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준은 이상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최연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착한 아이였는데, 하필이면 이상한 사람과 엮이고 있으니 기분이 언짢았다.그는 머리가 아픈지 심호흡하고선 잠시 차에 머물다가 곧바로 돌아갔다....오성 프라이빗 클럽하우스 밖에는 소진명이 있었고 그는 7일 내내 이곳에서 기다렸다.매일같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최진혁한테 만나달라고 애원했지만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최진혁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진절머리 날 지경이었다.소진명이 절망에 빠져 포기하려던 그때 집사가 밖으로 나왔다.“소 대표님, 도련님이 안으로 들어오시랍니다.”순간 두 눈이 번쩍 뜨인 그는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재빨리 안으로 달려갔다.클럽 뒷마당 공터에는 거대한 철장 하나가 있었는데, 곁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뭔가 부식되어 썩은 듯한 불쾌한 냄새가 풍겨왔다.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까이 다가가니 철장 안에는 두 마리의 독수리가 있었다!옆에서 밀랍 팔찌를 놀고 있던 최지한은 음흉하고 사악한 눈빛으로 소진명을 바라봤고 그는 순식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도... 도련님.”소진명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고 곧이어 독수리들이 날개를 두세 번 퍼덕이더니 듣기 거북한 울음소리를 냈다.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소진명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최지한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소 대표님, 며칠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서요? 저희가 손님 대접이 많이 허술하죠? 이곳까지 왔는데 저의 보물 같은 아이들은 보고 가셔야죠!”그는 장갑을 끼더니 옆 바구니에서 썩은 고기 두 조각을 꺼내 철장으로 던졌고 독수리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땅에 내려와 쪼아먹었다.소진명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부자들이 사자, 호랑이, 뱀같은 걸 애완 동물로 키우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지한이 썩은 고기를 먹이로 하는 독수리를 키우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최지한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더니 바닥에 내던졌다.“도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소진명은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도련님이 절 믿고 며칠만 시간 준다면 모든 걸 조사하겠습니다!”사악함과 음흉함으로 가득 찬 최지한은 두 눈을 번쩍이더니 웃으며 말했다.“다시 우리한테 넘어온다는 말인가?”“지금까지 도와준 어르신의 은혜에 보답해야죠!”“헛소리 그만해!”그 역시도 비겁한 사람인지라 소진명이 어떤 속셈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배경원이 널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에 돈이 필요하니까 정보 넘긴 거잖아! 그 사람이 너한테 600억 넘겨줬으면 이런 일은 무덤까지 갖고 가겠네!”소진명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그래도 잘된 건... 그 자식이 할아버지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는 거야.”“네! 네!”소진명은 아부를 떨었다.“제멋대로 결혼한다는 건 가문의 큰 금기를 범한 거나 다름없어요!”“그 여자는 어떻게 생겼어?”최지한은 흥미로운 듯 물었고 소진명은 잔뜩 긴장한 채로 답했다.“아주... 아주 예쁩니다.”“그래? 어떻게 예쁜데?”최지한은 여자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최연준을 사로잡은 사람이라면 단순히 이쁜 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근질근질했다.“도련님.”소진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름은 강서연이고 강주에서 이름있는 강씨 가문의 사람인데 혼외자라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예요. 전에 업무적으로 몇 번 연락한 적 있었는데 예쁜 데다가 일도 아주 잘합니다. 보통 여자가 아니에요.”“괜찮네!”최지한은 강서연이라는 이름에 완전히 마음이 사로잡혔다. 그는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부하를 시켜 돈 상자를 옮겨왔다.“일단 이걸로 급한 일부터 처리해.”최지한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남은 건 네 행동에 달려있어!”...최연준에게 짐을 싸주고 있던 강서연은 옷을 개면서 물었다.“현수 씨, 요즘 따라 경기나 훈련
요즘 따라 자신이 행복하다며 감회가 남다른 최연준의 모습에 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웃으며 작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행복은 스스로 알고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입 밖에 내는 순간 사라질 거예요!”“여보, 이번에 돌아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그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강서연이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음... 말하자면 길어. 결혼한 지 1년이나 됐는데 아직 우리 가족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잖아. 실은 가족이 있는데 연락 끊고 지낸 지 좀 됐어.”강서연은 혼란스러웠다. 결혼할 당시 구씨 가문이 몰락한 후 그의 부모님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들었다. 말썽일으키고 싸움만 일삼는 망나니인 줄 알았는데 가족이 있었다니!하지만 감옥생활 한 적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서연은 웃으며 상냥하게 물었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 진작에 말했더라면 찾아뵈어서 인사라도 했을 텐데! 참, 가족들은 어디 있어요? 강주?”최연준은 고개를 저었다.“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어요?”강서연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가족한테 다시 연락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죠?”“응...”“걱정하지 마요!”강서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현수 씨는 마음 편히 경기해요. 선물은 제가 준비해 둘 테니까 이제 같이 인사드리러 가요.”“같이 만나러 가겠다고?”“당연하죠. 당신 가족은 저한테도 가족이에요!”최연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았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여보,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2, 3일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알겠어요!”“돌아오면 가족과 관련된 모든 일을 알려줄게.”“좋아요!”강서연은 웃으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녀는 빠진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폈고 최연준은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었다.오성은 강주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운전하기로 했다.차는
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오성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초대장이지?’“아가씨?”주씨 아줌마는 그녀를 재촉했다.“언제 가지러 오실 건가요?”“아, 내일 갈게요...”강서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는 위압적인 강유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몇 번을 불렀는지 알아요? 귀먹었어요? 일 못 할 상황이면 고향으로 꺼져요!”주씨 아줌마는 허둥지둥 전화를 끊었고 강서연은 방금 들려온 말소리에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누구랑 연락했어요?”강유빈은 팔짱을 낀 채 주의 깊게 주씨 아줌마를 바라봤다.안 그래도 평소에 강유빈을 두려워했는데 심문하는 기세로 몰아붙이는 그녀의 모습에 머뭇거리며 한마디도 답하지 못했다.눈을 내리깐 강유빈은 그녀의 손에 들린 편지 봉투를 발견했다.“그건 뭐예요?”주씨 아줌마는 안색이 굳은 채 얼른 뒤로 숨기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갖고 와요.”“큰 아가씨, 이건...”우물쭈물하는 주씨 아줌마의 모습을 보고 짜증이 난 강유빈은 앞으로 다가가 편지 봉투를 빼앗았다.“그건 작은 아가씨한테 온 건데...”“여긴 내 집이에요.”강유빈은 고개를 흔들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왜요? 안 돼요? 늙어빠진 당신 같은 인간이 참견할 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저리 꺼져요!”“둘째 아가씨한테 온 편지예요!”주씨 아줌마는 마음이 급했다.“내일 가지러 오신다고 했어요.”“참, 아직도 충실하네.”강유빈은 이를 악물었다.“뜯어서 보겠다면요? 한마디만 더 하면 아버지한테 말해서 당신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거예요. 퇴직금은 한 푼도 바라지 마요!”주씨 아줌마는 그녀를 힐끗 보고선 무기력하게 부엌으로 돌아갔다.강유빈은 득의양양하게 편지를 뜯더니 순간 표정이 돌변했다.큼지막하게 ‘초대장’ 이라고 적혀있었고 편지를 보낸 주소는 오성의 최상 가문이었다...강유빈은 질투심이 불타올라 이를 악물었다.편지를 찢어버리려던 찰나 봉투 안에서 예쁜 초대장이 떨어졌다.「강서연 씨를 초대합니다. 최지한 보냄」강유빈은 충격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입만 열면 ‘아가씨’ 라고 불렀다.‘이 집안에 아가씨는 나 강유빈 한 명뿐이라고!’장남이든 셋째 도련님이든 최상 가문에 시집갈 수만 있다면 강주와 오성 지역 전체에서 큰소리 떵떵 치며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강유빈은 음흉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아줌마!”“네...”주씨 아줌마는 심장을 조이며 재빨리 달려왔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강유빈의 모습에 안도했다.“시키실 일이라도?”“다시 전화해요.”강유빈은 턱을 치켜세우며 말을 이었다.“시간 많으니까 디자이너는 언제든지 보내도 된다고 얘기해요. 그리고 강서연한테도 전화해요!”그녀의 미소는 사악했다.“디자이너가 스타일링 해주는 날, 최상 가문에서 날 데려가는 걸 그 여우 같은 년한테 똑똑히 보여줄 거예요.”...강서연은 예정대로 강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했다.애당초 자신의 소유가 아닌 이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때마침 주씨 아줌마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둘째 아가씨, 오셨네요!”“아줌마!”강서연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전과 다른 색다른 분위기였다.“아줌마, 저한테 온 편지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아줌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위층을 바라보더니 머뭇거렸다.“일단은... 위로 올라가시죠.”그녀의 반응이 의심스러워도 말없이 따라갔는데 강유빈의 방으로 데려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어디선가 들려온 ‘서연아’ 소리에 깜짝 놀랐다.“우리 동생 왔네! 빨리 와, 나 어때?”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채 몸매를 뽐내고 있었고 중요 부위가 보일 듯 말 듯 한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굴에 있는 정교한 메이크업은 한눈에 봐도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여기 스타일리스트 앤디.”강유빈은 자랑하듯 말했다.“IV와 CiCi 브랜드의 총괄 디자이너기도 해.”강서연은
강유빈은 문뜩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믿든 안 믿든 난 최지한이 누군지도 몰라.”강서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 사람이 누군지 나랑 아무 상관 없고 어떤 세력을 가졌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난 남편이 있고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있어. 부잣집에 시집가고 싶어 하는 언니랑은 인생의 목표 자체가 다르거든!“명예와 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들인데 그걸 거절하는 강서연의 말에 의심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녀의 차분하고 확고한 눈빛을 보자 갑자기 소심해졌다.“착각하지 마! 어차피 넌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니까 욕심조차 생기지 않겠지!”브랜드를 모른다며 소귀에 경 읽기 하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릴 땐 몰랐는데 아마 지금 그녀가 느끼는 기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르고 견해도 천차만별이니 아예 생각이 안 맞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언니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상관없어.”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시크하게 자리를 떴다.분명히 강서연한테 자극 주고 싶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고, 화를 내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할 작전까지 세웠는데 모든 게 무용지물 되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굴렀다.아무 타격 없는 강서연의 모습은 마치 허공에 대고 펀치를 날린 느낌이었다.양연은 재빨리 그녀를 위로했다.“됐어, 화내지 마! 저런 인간은 겉과 속이 다르니까 신경 쓰지 마!”강유빈이 입을 열려던 찰나 최상 가문의 사람들이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마중 나온 차는 롤스로이스였고 탈 비행기는 오직 그녀 한 명만을 위해 서비스하는 개인 전용 비행기였다.“딸.”양연은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도련님이 널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으니까 이런 좋은 기회 놓치지 말고 쟁취해!”“걱정마요, 엄마!”“네가 최상 가문에 시집간다면 엄마는 남은 인생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아!”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게 강서연을 위해서 준비했다는 생각에 강유빈은 불쾌한 느낌을 숨길
“그냥 갑자기 생각났어요.”강서연은 웃으며 말했다.“최연희, 최지한 성도 같고 오성 출신이니까 혹시나 아는 사이인가 싶어서 물어봤어요.”“맞아요.”최연희는 조용하게 말했다.“제 큰 오빠예요. 작은 삼촌의 아들이자 가문의 장손이죠. 언니! 그 인간 성격도 안 좋고 정말 별로인 사람이니까 절대 가까이하지 마요!”강서연은 흠칫 놀라더니 가볍게 웃었다.솔직히 남편 이외의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언니.”최연희는 그녀를 바라봤다.“실은... 저한테 친오빠가 있어요.”“그래요?”강서연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친오빠라고요!”최연희는 입술을 깨물더니 웃으며 말했다.“이름은 최연준. 어때요?”“최연준?”강서연은 그녀의 행동에 반응해 줬다.“이름 이쁘네요. 최연희보다 훨씬 듣기 좋은데요?”“정말요?”“네, 맞아요.”최연희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눌렀다.“언니, 다시 한번 말해 줘요!”“뭘요?”“최연준이라는 이름이 최연희보다 듣기 좋다고요!”열여덟 살이나 됐음에도 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볼을 꼬집었다.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강서연은 또박또박 한 글자를 내뱉었다.“최연준은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이름이고, 최연희보다 백만 배 좋아요!”최연희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강서연은 뇌세포를 총동원해서 말을 이어갔다.“음... 이름만 들었을 땐 뭔가 정의롭고 똑 부러지는 사람일 것 같아요!”“언니.”최연희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몇 번만 더 얘기해주면 안 돼요?”타지에 있는 오빠가 그리워서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웃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백 번 말할게요! 연준, 연준,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이름 최연준!”...그 시각 오성의 최상 가문.최연준은 밖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있었고 창밖은 아득한 어둠으로 채워졌다. 그의 싸늘한 얼굴에서는 왠지 모를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핸드폰에서는 이따금 다정한 여
“도련님...”방한서가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최연준은 그런 그를 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해.”방한서가 입술을 적셨다.“도련님이 강서연 씨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법적으로 볼 때 강서연 씨는 구현수의 아내예요. 만약 도련님이 회사까지 포함해서 그 많은 재산을 서연 씨한테 전부 준다면 구현수한테 절반 주는 거랑 마찬가지예요.”최연준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이 문제가 마음에 걸려 유찬혁에게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라고 부탁했었다.아무리 부부라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독립적이었다. 하여 최연준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명서를 작성하여 재산은 강서연의 소유이고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 된다고 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최연준이 방한서를 보며 말했다.“구현수는 나한테서 일전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해. 그리고 이번에 강주로 돌아가면 서연이한테 모든 걸 설명할 거야.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서연이는 나랑 함께 헤쳐 나갈 거라고 믿어!”방한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해하는 최연준 앞에서 더는 뭐라 할 수 없어 그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네, 서연 씨는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서 도련님을 꼭 이해하실 거예요.”최연준이 우쭐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 모습에 방한서는 피식 웃으려다가 마른기침했다.“본가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회장님께서 지금 서재에서 도련님을 기다리고 계신답니다.”최연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본가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강서연에게 전화를 여러 통 걸었지만 웬일인지 받지 않았다. 순간 가슴이 움찔한 최연준이 시간을 확인했다.‘이 시간이면 진작 커피숍 문을 닫고 집으로 갔을 텐데 왜 안 받지?’방한서에게 물어보자 방한서는 부하가 계속 지키고 있으니 강서연은 안전하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최연준이 자세하게 물어보려던 그때 집사가 서재에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