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반승제가 더욱 편히 기댈 수 있게 일부러 어깨를 살짝 올리기도 했다. 오전 9시 백화점이 문 열 때까지 말이다.백화점이 개장한 것을 보고 성혜인은 머리를 숙여 반승제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알람 시계를 내재하기라도 한 듯이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심인우는 묵묵히 뒤를 따랐다. 그는 오늘 짐꾼 역할로 따라온 것이었다.설날 분위기를 내고 싶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반승제는 장식품 하나를 볼 때 마다 머리를 돌려 성혜인에게 물었다.“이건 어때?”성혜인은 검색해 본 대로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 싶으면 그냥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짐은 어느덧 두 손 가득 불어나고 말았다.어젯밤 설날 맞이 불꽃놀이를 할 시간 두 사람은 침실에 있었기에 반승제는 또 폭죽 코너에 들어서면서 물었다.“폭죽은 어때?”폭죽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반승제는 그녀의 어깨를 꽉 잡으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설날에 뭘 사야 하는지 이렇게 잘 알면서 어제는 왜 그랬어? 역시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속이려고 했던 거지?”반승제의 마음속에는 섭섭이 노트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성혜인이 잘못한 건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빠르게 사과했다.“죄송해요.”“다시는 그러지 마.”반승제는 손을 올려 성혜인의 귀를 만지작대더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에는 심인우 혼자 모든 물건을 들지 못해서 경호원까지 몇 명이나 불러왔다. 폭죽만 해도 한 트럭이나 되었으니 말이다.쇼핑이 끝난 다음 심인우는 반승제의 앞으로 가서 말했다.“대표님, 폭죽은 제조사에서 특별히 디자인한 순서가 있으니 오늘 저녁 직접 보여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반승제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전문가를 선택할 게 뻔했다. 역시나 그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성혜인을 힐끗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저녁에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하, 그동안 괜히 잘해줬네. 지난번 선물한 집만 해도 몇백억이 되는데. 나한테 선물 한 번 준 적 없는 건 그렇다 쳐도, 감히 다른 남자한테 비싼 선물을 줘? 내가 이렇게 잘해 줘도 고마운 줄을 모르지.’반승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밖에서 다시 만난 다음 반승제는 성혜인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저기압이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백화점을 대충 둘러보다가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갔다.성혜인은 빨간색 장식품을 들고 어디에 걸어야 할지를 망설였다. 모든 열정이 순식간에 식은 반승제는 도와줄 생각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다.집안 장식은 역시 같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재미있는 법이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심드렁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이 마음에 안 드는 줄 알고 도우미더러 치워달라고 했다.반승제는 도우미가 진짜 치우려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치우긴 왜 치워?”“대표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내가 언제?”반승제는 도우미의 손에서 장식품을 건네받고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혹시라도 그가 떨어질까 봐 사다리를 꼭 잡아줬다.빨간색 장식품을 걸고 난 반승제는 머리를 숙이면서 물었다.“어때?”“예뻐요.”역시 집에 빨간색이 더해지니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성혜인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내려왔다. 그리고 지붕의 네 각에 사다리를 옮겨 다니면서 각각 하나씩 달았다.나머지 10여 개의 장식품과 정원을 번갈아 보던 성혜인은 이번에 나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나머지는 나무에 걸어요.”나무에 10여 개의 장식품을 걸고 나니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주 예뻤다. 그 모습에 반승제는 마음이 다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이때 성혜인이 똑같은 장식품들을 다시 들고 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다른 한쪽에 있는 나무에 시선을 돌렸다.“대표님, 이번에는 제가 할게요.”성혜인이 사다리를 타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아래에서 붙잡고 있었다.“조심해.”마지
반승제는 성혜인에게 머리핀을 꽂아준 다음 입가에 짧게 뽀뽀도 했다.“선물이야.”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못한 성혜인은 머리를 숙였다. 반승제는 몸을 일으켰다가 시간이 두 시간이나 지난 것을 발견하고는 말했다.“난 할아버지를 만났다가 집에 다녀와야겠어. 넌 여기에 얌전히 있다가 7시쯤에 출발해.”“네.”성혜인은 발그레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마치 달콤한 케이크와도 같은 모습에 반승제는 문득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입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날 때까지 괴롭혀주고 싶기도 했다.하지만 반승제는 결국 자제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래도 아쉬움을 버릴 수 없는지 몇 번이나 머리를 돌려 성혜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지각하지 마, 우리는 7시 반에 만나기로 한 거야.”“알았어요.”반승제는 미소를 짓더니 이제야 시름을 놓고 멀어져갔다.반태승을 만나러 본가에 갔을 때 그는 반승제에게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두터운 문을 사이 두고 그의 목소리는 유유히 들려왔다.“너만 속을 썩이지 않아도 내가 장수할 거다!”반승제는 어쩔 수 없이 선물을 내려놓고 반기훈을 데리러 갔다. 그는 오늘도 다른 곳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반기훈과 만나고 그가 차에 올라탄 다음에도 딱히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그리고 반기훈은 집에 거의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물었다.“승제야, 머리는 좀 어떠니?”“아직 회복 중이에요.”반기훈은 한숨을 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요즘 밀입국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더구나. 아직 무슨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니, 너도 조심하렴.”반승제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또다시 어색해졌다.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반승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백연서를 발견했다. 오늘을 위해 잔뜩 꾸민 그녀는 반승제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반기훈을 향해 달려갔다.“여보.”반기훈은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백연서는 아직도 기를 쓰고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고 있었
반기훈이 백연서의 뺨을 때린 순간 거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차피 반기훈에게 맞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기에 백연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울기 시작했다.반승제는 담담하게 소파에 앉아서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반승제가 어릴 적부터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했다.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려 아직 따듯할 때 한 모금 마신 반승제는 곁에 서 있던 도우미에게 물었다.“식사는 언제쯤 할 수 있어요?”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한 아들을 보고 백연서의 울음소리는 더 쩌렁쩌렁해졌다. 하지만 도우미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울어대는 그녀가 반기훈은 창피하기만 했다.“울 거면 나가서 울어. 식사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백연서는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반기훈은 한숨을 쉬면서 반승제를 바라봤다.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승제가 머리를 다친 다음에야 그는 자신이 반승제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알아차렸다.“승제야.”반기훈이 입을 열자 반승제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먼저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반기훈은 원래 사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승제가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보고서는 금방 다시 입을 다물었다.주방에서는 아직도 백연서의 울음소리가 들려와서 머리가 울렸다. 그래서 반기훈은 아예 외투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난 이만 돌아가야겠다.”집에서 밥 먹을 바에는 부하직원들과 먹는 것이 훨씬 편하겠다고 반기훈은 생각했다. 이때 백연서가 그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 나왔다.“여보, 가지 마요. 나 이젠 안 울게요. 오늘만이라도 같이 식사해요, 그래도 설날이잖아요.”백연서는 결국 타협을 선택했다. 그녀는 반기훈과 싸우는 것보다도 무시당하는 것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기훈의 눈빛에는 여전히 증오밖에 없었다.그래도 백연서의 말에 약간 설득이 된 듯 반기훈은 무의식적으로 반
차는 두 시간을 거쳐 반기훈의 직장인 군사 지역에 도착했다. 다섯 걸음에 한 명씩 보초 서고 있는 이곳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반승제의 차도 반기훈이 창문을 내려 얼굴을 보여준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반승제는 귀찮게 검사받지 않도록 그냥 반기훈에게 걸어서 들어가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때 반기훈이 먼저 예상 밖의 제안을 했다.“내 사무실에서 차라도 한잔하자.”반승제는 어쩔 수 없이 반기훈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의 책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가족사진이 놓여있었다. 백연서도 함께 있는 그들의 가족사진 말이다.가족사진을 찍은 기억이 전혀 없었던 반승제는 액자를 들어 올려 유심히 바라봤다. 반기훈은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좋으면서도 아닌 척 표정 관리하면서 아예 앨범을 가져왔다.“네 사진이라면 전부 여기에 있어. 부대에 있을 적의 사진도 있고, 아버지한테 벌 받고 쫓겨났다가 자칫 쓰러질 뻔했을 때의 사진도 있지.”반승제는 물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벌 받는 듯 무릎 꿇고 있는 사진을 보니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부대에서 지내던 기억도 마치 꿈처럼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반기훈은 책상 앞에 앉아서 반승제가 앨범을 펼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반승제는 반승우의 사진을 발견하고 손을 흠칫 떨었다. 기억 속에서 사라진 그의 첫인상은 아주 부드러웠다.반승제가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면 반승우는 따듯한 봄바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사람 마음을 살 줄 알았던 반승우는 줄곧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이때 반기훈의 비서는 커피 두 잔을 타서 한 잔은 반기훈의 앞에, 다른 한 잔은 반승제의 앞에 내려놓았다.“너랑 승우는 사이가 아주 좋았어. 네가 부대에 있을 때도 자주 면회 하러 갔을 정도로.”“정말이에요?”반승제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그래, 승우는 너를 아주 소중한 존재로 여겼던 기억이 나는구나.”반승제는 느릿느릿 앨범을 끝까지 살펴봤다. 마지막은
자리에 앉은 다음 성혜인은 시계를 힐끗 봤다. 현재 시각은 7시 20분, 약속대로라면 반승제는 10분 안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레스토랑의 조명은 약간 어두웠다. 그래서인지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성혜인은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보낸 가장 설날다운 설날이 반승제와 함께 보낸 오늘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진짜 이상한 느낌이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성혜인은 또다시 시계를 힐끗 봤다. 시간은 어느덧 8시가 되었지만 반승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이때 레스토랑 직원이 성혜인에게 다가가더니 먼저 식사하지는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거절했다.“아뇨, 일행이 아직 안 와서요.”직원은 어쩔 수 없이 물러갔다.저녁 9시, 배가 고팠던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싶어서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어봤다.“페니? 무슨 일이야?”반승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과 다름없는 태도는 전혀 지각한 사람 같지 않았다. 그래서 성혜인은 분명히 오는 길에 차가 막혔을 것으로 여겼다.“대표님, 어디까지 오셨어요?”같은 시각, 반승제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여러 검사를 받아본 결과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잊었던 기억도 전부 돌아왔다.하지만 조금 전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에 기억을 잃었을 때 일어났던 일을 전부 잊고 말았다. 물론 성혜인과의 저녁 약속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도 자신이 페니와 어떤 사이인지는 기억했던지라 그는 약간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우리가 오늘 만나기로 했던가?”성혜인은 순간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식탁 위에 올려놓았던 손도 눈에 띄게 흠칫 떨렸다. 반승제의 말투가 진지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짖궂은 장난이라고 여겼을 것이다.마치 뇌가 고장 난 듯 잠깐 제자리에 얼어붙은 성혜인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설날이라 연락해 봤어요.”반승제는 피식 웃었다. 그
성혜인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발견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반승제인 것을 보고는 유난히도 깍듯한 태도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페니야, 나...”반승제는 원래 오늘 갑자기 쓰러지고 나서 또 기억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약속을 잊었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먼저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대표님. 일이 바쁘셔서 약속을 잊은 건 이해합니다.”반승제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노발대발 화를 내도 모자란 상황에 지나치게 담담한 성혜인을 보니, 자신이 그토록 보잘것없는 존재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그렇게 말문이 막힌 반승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라서 입을 꾹 다물었다.“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만 끊을게요.”“잠깐... 페니야, 우리 지금이라도 만날까?”“아뇨, 저는 피곤해서요. 대표님도 일찍 쉬세요.”성혜인은 결국 반승제에게 만회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단호하게 끊긴 전화 속에서는 “뚜... 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원래는 몇 시간 전에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앉아서 반승제는 차갑게 식은 음식들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반대로 전화를 끊은 성혜인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어떻게든 잠을 청하려고 했다.‘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애초에 대표님한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어.’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일어나자마자 안유결의 전화를 받았다. 촬영이 끝났으니 편집이 완성된 부분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였다. 마침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일거리가 필요했던 그녀는 곧바로 회사로 출발했다.드라마는 5화까지 편집을 끝냈다. 훌륭한 편집 실력에 충분한 투자금이 더해지자 결과는 단연 상상 이상이었다.“방송 심의는 제가 이미 신청했어요. 심의가 끝나는 대로 방송하면 될 것 같아요.”그들은 방송 전에 홍보할 필요도 없었다. 홍보라면 도송애 측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말했다.
도송애는 바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 씨의 이번 수법은 저희 TJ엔터에 매우 치명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심사를 맡긴 물건은 내 손안에 있어요. 그러니 심사는 절대 통과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앞으로 당신들의 S.M에서 찍을 모든 작품도 말이죠! 성혜인 씨, 이건 모두 성혜인 씨가 자초한 일이에요. 내가 당신 회사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똑똑히 지켜봐요!”영화사로서 모든 작품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S.M은 반드시 죽음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지금 막강한 권력으로 이렇게 저를 협박하시는 거, 만약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도 대표님한테도 안 좋은 거 아닌가요?”“흥! 이 빌어먹을 년, 어쩐지 진작부터 눈에 거슬린다 했어. 만약 네가 반 회장님을 빽으로 삼지 않았더라면, 지난번에 내가 직접 너를 죽였을 거야!”차오르는 분노에 도송애의 가슴은 잔뜩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생각만 해도 몹시 두려웠다. 하마터면 성혜인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TJ 엔터가 를 위해 얼마나 많은 홍보를 했는데, 때가 돼서 그게 모두 성혜인의 것이 된다면, 나는 화병이 나서 죽고 말 거야!’업계에서 여러 해 동안 지내온 도송애였지만, 그녀도 누군가에게 목숨줄을 쥐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성혜인 씨, 딱 기다려요, 내가 꼭 당신이 이 업계에서 계속 섞이지 못하게 할 거니까!”작품의 심의를 넘기지 못하게 하는 것은 S.M의 숨통을 조이는 일이었고, 도송애는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차갑게 올렸다.성혜인은 끊긴 전화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녀의 앞에 서 있던 안유결도 이런 상황을 눈치챘는지, 덩달아 조급해하며 물었다.“사장님, 이제 어떡하죠?”오랫동안 준비한 것은 물론, 이미 이렇게 많은 돈과 정력을 투자했는데, 만약 정말 심사를 넘기지 못한다면 그건 도송애에게 촬영 아이디어를 제공한 격이 된다. 게다가 현재 앞 5회의 샘플은 모두 도송애의 손에 있기 때문에, 그녀는 충분히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