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901 - Chapter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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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위선적인 감정

성혜인은 누군가에게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듯 그대로 발걸음을 멈칫했다.반승제는 순간 시선을 반짝이며 몇 걸음 더 빨리 그녀를 쫓아가려 했다. 그때, 성혜인이 말했다.“축하드려요.”그 말에 반승제 역시 앞으로 나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칫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아.”그렇게 반승제는 멀어지는 성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금 뻣뻣해진 자신의 다리를 움직였다.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벌써 감각이 마비되었고, 심지어는 약간 아파 나기도 했다.원래는 라미연의 배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지금은 상관이 없었다.‘아무튼 누구랑 결혼해도 상관없어.’네이처 빌리지 거실에 돌아왔을 때, 온시환과 라미연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라미연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안정되었다.“반 대표님.”’반승제가 아무 말 하지 않자 그녀는 다가가 보려고 했다. 그러자 온시환이 라미연을 끌어당겼다.늘 여자들 사이에 있는 온시환이 어찌 라미연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는가.‘분명 승제가 혜인 씨를 포기하고 자기한테 돌아온 거라 생각하고 있을 거야.’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반승제의 안색을 보면 그가 지금 막막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미연이 지금 이 시점에 그에게 다가간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이윽고 반승제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라미연은 자신이 임신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그 아기가 반승제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 두려웠다.그날 밤 반승제를 떠난 후 그녀는 줄곧 일이 들통날까 봐 걱정했고, 그 후 라미연은 스카이웨어로 돌아가 피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남자 종업원을 찾아 잠자리를 가졌다.심지어 그것은 라미연의 처음이었다. 만약 그녀의 처녀막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반승제에게 한 거짓말도 곧 들통날 테니 말이다.그녀는 원래 피임을 원했지만, 한마음으로는 마침 그래도 아이가 생겨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그녀는 무릎의 천을 두 손으로 잡고 긴장한 상태로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온시환은 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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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누구도 사랑에 영원히 충실할 수 없다

동생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온시환네 가족은 그가 살아있는지도 알지 못했다.나중에야 온시환은 남동생이 그 여자를 여러 해 동안 짝사랑해 왔는데, 친형이 그녀와 침대에서 구르는 것을 우연히 보고 괴로운 기분을 견디기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았다.이 세상의 남녀 중 그 어느 누구도 사랑에 영원히 충실할 수 없다.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자연히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이것이 온시환이 줄곧 지켜온 규칙이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 “규칙”이 이런 대가를 초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동생의 멘탈이 너무 약하고 또 애초에 그런 싸구려 같은 여자를 좋아한 탓이라고 여겼을 뿐.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받을 일도 없고,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가출할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만약 그 장면을 마주쳤을 때 동생이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 그다음에는 형제가 한 여자를 공유했을 수도 있다.이런 일에 있어서 온시환은 늘 오픈 마인드였다. 어차피 모두가 함께 노는 것인데 거부감이 들게 뭐가 있냐는 생각이었다.하지만 그의 남동생의 생각은 달랐다.그렇게 온씨 집안의 도련님은 한 여자 때문에 집을 나가 현재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또 한 재벌가의 도련님은 여자를 위해 위험한 임무를 떠맡으러 갔다.이로써 감정적으로 너무 진지한 사람은 좋은 결말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지금 온시환은 그 길로 걸어가려는 반승제를 보고 있다.반승제는 반승우와 매우 다르다. 반승우는 사랑받는 환경에서 자랐고, 감정을 대하는 데 여유가 있다.하지만 반승제는 무시된 채 자랐고, 감정을 대하는 것은 외골수였다.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장 통제할 수 없는 때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때문에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온시환이 자신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이전에 자신이 두 사람을 이어준 것에 대해 조금 후회를 느꼈다. 성혜인을 향한 반승제의 마음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순간 안 좋은 예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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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겨울이의 전 주인

한서진은 그녀에게 몇 마디 위로를 건네려고 했으나,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이불 위의 서류를 계속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성혜인은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병원에서 잘 회복하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반드시 그 여자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사장님.”한서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연예계는 비열한 곳입니다.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어쩔 수 없이 갖은 수모를 당해야 하죠. 권력과 힘이 없으면 업신여김을 당합니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높은 위치가 아니라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건 어찌 보면 필수로 겪어야 하는 과정 중 하나에요. 중요한 건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앞으로 저희가 더 주의하면 되죠.”한서진은 올해 32살이고 나이가 듦에 따라 사람의 포용성도 점점 넓어져 가는 법이다.고개를 끄덕이고 차로 돌아왔을 때, 성혜인은 덧없이 피곤하다고 느껴졌다.몸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말이다.사실 이번 달의 일은 거의 다 끝났기 때문에 그녀는 잠시 며칠 쉬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또 코앞에 닥치니 성혜인은 계속 일에 몰두해 S.M을 좀 더 일찍 큰 회사로 만들고 싶어졌다. 누구도 자신의 머리를 딛고 올라설 수 없도록 말이다.그녀는 포레스트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저녁 무렵, 성혜인은 겨울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러 갔다.성혜인은 이런 때에 겨울이와 있는 것만이 마음이 편했다.그녀는 겨울이를 데리고 포레스트를 떠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그러다 예전에 반승혜와 만났던 곳에 도착했다. 당시 반승혜는 이곳에서 사생화를 그리고 있었다. 아주 순수한 모습으로 말이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말았다.“멍멍멍!”겨울이는 갑자기 큰소리로 어딘가를 향해 짖기 시작했고, 그곳을 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하지만 너무 멀어서 성혜인은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이지 않고, 그저 키가 크고 좋은 기질을 내뿜는 사람이라는 것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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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구조신호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한편, 겨울이는 거의 미친 듯이 달렸으나, 목적지는 포레스트가 아닌 네이처 빌리지였다.비 내리는 거리 사이로 하얀 그림자가 마치 번개처럼 달려 나갔다.강아지는 사람에 대해 잘 파악한다. 누구의 기세가 더욱 강한지 강아지들은 한 번에 보면 알 수 있고 그 능력은 웬만한 사람들보다 뛰어나다.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이는 네이처 빌리지 입구에 도착해서 계속 울었다.조금 전 소동으로 인해 네이처 빌리지의 대문은 새로 바꿨다. 경호원은 CCTV로 겨울이를 보고 조금 당황해했다.“저거 겨울이 아니야? 언제 나간 거지?”“성혜인 씨가 오전에 데려갔습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돌아왔지?”“글쎄요. 일단 들여놓으세요.”성혜인은 차를 몰아 네이처 빌리지를 한 바퀴 깔아뭉갠 후로, 이곳 사람들은 이미 그녀가 어떤 지위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네이처 빌리지를 이 모양으로 망치고 온전히 제 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성혜인이 유일했으니 말이다.그래서 그들은 성혜인의 강아지한테 막 대하지 못했다.철문이 열리자 겨울이가 서둘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그렇게 네이처 빌리지의 대정원까지 쭉 달려가다가, 바닥 가까이에 열린 작은 창문으로 바로 뛰어 들어갔다.반승제는 지금 서재에서 야근하고 있었는데 물을 마시러 내려왔을 때 겨울이가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비를 쫄딱 맞고 달려온 탓에 바닥은 온통 진흙 자국이 잔뜩 묻게 되었다.그 장면을 본 반승제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져 얼른 겨울이를 목욕시키라 분부했다.‘이게 또 몰래 달려온 거야? 혜인이가 오늘 다시 가져갔을 텐데.’그러나 도우미가 아무리 잡아당겨도 겨울이는 반승제에 대고 계속 짖어댔다.그저 커피 한 잔 마시러 내려왔던 반승제는 그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도우미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겨울이가 다칠까 봐 두려워 힘도 제대로 쓰지 못했으니 말이다.“대표님, 겨울이가 뭔가에 놀란 것 같아요.”반승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도우미에게 장갑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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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지금 안 가면 너 여기 버릴 거야

반승제의 눈빛은 매우 포악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주위를 한 바퀴 뒤졌으나 성혜인의 행방을 발견하지 못해 결국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하지만 겨울이는 주인을 찾지 않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겨울아.”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가자. 지금 안 가면 너 여기 버릴 거야.”겨울이는 잔디밭에 앉아 있었는데 하늘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 탓에 털이 전부 홀딱 젖어버렸다. 겨울이가 아무리 반승제를 좋아한다 해도, 이번만큼은 꿈쩍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겨울이와 반승제는 서로 잠시간 대치를 벌였다. 얼마 안 지나 결국 반승제가 먼저 타협하기로 했다.그는 자신의 양복을 벗어 겨울이를 감싸고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갔다.‘주인이 나한테 성질을 부리면 됐지, 이제 그 개도 내 머리 위에 올라타려고 하네.’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겨울이가 단지 자신의 주인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개들은 때때로 충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서투르다.많은 개는 주인이 죽은 후에도 묘비에서 잠을 잔다.그들은 죽음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 단지 입을 열 수 없을 뿐.반승제가 아래로 내려갈 때, 마침 심인우가 차를 몰고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대표님, 혜인 씨는 별장에 없습니다.”‘혜인이한테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군.’“주변의 모든 CCTV를 찾아봐요. 땅을 모두 뒤진다 해도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심인우는 이미 그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분부한 지 오래였다. 지금으로서 그는 알레르기가 있는 반승제가 겨울이를 안고 있는 게 심히 걱정될 뿐이었다.반승제는 조심스럽게 겨울이를 차에 싣고 자신도 따라 탔다.네이처 빌리지로 돌아와, 겨울이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내내 밖에 앉아 비를 맞았다.하지만 반승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성혜인의 소식을 기다렸다.샤워를 마친 후 밖으로 나오니 겨울이는 여전히 입구에 앉아 있었다. 마치 성혜인이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려는 것처럼 말이다.반승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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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성혜인을 구조하다

현장의 사람들도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어찌 감히 반승제를 홀로 이곳에 둘 수 있겠는가.하지만 반승제는 손을 들어 손목의 시계를 쳐다보기만 했다.“다들 지진 감시국에서 안전하다고 할 때 다시 오세요.”“하지만 대표님...”그러나 반승제는 이미 길을 떠나고 있었다.결국 다른 사람들은 겨울이를 목줄에 묶어 하나둘 헬리콥터에서 내려온 줄을 잡았다....정신을 차린 성혜인의 귀에는 물이 똑똑 떨어지는 주변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하도 고요해도 그 소리는 유난히 더욱 또렷이 들렸다.그녀는 앞으로 가려고 노력했지만, 동굴은 너무 어두웠고 산소마저 약간 부족한 정도였다.“콜록콜록.”두어 번 기침하자 메아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여긴 어디지?’눈앞에 물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성혜인은 자신이 한 동굴에 있고 사방에 CCTV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더듬더듬하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발을 다친 탓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그때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배현우가 준 물건, 어디에 있어?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네가 여기에 평생 갇혀 죽게 만들 거야.”소리는 카메라가 있는 방향에서 나왔는데, 아마 그녀를 납치한 사람일 것이다.성혜인은 이곳보다 더 무서운 검은 방에 갇혀 있은 적이 있다. 그 방안에는 뱀도 있었고 지네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긴 어둠만 있을 뿐, 적어도 사람의 두피를 저리게 만다는 동물은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벽을 따라 길을 찾기 시작했다.그러나 꽉 막힌 공간인지 사방에는 문이 없었고 그 목소리는 아직도 묻고 있었다.“그 물건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로즈 가든에도 없고, 포레스트 안에 있는 거야? 아니면 다른 곳에 숨겨 뒀어?”성혜인은 로즈가든의 빽빽한 감시 카메라가 생각나자 등에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이 사람인가? ’하지만 그녀는 아직 이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도대체 당신 누구야?”남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이내 목소리는 사라졌으며 주변은 고요해졌다.성혜인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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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단지 반승제를 끌어안을 뿐

반승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문을 닫았다. 이 벽에 나타난 문은 모두 이런 절벽으로 통하는 함정이었다.‘혹시 숨어있는 문이 존재하는 건가?’그때, 그의 귓가에 성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반승제!”반승제는 순간 멈칫하며 이내 한 방향으로 걸어갔다.“혜인아.”이곳으로 꺾어 들어간 후, 반승제는 성혜인의 뒷모습을 보았다.얼른 몇 걸음 빨리 갔지만, 다음 순간에 총이 그를 겨눴고 곧이어 총알이 발사되었다.다행히 반사신경이 빠른 덕분에 총알은 반승제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그러고는 다시 성혜인이 있던 곳을 바라봤더니, 어느새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반승제는 이내 어두운 눈빛으로 그림자가 있던 곳을 쫓아갔다.성혜인은 구덩이 안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위에 있던 문이 열리며 불이 켜졌고, 곧이어 밧줄 하나가 내려왔다.그러자 성혜인은 눈빛을 반짝이며 서둘러 밧줄은 허리에 묶었다.누군가가 그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지면에 이르자 그녀는 가슴에 핏자국이 묻은 반승제를 보았다.그가 어떻게 찾아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벽에 난 흔적을 가리켰다. “이건 내가 만든 표시야. 이걸 따라가.”그것은 올바른 기억을 하기 위해 그가 가슴의 피를 이용해 만든 표시였다.올바른 길을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성혜인은 그의 이런 허약한 모습을 보고, 두 손으로 서둘러 반승제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대표님은 괜찮아요?”반승제는 그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누군가 네 목소리를 흉내 내더라. 그래서 내가 찾아서 죽였어”“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성혜인은 그를 일으켜 세우고 그의 손에 든 총을 주웠지만, 총알은 이미 비어있었다.악전고투를 치른 게 분명해 보였다.손이 덜덜 떨리는 상황에서 그녀는 감히 반승제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살피지 못했다.‘상처가 마침 심장 쪽에 있는 것 같은데... 죽기 전에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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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생사를 함께하다

지면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통로 위에 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성혜인은 악바리로 버티며 반승제를 일으켜 피할 곳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통로의 바닥은 완전히 깨끗해 탁자, 의자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으며 가끔 나타나는 문은 열어보면 낭떠러지와 연결되는 곳이었다.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는 사실에 성혜인은 식은땀이 절로 났다.‘대표님이 이 길에서 표시를 남기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표시를 따라 가장 바깥쪽으로 나가자 땅이 더 심하게 흔들렸다.그때, 앞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문이 나타났다.이 산속은 들어갈 수만 있고 나갈 수는 없다.문을 하나 두고 바로 밖이 있었지만, 만약 비밀번호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으면,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한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된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인 것이다.반승제는 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이내 성혜인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의 손에 묻은 핏자국이 온통 그의 몸에서 흐른 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반승제는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는데 통증 때문에 흘린 땀이 머리카락 전체를 젖힐 정도였다.그러나 그는 마치 이것이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성혜인을 꼭 껴안았다.“혜인아, 조심해!”그가 재빨리 성혜인을 밀쳐내자 머리 위에서 순식간에 큰 돌이 떨어져 반승제의 머리를 쳤다. “반승제!”성혜인은 자신의 몸에 있는 옷감을 찢어내 그의 다친 곳을 막았다.그러나 피는 아무리 해도 멈추지 않았다.말도 안 되게 떨리는 손끝으로 성혜인은 반승제의 머리에 난 상처를 감싸고 문을 두드렸다.“문 열어! 문 열어!”여전히 땅이 흔들리고 있었고 아무런 가림막도 없어 낙석이 언제 굴러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그녀는 손바닥에 묻은 핏자국을 세게 닦아내고 계속 비밀번호를 입력했다.“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셨습니다...”“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셨습니다...”“앞으로 한 번의 기회가 남았습니다...”성혜인의 손끝이 더 심하게 떨렸다. 그때, 반승제가 희미한 목소리로 성혜인을 불렀다.“혜인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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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가벼운 듯 또 무거운

그녀의 심장은 갑자기 미친 듯이 뛰었지만, 홍수는 이미 휩쓸려 오고 있었다.산꼭대기에서 산사태, 큰비와 지진까지... 그야말로 악몽이 아닐 수 없다....의식을 차린 성혜인은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성혜인 씨는 곧 깨어날 겁니다.”“혹시 머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요?”“아니요. 그냥 뇌진탕이에요. 깨어난 첫 며칠은 잠깐 현기증이 날 수도 있어요. 괜찮습니다.”“반승제 씨는요?”“반승제 씨는 아직 중환자실에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오늘만 잘 넘기면 괜찮을 겁니다.”반승제의 이름을 들었을 때, 성혜인은 갑자기 매우 긴장되었다.그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이미 가슴과 머리에 부상을 입은 데다 산사태에까지 휩쓸렸으니 말이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심장이 시큰거리고, 홍수에 떠밀려 가기 전 했던 키스가 생각났다. 가벼운 듯 또 무거운 것이, 그 어떤 말보다도 강한 힘이었다.성혜인은 입을 벌리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힘이 없었다.저녁에 깨어났을 때, 그녀는 하얀 천장을 보았다.병상 옆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강민지가 서 있었다.강민지는 그녀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서둘러 성혜인을 끌어안았다.“혜인아, 이게 무슨 일이야. 간호사들이 네 이름을 말했을 때, 나 너랑 동명이인이 실려 온 줄 알았어. 근데 네가 입원했을 줄이야!”성혜인과 강민지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바쁜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민지야.”그녀는 기침을 두 번 했는데, 가슴이 눌려 있어 말하기가 좀 힘들었다.“천천히 말해. 아직 말할 수 없다면 하지 말고.”강민지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오전에 반 회장님께서 막 가셨는데, 내가 듣기로는 너를 밤새워 지키셨대. 나도 그냥 끝에 있다가 회장님이 가신 후에야 온 거야.”반태승이 자신의 병상 앞에 이렇게 오래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성혜인은 갑자기 매우 미안했다.‘안 그래도 몸이 불편하신 분인데 이번에 대표님이 또 그렇게 됐으니... 또 충격을 받으실까 걱정이네.’“민지야, 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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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저도 아이도 대표님을 잃을 수 없습니다

바로 옆 병실인 반승제의 병상 앞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온시환도 있고 서주혁도 있고 진세운도 있다.반씨 집안사람들도 몇몇 병문안을 왔지만 오랫동안 지켰던지라 지금은 모두 돌아간 상태였다.그리고 그것들은 사실 대부분 진심이 아니다.지금 반승제와 한성 그룹의 맞대결은 이미 보름이나 지나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또 일을 생겨버렸으니 사람들은 모두 그가 이 대결에서 패할 것이 분명하다고 여겼다.아마도 반승제가 퇴원할 때 그는 이미 BH 그룹의 대표가 아닐 것이라며 말이다.곧이어 수술이 잡혀있던 진세운은 흰 가운을 입고 현장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한 번 보았다.“승제는 아마 며칠이 지나야 깨어날 거야. 그러니 여기서 계속 지킬 필요 없어.”그들은 모두 반승제가 이번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 모든 게 성혜인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안다.그녀가 누군가에게 붙잡혔기 때문에, 그는 성혜인을 구하러 급히 갔다.온시환은 담배를 꺼내 피우려고 했으나 진세운의 눈빛에 제지당했다.“병원에서는 금연이야.”그러자 온시환은 입술을 살짝 잡아당기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나가서 피면 되잖아.”사실 세 사람 모두 반승제의 상황에 놀랐다. 부상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그렇게 진세운과 온시환은 모두 떠났고, 이곳에는 순식간에 서주혁만 남게 되었다.그때, 어디서 소식을 듣고 왔는지 모를 라미연이 와서 반승제가 병상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코끝이 시릴 정도로 울어댔다.“흑흑... 대표님. 대표님 꼭 빨리 나아지셔야 해요. 저랑 아이 모두 대표님이 필요하다고요.”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서주혁은 그 말을 듣자 눈썹을 살짝 치켜뜨고 위아래로 라미연을 훑어보았다.그러나 반승제의 연애사에 대해 그는 사실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단지 이 여자가 반승제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이 의외일 뿐.‘허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승제는 결벽이 있어 여자도 함부로 안 만나는데.’서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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