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201 - Chapter 210

1650 Chapters

제201화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해.”육경섭이 맞장구를 쳤다.“겨우 장가갔는데 와이프를 잘 지켜야지...”“긁혀서 상처가 나도 괜찮아요.”그때 옆에서 갑자기 장사꾼의 소리가 들려왔다.“저한테 특효약이 있는데 절대 흉터 안 져요!”장사꾼의 말에 육경섭과 임우정이 배꼽 빠져라 웃어댔다.강서연은 정교한 약병에 끌렸는지 약병을 들고 살폈다.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포장에 가볍고 작아서 한 손에 잡기에도 딱이었다. 약을 공예품처럼 만드는 건 또 처음 봤다.장사꾼이 그녀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한 병 살래요? 이건 재희 제약에서 만든 건데 제가 십 년 넘게 팔았어요. 상도의를 지키면서 장사하는 사람입니다, 저!”“재희 제약?”“네! 윤제 그룹의 제약 공장 말이에요.”최연준이 살짝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성남과 남양이 가깝긴 하다만... 설마 저 사람이 말한 윤제 그룹이 바로 남양의 윤씨 가문인가?’그들은 한참 동안 걷다가 사람이 비교적 드문 곳에 왔다. 임우정은 강서연과 함께 길거리 음식을 먹으러 갔고 두 남자는 여전히 그녀들 뒤를 따랐다.최연준의 안색이 이상함을 눈치챈 육경섭이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아니에요.”덤덤하게 대답하던 최연준이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아까 약 장사꾼이 윤제 그룹이고 뭐고 하던데, 들어본 적이 있어요?”“당연하죠. 남양에서 아주 유명해요.”육경섭이 조직 보스와 여러 지역을 돌아다녀 이런 일에 대해 들은 바가 많았다.“윤제 그룹은 남양 일대에서 그래도 꽤 세력이 있어요. 예전에 의사 집안이어서 지금까지 제약 공장을 남겨두고 있대요.”“그런데 그 약들이 왜 야시장에서 팔리고 있죠?”“재희 제약의 약값이 저렴한 데다가 약효까지 좋아서 인기가 아주 좋아요. 그리고 다른 큰 제약 공장처럼 거드름 부리지 않아서 곳곳에서 재희 제약의 약을 볼 수 있거든요. 게다가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일반인들도 다 구매할 수 있으니까 모조품을 만드는 사람도 없어요.”최연준이 실눈을 떴다.“그럼 아주 양심적인 기업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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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두 남자가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다.“안 돼!”“안 돼요!”물론 그들의 반대는 당연히 무효였다. 어쨌거나 남자와 함께 자는 것보다 와이프를 화나게 하는 결과가 더 심각하니 말이다.늦은 시각, 육경섭은 쇼핑백을 바리바리 들고 풀이 죽은 얼굴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방 문을 열고 푹신푹신한 큰 침대를 본 순간 그는 울분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에 비해 최연준은 덤덤하기만 했다. 묵묵히 겉옷을 벗고 술 진열장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얼음을 넣고 천천히 흔들어 마셨다.“연준 씨,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반드시 한배를 타야 해요!”육경섭이 이를 꽉 깨물었다.“내일부터 자기 여자는 자기가 알아서 책임져요. 절대 저 둘이 붙어있게 해서는 안 돼요. 들었어요?”육경섭이 씩씩거리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최연준은 그를 보며 덤덤하게 웃어 보이고는 창밖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남양, 윤제 그룹, 윤정재, 제약 공장...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최진혁이 그를 해하려는 원인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정재는 왜 그를 도우려 했을까? 그깟 1억 불이 넘는 보험금에 흔들렸단 말인가?윤씨 가문의 세력이 최씨 가문보다는 못해도,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의약과 정보 과학기술 영역의 사업을 하고 있어 절대 돈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 하여 윤정재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성남에서 돌아간 후, 강서연은 전보다 눈에 띄게 웃음이 많아졌다. 최연준이 조금 시름을 놓던 그때 유찬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연준 형, 형이 나한테 쓰라고 했던 성명서 있잖아요. 영감님께서 막으셨어요. 형 아무래도 오성에 한 번 다녀가야겠어요.”“응, 알았어.”최연준은 진작 예상하였다. 유찬혁에게 성명서를 쓰라고 할 때부터 그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최연준은 고개를 들어 아직 집 청소를 하는 강서연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강서연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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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서연아.”그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나 내일부터... 합숙 훈련에 들어가.”강서연이 화들짝 놀랐다.“또 경기가 있어요?”“응.”그가 대충 얼버무렸다.“이번에는 합숙 훈련이 꽤 길 것 같아.”강서연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하지만 최연준이 좋아하는 일이라 그녀는 무조건 응원했다.최연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 안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향긋한 냄새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여보, 내가 예전에 가르쳤던 동작 기억나?”강서연이 두 눈을 깜빡이더니 별다른 생각 없이 그의 질문에 답했다.“기억나요.”그러자 최연준이 음흉하게 웃었다.“어느 정도 기억해?”순진한 강서연이 동작을 보여줬다.“만약 누군가 앞에서 날 공격하면 이렇게... 뒤에서 공격하면 이렇게...”그런데 그녀가 그의 손목을 잡았을 때 최연준은 그녀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았다. 최연준의 힘이 더 세다 보니 그녀가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여보... 으악!”최연준은 그녀를 번쩍 들어 곧장 안방의 큰 침대로 향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서연은 작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두 눈을 부릅떴다.“아까 한 동작들은 다 괜찮았어.”최연준이 목소리를 내리깔고 가볍게 웃었다.“그럼 지금...”그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도련님, 도착했어요.”방한서가 차를 최상 빌라 밖에 세웠다.최연준이 유리창 밖을 힐끗 보더니 조금 전 정신을 딴 데 팔아 민망한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했다.방한서는 시선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강서연 씨 쪽에 사람을 많이 보냈으니까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그래.”최연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비행기에 몸을 실은 내내 그녀의 부드럽고 간질간질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듯 그의 가슴팍에 살포시 기대던 모습이 그리웠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서연밖에 없었다.오성에 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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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최연준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널찍한 등도 굳어버린 것 같았다. 최재원의 질문에도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분위기가 어찌나 싸늘한지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최재원이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더욱 무거운 말투로 다시 한번 물었다.“강서연이 누구냐고!”“저의 와이프 입니다.”최재원이 손을 들어 상을 탁 내려치자 순식간에 깨져 산산이 조각났다.최연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등의 핏줄이 다 터질 것만 같았다. 최재원이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결혼했어? 이 여자는 또 언제 만났고?”“만약 내가 이 발표를 막지 않았더라면 정말 최씨 가문의 절반을 남한테 줄 생각이었어?”집사와 도우미들이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서재 안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감히 숨소리도 내질 못했고 방한서마저도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최재원은 일을 처리하면서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사람이라 오늘같이 성을 내는 일은 그야말로 드물었다.오늘 할아버지와 손자는 마치 끝장을 볼 기세로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가까이 다가가기는커녕 소리만 들어도 저도 모르게 오금이 저렸다.“네 명의로 된 재산, 주식, 펀드, 그리고 해외 부동산과 현금까지 전부 그 여자한테 절반 나눠주려고?”최재원이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연준아,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최연준이 입술을 적시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절반이 아니라... 전부 다 줄 거예요.”“뭐라고?”“성명서에 절반이라고 쓴 건 아직 완전히 제 와이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완전히 제 여자가 된다면 그땐 다 그 사람 것이에요.”최재원이 냉기가 감도는 눈빛으로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결혼하지 않았단 말이야?”최연준이 이를 꽉 깨물었다. 그가 아무 말이 없자 최재원은 그제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는 최연준이 비행기 사고를 당한 후로 줄곧 강주에서 요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여 강서연과는 그 시기에 만났을 거라고 짐작했다.사람이 몸을 다치게 되면 의지력도 약해지고 그 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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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오성이 이렇게나 큰데 걔 하나 발붙일 자리가 없겠어?”최재원이 드래곤 지팡이를 잡았다.“걔가 지낼 집 하나 마련해서 나중에 네가 결혼하면 한 달에 몇 번 정도 보러 가. 걔가 사고를 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네 곁에 둬도 좋다!”최연준이 멈칫하더니 한참 후에 차갑게 웃었다.“서연이더러 제 내연녀를 하란 말씀이셨군요.”“그런 여자는 내연녀 자리도 아까워!”최연준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그건 말도 안 돼요!”그가 목청을 높였다.“절대 서연이가 그런 일을 당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그럼 어떡할 건데? 결혼이라도 하려고?”최재원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너 그 여자한테 아주 홀딱 빠졌구나!”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가슴을 움켜쥐었다.“당장 그 애랑 헤어져! 나연이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3대 가문에서 골라도 되잖아!”“제 평생에 서연이 말고 다른 여자는 없어요!”“다른 여자는 없다고?”최재원이 목청을 높이며 그를 무섭게 째려보았다.“만약 걔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최연준은 순간 머리가 윙 했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최재원이 계속하여 그를 몰아붙였다.“연준아, 넌 내가 직접 키운 우리 가문의 후계자야. 뭘 하든 넌 항상 최상 그룹부터 생각해야 해. 그리고 할아버지의 책임은 너의 앞길을 막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거야... 여자도 포함해서 말이지.”최연준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풀었다. 분위기가 다시 살얼음판이 되었고 그가 아무 말이 없자 최재원의 얼굴에 점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그런데 그가 손을 내밀어 최연준의 어깨를 다독이려던 순간, 최연준이 갑자기 휙 피했다.최연준은 고개를 들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매섭고 싸늘한 눈빛은 마치 야밤에 산속을 거니는 한 마리 맹수 같았다.“할아버지.”그가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서연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할아버지도 직접 키운 후계자를 잃으실 겁니다!”“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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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최연준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우람한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차가워 보였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임나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차가운 눈빛 속에 비웃음이 담겨있었다.“결혼? 나연 씨, 우리가 언제 혼약을 맺은 적이 있던가요?”최연준이 갑자기 그녀를 멀리하며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임나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알고 있는 혼약은 두 사람이 서로 원해야만 맺는 거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린 그 조건에 부합되지 않아요!”“최연준 너...”“앞으로는 연준 씨라고 불러요. 그리고 존댓말도 하고요.”최연준이 싸늘하게 말했다.“나연 씨, 우리가 아직 친구처럼 이름을 막 부를 정도로 친하진 않은 것 같은데!”최연준은 자기 할 말만 하고 홱 돌아섰다. 홀로 남겨진 임나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그녀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졌다.임나연이 이를 깨물면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마음속에 마치 돌덩이가 앉은 듯 답답하기만 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힌 후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최재원의 표정도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서재로 들어간 임나연은 깨져 난장판이 된 찻그릇과 바닥에 놓인 드래곤 지팡이를 본 순간 방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임나연도 이런 상황에 끼어들 수 없어 인사치레로 몇 마디 위로를 건넨 뒤 떠나려는데 티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휴대 전화가 갑자기 진동했다.“할아버지, 이건...”최재원이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연준이가 까먹고 놓고 갔나 봐. 나연아, 네가 가져다줘.”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임나연은 바로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연준이 만나면 설득 좀 해줘.”최재원이 덤덤하게 말했다.“나연아, 난 네가 마음이 넓은 애라는 거 알아. 이 일 때문에 연준이를 탓하진 않을 거지?”임나연이 화들짝 놀랐다. 아까 문 앞에서 내연녀고 어쩌고 어렴풋이 듣긴 들었다.‘나중에 내가 연준이랑 결혼하게 되면 연준이가 밖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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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휴대 전화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강서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나도 사랑해요.”강서연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고 두 볼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 그녀는 휴대 전화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들여다보다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결혼한 지 이렇게나 오래되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강서연은 여유롭게 기지개를 켰다. 기분이 날아갈 듯이 기뻤고 오늘 밤에 또 최연준의 꿈을 꿀 것만 같았다.전화를 끊은 최연준이 방한서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전화하려던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강서연 씨야?”그는 움찔한 마음을 뒤로한 채 돌아서서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아직도 여기 있었어요?”“연준아...”임나연이 멈칫하다가 말을 바꾸었다.“도련님, 강서연 씨랑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나요?”최연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우리 두 사람 일은 당신이랑 상관없어요!”“하지만 최씨 가문 전체와 연관되잖아요.”“당신은 최씨 가문 사람도 아닌데 그걸 신경 써서 뭐 해요?”임나연은 화가 나서 몸이 다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질투의 불꽃이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면서 그녀의 이성을 점점 삼켜버렸다.조금 전 최연준과 최재원이 서재에서 싸울 때 그녀도 대충 들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최연준의 다정함에 늘 차갑기만 하던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최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혼약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거의 기정사실이 되었었다. 하여 그녀도 자신이 장차 최씨 가문의 손주며느리가 될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왜 갑자기 강서연이라는 여자가 나타난 걸까!임나연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주먹을 불끈 쥐더니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려고 애를 썼다.“도련님, 난 최씨 가문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강서연 씨가 아직 도련님의 정체를 모른다면서요? 하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밝혀질 텐데 강서연 씨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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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아가씨, 왜 그래요?”임씨 가문의 도우미가 황급히 달려왔다. 임나연의 표정이 말이 아니게 어두운 걸 보고 도우미도 어느 정도 눈치챘다. 도우미는 외투를 그녀에게 걸쳐주며 위로를 건넸다.“아가씨, 걱정하지 말아요. 최씨 가문 회장님께서 아무 말씀이 없는 한 연준 도련님은 절대 그 여자를 데려오지 못해요...”“그럼 난 뭔데!”“그 여자는 아무런 배경도 없을 것 같은데 사람을 시켜서 몰래 알아볼까요?”조금 전 최연준의 성난 모습이 떠오른 임나연은 저도 모르게 머뭇거렸다.“아가씨, 도련님께서 찾아가지 말라고 했지, 조사하지 말라고는 안 하셨잖아요.”임나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하긴, 그 여자의 약점을 알아내야만 방법을 찾아낼 수가 있지!’...강주.어머니를 집으로 모셔간 강서연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였다.윤찬은 빠른 손놀림으로 물건들을 척척 정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지낼 안방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그런데 구석에 놓인 상자를 본 순간 그의 호기심이 또 발동하고 말았다.어릴 적부터 이 상자는 거의 금지구역이나 다름없었다. 어머니의 병이 가장 심각할 때도 상자를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안에 든 게 대체 뭘까?’윤찬이 한창 넋을 놓고 있던 그때 강서연이 들어와 웃으며 물었다.“다 정리했어?”“응, 다했어!”“밥도 다 됐어. 얼른 나와서 먹어!”윤찬이 대답하고는 윤문희를 부축하여 주방으로 걸어갔다. 윤문희는 낯선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엄마, 우리 이사한 거 몰랐죠?”윤찬이 신난 얼굴로 말했다.“전에 강유빈이 찾아와서 난리를 피우면서 우리를 내쫓겠다고 했을 때 형부가 우릴 도와줬어요.”“형부?”윤문희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얼떨떨한 얼굴로 강서연을 쳐다보았다.“너... 결혼했어?”강서연은 씩 웃으며 밥그릇을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네, 엄마. 형부 사람이 엄청 좋아요. 뭐든 다 누나 말대로 하고 저한테도 잘해줘요.”윤문희의 창백한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딸이 결혼했는데도 그녀는 혼수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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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강서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녀의 말대로 문을 닫았다. 의자에 앉아 창가 쪽 어딘가를 초점 잃은 두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의 표정이 침울하고 근심이 어려있었다.“엄마...”강서연이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서연아.”윤문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구석 쪽 상자로 시선을 옮겼다.“가서 저것 좀 가져와.”강서연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불안한 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윤문희의 말대로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가 무겁지 않아 한 손으로도 쉽게 들 수 있었다. 상자 위에 정교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아주 특별해 보였다.강서연도 어렸을 땐 이 상자가 무척 궁금했었다. 하지만 윤문희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한 바람에 호기심을 참고 견뎠다. 오늘 이 정도로 상자와 가까이한 건 그야말로 처음이었다.상자는 구리 자물쇠로 잠가져 있었다. 지금은 이런 자물쇠를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할 하도 오래된 자물쇠였다.“서연아.”윤문희의 표정이 서글퍼 보였다.“난 정말 좋은 엄마가 아니야. 너한테 줄곧 짐만 되고... 네가 결혼하는 것도 보지 못했어. 이 상자는 네가 가져가. 엄마가 주는 혼수야.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열어보지 마. 무슨 말인지 알겠어?”강서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대체 이 상자 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구리 자물쇠도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고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윤문희는 키에 관한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상자를 주면서 키도 주지 않았고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얘기하지 않았다...대체 무슨 뜻일까?강서연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윤문희는 피곤한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그만 나가봐.”그녀가 강서연을 등지고 말했다.“엄마는 좀 더 쉴게.”강서연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의사가 어머니의 병은 충격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상자 안의 물건이 그녀를 자극할만한 물건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여 그녀는 지금, 이 순간 궁금증을 애써 누르며 안방을 나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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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그렇다면 안방에 한 사람이 더 있다는 말인데...그는 살금살금 걸어가 안방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임우정과 강서연이 안에서 자고 있었다.최연준은 실소를 터뜨렸다.‘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우정 씨를 불렀나 보네. 경섭 씨는 당연히 우정 씨가 걱정돼서 뻔뻔함을 무릅쓰고 따라왔을 테고.’그는 짐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강서연에게로 다가갔다.강서연은 임우정을 등진 채 자고 있었다. 침대가 커서 두 사람 사이에 꽤 큰 공간이 남았다. 강서연이 베개 하나를 안고 있었는데 최연준이 평소에 쓰던 베개였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때 옆에 누워있던 임우정이 뒤척이면서 눈을 비볐다. 희미한 빛 사이로 강서연의 옆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으악!”임우정은 집이 떠나갈세라 비명을 질렀고 순식간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강서연을 깨우고는 최연준을 향해 달려갔다.“도둑이야, 도둑! 경섭아, 얼른 와!”최연준이 반응하기도 전에 임우정은 베개를 그에게 던지고는 강서연을 뒤로 잡아당겼다.그때 육경섭이 소리를 듣고 안방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침대 머리맡 쪽에 있는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최연준이 앓는 소리를 냈다. 육경섭의 킥은 마침 그의 허리춤을 가격했다.“육경섭 씨, 저예요!”“네?”육경섭이 두 번째 킥을 날리려는데 그의 한마디에 그대로 굳어버렸다.두 여자는 넋이 나간 얼굴로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강서연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여보?”그녀는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려 등을 켰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허리가 욱신거린 최연준은 육경섭을 매섭게 째려보았다.“제 허리를 걷어찼죠?”최연준이 이를 앙다물었다.“다쳤으면 어쩔 뻔했어요!”육경섭이 배꼽 빠지라 웃었다.“하하, 현수 씨였군요!”긴장했던 임우정도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그건 우리 섭이 탓이 아니에요. 누가, 이 어두운 밤에 거기 서서 꿈쩍도 하지 말래요?”육경섭은 임우정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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