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08화 시집살이

사무실에 혼자 남은 다음 성혜인은 오전 내로 결재해야 하는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편의점에서 대충 삼각김밥이나 사서 때울 생각이었다.

이때 성혜인은 방우찬을 발견하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50대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성혜인은 원래 두 사람과 아는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나가는 길에 여자와 부딪혀 버렸고, 여자는 휘청거리면서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쏟았다.

누가 봐도 피해자는 성혜인이었지만,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여자가 그녀의 옷소매를 꽉 들어 잡더니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말했다.

“거기 서! 너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니? 남의 음료수를 쏟았으면 배상해 주고 가야 할 거 아니야?!”

옷소매를 붙잡힌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몸을 돌렸다. 고집스럽게 생긴 여자는 반쯤 쏟은 음료수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왜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 음료수 배상하라니까! 너 내 아들이 누군지 알아? 내 아들은 곧 재벌가 사위가 될 사람이야! 제원의 재벌가에 몸담을 사람이라고!”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우찬은 아직 계산하느라 이쪽 상황을 모르는 눈치였다.

여자는 주름 가득한 얼굴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메이크업을 했다. 아마 그 세대의 유행인 듯했다.

성혜인은 휴지를 뽑아 들고 바지에 흐른 음료수를 닦으면서 말했다.

“편의점에서 나가려고 한 저한테 음료수를 쏟은 사람은 그쪽이에요. 잘못을 따지려면 그쪽이 제 바지를 배상해 줘야 하는 것 같은데요.”

여자는 손을 들어 성혜인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그러자 성혜인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

“아주머니, 문명사회에 다짜고짜 손부터 올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여자는 심호흡하더니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니? 지금 내가 가난하고 늙었다고 무시하는 거니?”

방우찬은 이제야 이쪽 상황을 눈치채고 부랴부랴 다가왔다.

“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누군가에게 사다 주는 것인 듯 방우찬은 간식거리를 손에 한가득 들고 있었다. 이곳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