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소형 승용차였다. 배기량이 작은 덕분에 휘발유도 절약할 수 있고 크기도 적당하여 가격은 2천만 원 정도다.최상 가문 집사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평범한 차였지만 최연준은 매우 좋아했다.차를 본 순간 두 눈이 반짝이는 강서연의 모습에 그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현수 씨, 어떻게 생각해요?”강서연은 다정하게 그의 팔짱을 꼈고 최연준은 웃으며 답했다.“당신이 좋아하면 됐어.”“난 엄청 괜찮은데 이건 선물이니까 현수 씨가 마음에 들어야죠!”강서연은 남자들이 차에 대해 특별한 애착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조건 마음에 드는 거로 선물하고 싶었다.“우정 언니랑 다른 것도 많이 봤는데 이 차가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현수 씨, 한번 시승해 볼래요?”“괜찮아.”최연준은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마음에 들어. 이걸로 하자.”그의 반응에 강서연은 빙그레 웃더니 곧이어 어떤 색의 차를 선택할지 고민했다.솔직히 검은색이 멋졌지만, 평소에도 과묵한 사람이 검은색의 차를 운전하는 건 어딘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흰색을 원했다.말을 이어가던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고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새가 지저귀는 것 같았다.묵묵히 바라보던 최연준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며 미간을 찌푸렸고, 그윽한 눈빛은 한시도 그녀를 떠나지 못했다.이때 육경섭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수억에 달하는 차들이 차고에 가득할 텐데 고작 저런 2천만 원짜리가 눈에 들어와요?”최연준은 침묵을 지켰다.“신분 때문에 놀랄까 봐 이런 행동하는 거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육경섭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서연 씨는 용감하고 시야가 넓은 여장부 같은 스타일의 사람이라 고작 이런 일로 놀라지는 않을 거예요.”그는 육경섭을 힐끗 쳐다봤다.“알아요.”놀라는 건 딱히 걱정되지 않았지만, 강서연처럼 독립심이 강한 사람은 서로의 차이가 큰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게
“전 올 생각이 없었는데 경원이가 오자고 했어요!”유찬혁은 재빨리 거리를 두었고 최연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배경원을 바라봤다.“형, 그게 아니라...”“새로 뽑은 차로 드라이브 가고 싶다고 했잖아!”“야!”말문이 막힌 배경원의 모습에 최연준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쓸데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지? 서연이가 보면 어떡해!”“전...”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배경원과 달리 유찬혁은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됐어요, 형. 얘는 어릴 때부터 많이 둔했잖아요. 신경 쓰지 마요!”배경원은 할 말을 잃었다.“아참, 새로 뽑은 차 너무 이쁘네!”유찬혁은 여우처럼 교활하게 웃었다.“서연 씨 안목인 거죠?”그제야 최연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았다.“서연 씨는 참 안목이 뛰어난 것 같아요. 형이 전에 운전하던 차들은 솔직히 실용성이 떨어졌는데 이건 성능이랑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형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배경원은 순간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기분이 한결 좋아진 최연준은 드라이브 가자며 제안했고, 목적 달성한 유찬혁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실은... 할 말 있어서 찾아왔는데 조용한 곳으로 가요.”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키를 가지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어디 나가려고요?”최연준은 웃으며 답했다.“응... 친구들이랑 바람 좀 쐬려고.”가게에는 최연희도 있었는데 고양이처럼 구석에서 오븐을 지키고 있었고, 최연준의 말을 듣자마자 그 두 사람이 찾아왔을 거라고 확신했다.강서연은 차 키를 건네주며 물었다.“친구 누구요?”“그게...”최연준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감옥 동기!”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최연희는 하마터면 커피를 뿜을 뻔했다.“감옥 동기요?”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저번에 돈 빌려달라고 연락 온 사람 맞아요?”“응...”“현수 씨, 그 사람들이랑 연락 끊기로 저랑 약속했잖아요?”최연희는 그가 어떻게 변명할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남달랐다.“다들 이제 반성하고 새사람
“하지만...”그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최연희는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그녀 역시도 이런 일은 다른 사람이 간섭하는 게 아니라 최연준이 직접 해명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됐어요.”강서연은 웃으며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오늘 뭔가 이상한데요? 설마 쿠키를 못 먹어서 그런 건가?”최연희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쿠키를 꺼냈다.곧이어 가게 입구 벨 소리가 울리며 손님들이 속속 들어왔다.강서연은 여느 날과 똑같은 바쁜 하루를 시작했다. 따스한 햇볕으로 가득 물든 정원과 커피 향이 맴도는 내부까지 손님들로 가득 찼고 그들은 인증샷을 남기며 떠나기 전에 좋은 리뷰를 남겼다.초가을이 가까워졌음에도 아이리스꽃은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있었다.행복해하는 강서연을 바라보며 최연희는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가 계속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최연준은 강변을 따라 천천히 운전하고 있었고 역시나 조금의 덜컹거림도 없이 안정적이었다.조수석은 강서연의 자리라서 아무도 앉을 수 없던 터라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뒷좌석에 앉았다.둘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는 최연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이따금씩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2천만 원도 안 되는 차를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니...수억 원에 달하는 고급 스포츠카를 운전할 땐 사정없이 엑셀을 밟고, 망가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폐기물처리 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형.”배경원은 하품하며 입을 열었다.“이 속도로 운전하다가 차에서 잠들 것 같아요.”백미러에 비친 최연준의 표정은 어두웠고 그는 천천히 차를 세웠다.“넌 잘 때 침을 많이 흘리니까 차 더럽히지 말고 자고 싶으면 내려서 자!”순간 정신이 번쩍 든 배경원은 자세를 다잡았다.“그럼, 형...”유찬혁은 웃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물 마셔도 돼요?”최연준은 곧바로 그를 째려봤다.“그러다가 쏟으면 어떡할래?”유찬혁은 아무 말 없이 목이 말라도 참았다.“형, 실은 할
최연준은 이상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최연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착한 아이였는데, 하필이면 이상한 사람과 엮이고 있으니 기분이 언짢았다.그는 머리가 아픈지 심호흡하고선 잠시 차에 머물다가 곧바로 돌아갔다....오성 프라이빗 클럽하우스 밖에는 소진명이 있었고 그는 7일 내내 이곳에서 기다렸다.매일같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최진혁한테 만나달라고 애원했지만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최진혁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진절머리 날 지경이었다.소진명이 절망에 빠져 포기하려던 그때 집사가 밖으로 나왔다.“소 대표님, 도련님이 안으로 들어오시랍니다.”순간 두 눈이 번쩍 뜨인 그는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재빨리 안으로 달려갔다.클럽 뒷마당 공터에는 거대한 철장 하나가 있었는데, 곁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뭔가 부식되어 썩은 듯한 불쾌한 냄새가 풍겨왔다.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까이 다가가니 철장 안에는 두 마리의 독수리가 있었다!옆에서 밀랍 팔찌를 놀고 있던 최지한은 음흉하고 사악한 눈빛으로 소진명을 바라봤고 그는 순식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도... 도련님.”소진명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고 곧이어 독수리들이 날개를 두세 번 퍼덕이더니 듣기 거북한 울음소리를 냈다.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소진명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최지한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소 대표님, 며칠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서요? 저희가 손님 대접이 많이 허술하죠? 이곳까지 왔는데 저의 보물 같은 아이들은 보고 가셔야죠!”그는 장갑을 끼더니 옆 바구니에서 썩은 고기 두 조각을 꺼내 철장으로 던졌고 독수리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땅에 내려와 쪼아먹었다.소진명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부자들이 사자, 호랑이, 뱀같은 걸 애완 동물로 키우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지한이 썩은 고기를 먹이로 하는 독수리를 키우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최지한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더니 바닥에 내던졌다.“도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소진명은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도련님이 절 믿고 며칠만 시간 준다면 모든 걸 조사하겠습니다!”사악함과 음흉함으로 가득 찬 최지한은 두 눈을 번쩍이더니 웃으며 말했다.“다시 우리한테 넘어온다는 말인가?”“지금까지 도와준 어르신의 은혜에 보답해야죠!”“헛소리 그만해!”그 역시도 비겁한 사람인지라 소진명이 어떤 속셈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배경원이 널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에 돈이 필요하니까 정보 넘긴 거잖아! 그 사람이 너한테 600억 넘겨줬으면 이런 일은 무덤까지 갖고 가겠네!”소진명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그래도 잘된 건... 그 자식이 할아버지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는 거야.”“네! 네!”소진명은 아부를 떨었다.“제멋대로 결혼한다는 건 가문의 큰 금기를 범한 거나 다름없어요!”“그 여자는 어떻게 생겼어?”최지한은 흥미로운 듯 물었고 소진명은 잔뜩 긴장한 채로 답했다.“아주... 아주 예쁩니다.”“그래? 어떻게 예쁜데?”최지한은 여자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최연준을 사로잡은 사람이라면 단순히 이쁜 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근질근질했다.“도련님.”소진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름은 강서연이고 강주에서 이름있는 강씨 가문의 사람인데 혼외자라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예요. 전에 업무적으로 몇 번 연락한 적 있었는데 예쁜 데다가 일도 아주 잘합니다. 보통 여자가 아니에요.”“괜찮네!”최지한은 강서연이라는 이름에 완전히 마음이 사로잡혔다. 그는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부하를 시켜 돈 상자를 옮겨왔다.“일단 이걸로 급한 일부터 처리해.”최지한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남은 건 네 행동에 달려있어!”...최연준에게 짐을 싸주고 있던 강서연은 옷을 개면서 물었다.“현수 씨, 요즘 따라 경기나 훈련
요즘 따라 자신이 행복하다며 감회가 남다른 최연준의 모습에 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웃으며 작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행복은 스스로 알고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입 밖에 내는 순간 사라질 거예요!”“여보, 이번에 돌아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그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강서연이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음... 말하자면 길어. 결혼한 지 1년이나 됐는데 아직 우리 가족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잖아. 실은 가족이 있는데 연락 끊고 지낸 지 좀 됐어.”강서연은 혼란스러웠다. 결혼할 당시 구씨 가문이 몰락한 후 그의 부모님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들었다. 말썽일으키고 싸움만 일삼는 망나니인 줄 알았는데 가족이 있었다니!하지만 감옥생활 한 적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서연은 웃으며 상냥하게 물었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 진작에 말했더라면 찾아뵈어서 인사라도 했을 텐데! 참, 가족들은 어디 있어요? 강주?”최연준은 고개를 저었다.“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어요?”강서연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가족한테 다시 연락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죠?”“응...”“걱정하지 마요!”강서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현수 씨는 마음 편히 경기해요. 선물은 제가 준비해 둘 테니까 이제 같이 인사드리러 가요.”“같이 만나러 가겠다고?”“당연하죠. 당신 가족은 저한테도 가족이에요!”최연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았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여보,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2, 3일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알겠어요!”“돌아오면 가족과 관련된 모든 일을 알려줄게.”“좋아요!”강서연은 웃으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녀는 빠진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폈고 최연준은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었다.오성은 강주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운전하기로 했다.차는
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오성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초대장이지?’“아가씨?”주씨 아줌마는 그녀를 재촉했다.“언제 가지러 오실 건가요?”“아, 내일 갈게요...”강서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는 위압적인 강유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몇 번을 불렀는지 알아요? 귀먹었어요? 일 못 할 상황이면 고향으로 꺼져요!”주씨 아줌마는 허둥지둥 전화를 끊었고 강서연은 방금 들려온 말소리에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누구랑 연락했어요?”강유빈은 팔짱을 낀 채 주의 깊게 주씨 아줌마를 바라봤다.안 그래도 평소에 강유빈을 두려워했는데 심문하는 기세로 몰아붙이는 그녀의 모습에 머뭇거리며 한마디도 답하지 못했다.눈을 내리깐 강유빈은 그녀의 손에 들린 편지 봉투를 발견했다.“그건 뭐예요?”주씨 아줌마는 안색이 굳은 채 얼른 뒤로 숨기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갖고 와요.”“큰 아가씨, 이건...”우물쭈물하는 주씨 아줌마의 모습을 보고 짜증이 난 강유빈은 앞으로 다가가 편지 봉투를 빼앗았다.“그건 작은 아가씨한테 온 건데...”“여긴 내 집이에요.”강유빈은 고개를 흔들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왜요? 안 돼요? 늙어빠진 당신 같은 인간이 참견할 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저리 꺼져요!”“둘째 아가씨한테 온 편지예요!”주씨 아줌마는 마음이 급했다.“내일 가지러 오신다고 했어요.”“참, 아직도 충실하네.”강유빈은 이를 악물었다.“뜯어서 보겠다면요? 한마디만 더 하면 아버지한테 말해서 당신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거예요. 퇴직금은 한 푼도 바라지 마요!”주씨 아줌마는 그녀를 힐끗 보고선 무기력하게 부엌으로 돌아갔다.강유빈은 득의양양하게 편지를 뜯더니 순간 표정이 돌변했다.큼지막하게 ‘초대장’ 이라고 적혀있었고 편지를 보낸 주소는 오성의 최상 가문이었다...강유빈은 질투심이 불타올라 이를 악물었다.편지를 찢어버리려던 찰나 봉투 안에서 예쁜 초대장이 떨어졌다.「강서연 씨를 초대합니다. 최지한 보냄」강유빈은 충격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입만 열면 ‘아가씨’ 라고 불렀다.‘이 집안에 아가씨는 나 강유빈 한 명뿐이라고!’장남이든 셋째 도련님이든 최상 가문에 시집갈 수만 있다면 강주와 오성 지역 전체에서 큰소리 떵떵 치며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강유빈은 음흉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아줌마!”“네...”주씨 아줌마는 심장을 조이며 재빨리 달려왔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강유빈의 모습에 안도했다.“시키실 일이라도?”“다시 전화해요.”강유빈은 턱을 치켜세우며 말을 이었다.“시간 많으니까 디자이너는 언제든지 보내도 된다고 얘기해요. 그리고 강서연한테도 전화해요!”그녀의 미소는 사악했다.“디자이너가 스타일링 해주는 날, 최상 가문에서 날 데려가는 걸 그 여우 같은 년한테 똑똑히 보여줄 거예요.”...강서연은 예정대로 강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했다.애당초 자신의 소유가 아닌 이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때마침 주씨 아줌마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둘째 아가씨, 오셨네요!”“아줌마!”강서연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전과 다른 색다른 분위기였다.“아줌마, 저한테 온 편지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아줌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위층을 바라보더니 머뭇거렸다.“일단은... 위로 올라가시죠.”그녀의 반응이 의심스러워도 말없이 따라갔는데 강유빈의 방으로 데려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어디선가 들려온 ‘서연아’ 소리에 깜짝 놀랐다.“우리 동생 왔네! 빨리 와, 나 어때?”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채 몸매를 뽐내고 있었고 중요 부위가 보일 듯 말 듯 한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굴에 있는 정교한 메이크업은 한눈에 봐도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여기 스타일리스트 앤디.”강유빈은 자랑하듯 말했다.“IV와 CiCi 브랜드의 총괄 디자이너기도 해.”강서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