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5화 지금 안 가면 너 여기 버릴 거야

반승제의 눈빛은 매우 포악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주위를 한 바퀴 뒤졌으나 성혜인의 행방을 발견하지 못해 결국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겨울이는 주인을 찾지 않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겨울아.”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가자. 지금 안 가면 너 여기 버릴 거야.”

겨울이는 잔디밭에 앉아 있었는데 하늘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 탓에 털이 전부 홀딱 젖어버렸다. 겨울이가 아무리 반승제를 좋아한다 해도, 이번만큼은 꿈쩍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겨울이와 반승제는 서로 잠시간 대치를 벌였다. 얼마 안 지나 결국 반승제가 먼저 타협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양복을 벗어 겨울이를 감싸고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갔다.

‘주인이 나한테 성질을 부리면 됐지, 이제 그 개도 내 머리 위에 올라타려고 하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겨울이가 단지 자신의 주인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개들은 때때로 충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서투르다.

많은 개는 주인이 죽은 후에도 묘비에서 잠을 잔다.

그들은 죽음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 단지 입을 열 수 없을 뿐.

반승제가 아래로 내려갈 때, 마침 심인우가 차를 몰고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대표님, 혜인 씨는 별장에 없습니다.”

‘혜인이한테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군.’

“주변의 모든 CCTV를 찾아봐요. 땅을 모두 뒤진다 해도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

심인우는 이미 그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분부한 지 오래였다. 지금으로서 그는 알레르기가 있는 반승제가 겨울이를 안고 있는 게 심히 걱정될 뿐이었다.

반승제는 조심스럽게 겨울이를 차에 싣고 자신도 따라 탔다.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와, 겨울이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내내 밖에 앉아 비를 맞았다.

하지만 반승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성혜인의 소식을 기다렸다.

샤워를 마친 후 밖으로 나오니 겨울이는 여전히 입구에 앉아 있었다. 마치 성혜인이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려는 것처럼 말이다.

반승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