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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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이렇게 간다고? 

민도준은 권하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중도에 민씨 저택 쪽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도준이 전화를 끊자 하윤은 얼른 그를 바라봤다. “가는 거예요?” “먼저 하윤 씨부터 집에 데려다 주고.” “급한 일이라면 저 혼자 돌아가도 돼요.” 도준은 손을 뻗어 하윤의 손을 몇 번 주무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고 어디 가서 사고 치고 나를 불러내려고?” 그 말에 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은 사고였어요.” “하윤 씨가 말만 잘 들었어 봐, 그런 사고가 자주 일어날 리가 없지.” 도준은 끝내 하윤을 집까지 바래다줬다. 하지만 하윤은 주차장으로 가는 대신 그저 아파트 단지 부근에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문을 열려는 순간 손목이 잡혀 돌아봤더니 도준이 눈썹을 치켜 올린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냥 이렇 간다고?” 하윤은 순간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게, 도준과 다정한 행위를 할 때마자 아버지한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으니까. 아버지의 죽음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도준이 그 중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도 아직 모르기에 하윤은 이런 상황에서 도준과 연애 감정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도준이 자기에 대한 “통제”를 풀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너무 싸늘하게 대할 수도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끝에 하윤은 끝내 느릿느릿 다가가 도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조심히 다녀와요.” 막 물려서려는 그때, 하윤의 목덜미에 힘이 가해지더니 순간 도준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덥쳤다. 너무나도 집요한 입맞춤은 하윤에게 숨을 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어젯밤 꾹꾹 참았던 정욕은 이 순간 그대로 터져버렸다. 하지만 굳은살이 박힌 큰 손이 허리 라인을 따라 옷 안으로 들어오려는 순간 하윤은 있는 힘껏 도준을 밀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 마요…….” 이곳에서 그것도 이런 순간 이 짓을 하는 건 옳지 못했기에 도준은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어. 그냥 입만 맞추려는 것뿐이야.” 그 뒤로 도준의 입맞춤은 많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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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떳떳하지 못한 답 

공태준은 권하윤이 화가 나 있다는 걸 눈치 채고는 얼른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미안해요. 조바심에 저도 모르게. 괜찮아요?” 태준이 손을 들자 하윤은 뒷걸음질쳤다. 거리를 두자 남자의 향기도 더 이상 맡을 수 없어 얽매인 듯한 느낌도 사라지면서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어찌 됐든 또 태준의 도움을 받은 터라 하윤은 깊은 숨을 들이켰다. “괜찮아. 아까는 고마웠어.” “아니에요.” 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하윤은 드라마 같은 상황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태준이 때마침 자기를 구하러 짠 하고 나타났다는 걸 당연히 믿을 리 없었다. 이 순간 드는 건 오직 태준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윤의 물음에 태준은 허공에 멈춰 있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전 윤이 씨 속일 생각 없어요. 하지만 대답이 믿음이 안 갈지도 모르겠네요.” 태준은 하윤을 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묵은 호텔이 바로 요 앞이거든요.” 사실 그뿐만 아니라 태준은 이 근처에서 자주 배회했다. 그러면 하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차마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꽁꽁 숨겨둔 채 태준은 그럴싸한 변명을 늘여 놓았다. “아까 윤이 시가 넋 나간 모습으로 걸어가길래 사고라도 날까 봐 알려주려고 온 거예요. 그러 우연히 차에 치일 뻔한 걸 본 거고요.” 태준의 말을 얼핏 들어보면 일리가 있었지만 하윤은 오히려 등골이 오싹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주위에서 시사각각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보이지 않는 두 눈이 자기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하윤은 태준이 점점 두려웠다. “공태준,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나 당신 안 좋아해.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고. 이런 짓 다 헛수고야.” “저도 소용없다는 거 알아요.” 알고 있으면서도 태준은 오히려 기꺼이 이러고 있다. 하윤을 보는 태준의 표정은 왠지 유쾌함이 묻어 있었다. 마치 하윤과 몇 마디 나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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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달콤함 

권하윤의 질문에 공태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짤막한 한마디를 뱉어냈다.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아니라고?’ 하윤은 의아한 듯 태준을 위아래로 훑어봤지만 왠지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태준처럼 속셈이 깊은 사람이라면 이 모든 걸 연기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하윤은 여전히 따져 묻는 말투로 질문했다. “아니라고? 당신이 아니면 누군데?” 태준은 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이렇게 급하게 저한테 죄를 뒤집어 쒸우는 게 민도준 때문이에요? 이 모든 게 제가 한 일이면 아무런 부담도 없이 민도준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하윤은 본능적으로 부정하고 싶었다. 그저 자기 가족을 파멸로 이끈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윤이 넋을 잃고 생각할 때 태준이 말없이 다가갔다. “그렇게 많은 증거가 모두 민도준이 범인이라고 가리키는데 알아볼 생각도 없나 보네요. 진실을 좇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민도준의 죄를 씻어주고 싶은 건가요? 이런 생각을 갖고 좇은 진실이 정말 진실일까요?” 한 마디 또 한 마디의 질문에 하윤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마음은 확실히 편파적이다. 만약 처음부터 도준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도준과 엮일 일은 없었을 거다. 하지만 하필이면 두 사람이 온갖 시련을 함께 겪고 겨우 행복해지려 할 때 이 모든 걸 알아버려 기계처럼 한순간에 지금까지의 감정을 모두 없앨 수는 없었다. 하윤은 도준에 대한 감정을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마치 태준에 대한 혐오감을 억제할 수 없는 것처럼. 이러다간 영원히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을 거다. 잠시 뒤, 하윤은 태준을 바라봤다. “시간 있어?” 태준은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태준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기쁨이 번졌다. 너무 많이 실망해서 갑자기 너무 기뻐할 수도 없었다. 이에 태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슨 일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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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달콤한 고통

식탁 건너편에 앉은 권하윤은 공태준의 느릿느릿한 어조에 짜증이 치밀어 애써 욕지거리를 삼켰다. 하지만 한참 동안 듣고 나서야 태준이 하윤의 입맛대로 물어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짜증을 내지 못해 쌓인 화가 가슴을 누르자 하윤은 단숨에 물 반컵을 마시며 기분을 가라앉혔다. 그때 태준은 마침내 음식 주문을 마치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윽고 도자기 같은 손으로 앞접시를 꺼내 들어 뜨거운 물로 헹구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를 하윤의 앞에 내려 놓았다. 하지만 하윤은 그 접시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보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공씨 저택에서 겪었던 일이 당신 뜻이 아니었다는 건 무슨 말이야?” 접시를 닦은 태준은 두 손을 교차한 채 무릎 위에 올렸다. “저는 윤이 씨를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에요.”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하윤은 우스웠다. 그때 하윤이 “징역”살이 하는 것처럼 지냈던 곳은 공씨 본가 저택이 아니라 태준이 살고 있던 개인 저택이었으니까. 만약 태준이 하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면 명령이라도 내려야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보고만 있지 말았어야 했다. 하윤의 질문에 태준은 눈을 반쯤 내리 깔았다. “맞아요. 그 곳은 제가 살던 개인 저택이 맞긴 하지만 공씨 가문이 관할한 곳은 공씨 사람의 눈을 피할 수는 없어요.” [해원의 공씨 가문]은 권력의 상징이자 고귀한 혈통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족쇄이기도 하다. 그 족쇄는 사람의 몸통과 목덜미를 칭칭 감아 숨조차 쉴 수 없게 하고 사람을 꼭두각시처럼 부리곤 한다. 하지만 태준은 그러한 어두운 주제는 상세하게 얘기하지 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하윤을 바라봤다. 29년 동안 자기 생명에서 유일했던 빛을. “제 주변에 있는 모든 하인은 공씨 가문에 충성하는 사람이지 저한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윤은 그 모든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민씨 가문의 본가 저택도 고용인들으 그저 직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직원은 고용인을 당연히 능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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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다른 사람 

권하윤은 공태준이 아무렇지 않은 듯 음식을 먹자 눈살을 찌푸렸다. 하윤의 기억이 맞는다면 태준은 매운 음식을 먹지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윤은 태준의 기침 소리를 들었다. 이윽고 태준은 냅킨으로 기침을 막으며 물 두 모금을 마셨다. “미안해요 사레가 들나 봐요.” 기침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됐으면서도 계속 젓가락질하려는 태준을 보자 하윤은 젓가락을 그대로 ‘탕’하고 내려놨다. “나 배불렀어.” 분명 이 기회에 태준을 골탕먹이려고 했지만 상대가 이 지경이 되자 하윤의 마음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아 있던 태준은 하윤의 표정을 눈치채고 눈웃음을 지었다. 하윤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쁜 일을 많이 당했어도 하윤은 여전히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공씨 집안 사람들 때문에 온갖 고통을 겪어도 여전히 썩은 토양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하윤은 태준의 눈빛이 적응되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계속 말해 봐.” “네.” 태준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아무리 간단한 동작이라도 태준은 언제나 예의범절을 지키곤 한다. 하지만 하윤의 인내심 잃은 듯한 눈을 보자 태준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왜냐하면 이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리면 하윤이 화를 낼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가벼운 기침 소리로 웃음을 억누른 태준은 하윤의 불만스러운 눈빛을 받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살던 개인 저택의 사용인들은 모두 저를 감시하는 눈이었어요. 때문에 공씨 가문에는 비밀이 없죠.” 태준의 말에 하윤은 갑자기 공은채가 생각났다. 이승우는 하윤한테 전대 공씨 가문 가주가 공은채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걸 떠올린 순간 하윤은 등골이 오싹했다. ‘설마 그 일도 공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었나?’ 하윤이 넋을 잃고 있을 때 태준의 말이 다시 그녀의 정신을 현실로 끌어 내왔다. “게다ㅏ가 그때 공씨 개인 저택에 머무른 사람은 저 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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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미워하지 말았어야 했어

권하윤의 질문에 공태준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저도 말하기 곤란해요.” 곧 중요한 단서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 태준이 다시 입을 다물자 하윤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귀에 거슬려 음식점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마저 하윤을 바라봤다. 태준은 고개를 들어 하윤을 바라볼 뿐 막지 않았다. 하지만 하윤은 몇 초간 망설이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 순간 화가 난다고 박차고 나갈 수는 없었으니까. 깊은 숨을 들이쉬며 냉정을 되찾은 뒤에야 하윤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괴롭히려고 했던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아버지 공천하였다? 내 아버지가 학생들의 고발을 당한 것도 당신 아버지가 한 짓이고?” 태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하윤의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 그 모습에 하윤은 미간을 팍 구겼다. “대답하지 않고 물은 왜 따르는 거야?” “윤이 씨가 답을 듣고 화를 낼까 봐 먼저 물부터 마시고 마음 가라앉히라고요.” 하윤은 태준의 말에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말하기 곤란하다는 건가?” “아니요. 제 대답을 믿지 않을까 봐요.” 태준은 하윤을 바라봤다. 그 순간 하윤은 태준의 입에서 나올 이름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 웃음이 났다. “지금 민도준을 말하려는 거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네.” 하윤은 가방을 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지만 태준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 “은우가 윤이 씨 풀어줬던 일 알고 있었어요.” 몇 걸음 걸어 나가던 뒷모습이 멈칫하더니 뻣뻣하게 고개를 돌리며 놀란 듯 물었다. “뭐라고?” …… 돌아가는 길에 하윤은 마치 구름 위를 밟고 있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주위의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귓가에는 여전히 태준이 말한 몇 마디가 맴돌았다. “그날 제가 밖에서 돌아왔을 대 윤이 씨가 웬 차에 올라탄 걸 봤어요. 하지만 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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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다른 남자를 만나다 

손가락에 잇자국이 가득 남은 채로 권하윤은 소파에 앉아 안정감을 되찾으려 애썼다. ‘내가 공태준을 미워하는 게 맞나?’ 사람의 마음은 가장 변덕스럽다. 하윤이 태준을 원수로 여길 때는 그가 무슨 일을 하든지 모두 꿍꿍이가 있고 속내가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본인이 떠날 때 보내줬다는 말을 듣자 그날 강물에 휩쓸릴 때 자기를 꼭 잡고 놓지 않던 태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잡아요.’ ‘절대 손 놓으면 안 돼요.’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하윤은 무릎을 껴안고 몸을 음치린 채 고개를 팔 안에 파묻었다. 마치 이렇게 하면 자기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왜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규칙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지. 마치 지금처럼. 하윤은 태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계속 미워해야 할지, 아니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그때 마침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놀란 듯 고개를 든 하윤은 앞에 서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키 차이 때문에 남자의 그림자는 하윤을 모두 뒤덮었다.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야 하윤은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언, 언제 왔어요?” 도준은 빙그레 웃었다. “한참 됐어.” ‘넋이 나간 채 들어와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던 누구보다는 더 일찍 들어왔지.’ 도준은 하윤의 곁에 앉아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밥 먹었어?” 아무 일 없다는 듯한 도준의 태도에 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야 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았다. 하윤은 확실히 밥을 먹은 게 맞긴 하지만 태준과 함께 먹었으니까. 도준은 하윤에게 깊게 생각할 기회도 주지 않고 또 질문을 던졌다. “뭐 먹었어?” 그는 하윤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 돌돌 말았다. “맛있었어?” 하윤은 긴장한 듯 자기 머리를 매만지는 도준의 손을 바라봤다. 이 순간 도준이 쥐고 있는 게 자기 머리카락이 아니라 목숨줄이라는 착각마저 들어 저도 몰래 침을 꼴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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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조상을 모시고 있네 

권하윤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민도준은 이미 인내심을 잃었다. “아직 변명은 생각하지 못했나 봐? 내가 도와줄까?” 하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침묵을 지켰다. 이에 도준은 화가 나다 못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제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음 순간 도준은 하윤의 목을 꽉 움켜쥔 채로 그녀를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 분명 2할 정도의 힘만 사용했지만 하윤은 목이 부러질 것만 같아 두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그때 도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나는 매 순간 하윤 씨를 어떻게 달래줄지 고민하고 있는데 하윤 씨는 이미 다른 남자한테 갈 생각을 한 거야? 내가 요즘 너무 잘해줘서 이제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오겠다는 건가?” “…….” “말해 봐. 말 못해?” “…….” “그래. 말 안 한다 이거지? 그렇다면 소리는 낼 수 있겠지?” 순간 싸늘한 바람이 몸을 덮쳐왔고 어느새 윗도리가 갈기갈기 찢어져 포물선을 그리며 카펫 위에 던져졌다. 하윤이 너른 소파를 원한다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오늘 그 너른 소파 위에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 채 누워있다. 그 모습에 도준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버둥대는 하윤을 지켜봤다. 남자의 손이 하윤의 다리를 쓸어 올릴 때 하윤은 끝내 입을 열며 고개를 저었다. “실어요. 싫어요.” 도준은 힘을 들이지 않고 하윤의 팔을 제압했다. “하. 이제 말할 수 있겠어? 아까 말하라고 할 때는 왜 말 안 했어? 내가 하윤 씨 기분 생각해서 손도 안 댔었는데 호의를 받아 주기는커녕 짓밟아?” 도준의 손은 하윤의 어깨를 부서뜨리기라도 하듯 그녀의 살갗을 쓸어내렸다. 발버둥도 소용없어지자 하윤은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꾹 감고 있던 눈 사이에서 흘러내렸다. 도준이 강요 때문만이 아니라 이곳은 그녀가 꿈에 그리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윤은 이 소파에서 도준과 함께 티브이를 보며 휴식하기를 꿈꿨다. 물론 흥이 날 때 서로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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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바빠도 짬은 낼 수 있어 

분위기는 더 이상 아까처럼 긴장감이 맴돌지 않아 하윤은 팅팅 부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도준 씨 잘못 맞잖아요. 제가 사실대로 말했는데도 믿어주지 않고.” “믿으라고?” 도준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공태준 따라 간 게 누구였더라? 게다가 같이 식사도 하고 왔으면서.” 하윤은 말문이 막혔다. 도준의 말이 맞다. 태준을 아무리 우연히 만났다고 할지라도 그를 따라가기로 한 건 하윤이 선택한 거니까 따지고 보면 크게 다리지는 않았다. 하윤이 넋을 잃고 있을 때 도준이 그녀의 이마를 튕겼다. “자, 그러면 두 사람이 뭘 말했는지 얘기해 봐. 뭘 말했길래 그렇게 넋을 놓고 집에 사람이 있는 것도 몰랐어?” 하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그동안 태준을 오해했던 것 같다고, 태준이 그동안 자기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가만히 있었던 건 도와주지 않은 게 아니라 도와주지 못한 거였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하윤이 머뭇거릴 때 도준은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말했다. “미리 경고하는데, 나 지금 많이 참으면서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꿍꿍이 부릴 생각 하지 마. 안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대화할 테니까.” 하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저도 사실 공태준 따라가서 밥 먹으려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 아버지가 고소를 당한 게 공씨 가문과 상관 있는 건지 알고 싶어서 따라 갔어요. 공태준 말로는 그때 공씨 개인 저택에 공태준 혼자만 있었던 게 아닐라 공천하도 있었대요. 그러니까 이 일은 공천하 짓인 것 같아요.” 하윤은 고개를 들지 않았기에 도준이 지금 어떤 눈빛으로 자기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조금만 스쳐도 살이 베일 것만 같았다. 하윤은 말을 마친 뒤 도준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가 마침 그의 무서운 눈빛을 봐 버렸다. “왜 그렇게 봐요?” 하윤이 오싹해 몸을 움찔할 때 도준은 갑자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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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새로운 경호원 

오후 3시, 하윤은 로건의 차에 앉아 목적지로 출발했다. 로건이 하윤의 경호를 맡은 뒤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거였다. 하지만 대충 인사만 했던 터라 로건은 갑자기 호칭을 정하기 난감해했다. “하윤 씨…….” “아니, 아니지. 이시윤 씨…….” “아니, 아니야. 사모님!” 로건은 90도로 인사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 로건이 잘 모시겠습니다!” 하윤은 로건의 호칭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로건 씨, 그럴 필요 없어요. 예전처럼 불러요.” 로건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저 요즘 경호원에 관한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한테 시키실 일 있으면 마음대로 부리세요.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까!”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하윤은 그 사람이 입만 번지르르하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로건이 말하니 오히려 다르게 느껴졌다. 부리부리한 두 눈은 마치 1800와트 짜리 전구라도 갈아 끼운 것처럼 반짝반짝 빛났으니까. 로건의 진지한 모습에 하윤은 멋쩍게 웃었다. “그래요.” 이윽고 조수석에 안장 안전벨트를 매자 로건이 또 말을 걸어왔다. “잘 앉으세요. 출발합니다. 좋은 여정 되시 길 바랍니다.” 하얀 이를 드러네며 환하게 웃는 로건을 보자 하윤은 웃는 것조차 어색해졌다. “그, 그래요.” ‘돌아가서 희연 언니한테 물어봐야 겠네. 대체 무슨 책을 봤다는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하자 로건은 또 책에서 배운 서비스 기술을 선보이면서 하윤을 룸까지 경호했다. “여기까지 데려다 주면 돼요. 이따가 도준 씨 차로 갈테니까 먼저 가 봐요.” “네? 아, 알겠습니다.” 방금 까지만 해도 태양처럼 활짝 웃고 있던 로건은 잔뜩 풀이 죽어서는 몇 걸음 걷고 뒤를 돌아보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에 하윤은 뭔가 생각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도준 씨 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 말에 멀리까지 걸어갔던 로건은 한순간 하윤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래도 돼요?” 마치 주인한테 버림받은 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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