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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강서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녀의 말대로 문을 닫았다. 의자에 앉아 창가 쪽 어딘가를 초점 잃은 두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의 표정이 침울하고 근심이 어려있었다.

“엄마...”

강서연이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서연아.”

윤문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구석 쪽 상자로 시선을 옮겼다.

“가서 저것 좀 가져와.”

강서연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불안한 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윤문희의 말대로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가 무겁지 않아 한 손으로도 쉽게 들 수 있었다. 상자 위에 정교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아주 특별해 보였다.

강서연도 어렸을 땐 이 상자가 무척 궁금했었다. 하지만 윤문희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한 바람에 호기심을 참고 견뎠다. 오늘 이 정도로 상자와 가까이한 건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상자는 구리 자물쇠로 잠가져 있었다. 지금은 이런 자물쇠를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할 하도 오래된 자물쇠였다.

“서연아.”

윤문희의 표정이 서글퍼 보였다.

“난 정말 좋은 엄마가 아니야. 너한테 줄곧 짐만 되고... 네가 결혼하는 것도 보지 못했어. 이 상자는 네가 가져가. 엄마가 주는 혼수야.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열어보지 마. 무슨 말인지 알겠어?”

강서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대체 이 상자 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구리 자물쇠도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고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윤문희는 키에 관한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상자를 주면서 키도 주지 않았고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얘기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뜻일까?

강서연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윤문희는 피곤한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그만 나가봐.”

그녀가 강서연을 등지고 말했다.

“엄마는 좀 더 쉴게.”

강서연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의사가 어머니의 병은 충격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상자 안의 물건이 그녀를 자극할만한 물건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여 그녀는 지금, 이 순간 궁금증을 애써 누르며 안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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