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하윤은 로건의 차에 앉아 목적지로 출발했다. 로건이 하윤의 경호를 맡은 뒤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거였다. 하지만 대충 인사만 했던 터라 로건은 갑자기 호칭을 정하기 난감해했다. “하윤 씨…….” “아니, 아니지. 이시윤 씨…….” “아니, 아니야. 사모님!” 로건은 90도로 인사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 로건이 잘 모시겠습니다!” 하윤은 로건의 호칭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로건 씨, 그럴 필요 없어요. 예전처럼 불러요.” 로건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저 요즘 경호원에 관한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한테 시키실 일 있으면 마음대로 부리세요.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까!”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하윤은 그 사람이 입만 번지르르하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로건이 말하니 오히려 다르게 느껴졌다. 부리부리한 두 눈은 마치 1800와트 짜리 전구라도 갈아 끼운 것처럼 반짝반짝 빛났으니까. 로건의 진지한 모습에 하윤은 멋쩍게 웃었다. “그래요.” 이윽고 조수석에 안장 안전벨트를 매자 로건이 또 말을 걸어왔다. “잘 앉으세요. 출발합니다. 좋은 여정 되시 길 바랍니다.” 하얀 이를 드러네며 환하게 웃는 로건을 보자 하윤은 웃는 것조차 어색해졌다. “그, 그래요.” ‘돌아가서 희연 언니한테 물어봐야 겠네. 대체 무슨 책을 봤다는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하자 로건은 또 책에서 배운 서비스 기술을 선보이면서 하윤을 룸까지 경호했다. “여기까지 데려다 주면 돼요. 이따가 도준 씨 차로 갈테니까 먼저 가 봐요.” “네? 아, 알겠습니다.” 방금 까지만 해도 태양처럼 활짝 웃고 있던 로건은 잔뜩 풀이 죽어서는 몇 걸음 걷고 뒤를 돌아보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에 하윤은 뭔가 생각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도준 씨 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 말에 멀리까지 걸어갔던 로건은 한순간 하윤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래도 돼요?” 마치 주인한테 버림받은 덩치
Last Updated : 2023-12-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