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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왜 사랑을 믿기는 믿어

온시환은 얼른 옆에 있는 따뜻한 물을 받아 그의 입에 갖다 댔다.

“무슨 아직도 다른 사람 걱정을 하고 있어. 네가 보름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는데도, 성혜인 씨는 너 보러 오지도 않았어.”

반승제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입술은 바짝 마른 핏자국이 있는 검붉은 색을 띠고 있었으며, 보기만 해도 심한 탈수 상태였다.

피부는 유난히 하얗고 살이 많이 빠졌으며 눈빛은 어두컴컴한 게... 그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어딘가 좀 쓸쓸해 보였다.

“진짜?”

그는 성혜인이 이렇게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진짜가 아니면? 네가 그 사람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봐. 아니, 너도 완전히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반승제는 그 남자의 손톱도 따라갈 수 없다는 성혜인의 말을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그는 확실히 잘 알고 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을 뿐.

반승제는 늘 성혜인이 냉정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냉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매번 그렇듯, 두 사람이 서로 포옹한 다음 순간에 그녀는 상처 주는 말을 할 수 있다.

진퇴양난의 길에 빠져 생사를 같이하던 감동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반승제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동자가 마치 깊은 안개에 가려진 듯, 혹은 진흙으로 가득 찬 연못과 같았다.

온시환은 그가 이러는 것을 보고 등을 뒤로 기댔다.

“그러니까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왜 사랑을 믿기는 믿어.”

하지만 이내 반승제가 화가 나 마음이 흔들릴까 봐 재빨리 한마디 고쳤다.

“네가 나으면 마음대로 아무 여자나 다 만나도 돼. 요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네 소식을 묻는지 알아? 제원 사람도 있고 연예계 사람도 있어. 만약 예쁜 여자가 이상형이라면 내가 성혜인 씨보다 더 예쁜 여자 보내줄 수 있어. 그것도 하루에 한 명씩 바꿔도 된다고. 너 라미연이랑도 잤잖아, 엄청 좋지 않았어? 그치?”

반승제는 피곤함을 느꼈다.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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