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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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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뭐라고 부르는데?”차설아는 남자애에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눈을 ‘차도남’에게서 뗄 수 없었다.이런 설레는 기분은 워낙 오랜만이라 차설아는 온몸이 저려왔다. 요 몇 년 동안 그녀는 이런 감정을 오직 ‘누군가’에게서만 느꼈었는데 말이다.“지훈이 형의 얼굴이 너무 잘생겼잖아요. 성대 그룹의 대표님이신 성도윤 님과 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팬분들은 지훈이 형을 ‘리틀 성도윤’이라고 불러요...”“성도윤?”그 말을 들은 차설아는 흥미가 뚝 떨어졌다.‘왜 어디서나 그 사람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거야? 영혼이 나를 따라다니나?’남자애는 차설아가 성도윤을 모르는 줄 알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누나 혹시 성도윤 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 아세요? 모르신다면 여기에 사진이 있어요... 우리 지훈이 형이랑 많이 닮으셨죠?”차설아는 사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재수 없어! 이혼하고 겨우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리틀 성도윤이라니, 너무 재수 없잖아!’리틀 성도윤은 예쁜 손가락으로 스위치 버튼을 누르면서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차설아에게 눈길 한 번 주질 않고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성도윤이 누군지 아시겠지, 저분 남편이니까.”“뭐라고? 그럼 예쁜이 누나가... 성도윤 님의 아내분이셨어요?”남자애는 깜짝 놀라더니 뒤로 물러서면서 차설아와 거리를 뒀다.다른 남자들도 맹수를 피하듯 차설아와 멀리 거리를 두려고 했다.“돈 벌기 정말 쉽지 않네. 우리 아이돌들은 걸핏하면 기획사에게 손님 접대나 강요받고, 심지어 오늘은 성대 그룹 대표님의 아내분까지 모셔야 한다니, 자칫하면 앞날을 망칠 수 있다고...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못하겠어!”“나도 안 할래, 안 하겠어!”그러더니 꽃미남들은 잇달아 제복을 벗으면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차설아는 다급히 그들의 마음을 달랬다.“다들 너무 겁먹지 마. 남편이 워낙 오픈 마인드라서 괜찮아. 남편도 다른 여자랑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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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그게...”남자랑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성도윤을 빼닮은 얼굴은 무한히 확대되었다.차설아는 숨을 죽이며 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그는 성도윤과 똑같이 깊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치 그녀의 모든 속셈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굳이 두 사람의 차이를 구별하자면 성도윤의 분위기에는 카리스마가 더해졌고, 그와 반대로 지훈은 사연이 많은 사람처럼 눈망울에 차가움과 우울함이 묻어나 있었다.‘참 신기하다니까. 사람은 정말 이상한 동물이야, 왜 항상 똑같은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지?’4년 전 그녀는 성도윤에게 첫눈에 반했었다.4년 후의 지금, 그녀는 또 성도윤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도대체 자신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 눈앞에 잘생긴 남자인지 성도윤인지 차설아 본인조차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무슨 생각 해요?”남자는 차설아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지훈의 낮은 목소리는 오래된 와인처럼 감미로웠고 매혹적이었다.“아니야, 난 이만 갈게.”차설아는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남자는 긴 팔로 손쉽게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저는 당신 남편을 닮은 것뿐이지, 당신 남편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저를 두려워해요?”“두려워하지 않았거든!”차설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그래, 이 녀석은 그저 도윤 씨랑 비슷하게 생긴 것뿐이야, 도윤 씨도 아닌데 내가 왜 겁을 먹었지? 다른 애들은 내가 성도윤의 아내라는 걸 알고 모두 도망갔는데 이 녀석은 도망가지 않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도발하고 있잖아? 그럼 성도윤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점만으로도 제대로 즐겨야 하겠는걸?’이 생각에 차설아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녀는 수줍은 자태를 거두고 오히려 당당하게 남자의 턱을 치켜들고는 입꼬리를 올렸다.“너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네가 나한테 겁을 먹을까 봐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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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차설아는 택시를 잡아 지훈과 함께 차에 올랐다.택시 기사에게 주소를 말한 후 불과 20여 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도착했으니까 내려.”차설아는 강아지를 이끌듯 남자의 넥타이를 잡으며 차에서 내렸다.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둥그런 돔 모양에 형광색 지붕의 작은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어둠 속에서 작은 집은 그윽하고 차가운 빛을 뿜어냈는데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아 꽤나 낭만적이었다.“어때? 널찍하고 예쁘지?”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지훈을 보더니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기는 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비밀 아지트야. 웬만한 사람한테는 알려주지 않는다고!”“비밀 아지트요?”지훈은 여러 개의 집을 보더니 눈썹을 치켜들며 흥미를 보였다.“재밌네요.”직원은 가까이 다가오며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차설아 님, 안녕하세요. 그전처럼 3호실을 고르실 거죠? 물건은 다 준비해 드렸습니다.”3호실은 거리가 가장 멀었지만 시설이 최고급이었고 또 조용했기에 방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차설아는 익숙한 듯이 곧바로 3호실로 향하고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들어와, 너 오늘 밤 나랑 놀아주기로 한 거다?”지훈은 이곳이 도대체 어떤 분위기의 모텔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방에 들어서자마자 어안이 벙벙했다.“여... 여기는 뭐 하는 곳이죠?”“바보야, 보면 모르겠어?”차설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방으로 달려가고는 최신형 기계식 키보드를 쓰다듬으면서 눈을 반짝였다.“이 XF 키보드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2년을 꼬박 기다린 신제품이야. 키 입력할 때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아주 뚜렷하고 부드러워. 타이핑에 따라 LED 조명이 커졌다 꺼졌다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반응 속도가 정말 대박이야. 최상급 서버와 모니터만 있다면 그 어떤 게임에서도 우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지훈은 차설아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 5분이나 걸렸다.“그러니까 여기는 모텔이 아니라... PC방이에요?”“모텔?”차설아는 지훈의 이마를 툭 치며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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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전화기 너머로 딱딱한 통화 안내음이 울렸다.“지금 고객님께서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없는 번호?!성도윤은 애써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나 피하려고 일부러 전화번호까지 바꾸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그는 다시 차설아와의 채팅창을 열어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하지만 문자를 보낸 순간 수신이 거부되었는데 아마도 차설아는 성도윤을 차단한 듯했다.“젠장!”성도윤은 싸늘한 얼굴을 보였다.‘정말 독한 여자네. 이렇게 철저하게 연락을 끊겠다고?’그들이 이혼한 지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차설아는 벌써 성대 그룹의 클라이언트를 모두 채갔다. 그뿐만 아니라 매일 밤 여러 클럽을 누비면서 매번 다른 남자와 즐기곤 했는데 그야말로 최고로 자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었다.심지어 이제는 남자와 방까지 잡는다고 하니 ‘전 남편’은 아예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성도윤은 큰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한참 고민에 잠긴 후 곧바로 비서 진무열에게 전화를 걸었다.“30분 뒤에 해안시의 모든 호텔이나 모텔의 투숙객 정보를 알아야겠어!”진무열은 어리둥절한 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왜 갑자기 투숙객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시는 겁니까? 혹시... 불륜을 잡으려고 하시는 겁니까?”“내가 너한테 보고해야 해?”“아닙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하지만 진무열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한마디를 보탰다.“그리고... 사모님은 그냥 즐기려는 마음이 있는 것뿐이지, 다른 남자와 방을 잡지는 않았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성도윤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다.“닥쳐!”30분 후, 진무열은 한 묶음의 호텔 투숙객 정보를 가져왔지만 그 안에는 차설아의 체크인 기록이 없었다.“대표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얌전하고 본분을 지키시는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그렇게 사랑하시는데 왜 다른 남자랑 방을 잡겠어요? 전에 클럽을 돌아다니고 젊은 남자들과 어울려서 찍힌 사진들도 아마 일부러 대표님의 질투를 유발하려고 했을 겁니다.”진무열은 방관자로서 조리 정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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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차설아의 산뜻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마치 무슨 재수 없는 것을 보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렸다.‘내가 정말 게으른 버릇은 고쳐야 한다니까. 이미 이사를 결심했으면서 왜 아직도 집을 안 찾아보고 버티고 있었던 거야? 바로 맞은편에 살아서 아무리 애써 외면한다고 하더라도 오늘처럼 이렇게 마주하게 되잖아!’차설아는 한참 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은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성도윤은 긴 팔을 내밀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왜? 나 만나기 부끄러워? 즐길 것 다 즐기더니 이제 양심에 찔려?”양심에 찔린다고?그 말은 차설아의 승부욕을 자극했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엘리베이터를 나서더니 고개를 들고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성도윤 대표님, 장난이 지나치시네요. 즐겁게 살고 있는 게 뭐 어때서? 내가 무슨 남의 물건을 훔치기라도 했어, 아니면 뺏어오기나 했어. 내가 왜 양심에 찔려야 하는데?”“오히려 한 회사의 대표인 당신이 늦은 밤에 자지도 않고 왜 여자 혼자 살고 있는 집 앞에 서 있는 거야? 마침 나한테 들켰으니 양심에 찔려야 하는 쪽은 그쪽이 아닌가?”성도윤은 논리적인 차설아에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참 고민하더니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당신이 얼마나 막 나가는지는 모르지만 당신 신분을 명심하라고. 요 며칠 다른 남자들과 연예면 기사 난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거야?”차설아는 더 화가 나지도 않았다.‘이 남자는 정말 언제나 이렇게 오만방자하네! 내가 전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지, 이런 남자를 4년 동안이나 진심으로 사랑했으니 말이야. 괜히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로 되었잖아? 그래도 다행이지,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까. 더는 성도윤의 뜻을 따르기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거야!’차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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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성도윤은 눈을 떴다. 깊은 눈동자에는 의아함이 비쳤고, 약간의 짜증과 함께 차갑게 말했다.“튕기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적당하면 귀엽지만, 도를 넘으면 재미가 없지.” 말을 마친 후, 성도윤은 더욱 강한 카리스마로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성도윤은 당연히 차설아도 원하면서 그의 소유욕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튕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에 차설아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런 마음이 어떻게 금방 사라질 수 있겠는가?급해 난 차설아는 핸드폰을 꺼내 잘생긴 남자의 차가운 얼굴에 들이밀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성도윤, 당신 정말 미쳤어!”“내가 연예계 뉴스에 올라서 당신 망신을 줬지?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면 내일 법률 뉴스에 오르게 될 거야!”성도윤은 허리를 곧게 세웠고,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뭘 하려는 거야?”차설아는 대답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뒤, 112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훌쩍이며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경찰이죠? 살려주세요. 여기 샘천 레지던스인데요, 어떤 변태가 쫓아와서 저한테 나쁜 짓을 하려고 해요. 빨리 와서 저 좀 구해주세요!”성도윤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부부 싸움이니 경찰에게 상관하지 말라고 하려 했지만, 갑자기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래서 법적으로 지금 성도윤의 행동은 성추행에 속하기에 충분했다.성도윤이 멈칫하는 모습을 본 차설아는 자신감을 갖고 말을 이어갔다.“이봐요. 성 대표님, 여기서 2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파출소가 있답니다. 만약 경찰이 올 때까지 계속 이러고 계신다면, 옛정이고 뭐고 난 당신을 감옥에 넣을 거예요.”차설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우에게서 배운 법조를 읽었다.“형법 237조에 근거, 여성을 추행한 정도가 엄중한 자는 징역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성우는 이 방면의 사건을 다루는 전문가야. 한번 직접 확인해 볼래?”성도윤의 눈은 점점 차가워지더니, 마치 잠복해 있는 맹수처럼 위험한 기운을 드러내고 있었다.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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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성도윤은 차설아의 경고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차설아가 다른 남자를 빌미로 자신을 화나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성도윤은 계획대로 골드 찻집에 도착해 소씨 그룹의 사장 소건우와 만나 협력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소씨 그룹은 중국 전역에서 전자 제품 분야의 4대 유통 업체 중 하나이다.소씨 그룹과 함께 이름을 날린 회사는 바로 성대 그룹과 긴밀히 협력했던 남우 그룹이었다.지금 남우 그룹은 차설아에게 빼앗겼으니, 성도윤은 빠른 시일 내로 새로운 협력 상대를 찾아야만 성대 그룹이 생산한 전자 제품의 판매 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찻집의 최고급 룸에서 소건우는 이미 오랫동안 기다렸다.성도윤을 보자 바로 일어나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도윤아, 오랜만이구나. 내가 드디어 너랑 차 한 잔을 마실 자격이 되는구나.”“농담이 지나치시네요, 아저씨.”성도윤은 몸을 곧게 펴고 여전히 차갑고 거리감 있는 모습을 유지했다. 덤덤하게 소건우와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도윤아, 어서 이 차를 마셔봐. 중국의 대홍포인데 한 입만 마셔도 입안에서 풍미가 돌아.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소건우는 열정적으로 또 정성스레 차를 따랐다.업계의 이치대로라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소건우이다. 하지만 성대 그룹의 강력한 힘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성도윤은 적어도 소건우보다 20살은 어리지만, 타고난 카리스마가 강해서 소건우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게 되었다.무엇보다 성대 그룹이 생산하는 전자제품은 퀄리티가 애플에 버금간다는 입소문을 타고 확고한 팬층을 확보한 상태였다.성대 그룹의 유통 업체가 된다는 건 아시아 전역의 전자제품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몇 년 전, 남우 그룹에게 그 기회를 빼앗기고, 오늘 드디어 소씨 그룹의 차례가 되었으니 당연히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남해진 그 늙은 여우가 성대 그룹을 마다하고 이름도 없는 작은 회사랑 손을 잡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미련하기 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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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이 말을 들은 소건우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오해야, 어르신은 모래밭을 누비며 적을 쓰러 눕힌 영웅이셔. 그런 분을 내가 존경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마찰이 생길 수 있겠어?”“사실인가요?”성도윤은 담담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날카로운 눈으로 소건우 말의 진위 여부를 판단했다.사실, 성도윤은 이미 소씨 그룹에 대해 많은 사전조사를 했다. 확실히 두 가문 사이에 그 어떠한 마찰도 조사해 내지 못했다.할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져서, 성도윤을 문전 박대를 하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당연히 사실이지.”소건우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지만, 켕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털어놓았다.“기껏해야 내가 젊었을 때, 자네 아내의 아버지, 그러니까 이미 돌아가신 자네 장인어른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을 뿐이야.”“차설아의 아버지요?”성도윤은 싸늘한 눈으로 계속 물었다.“그분과 어떤 마찰이 있었죠?”“참, 성인 남자들 사이에 뭔 문제가 있겠어? 당연히 사업 문제, 그리고 여자문제지.”“아주아주 오래전의 일이야. 자네 장인어른이 장모를 만나기 전에, 우리는 원래 사업상 라이벌이었지. 계속 대적하다가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여자 때문에 크게 싸워서 인연을 끊었지. 그런데 그 독한 여자가 우리 사이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사라져버렸어...”당시 일을 언급하던 소건우는 분노에 차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차설아 아버지와의 마찰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두 남자를 바보로 만들었던 그 여자 때문에 분한 것이었다.“도윤아, 여자는 말이야, 고양이를 가장한 호랑이야. 사람을 속이기로 작정을 하면 혼까지 빼앗아 가니 무조건 조심해야 돼. 절대 여자에게 사로잡히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소건우의 말에 성도윤은 왠지 차설아가 떠올랐다.이혼 전과 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것을 생각하면, 소건우의 말은 지극히 일리가 있었다.여자는 확실히 변장에 능한 동물이다!“안심하거라, 소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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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진무열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이 여자가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야?’“왜 그래, 도윤아? 마누라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이미 일어나서 떠날 준비를 하던 소건우는 진무열의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또 자리에 앉았다.찻집에는 당연히 TV가 있었고, 성도윤은 내색하지 않고 직원에게 켜라고 했다.TV에서 차설아는 수수한 옷차림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 수백 곳의 언론사 앞에 나타나 성도윤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가엽게 발표했다.“안 좋은 소식으로 인사를 드려 죄송하지만, 저랑 성도윤 씨는 4년간의 결혼생활을 끝으로 합의 이혼을 했음을 발표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분도 행복하길 바랍니다.”밑에 있던 기자들은 우수수 손을 들며 차설아에게 질문을 퍼부었다.“차설아 씨, 성도윤 씨와의 결혼 파탄은 제3자의 개입과 연관이 있나요?”“차설아 씨, 전에 라이브 방송에서 성도윤 씨의 내연녀가 아기까지 가졌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배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 배경수 씨와 자주 외박을 하신다는 소문이 있는데, 남편분과 맞바람을 피우신 건가요?”차설아는 눈을 늘어뜨리고 조용히 흐느끼며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저랑 성도윤 씨는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맞지 않았어요.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은 선택이에요. 그리고 다른 것들은... 말씀드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습니다.”차설아는 비록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임대옥에 버금가는 억울한 표정으로 모든 걸 말해주었다.이 기자회견이 끝나면 성대 그룹에 향한 부정적인 평가와 질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사실, 차설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재벌가의 이혼이 언론에 알려지면 반드시 큰 파장을 일으킨다.그래서 차설아의 이런 행동은, 일부러 성도윤을 욕보이게 하고, 어젯밤 그의 ‘지나친’ 행위에 대해 복수를 한 것이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소건우는 진심으로 성도윤을 동정하며 서둘러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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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성도윤은 어이없이 한숨을 내쉬고 차를 몰고 본가로 향했다.소씨 그룹과 협력하기로 선택한 후부터 할아버지의 반대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이따가 한바탕 혼이 날 것이다.마침 이 기회에 소씨 가문이 대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자세히 물어볼 수 있다.성도윤이 저택에 들어가기도 전에 할아버지의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글렀어, 그 자식은 글렀어. 돈에 눈이 멀어서 다른 건 안중에도 없어. 오늘 반드시 때려죽일 것이니 아무도 나 말리지 마!”성도윤의 등에 난 채찍 상처가 낫지도 않았다. 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조여왔다.성주혁은 군인 출신이라 후손들을 단순 폭력적으로 교육해 왔다.그래서 성가의 후손들은 모두 품행이 단정했고, 성도윤도 할아버지의 뜻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유독 차설아에 관한 일에서 그는 통제력을 잃고 말았다...“할아버지.”성도윤은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무거운 걸음으로 별장 로비로 들어갔다.집사는 아주 기뻐했다.“어르신, 화 좀 푸세요. 둘째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어요.”성주혁은 고개를 들고, 치타 같은 매서운 눈으로 성도윤을 노려보더니 “쾅” 찻잔을 내리쳤다.“너 이 자식, 무슨 낯짝으로 굴러들어 와?”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할아버지께서 부르셨잖아요?”“이것 좀 봐. 이 자식은 틀려먹었다니까. 내 앞에서 감히 말대꾸를 하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아니면 이 늙은이는 안중에도 없는 건지! 이것도 손주라고 키웠으니, 짐승만도 못한 놈!”어르신은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일찌감치 익숙해진 성도윤은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혼이 났다.성도윤의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집안 식구들이 괜히 오랜 세월 동안 할아버지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뜻을 거역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어르신이 일단 화가 나면, 막무가내로 모든 것을 틀렸다고 나무라기 때문이다. 숨 쉬는 것조차 죄가 될 수 있을 정도였다.“내가 성대 그룹은 절대 그 집안과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 않았느냐? 절대 소건우와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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