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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반기훈이 백연서의 뺨을 때린 순간 거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차피 반기훈에게 맞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기에 백연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울기 시작했다.

반승제는 담담하게 소파에 앉아서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반승제가 어릴 적부터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했다.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려 아직 따듯할 때 한 모금 마신 반승제는 곁에 서 있던 도우미에게 물었다.

“식사는 언제쯤 할 수 있어요?”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한 아들을 보고 백연서의 울음소리는 더 쩌렁쩌렁해졌다. 하지만 도우미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울어대는 그녀가 반기훈은 창피하기만 했다.

“울 거면 나가서 울어. 식사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

백연서는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반기훈은 한숨을 쉬면서 반승제를 바라봤다.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승제가 머리를 다친 다음에야 그는 자신이 반승제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알아차렸다.

“승제야.”

반기훈이 입을 열자 반승제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먼저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반기훈은 원래 사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승제가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보고서는 금방 다시 입을 다물었다.

주방에서는 아직도 백연서의 울음소리가 들려와서 머리가 울렸다. 그래서 반기훈은 아예 외투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난 이만 돌아가야겠다.”

집에서 밥 먹을 바에는 부하직원들과 먹는 것이 훨씬 편하겠다고 반기훈은 생각했다. 이때 백연서가 그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 나왔다.

“여보, 가지 마요. 나 이젠 안 울게요. 오늘만이라도 같이 식사해요, 그래도 설날이잖아요.”

백연서는 결국 타협을 선택했다. 그녀는 반기훈과 싸우는 것보다도 무시당하는 것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기훈의 눈빛에는 여전히 증오밖에 없었다.

그래도 백연서의 말에 약간 설득이 된 듯 반기훈은 무의식적으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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