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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오래된 원한과 새로운 원한

성혜인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발견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반승제인 것을 보고는 유난히도 깍듯한 태도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페니야, 나...”

반승제는 원래 오늘 갑자기 쓰러지고 나서 또 기억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약속을 잊었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먼저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대표님. 일이 바쁘셔서 약속을 잊은 건 이해합니다.”

반승제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노발대발 화를 내도 모자란 상황에 지나치게 담담한 성혜인을 보니, 자신이 그토록 보잘것없는 존재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그렇게 말문이 막힌 반승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라서 입을 꾹 다물었다.

“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만 끊을게요.”

“잠깐... 페니야, 우리 지금이라도 만날까?”

“아뇨, 저는 피곤해서요. 대표님도 일찍 쉬세요.”

성혜인은 결국 반승제에게 만회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단호하게 끊긴 전화 속에서는 “뚜... 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원래는 몇 시간 전에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앉아서 반승제는 차갑게 식은 음식들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반대로 전화를 끊은 성혜인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어떻게든 잠을 청하려고 했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애초에 대표님한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일어나자마자 안유결의 전화를 받았다. 촬영이 끝났으니 편집이 완성된 부분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였다. 마침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일거리가 필요했던 그녀는 곧바로 회사로 출발했다.

드라마는 5화까지 편집을 끝냈다. 훌륭한 편집 실력에 충분한 투자금이 더해지자 결과는 단연 상상 이상이었다.

“방송 심의는 제가 이미 신청했어요. 심의가 끝나는 대로 방송하면 될 것 같아요.”

그들은 방송 전에 홍보할 필요도 없었다. 홍보라면 도송애 측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혜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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