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701 - Chapter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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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듯

조금 놀란 그녀가 손수건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반승제가 성혜인을 뒤로 끌어당겨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이런 장소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두 남자는 서로 질세라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그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치하다 보니, 명희정은 도리어 찬 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성혜인의 손은 반승제에게 꽉 쥐어져 있었고,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 가면에 떨어졌다.하지만 가면의 남자는 그저 성혜인을 살짝 아래 우로 훑어볼 뿐이었다.성혜인은 그에게서 묘한 친숙함을 느꼈다. 그녀가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자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반승제는 속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 불이 달린 마냥 활활 타올랐다. 뒤이어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성혜인에게 물었다.“이건 또 누구야?!”그는 성혜인이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성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도 몰라요.”그녀는 정말로 가면을 쓴 남자에 대해 몰랐고, 단지 친절하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몰라? 모르는데 손수건을 건네줘? 모르는데 그런 눈빛으로 너를 쳐다봐?!”반승제는 성혜인의 귀에 입술을 갖다 댄 채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페니야, 그 멍청한 척하는 수단은 나한테 더 이상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반승제의 이 틈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하지만 성혜인은 이 일에 대해 정말 결백했다. 그러던 그때, 뒤에서 또 명희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제야, 저 여자가 나한테 술을 끼얹었는데, 너는 내가 못 따지게 할 작정이니?”자신이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보고 명희정은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주머니도 끼얹지 않으셨나요?”반승제는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성혜인의 손을 쥐고 놓지 않았다.“저는 페니와 할 얘기가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그는 성혜인의 손을 잡고 한쪽 모퉁이를 향해 걸어갔다.오늘 밤 큰 창피를 당한 명희정은 치밀어 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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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좋은 마음도 없이

“뭐, 괜찮은 것 같네.”그러자 홍규연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의기양양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저 빌어먹을 년이 좀 꼬시면 어때? 어차피 우찬 오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실패한 거나 다름없는 거지!’성혜인의 시선은 방우찬에게 얼마간 머물렀다. 그녀는 장하리의 핸드폰 배경화면에서 방우찬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기에 홍규연의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바로 그라는 것을 알아챘다.‘홍규연이랑 여기까지 와놓고, 장 비서한테 진심이기는 한 건가?’성혜인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장하리에게서 온 전화였다.사실 오늘 저녁은 장하리가 데리러 오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반승제가 성혜인에게 하룻밤 같이 있어 달라고 했으니, 오늘 저녁에 아마 그와 차를 타야 할 것 같아 장하리가 데리러 올 필요가 없어졌다.“사장님.”장하리는 잔뜩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오늘 저녁 아마도 휴가 내야 할 것 같아서요.”“왜 그래요?”장하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떨고 있었다.“생리통 때문에요. 오는 길에 너무 아파서 차를 한쪽에 세웠어요.”“어디예요? 제가 바로 찾아갈게요.”“아니에요, 사장님. 그냥 집에 가서 좀 쉬고 싶어요.”성혜인은 바로 승낙했다. 어떤 여자들은 생리통으로 인해 기절하기도 하는데, 장하리가 이런 타입인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장하리는 강해져야 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성혜인에게 말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장하리는 차 안에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떨리는 손으로 방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방우찬은 그녀가 전화를 건 것을 보고 온몸이 굳어져서, 옆에 있던 홍규연을 다급히 밀쳐냈다.“규연아, 나 전화 좀 받을게.”방우찬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홍규연은 일부러 그의 손을 잡았다.“오빠 아직도 안 헤어졌어? 빨리 분명하게 말해. 아니면 내가 뭐가 돼? 우리 아빠가 말했지? 오빠가 나랑 같이 있으면 나중에 반드시 좋은 점이 있을거라고.”방우찬은 난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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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성혜인을 감싸며

성혜인은 그 두 사람을 계속 관찰하다가 홍규연이 일부러 그녀의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시선을 거두어 다시 서수연을 바라보았다.혼자 소파에 앉아 있던 서수연은 성혜인을 보고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그러나 곧 그녀는 로비 홀로 들어오는 서주혁을 발견했다.서수연은 단숨에 기운을 차리고 서주혁의 앞에 다가갔다.“오빠, 저 여자 좀 혼내주면 안 돼?”서주혁이 고개를 들자 홀로 앉아 있는 성혜인이 보였다.성혜인은 오늘 끈 드레스를 입었다. 비록 술이 엎질렀지만, 다행히 드레스 넥이 낮아서 성혜인의 목만 더러워졌기에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으면 됐다.“오빠, 이 빌어먹을 년이 방금 엄마한테도 망신을 줬어.”서주혁은 성혜인을 향해 걸어갔고, 서수연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오빠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시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으로 변했다.서주혁은 이 무리 안 대다수 사람들의 아부를 받는 존재였다. 그는 서씨 집안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또한 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이기도 했다.돈과 권력은 모두가 미친 듯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주혁은 둘 다 겸비된 사람이었다.서수연은 그의 팔짱을 끼고 한쪽 발로 성혜인의 다리를 걷어찼다.“빌어먹을 년! 빨리 그 사진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서주혁이 말릴 겨를도 없이 상황이 벌어졌고, 그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수연은 여전히 서주혁이 자기편인 줄 알고 발을 들어 또 걷어차려고 했지만, 옆에서 갑자기 한 손이 뻗어져 와 그녀를 밀쳤다.그 바람에 서수연은 바로 옆에 있는 샴페인 타워에 넘어졌고, 몇 미터 높이의 샴페인이 순식간에 쏟아져 모두 땅에 깨지고 말았다.깨진 병 조각에 깔려 그녀의 팔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민 사람을 쳐다보았다. 다름 아닌 반승제였다.그러자 서수연은 이제 더 이상 다른 것을 생각지 못하고 울부짖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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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페니 놀라게 하지 마

사람들 속에 있던 온시환은 두 사람이 싸울 것 같아지자 곧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이고, 형제들끼리 왜 이래, 됐어 됐어,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서주혁은 정말로 반승제와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서수연을 들쳐업고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온시환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고개를 돌리자 그는 반승제가 여전히 성혜인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또 한숨을 쉬었다.“이제 너 서씨 집안 쪽이랑 사이 틀어질 것 같은데.”서씨 집안과 반씨 집안의 관계는 줄곧 매우 좋았다. 때문에 만약 서주혁이 반태승에게 이를 알린다면, 반승제는 또 한바탕 꾸중을 듣게 될 것이다.그 말을 듣자 성혜인도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만약 반씨 집안과 서씨 집안이 소란을 피운다면, 제원은 틀림없이 뒤집힐 것이니 말이다.그녀는 반승제의 정장 한쪽을 꼭 잡고 있었다. 보아하니 약간 긴장한 모양이었다.그러자 반승제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온시환을 노려보았다.“페니 놀라게 하지 마.”온시환은 얼굴을 찡그렸다.‘어딜 봐서 놀랄 게 있다는 거야, 이게 사실인데.'오늘 밤 반승제가 한 짓은 서씨 집안의 얼굴을 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두 집안은 모두 제원에서 이름 있는 집안이라, 아마 무리 내에는 곧 소문이 날 것이다.게다가 명희정의 일까지 더하면, 반태승 쪽에서 알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반승제는 성혜인을 끌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그리고 온시환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눈썹을 살짝 추켜올렸다.‘왜 승제가 기억을 잃은 후에 페니를 더 의식하는 것 같지? 속박이 사라져서 더 본심을 따르는 건가? 예전과 달리 입만 산 것도 아니고 말이야.'물론 지금도 반승제는 입만 산 모습을 가끔 보여주기는 했다. 단지 오래 지속되지 않을 뿐.반승제는 성혜인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그녀는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을 되새기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회장님께서 대표님을 찾아오지 않으실까요?”반승제는 고개를 저으며 가속페달을 밟았다.그러나 사실, 서씨 집안 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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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 같구나

성혜인은 이따가 오는 도우미에게 들킬까 봐 반승제를 밀쳐냈다.“대표님.”반승제는 성혜인을 놓아주고 그녀의 다리를 붙잡아 살펴보았다.“아까 발로 차인 데는, 정말 괜찮아?”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서수연이 세게 차기는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반승제는 한숨을 돌리더니 이내 그녀를 끌어당겨 드레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성혜인은 그의 다리 위에 앉아 긴장한 채 정원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는 도우미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한숨을 돌렸으나 여전히 무섭기는 했다.“별장 안에 아직 사람이 있어요.”그러나 반승제는 이런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오늘 밤 그녀의 차림새는 매우 예뻤는데 검은색 드레스는 성혜인의 피부를 더욱 하얗게 돋보이게 했다. 게다가 단발머리까지 겹쳐서 그녀는 한층 더 청량하고 세련되어 보였다.하지만 이렇게 차가운 성혜인도 지금은 매우 부드럽게 변해있었다.성혜인은 참지 못하고 가느다란 소리를 내뱉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거절해도 소용없었다.성혜인의 허리를 잡은 반승제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키스하면서 몸을 움직였다.그러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눈썹은 찌푸린 채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핸드폰 벨 소리는 마치 그가 받지 않으면 계속 울려댈 것처럼 시끄럽게 굴었다.그러자 성혜인도 그 소리가 시끄러워 참지 못하고 그의 몸에 엎드리며 말했다.“받아요.”반승제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뒤이어 핸드폰 너머에서는 반태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30분 안에 이리로 와! 그렇지 않으면 대가는 알아서 치러야 할 거야!”비록 기억을 잃었을지라도, 반태승의 위엄은 그의 머릿속에 여전히 존재했다.반승제는 핸드폰을 버리고 성혜인에게 깊은 키스를 하더니 입을 열었다.“이따가 회사로 돌아가서 해외 회의에 참석해야 해. 늦게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성혜인은 이 정도까지 왔는데도 반승제가 의외로 참을 수 있다는 것에 다소 놀랐다. 그러나 사실은 반승제가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을 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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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잊을 수 없는 감각

반태승은 연달아 20대나 때린 다음에야 멈춰 섰다. 반승제의 등은 진작 피범벅이 되었고 흐르다 못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기까지 했다.숨을 깊게 들이쉰 반태승은 그런 반승제가 꼴도 보기 싫었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쉽게 죽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손을 흔들면서 단호하게 말했다.“밖으로 나가서 무릎 꿇고 있어. 아무도 저 녀석한테 외투를 건네지 마.”한겨울에 반승제는 얇은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 더구나 온몸이 다 상처투성이라, 만약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죽을 것이다.집사는 걱정되는 마음에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반태승은 뜻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괜찮아. 저 녀석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반승제는 주저 없이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 결국 반태승을 말리지 못한 집사는 거실에서 연신 한숨만 쉬었다.밖에 눈이 펑펑 오는 것을 보고 집사는 직접 우산을 들고 나갔다. 하지만 반태승 못지않게 고집스러웠던 반승제는 이를 거절했다.“도련님, 우산은 쓰셔야 해요. 눈이 옷이 떨어졌다가 녹기라도 하면 무조건 감기 드세요.”반승제는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말했다.“됐어요.”집사는 어쩔 수 없이 우산을 들고 반승제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그는 한겨울의 날씨에 밖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반승제는 다른 도우미들을 불러서 그를 데려가도록 했다.같은 시각, 반승제가 떠난 다음 성혜인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차 안에는 아직도 조금 전의 열기가 남아 있었고, 잊을 수 없는 느낌은 몸에 단단히 각인되었다.성혜인은 옷매무시를 정리한 다음에야 차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며 이성이 약간 돌아오자, 그녀는 이제야 자신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는지 자각했다.‘집을 코앞에 두고 왜 차 안에서...’어이없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성혜인은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처음 보는 낯선 도우미였지만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고 침실로 들어갔다. 온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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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남자의 가면

성혜인이 잠에서 깨어난 다음에도 반승제는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전에도 밤샘 야근은 자주 있었던 일이기에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떠나려고 했다. 그러다가 심인우와 마주치고 우뚝 멈춰 섰다.심인우는 부동산 양도에 관한 서류를 가져왔다. 어젯밤 반승제가 말했듯이 한 달 동안의 시간을 조건으로 성혜인이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말이다.“페니 씨, 이건 대표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신 서류입니다.”성혜인은 서류를 힐끗 봤다. 이는 얼마 전 경매에도 나온 적 있는 제원의 중심에 있는 집이었다.이 단지에는 집이 3채만 있었는데 한 층에 4가구, 한 가구에 60 평 정도 되었다. 이곳은 주변 환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교통도 편리해서 제원에서 살며 꼭 필요한 그런 집이었다. 만약 좋은 관리사무소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성혜인은 서류를 훑어보더니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승제가 자신에게 이런 집을 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대표님이 정말 이 집을 저한테 주신다고 하던가요?”이 집의 가치는 2000억쯤 했다. 반승제도 한참 전에 사놓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지금은 아예 살 수 없는 집이기도 했다.“네, 페니 씨는 여기에 사인만 하면 됩니다.”성혜인은 감히 사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 비서님, 만약 월세로 친다면 이곳의 가격은 어느 정도 될까요?”심인우는 약간 멈칫했다. 이는 한 평생 편하게 놀고먹을 수 있는 대단한 선물이었기 때문이다.“월세라면 아마... 한 달에 20억쯤 할 것 같습니다.”“그럼 제가 따로 월세를 내고 사인은 안 할게요. 집은 그럴 능력이 있을 때 돈을 주고 직접 살 거라고 대표님께 전해주세요.”반승제가 주는 집을 받기만 해도 성혜인은 엄청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성혜인의 고집에 마땅히 할 말이 없었던 심인우는 그저 서류를 들고 떠났다.성혜인은 이렇게 집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로 나갔다. 안유결이 촬영 중인 드라마가 방송만 된다면 무조건 대박 날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녀가 사무실에 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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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시집살이

사무실에 혼자 남은 다음 성혜인은 오전 내로 결재해야 하는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편의점에서 대충 삼각김밥이나 사서 때울 생각이었다.이때 성혜인은 방우찬을 발견하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50대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팔짱을 끼고 있었다.성혜인은 원래 두 사람과 아는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나가는 길에 여자와 부딪혀 버렸고, 여자는 휘청거리면서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쏟았다.누가 봐도 피해자는 성혜인이었지만,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여자가 그녀의 옷소매를 꽉 들어 잡더니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말했다.“거기 서! 너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니? 남의 음료수를 쏟았으면 배상해 주고 가야 할 거 아니야?!”옷소매를 붙잡힌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몸을 돌렸다. 고집스럽게 생긴 여자는 반쯤 쏟은 음료수를 보여주면서 말했다.“왜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 음료수 배상하라니까! 너 내 아들이 누군지 알아? 내 아들은 곧 재벌가 사위가 될 사람이야! 제원의 재벌가에 몸담을 사람이라고!”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우찬은 아직 계산하느라 이쪽 상황을 모르는 눈치였다.여자는 주름 가득한 얼굴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메이크업을 했다. 아마 그 세대의 유행인 듯했다.성혜인은 휴지를 뽑아 들고 바지에 흐른 음료수를 닦으면서 말했다.“편의점에서 나가려고 한 저한테 음료수를 쏟은 사람은 그쪽이에요. 잘못을 따지려면 그쪽이 제 바지를 배상해 줘야 하는 것 같은데요.”여자는 손을 들어 성혜인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그러자 성혜인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아주머니, 문명사회에 다짜고짜 손부터 올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여자는 심호흡하더니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니? 지금 내가 가난하고 늙었다고 무시하는 거니?”방우찬은 이제야 이쪽 상황을 눈치채고 부랴부랴 다가왔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누군가에게 사다 주는 것인 듯 방우찬은 간식거리를 손에 한가득 들고 있었다. 이곳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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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사랑에 빠진 여자는 멍청하다

성혜인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마침 이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방우찬은 김정순의 허리를 감싸면서 말했다.“어머니, 도착했어요. 여기서는 사장님과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저희는 하리만 만나고 바로 가는 거예요.”장하리는 성혜인의 비서이기에 그녀를 만나려면 당연히 사장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마침 휴식 시간이라 낯선 사람이 나타난 것을 보고 여러 사람이 시선을 보내왔다.김정순은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기는 했지만 그래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방우찬의 곁에 가만히 있었다. 장하리는 두 사람이 온 것을 보고 부랴부랴 달려왔다.“오빠.”방우찬이 대답하려는 순간 장하리는 성혜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사장님, 오후에 결제하셔야 하는 서류는 사무실에 뒀어요. 결제가 끝난 다음 다시 저를 불러주시면 임원들께 알릴게요.”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곁눈질로 어두운 안색의 김정순과 미묘한 표정의 방우찬을 힐끗 봤다.방우찬은 불안한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장하리에게 물었다.“하리야, 이 사람은...”“이분은 우리 회사 사장님이셔. 어떻게 같이 올라왔어?”성혜인이 조금 전 두 사람의 대화뿐만 아니라, 미술 전시회에서 홍규연과 다정하게 붙어 있던 모습까지 봤다는 생각에 방우찬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김정순도 어색한 모습으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장하리는 머리를 갸웃하면서 물었다.“사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아니에요. 이분이 바로 전에 말했던 장 비서 약혼자인가 봐요?”성혜인이 미소를 지으며 묻자 장하리는 머리를 끄덕였다. 처음 회사에서 만났기 때문에 약간 어색하기도 했다.“네. 직원분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금방 돌려보낼게요.”“아니에요.”성혜인은 김정순을 힐끗 봤다. 그녀는 조금 전 기고만장하던 모습은 어디에 갔는지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이렇게 젊은 여자가 회사 사장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장하리에 대한 평가까지 들었다는 생각에 김정순은 문득 불안해졌다. 방우찬이 홍씨 집안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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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불편한 만남

장하리가 이렇게 나오니 성혜인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발견할 때까지 내버려둬야겠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끄덕였다.“이만 나가 봐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도 돼요.”장하리는 신바람이 나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성혜인은 무거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저녁 8시, 성혜인은 드디어 퇴근하고 회사를 나섰다.반승제는 오늘도 성혜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한 달간 함께 있어 달라고 하던 사람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성혜인은 핸드폰을 한참이나 훑어봤다. 혹시라도 자신이 전화를 놓친 건 아닌가 해서 말이다. 하지만 반승제는 진짜 그녀에게 전화 한 통도 없었다.잠깐 고민하던 성혜인은 먼저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는 반승제가 아닌 심인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심인우 비서입니다.”“심 비서님, 대표님은요?”“대표님은 일주일간 출장 가셨습니다. 아마 다음 주에야 귀국하실 겁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떠나시기 전에 페니 씨한테 네이처 빌리지를 잘 꾸며달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주가 설날이라면서요.”성혜인은 이제야 곧 있으면 설날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갈 곳이 없다는 것도 말이다.성휘는 세상을 뜨고, 서천에 있는 임동원 일가와는 관계를 끊고, 강민지는 집에 가야 하고... 명절이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성혜인은 이제 진짜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래서인지 성혜인은 네이처 빌리지를 꾸며 달라는 반승제의 말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설날에 할 일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어쩐지 요즘 다들 들떠 보인다고 했더니 곧 있으면 휴가네. 다들 설날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게 있겠지?’“알았어요.”전화를 끊은 성혜인은 창밖에서 흩날리는 눈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보낸 설날다운 설날이 언젠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성휘에 아직 살아 있을 때 설날에 집에 돌아가면 소윤은 성혜인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핑계를 대서 학교 기숙사에 남았다.취직한 다음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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