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병원에서 성혜인은 오전 내내 반승제를 돌보고 있었다.의사에게 언제쯤 퇴원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는 적어도 보름은 걸리며 환자의 회복 상태에 달렸다고 했다.퇴원에 관해 묻고 나서 성혜인은 점심밥을 들고 반승제 병실로 들어섰다.반승제의 손에는 핸드폰 한 대가 더 생겼는데, 아마 심인우가 준비해 준 것으로 보인다.반승제는 물론이고 자기 핸드폰도 새로 갖춰졌다.이제 막 핸드폰을 열었는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며 네이처 빌리지 하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마침 식사하려고 했던 반승제는 손에 힘도 별로 없어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야?””대표님, 라미연 씨께서 밤새 대표님을 기다렸습니다.”이에 반승제는 온몸이 굳어지더니 저도 모르게 성혜인의 눈치를 살폈다.그날 홧김에 라미연과 결혼하겠다고 한 말을 잊은 건 아니다.하지만 성혜인처럼 고집이 센 사람은 아마 믿었을지도 모른다.어젯밤 겨우 몰래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었는데, 다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원점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당장 쫓아내! 누가 들인 거야? 당장 경호원한테 전화해서 다시는 들어가지 못하게 똑똑히 말해.”“근데 라미연 씨께서 임신한 일로 자꾸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저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임신이라는 말이 나오자 반승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날 밤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이런 여자와 잠자리했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늘 그 방면에서 확고한 편이고 성혜인 앞에서만 와르르 무너지는 반승제이다.“쫓아내!”반승제는 주저없이 또박또박 말했다.이에 하인은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성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겨울이 네이처 빌리지에 있어요?”성혜인은 의사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수색 구조 그날에 하얀색 강아지가 매우 적극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절대 도망쳐 나오지 못할 거 같아 성혜인은 겨울이를 풀어 주었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겨울이가 무척이나 걱정되는 성혜인이다.하인의 성혜인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대답했
서둘러 달려온 성혜인도 동물 병원에 도착했다.현장에는 여러 명의 하인이 서 있었고 겨울이는 이미 검사받으러 들어갔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지금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학대 당했습니다. 폭행자가 누군지 얼른 알아내세요.”급하게 달려온 성혜인은 이제 겨우 마음을 추슬렀는데, 의사의 말에 다시금 화가 용솟음치면서 제대로 폭발해 버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의사는 성혜인을 한 번 보고는 강아지 주인임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안경테를 위로 밀면서 다시 설명해주었다.“말 그대로입니다. 외부 충격으로 기절한 겁니다. 만약 폭행자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살려낸다고 해도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성혜인은 이를 악물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하인들을 바라보았다.하인들도 의사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무릎까지 꿇었다.“아닙니다. 저희는 겨울이한테 그런 적 없습니다. 대표님께서 겨울이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시는데, 간이 배 밖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성혜인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감시 카메라 돌려보세요.”이에 하인들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감시 카메라를 보러 갔다.성혜인은 지금 온몸에 힘이 다 빠진 것만 같다. 의사한테서 겨울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들을 때도 미친 듯이 후회했다.겨울이 데리고 산책은 왜 갔는지, 네이처 빌리지 사람들이 겨울이를 잘 챙겨줄 거라고 왜 자신만만했는지, 모든 것이 자기 잘못만 같았다.어느새 눈물은 하염없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 나서도 성혜인은 울지 않았다.하지만 겨울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만 참지 못하고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성혜인은 이를 악물고 주먹도 불끈 잡아당겼다.‘내가 어떻게든 알아내고 말 거야. 우리 겨울이 학대한 범인이 누군지 꼭 찾아낼 거야.’두 시간 동안 지나서 네이처 빌리지에서는 감시 카메라 동영상을 성혜인에게 보내주었고 동시에 반승제에게도 보내주었다.감시 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을 보면 라미연이 어떻
하지만 차는 네이처 빌리지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포레스트에서 멈춰 섰다.라미연은 아직 이곳이 성혜인의 별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반승제의 또 다른 별장으로 알고 있다.웃음이 만발한 얼굴로 설마 반승제가 시원하게 자기에게 별장 한 채를 선물해 주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전에 반승제에게서 20억을 받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10억을 더 받았었는데, 이는 일반인이 평생토록 노력해도 벌 수 없는 돈이다.그렇다면 지금 이 별장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아마 수천억은 되지 않을까?라미연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놀라워 마지 못한 채 거실까지 들어섰는데, 소파에 버젓이 앉아 있는 성혜인을 보고 눈썹을 들썩이며 욕설을 퍼부었다.“성혜인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성혜인은 지금 너무 차분하고 조용하다. 거리낌 할 정도로 너무 지나치게 조용하다.하지만 라미연은 배 속에 아이를 생각하며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아직 친자 확인도 하지 않았으니 모두가 반승제의 아이로 알고 있다.설마 반승제가 이미 이혼한 전처를 위해 자기 아이한테 손을 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성혜인 씨, 당장 이 집에서 나가는 게 좋을 거예요. 이 집은 반 대표님이 나한테 주는 선물이라고요. 이렇게 빌어 붙는다고 해도 반 대표님은 성혜인 씨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서도 성혜인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다만 라미연이 미련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가여울 정도로 미련한 사람은 처음으로 보는 것만 같았다.성혜인은 곁에 있는 경호원을 보고 덤덤하게 말했다.“잡아요.”이에 경호원들은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라미연의 두 손을 꽁꽁 묶었다. 그뿐만 아니라 두 다리까지 풀리지 않게끔 묶어 버렸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라미연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저기요! 나 지금 반 대표님 아이 품고 있어요. 반 대표님이 퇴원하고 나면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요. 무섭지도 않아요?”그러나 성혜인의 라미연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경호원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병원.반승제는 네이처 빌리지에서 제공한 감시 카메라 동영상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랐지만, 클릭하고 열어 보니 그 속에 뭐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되었다.이때 하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겨울이는 지금 응급치료받고 있습니다. 아마 다시 깨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순간 반승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라미연은요?”“대표님께서 쫓아내시라고 하셔서 이미 가셨습니다.”반승제는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인우가 오전에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모두 준비해 놓았기에 당연히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성혜인의 가방은 소파에 놓여 있고 무음 모드라 들리지가 않았다.하물며 지금 라미연을 혼쭐내주고 있다.라미연이 임신한 몸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성혜인은 얼굴만 때리고 있다.성혜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반승제는 문득 라미연을 찾으러 갔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반승제는 성혜인 편이다. 이런 일을 저지른 라미연은 맞아도 싼 인간임이 분명하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라미연이 품고 있는 아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그날 라미연이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성혜인이 왜 그토록 화를 냈는지 알게 되었다.라미연이 품고 있는 아이에 대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반승제의 태도에 화가 났던 것이다.반승제의 태도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이는 성혜인에게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가장 큰 아픔이다.하여 어젯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지만 아이의 일이 문득문득 튀어나와 성혜인의 신경을 자극했다.자극이 올 때마다 성혜인의 반승제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이는 실은 성혜인의 탓도 아니다. 반승제 스스로 저지른 일이기에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성혜인은 지금 한창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라 이성을 잃고 라미연에게 무언가를 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진정하고 나서 자기로 인해 한 아이가 죽게 되면 미친 듯이 괴로워할 것이다.반승제
반승제는 휠체어 밀고 천천히 다가가 라미연의 목을 조르고 있는 성혜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미 온몸을 힘을 다 들인 성혜인이라 남은 힘도 별로 없이 아주 쉽게 반승제에게 잡혔다.라미연은 실신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는데, 반승제가 나타남으로 하여 큰 힘을 얻게 되었다.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라미연은 반승제에게 애원했다.“반 대표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여자가 죽이려고 그래요. 제발 아이를 봐서라도 저 좀 살려주세요.”이런 상황에서 아이에 대해 말이 나오자, 그 말은 성혜인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되어 버렸다.반승제의 얼굴도 순간 어두워졌지만 라미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절 위해 나설 주실 줄 알았어요. 흑흑흑… 저 지금 뱃속에 대표님 아이 품고 있어요. 저 여자가 우리 아이 죽이려고 그랬어요. 흑흑흑… 저렇게 악독하고 촌스러운 여자는 처음이에요. 더러운 짐승이나 다름없는 여자예요. 죽어가는 그 짐승하고 똑같다고요! 반 대표님, 흑흑흑… 우리 아이 목숨은 그 짐승보다 몇 배나 더 귀하단 말이에요.”“닥쳐.”차갑기 그지없는 반승제의 말투 또한 비수가 되어 라미연의 가슴을 푹푹 찔렀다.만약 평소라면 라미연은 아마 반승제가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막 죽을 고비를 넘은 라미연은 눈에 뵈는 게 없었다.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배 속에 아이를 많이 언급하고 목숨을 보존할 수 있는 지푸라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이에 반승제는 라미연의 입을 막으라고 지시를 내렸다.“우우우…”라미연은 순간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입안에는 피가 낭자했다. 반승제와 성혜인을 미친 듯이 노려보며 최대한으로 배를 드러냈다.이쯤 돼서 성헤인도 문득 정신을 차렸고 조금 전 라미연을 하마터면 죽일 뻔했다.심지어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찰나 잊게 되었다.정신을 차리고 나니 괴로움이 미친 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지나친 통증으로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이 괴로워하는
반태승의 말에 반승제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뭐? 성혜인도 갔었다고?’하지만 반승제는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이때 반태승의 일깨움으로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데, 술에 취해 정신이 해롱해롱할 때, 성혜인의 얼굴을 본 듯했다.그때는 단지 꿈이라고 여겼을 뿐이다.꿈을 꾸고 있는 것이기에 하고 싶었던 일을 했을 것이고 가차 없이 성혜인을 창가에 밀어붙이고 욕정을 풀어 헤쳤다.허리가 부러질 지경으로 성혜인과 사랑을 나눴으며 가능한 한 몸속으로 녹이고 싶었다.그러나 반승제는 지금껏 그 모든 것이 단지 지나친 그리움으로 인해 일어난 환각이라고 생각했었다.그때 그 기분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는데, 지금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혜인과 사랑을 나눌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만끽한 것 같았다.“할아버지, 저…”반태승은 두터운 자료를 반승제에게 던졌다.“이미 조사했다. 그날 밤 라미연은 네이처 빌리지에서 나와 남자 웨이터를 만나러 갔었다. 지금 배 속에 아이도 아마 그날에 생겼을 것이다. 같은 날이지만 우리 반씨 가문의 아이는 절대 아니야. 만약 네가 잔 사람이 혜인이라면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나눌 때 어떤 기분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반승제는 순간 말 문이 막혔다. 그날 밤 자고 나서 상대가 중간에 떠나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래서 반승제는 모든 체면을 내려놓고 뒤에서 그 여자를 안으며 가지 말라고 애원했었다.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바람에 도통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그날 밤의 감시 카메라를 다시 돌려 보았는데, 성혜인이 떠나자마자 라미연이 온 것이 보였다.이제 막 사랑을 다 나눈 상태라 다른 여자한테 반응이 생길 수가 없었다.반승제가 좋아하는 것은 성혜인의 몸에서 나는 희미하고 어렴풋한 냄새이지 향수 냄새는 아니다.그 냄새는 보디로션 아니면 성혜인이 자주 쓰는 샴푸 냄새이다.그래서 다음날 라미연을 봤을 때, 놀라워 마지 못했으며 몸에 향수를 뿌린 여자를 뿌리치지 않을
너무 많은 걸 말한 것 같아 반태승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뭐가 뭐야! 말썽만 부리고 다니고 일만 망치고 다니는 녀석이라곤! 아무튼 네가 알아서 해! 그렇게 잠자리하고 나서 갑을 을로 착각하면서 라미연한테 다들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네가 어떻게 하고 다녔는지 똑똑히 봐봐!”“할아버지!”반승제는 순간 목소리를 높이며 화가 난 나머지 숨까지 고르게 쉬지 못하고 있다.“겨울이 전 주인이 누구라고요? 성혜인이 좋아했던 그 남자라고요? 맞습니까?”반태승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이 일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 자태를 취했다.“그냥 내 생각이다.”“할아버지 생각이라고요?”이에 반승제는 우습기만 했고 숨까지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심지어 말을 뱉고 있는데 살짝 울먹이고 있다고 느껴졌다. 만약 반태승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너무 아이러니하다.알레르기를 참아가면서 겨울이를 동물 병원으로 데려갔었고 그로 인해 입원까지 했으니 말이다.게다가 성혜인과 말거리를 찾으려고 겨울이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으며 조금이 나마 자기한테 반응해주기를 바랬다.근데, 겨울이가 전에 그 남자가 남겨준 애완견이라면…겨울이가 있는 한 영영 그 남자를 잊지 못하는 말이 아닌가?반승제는 순간 라이벌이 남긴 강아지를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자신이 가소로웠다.가슴도 미어지는 것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반태승의 말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순간 모든 사고를 정지시켜 버렸다.그러다가 갑자기 그날 병원에서 성혜인을 돌보면서 성혜인의 입에서 나온 낯선 이름이 떠올랐다.그때 성혜인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 첫사랑은 아닌지 물은 적이 있다.성혜인은 겨울이의 전 주인이라고 대답했었다.하지만 첫사랑이라고 승인하지 않았는데, 인제 와 보니 승인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다만 머리를 써가며 에둘러 말했을 뻔이다.모든 진상이 드러나자 반승제의 눈빛은 순간 한없이 험산 해졌다.반태승은 이미 포레스트를 떠났고 지금 포레스트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반승제의 기분이
홀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 질 정도로 조용해졌으며, 반승제는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만 같았다.휠체어 손잡이를 꽉 쥔 채 손등에 힘줄까지 불끈 솟아올랐다.성혜인이 조금 전 뱉은 그 말은 살상력이 만렙에 달한다. 아직 라미연이 품고 있는 아이가 반승제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기에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겨울이의 목숨이 반승제 아이의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했다.여기서 가리키는 반승제의 아이란 성혜인의 품었던 아이와 라미연이 품고 있는 아이를 가리킨다.반승제의 나쁜 속마음을 질책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반승제는 헛기침하며 낭패하기 그지없어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도 몰랐다.성혜인 앞에서 반승제는 강할 수도 있고 무례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나서 반승제는 모든 반항 능력을 잃은 것만 같았다.입을 꾹 다물고 입만 오므린 채 의사에게 묻고 있는 성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겨울이 어때요?”“희망이 있어 보입니다. 선생님께서 아직 응급 치료하고 있습니다.”남은 대화는 더 이상 반승제의 귀로 들어오지 않았다.사람의 대뇌는 참 이상한 것만 같다. 분명 열심히 듣고 있으나, 그 소리가 시끄럽기만 하며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반승제는 심인우가 있는 쪽으로 바라보았다.그러자 심인우는 한걸음에 뒤로 다가와 묵묵히 휠체어를 밀었다.반승제는 본래 몸이 허약하고 스스로 휠체어를 조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만히 잡고만 있을 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사실 성혜인도 마음이 좋지 않다.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리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심인우는 지금 반승제를 밀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성혜인이 스스로 악한 여자라며 소심하기 짝이 없다며 생각하고 있다.반승제의 상태가 자기로 인해 나빠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막말을 하고 있을 때 반격했으니 말이다.입으로만 말하고 행동으로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픈 말을 퍼부었다.성혜인은 고개를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