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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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감정 없는 괴물

성혜인은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러자 백연서는 더욱 득의양양해서 그녀를 비웃었다.“곧 있으면 설인데, 넌 누구랑 보낼 생각이니? 집안사람을 전부 잡아먹고서 전남편인 승제를 귀찮게 할 생각은 아니지? 만약 BH그룹의 도움이 없었다면 너희 회사는 진작 망했어, 너희 가족은 더러운 기생충일 뿐이라고! 재수 없는 년, 너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어!”백연서는 심호흡하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애를 유산하고 나서도 승제한테 들러붙으려 하다니, 너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승제는 앞으로도 계속 너를 유산시킬 거야, 승제는 절대 아버지가 되지 않을 거니까! 그 애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 애초에 내가 죽여버렸어야 해. 부모가 이혼한다는데 어쩌면 가만히 있을 수가 있니? 감정 없는 괴물 같으니라고... 하늘도 무심하지. 승제를 데려가고 승우를 돌려줬으면 좋겠건만, 흑흑흑...”백연서는 말하면 할수록 점점 더 광기에 서렸다.백연서에게 아픈 곳을 제대로 찔린 성혜인은 심장이 너무 아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반승제를 ‘감정 없는 괴물’이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약간 속상한 감도 들었다.“반승제 씨도 친아들이 아니던가요?”‘어쩌면 친아들한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지...?’백연서는 빨갛게 된 눈으로 머리를 홱 들더니 독기 서린 말투로 말했다.“그래서, 뭐?! 내가 집안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말 한마디, 걱정 한 번 해주지 않는 놈이면 죽어야 마땅하지! 승우를 죽인 사람도 무조건 그 녀석일 거야! 안 그러면 그 녀석은 대표 자리를 꿈도 못 꿨어!”성혜인이 반승제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백연서는 눈썹을 치켜떴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네가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구나! 네 어미랑 아주 똑같아! 너 설마 승제를 좋아하니? 유산했던 일은 벌써 잊은 거야? 아이고, 혜인아. 네가 네 몸을 얼마나 천하게 굴리는지 임지연 그년이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하하, 역시 내 아들은 대단해. 임지연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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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설날

설날을 하루 앞두고 반승제가 돌아올 때가 되었기에 성혜인은 부랴부랴 백화점으로 가서 벽에 걸 만한 장식품을 샀다.지난 일주일 동안 반승제는 한 번도 성혜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성혜인도 신입사원 모집으로 바빠서 그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하루빨리 사회로 나온 대학 졸업생을 모집해서 회사의 다음 단계 계획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면접을 보는 와중에도 성혜인은 반승제에게 월세를 주면서 살기로 한 집을 간단하게 인테리어 해야 했다. 그래서 지난 일주일은 곧 있으면 설날이라는 것도 까먹을 정도로 바빴다.오늘도 반승제가 곧 돌아온다는 심인우의 전화가 없었더라면 성혜인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할 뻔했다.성혜인이 백화점에서 산 소품을 벽에 건지 한 시간도 안 돼서 밖에서는 자동차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도우미들이 저녁 식사를 거의 다 차린 것을 보고 노트북을 닫았다.차에서 내린 반승제는 먼저 정원을 빙 둘러봤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가 기대하던 것은 대문부터 설날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최근 몇 년 동안 줄곧 해외에서 지낸 반승제는 제대로 된 설날을 보낸 적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보낸 적 없었다.반승우가 죽은 다음에는 기일이 마침 설날쯤이라 김경자와 백연서는 눈물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그래서 가문에는 감히 설날 분위기를 낼 사람이 없었다.반대로 반승우가 살아 있을 때는 모두 그한테만 신경 쓰느라 반승제는 거의 부대에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래도 부대에서 좋은 식사 한 끼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만족스러웠다.반승제는 설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길에 다른 사람들이 꾸민 것을 보니 자기 집이 유난히 썰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가슴속에 품고 있던 분노는 이 순간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비밀번호를 누르고 출입문을 연 반승제는 마침 밖으로 나오려고 했던 성혜인과 마주쳤다. 그녀는 집에서 입기 편한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반승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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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다정함 보다는 약한 척

이튿날 아침 반승제는 아직 자고 있던 성혜인을 깨우면서 말했다.“일어나, 장 보러 가자.”새벽까지 시달리고야 잠에 든 성혜인은 도무지 눈이 떠지지 않았다. 비몽사몽 옷을 입고 차에 올라탄 다음에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반승제의 어깨에 기대 눈을 붙였다.반승제는 성혜인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자세를 잡더니 한 손으로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머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었다.잠시 후 백화점 앞에 도착하자 그들의 앞에 보이는 건 굳게 닫힌 대문밖에 없었다. 심인우도 도착한 다음에야 알아차리고 말했다.“대표님, 백화점은 오전 9시가 되어야 여는 것 같습니다.”아직 아침 7시밖에 되지 않았으니 백화점은 문을 열 리가 난무했다.아주 오랫동안 백화점에 오지 않았던 심인우는 미처 시간 문제를 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침부터 백화점에 온 적 없는 반승제와 성혜인도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심인우의 말을 듣자마자 성혜인은 눈을 살짝 뜨더니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대표님, 그럼 저희는 돌아갔다가 다시 나올까요?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잖아요...”반승제는 머리를 숙여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여기서 기다리지.”성혜인은 반승제의 말투에서 약간의 유치함을 느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단 1초도 기다릴 수 없이 당장 얻고야 말겠다는 어린아이와 같은 유치함 말이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반승제의 손을 잡았다. 반승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정장 차림에 볼펜을 들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가 손을 뻗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볼펜을 내려놓고 손을 맞잡았다.“왜 그래?”반승제는 자기 손바닥 안에 꼭 들어오는 성혜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가 이토록 적극적인 것은 또 처음인지라 약간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어젯밤도 마찬가지다. 성혜인은 줄곧 아래에 깔려서 반승제가 하는 대로 전부 받아줬다. 그러다 문득 그의 등에서 언제 남은 것인지 모를 흉터가 만져지던 것이 떠오른 성혜인은 이참에 물어보려고 했다.하필이면 이때 반승제의 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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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섭섭이 노트

성혜인은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반승제가 더욱 편히 기댈 수 있게 일부러 어깨를 살짝 올리기도 했다. 오전 9시 백화점이 문 열 때까지 말이다.백화점이 개장한 것을 보고 성혜인은 머리를 숙여 반승제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알람 시계를 내재하기라도 한 듯이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심인우는 묵묵히 뒤를 따랐다. 그는 오늘 짐꾼 역할로 따라온 것이었다.설날 분위기를 내고 싶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반승제는 장식품 하나를 볼 때 마다 머리를 돌려 성혜인에게 물었다.“이건 어때?”성혜인은 검색해 본 대로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 싶으면 그냥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짐은 어느덧 두 손 가득 불어나고 말았다.어젯밤 설날 맞이 불꽃놀이를 할 시간 두 사람은 침실에 있었기에 반승제는 또 폭죽 코너에 들어서면서 물었다.“폭죽은 어때?”폭죽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반승제는 그녀의 어깨를 꽉 잡으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설날에 뭘 사야 하는지 이렇게 잘 알면서 어제는 왜 그랬어? 역시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속이려고 했던 거지?”반승제의 마음속에는 섭섭이 노트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성혜인이 잘못한 건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빠르게 사과했다.“죄송해요.”“다시는 그러지 마.”반승제는 손을 올려 성혜인의 귀를 만지작대더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에는 심인우 혼자 모든 물건을 들지 못해서 경호원까지 몇 명이나 불러왔다. 폭죽만 해도 한 트럭이나 되었으니 말이다.쇼핑이 끝난 다음 심인우는 반승제의 앞으로 가서 말했다.“대표님, 폭죽은 제조사에서 특별히 디자인한 순서가 있으니 오늘 저녁 직접 보여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반승제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전문가를 선택할 게 뻔했다. 역시나 그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성혜인을 힐끗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저녁에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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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선물

‘하, 그동안 괜히 잘해줬네. 지난번 선물한 집만 해도 몇백억이 되는데. 나한테 선물 한 번 준 적 없는 건 그렇다 쳐도, 감히 다른 남자한테 비싼 선물을 줘? 내가 이렇게 잘해 줘도 고마운 줄을 모르지.’반승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밖에서 다시 만난 다음 반승제는 성혜인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저기압이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백화점을 대충 둘러보다가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갔다.성혜인은 빨간색 장식품을 들고 어디에 걸어야 할지를 망설였다. 모든 열정이 순식간에 식은 반승제는 도와줄 생각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다.집안 장식은 역시 같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재미있는 법이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심드렁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이 마음에 안 드는 줄 알고 도우미더러 치워달라고 했다.반승제는 도우미가 진짜 치우려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치우긴 왜 치워?”“대표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내가 언제?”반승제는 도우미의 손에서 장식품을 건네받고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혹시라도 그가 떨어질까 봐 사다리를 꼭 잡아줬다.빨간색 장식품을 걸고 난 반승제는 머리를 숙이면서 물었다.“어때?”“예뻐요.”역시 집에 빨간색이 더해지니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성혜인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내려왔다. 그리고 지붕의 네 각에 사다리를 옮겨 다니면서 각각 하나씩 달았다.나머지 10여 개의 장식품과 정원을 번갈아 보던 성혜인은 이번에 나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나머지는 나무에 걸어요.”나무에 10여 개의 장식품을 걸고 나니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주 예뻤다. 그 모습에 반승제는 마음이 다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이때 성혜인이 똑같은 장식품들을 다시 들고 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다른 한쪽에 있는 나무에 시선을 돌렸다.“대표님, 이번에는 제가 할게요.”성혜인이 사다리를 타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아래에서 붙잡고 있었다.“조심해.”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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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달콤한 케이크

반승제는 성혜인에게 머리핀을 꽂아준 다음 입가에 짧게 뽀뽀도 했다.“선물이야.”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못한 성혜인은 머리를 숙였다. 반승제는 몸을 일으켰다가 시간이 두 시간이나 지난 것을 발견하고는 말했다.“난 할아버지를 만났다가 집에 다녀와야겠어. 넌 여기에 얌전히 있다가 7시쯤에 출발해.”“네.”성혜인은 발그레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마치 달콤한 케이크와도 같은 모습에 반승제는 문득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입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날 때까지 괴롭혀주고 싶기도 했다.하지만 반승제는 결국 자제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래도 아쉬움을 버릴 수 없는지 몇 번이나 머리를 돌려 성혜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지각하지 마, 우리는 7시 반에 만나기로 한 거야.”“알았어요.”반승제는 미소를 짓더니 이제야 시름을 놓고 멀어져갔다.반태승을 만나러 본가에 갔을 때 그는 반승제에게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두터운 문을 사이 두고 그의 목소리는 유유히 들려왔다.“너만 속을 썩이지 않아도 내가 장수할 거다!”반승제는 어쩔 수 없이 선물을 내려놓고 반기훈을 데리러 갔다. 그는 오늘도 다른 곳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반기훈과 만나고 그가 차에 올라탄 다음에도 딱히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그리고 반기훈은 집에 거의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물었다.“승제야, 머리는 좀 어떠니?”“아직 회복 중이에요.”반기훈은 한숨을 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요즘 밀입국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더구나. 아직 무슨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니, 너도 조심하렴.”반승제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또다시 어색해졌다.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반승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백연서를 발견했다. 오늘을 위해 잔뜩 꾸민 그녀는 반승제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반기훈을 향해 달려갔다.“여보.”반기훈은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백연서는 아직도 기를 쓰고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고 있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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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반기훈이 백연서의 뺨을 때린 순간 거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차피 반기훈에게 맞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기에 백연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울기 시작했다.반승제는 담담하게 소파에 앉아서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반승제가 어릴 적부터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했다.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려 아직 따듯할 때 한 모금 마신 반승제는 곁에 서 있던 도우미에게 물었다.“식사는 언제쯤 할 수 있어요?”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한 아들을 보고 백연서의 울음소리는 더 쩌렁쩌렁해졌다. 하지만 도우미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울어대는 그녀가 반기훈은 창피하기만 했다.“울 거면 나가서 울어. 식사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백연서는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반기훈은 한숨을 쉬면서 반승제를 바라봤다.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승제가 머리를 다친 다음에야 그는 자신이 반승제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알아차렸다.“승제야.”반기훈이 입을 열자 반승제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먼저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반기훈은 원래 사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승제가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보고서는 금방 다시 입을 다물었다.주방에서는 아직도 백연서의 울음소리가 들려와서 머리가 울렸다. 그래서 반기훈은 아예 외투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난 이만 돌아가야겠다.”집에서 밥 먹을 바에는 부하직원들과 먹는 것이 훨씬 편하겠다고 반기훈은 생각했다. 이때 백연서가 그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 나왔다.“여보, 가지 마요. 나 이젠 안 울게요. 오늘만이라도 같이 식사해요, 그래도 설날이잖아요.”백연서는 결국 타협을 선택했다. 그녀는 반기훈과 싸우는 것보다도 무시당하는 것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기훈의 눈빛에는 여전히 증오밖에 없었다.그래도 백연서의 말에 약간 설득이 된 듯 반기훈은 무의식적으로 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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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마음이 따듯해지다

차는 두 시간을 거쳐 반기훈의 직장인 군사 지역에 도착했다. 다섯 걸음에 한 명씩 보초 서고 있는 이곳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반승제의 차도 반기훈이 창문을 내려 얼굴을 보여준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반승제는 귀찮게 검사받지 않도록 그냥 반기훈에게 걸어서 들어가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때 반기훈이 먼저 예상 밖의 제안을 했다.“내 사무실에서 차라도 한잔하자.”반승제는 어쩔 수 없이 반기훈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의 책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가족사진이 놓여있었다. 백연서도 함께 있는 그들의 가족사진 말이다.가족사진을 찍은 기억이 전혀 없었던 반승제는 액자를 들어 올려 유심히 바라봤다. 반기훈은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좋으면서도 아닌 척 표정 관리하면서 아예 앨범을 가져왔다.“네 사진이라면 전부 여기에 있어. 부대에 있을 적의 사진도 있고, 아버지한테 벌 받고 쫓겨났다가 자칫 쓰러질 뻔했을 때의 사진도 있지.”반승제는 물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벌 받는 듯 무릎 꿇고 있는 사진을 보니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부대에서 지내던 기억도 마치 꿈처럼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반기훈은 책상 앞에 앉아서 반승제가 앨범을 펼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반승제는 반승우의 사진을 발견하고 손을 흠칫 떨었다. 기억 속에서 사라진 그의 첫인상은 아주 부드러웠다.반승제가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면 반승우는 따듯한 봄바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사람 마음을 살 줄 알았던 반승우는 줄곧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이때 반기훈의 비서는 커피 두 잔을 타서 한 잔은 반기훈의 앞에, 다른 한 잔은 반승제의 앞에 내려놓았다.“너랑 승우는 사이가 아주 좋았어. 네가 부대에 있을 때도 자주 면회 하러 갔을 정도로.”“정말이에요?”반승제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그래, 승우는 너를 아주 소중한 존재로 여겼던 기억이 나는구나.”반승제는 느릿느릿 앨범을 끝까지 살펴봤다. 마지막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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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반승제와 함께

자리에 앉은 다음 성혜인은 시계를 힐끗 봤다. 현재 시각은 7시 20분, 약속대로라면 반승제는 10분 안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레스토랑의 조명은 약간 어두웠다. 그래서인지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성혜인은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보낸 가장 설날다운 설날이 반승제와 함께 보낸 오늘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진짜 이상한 느낌이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성혜인은 또다시 시계를 힐끗 봤다. 시간은 어느덧 8시가 되었지만 반승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이때 레스토랑 직원이 성혜인에게 다가가더니 먼저 식사하지는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거절했다.“아뇨, 일행이 아직 안 와서요.”직원은 어쩔 수 없이 물러갔다.저녁 9시, 배가 고팠던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싶어서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어봤다.“페니? 무슨 일이야?”반승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과 다름없는 태도는 전혀 지각한 사람 같지 않았다. 그래서 성혜인은 분명히 오는 길에 차가 막혔을 것으로 여겼다.“대표님, 어디까지 오셨어요?”같은 시각, 반승제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여러 검사를 받아본 결과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잊었던 기억도 전부 돌아왔다.하지만 조금 전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에 기억을 잃었을 때 일어났던 일을 전부 잊고 말았다. 물론 성혜인과의 저녁 약속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도 자신이 페니와 어떤 사이인지는 기억했던지라 그는 약간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우리가 오늘 만나기로 했던가?”성혜인은 순간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식탁 위에 올려놓았던 손도 눈에 띄게 흠칫 떨렸다. 반승제의 말투가 진지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짖궂은 장난이라고 여겼을 것이다.마치 뇌가 고장 난 듯 잠깐 제자리에 얼어붙은 성혜인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설날이라 연락해 봤어요.”반승제는 피식 웃었다.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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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오래된 원한과 새로운 원한

성혜인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발견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반승제인 것을 보고는 유난히도 깍듯한 태도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페니야, 나...”반승제는 원래 오늘 갑자기 쓰러지고 나서 또 기억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약속을 잊었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먼저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대표님. 일이 바쁘셔서 약속을 잊은 건 이해합니다.”반승제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노발대발 화를 내도 모자란 상황에 지나치게 담담한 성혜인을 보니, 자신이 그토록 보잘것없는 존재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그렇게 말문이 막힌 반승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라서 입을 꾹 다물었다.“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만 끊을게요.”“잠깐... 페니야, 우리 지금이라도 만날까?”“아뇨, 저는 피곤해서요. 대표님도 일찍 쉬세요.”성혜인은 결국 반승제에게 만회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단호하게 끊긴 전화 속에서는 “뚜... 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원래는 몇 시간 전에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앉아서 반승제는 차갑게 식은 음식들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반대로 전화를 끊은 성혜인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어떻게든 잠을 청하려고 했다.‘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애초에 대표님한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어.’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일어나자마자 안유결의 전화를 받았다. 촬영이 끝났으니 편집이 완성된 부분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였다. 마침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일거리가 필요했던 그녀는 곧바로 회사로 출발했다.드라마는 5화까지 편집을 끝냈다. 훌륭한 편집 실력에 충분한 투자금이 더해지자 결과는 단연 상상 이상이었다.“방송 심의는 제가 이미 신청했어요. 심의가 끝나는 대로 방송하면 될 것 같아요.”그들은 방송 전에 홍보할 필요도 없었다. 홍보라면 도송애 측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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