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1화

성주혁은 차설아의 기자회견 녹화분을 보고 한참이나 침묵했다. 주름진 얼굴에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성도윤은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속으로는 할아버지가 드디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물론, 성도윤은 차설아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상처를 줬었다.

하지만, 차설아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성도윤은 임채원과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척 한 것이지만, 차설아와 배경수는 진심이고 아이까지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이혼은 분명히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인데 왜 성도윤만 모든 것을 뒤집어써야 하는가?

“할아버지, 보셨다시피 설아는 저와 이혼하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그래야 그 잘난 배경수와 떳떳한 사이가 되죠. 아니면 우리 이혼 소식을 벌써 공식 발표할 리가 없잖아요.”

성도윤의 얼굴은 차가웠고,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 차서 말했다.

“할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순수한 여자 아니에요. 모두 위장된 겉모습에 속았다고요.”

TV를 응시하던 성주혁은 성도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흰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말했다.

“네놈은 그렇게밖에 이해를 못 하는 거야?”

“어쩐지, 학교 다닐 때 다른 과목은 만점을 받으면서, 국어만 약하더라니. 독해력이 너무 떨어져!”

“멍청한 놈!”

성주혁은 성도윤의 등짝을 후려쳤다.

“보고도 모르겠어? 설아는 널 잡고 싶은 거야!”

성도윤은 어이없게 한숨을 내쉬고 거리낌 없이 반박했다.

“제가 눈이 부실해서 몰랐네요.”

“넌 당연히 모르지, 넌 눈이 멀었으니까!”

성주혁은 돋보기 안경을 밀고, 녹화 영상의 어느 한 장면으로 돌아가 화면을 가리키며, 마치 학술 연구를 하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봐봐. 이 말의 핵심이 무엇이냐. 설아가 너와 4년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지 않냐. 이 말이 무슨 뜻인 것 같아?”

“무슨 뜻인데요?”

“바로 널 잊지 못했고, 너와 재혼하고 싶다는 걸 암시하고 있는 거지!”

성주혁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성도윤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