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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차설아의 산뜻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마치 무슨 재수 없는 것을 보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렸다.

‘내가 정말 게으른 버릇은 고쳐야 한다니까. 이미 이사를 결심했으면서 왜 아직도 집을 안 찾아보고 버티고 있었던 거야? 바로 맞은편에 살아서 아무리 애써 외면한다고 하더라도 오늘처럼 이렇게 마주하게 되잖아!’

차설아는 한참 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은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성도윤은 긴 팔을 내밀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

“왜? 나 만나기 부끄러워? 즐길 것 다 즐기더니 이제 양심에 찔려?”

양심에 찔린다고?

그 말은 차설아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엘리베이터를 나서더니 고개를 들고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도윤 대표님, 장난이 지나치시네요. 즐겁게 살고 있는 게 뭐 어때서? 내가 무슨 남의 물건을 훔치기라도 했어, 아니면 뺏어오기나 했어. 내가 왜 양심에 찔려야 하는데?”

“오히려 한 회사의 대표인 당신이 늦은 밤에 자지도 않고 왜 여자 혼자 살고 있는 집 앞에 서 있는 거야? 마침 나한테 들켰으니 양심에 찔려야 하는 쪽은 그쪽이 아닌가?”

성도윤은 논리적인 차설아에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참 고민하더니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

“당신이 얼마나 막 나가는지는 모르지만 당신 신분을 명심하라고. 요 며칠 다른 남자들과 연예면 기사 난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거야?”

차설아는 더 화가 나지도 않았다.

‘이 남자는 정말 언제나 이렇게 오만방자하네! 내가 전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지, 이런 남자를 4년 동안이나 진심으로 사랑했으니 말이야. 괜히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로 되었잖아? 그래도 다행이지,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까. 더는 성도윤의 뜻을 따르기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거야!’

차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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