호텔의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성도윤의 룸은 찾기 쉬웠다. 이 층 전체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기 때문이다.“지훈아, 넌 망을 봐줘. 누가 오면 기침을 심하게 해, 알겠지?”말을 마친 차설아는 도둑처럼 수상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큰 걸음으로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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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뭐지?”차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뒤에 있던 지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밖에서 수상하게 훔쳐보느니 차라리 안에서 확실히 보고 도망치는 게 낫죠.”“너!”차설아는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그녀는 지훈이 왜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의 룸 넘버를 알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빨리 일어나 빠져나가고 싶었다.성도윤과 그의 신비스러운 남자친구가 그녀를 보게 된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은 아주 커서, 차설아가 룸 안에 들어왔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차설아가 일어나 나가려는데 욕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설마 남자친구랑 같이 샤워하고 있는 거야?’낯 뜨거운 장면을 생각한 차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두피가 저렸다.아무리 그래도 성도윤은 4년이나 깊이 사랑한 남자인데, 사실 그는 남자를 좋아한다?차설아는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강렬한 호기심에 차설아는 배짱을 부리며 소리가 났던 욕실 문 앞에 다가가 유리문에 귀를 갖다 댔다.방금 지훈에게 한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확실히 남다른 청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줄줄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도 성도윤의 횡포하고 거만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또 장난치는 거야? 1년 동안 대체 어디 숨어 있었어? 당장 들어와!”뭐라고?이 말을 들은 차설아는 눈살을 찌푸렸고 멍해졌다.머릿속으로 까칠스러운 성도윤이 남자에게 구애를 하고, 남자를 욕실 구석으로 몰아가는 장면을 상상했다.듣다 보니 소리는 사라졌고, 차갑던 유리문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올랐다.이상하다!도둑이 제 발 저린 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보니 성도윤의 매서운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대로 얼어버렸다.“안녕... 이런 우연이. 당신도 여기 있었네?”차설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성도윤은 높은 곳에서 제왕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물었다.막 목욕을 마친 성도윤의 머리는 단정한 모습은 없고 축축하게 흐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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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욕실에는 안개가 자욱한 열기가 피어올라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성도윤의 커다란 몸집은 마치 큰 산처럼 차설아의 위에 덮였다. 큰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매끄러운 욕실 벽에 밀어붙이고 차갑게 말했다.차설아는 원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욕실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온몸이 더워 나서 호흡조차 가빠졌다.차설아는 애써 빠져나오려고 식식거리며 말했다.“성도윤, 이거 놔. 게이 주제 나한테 뭐 하는 짓이야?”“게이?”성도윤은 차갑게 눈살을 찌푸리고, 잘생긴 얼굴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자신이 왜 게이의 특징을 풍기고 있는 건지 의혹스러웠다.“그럼 아니야?”차설아는 가십의 혼이 활활 타올라 계속 캐물었다.“네 남자친구는 KCL 그룹의 수석 연구원 Y잖아. 사귄 지 얼마나 됐어? 임채원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했던 거야?”속사포 같은 질문에 성도윤은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그의 꼿꼿한 몸은 더욱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여자의 귀에 대고 말했다.“너도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해?”“난...”성도윤이 가까워질 때마다 차설아는 주위의 공기가 희박해졌고, 산소 부족으로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더 미치겠는 건 지금 남자의 몸에는 흰 목욕 타월만 두르고 있었다. 그의 몸의 3분의 2를 차설아는 훤히 볼 수 있었다. 차설아는 함부로 눈을 흘겨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어색하게 다른 곳만 응시했다. 매 순간순간이 쥐가 날 것 같았다.“당신이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나랑 상관없어. 일단 옷부터 입을래? 언제까지 발가벗고 있을 건데?”차설아는 마치 좌초한 물고기처럼 어쩔 수 없어 하며 말했다.“그러니까, 너도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지, 여자를 좋아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지? 맞지?”“당연하지, 난...”차설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성도윤의 얇고 차가운 입술이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남자의 키스는 그녀의 대답을 유도했다. 차설아는 이 방면에서 완전 초짜라 바로 항복하고 빠져들고 말았다.“이래도 모르겠어?”성도윤은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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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말을 마친 성도윤은 또 키스하려 했다.지금 성도윤의 눈에 차설아는 도살을 기다리는 어린 양에 불과했다. 그것도 직접 자기 몸을 바치러 온 셈이다.만약 지금 ‘잘 교육’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수고’가 헛될 뿐만 아니라, 성도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확실시된다.“난 이미 너랑 선을 긋기로 결심했어, 날 계속 건드리는 건 너야. 기왕 이렇게 된 거 네 뜻대로 해주지. 난 인정 없는 전 남편이 되기 싫거든.”“오해야.”차설아는 바다를 떠나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처럼 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뜨거워졌다.차설아도 자신의 행동이 오해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걸 인지했다. 호랑이의 굴에 직접 들어왔으니 성도윤이 오해를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난 그냥 호기심에, 그 유명한 Y씨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어. 절대 너한테 딴마음을 품은 적은 없어.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있었으면 이혼했겠어? 안 그래?”차설아는 두 손으로 남자의 넓은 어깨를 밀어냈다. 마치 죽음을 앞두고 발악하는 토끼처럼 힘없이 해명했다.성도윤의 뜨거운 눈망울이 순식간에 식어버리더니 말했다.“그래서, 지금은 알겠어?”“알았어!”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저하게 알아버렸다는 표정이었다.공기 중에 떠돌던 애매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그는 차갑게 여자를 한참이나 주시하더니 쌀쌀맞게 말했다.“이제 꺼져!”이대로 그녀를 놓아준 셈인가?차설아는 바로 침대에서 내려왔다.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나온 차설아는 지훈의 모습을 찾아다녔다. 대체 어떻게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지, 왜 자신을 방금 불구덩이에 밀었는지, 제대로 따져 물어야 했다.하지만,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의 주변을 다 살폈지만, 지훈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아주 신비로운 자식이었다.차설아는 방금 자신이 만난 지훈은 자신의 환각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인기 남자 아이돌이 이런 엘리트들이 모인 회의에 나타나는 것이 너무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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