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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최연준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우람한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차가워 보였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임나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차가운 눈빛 속에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결혼? 나연 씨, 우리가 언제 혼약을 맺은 적이 있던가요?”

최연준이 갑자기 그녀를 멀리하며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임나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알고 있는 혼약은 두 사람이 서로 원해야만 맺는 거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린 그 조건에 부합되지 않아요!”

“최연준 너...”

“앞으로는 연준 씨라고 불러요. 그리고 존댓말도 하고요.”

최연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나연 씨, 우리가 아직 친구처럼 이름을 막 부를 정도로 친하진 않은 것 같은데!”

최연준은 자기 할 말만 하고 홱 돌아섰다. 홀로 남겨진 임나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그녀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졌다.

임나연이 이를 깨물면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마음속에 마치 돌덩이가 앉은 듯 답답하기만 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힌 후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최재원의 표정도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

서재로 들어간 임나연은 깨져 난장판이 된 찻그릇과 바닥에 놓인 드래곤 지팡이를 본 순간 방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임나연도 이런 상황에 끼어들 수 없어 인사치레로 몇 마디 위로를 건넨 뒤 떠나려는데 티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휴대 전화가 갑자기 진동했다.

“할아버지, 이건...”

최재원이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연준이가 까먹고 놓고 갔나 봐. 나연아, 네가 가져다줘.”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임나연은 바로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연준이 만나면 설득 좀 해줘.”

최재원이 덤덤하게 말했다.

“나연아, 난 네가 마음이 넓은 애라는 거 알아. 이 일 때문에 연준이를 탓하진 않을 거지?”

임나연이 화들짝 놀랐다. 아까 문 앞에서 내연녀고 어쩌고 어렴풋이 듣긴 들었다.

‘나중에 내가 연준이랑 결혼하게 되면 연준이가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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