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본 순간, 반승제는 주저앉고 말았다.그는 곧바로 온시환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두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조금 전에 페니 씨가 먼저 떠났어. 그래서 나도 몰라.”“두 사람이 같이 갔어?”설우현이 바람기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의 전 여자친구들만 모아도 제원을 한 바퀴 빙 돌 수 있는 정도니 말이다.그는 순간 가슴속에 불덩이를 숨겨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페니가 그런 사람이랑 얽혔다고? 무슨 뜻이야, 이게? 내가 몇 번이고 나와서 만나자고 할 때는 바쁘다며 핑계 대더니, 설우현이랑 밥 먹으러 갔다고’반승제는 질투심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결국 다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이미 포레스트로 돌아간 성혜인은 빵을 먹고 침대에 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위가 여전히 아프고, 게다가 잠도 쏟아져 속히 침대에 눕고만 싶었다.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가 받지 않자, 반승제는 또 한 번 전화를 걸었다.‘아 진짜 귀찮아죽겠네. 자꾸 이랬다저랬다 말이나 바꾸고, 도대체 뭐 어쩌겠다는 거야?’“네, 대표님.”“페니, 나와, 할 말 있어.”성혜인이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되어가고 있었다.그리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고 나서도 저만큼 당당할 수 있는 건 오직 반승제뿐이었다.그녀는 차오르는 분노에 크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이는 바득바득 갈다 못해 가려울 지경이었다.하지만 무슨 심정이었는지, 그녀는 곧장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고 차를 몰아 네이처 빌리지 입구로 갔다.그러나 반승제는 현재 온시환에게 끌려가 술을 마시고 있는 바람에 그곳에 없었다. 온시환은 아직도 성혜인을 바라보는 설우현의 눈빛을 과장되게 말하고 있었다.“내가 보낸 사진 봤어? 설우현의 그 눈빛은 마치 자기 애인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니까? 이건 100% 또 페니 씨가 널 두고 바람피우는 거야!”“꺼져!”온시환은 그가 믿지 않자 다시 사진을 꺼냈다.“한밤중에 남녀가
그러나 술집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반승제는 서주혁과 마주쳤다.서주혁은 손에 담배를 끼고 그가 떠나려는 것을 보며 말했다.“시환이가 너 회복했다고 하던데, 마침 승우 형에 관한 일로 너랑 얘기 나눌 게 있어.”그들에게 있어 반승우의 일은 언제나 최우선이이었다.반승제는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면서 자동차 키를 서주혁에게 건넸다.“집에 가면서 얘기하자.”그는 술을 마셔 운전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운전의 임무는 자연히 서주혁의 몫이 되었다. 오늘 밤 술을 조금 많이 마신 탓에, 반승제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감았다.서주혁은 앞을 바라보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모든 원고지를 스캔했지만, 그 시 한 구절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형이 아버지한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말했는데, 그날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셔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신대.”서주혁은 신호등을 기다리는 틈을 타, 계속해서 분석을 진행했다.“윤단미가 당시 제시한 노트의 출처는 이미 찾을 수 없어. 아무래도 누군가가 일부러 지운 것 같아. 하지만 그 위에 있는 승우 형 지문은 진짜야. 최근 내가 계속 사람을 시켜 제원에서 찾도록 했는데, 단지 밀입국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만 발견했을 뿐이야. 너희 아버지도 이미 알려주셨지? 도대체 누굴 노리고 온 건지...”반승제가 눈을 떴을 때 서주혁은 차를 한 별장 입구에 주차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긴 네이처 빌리지가 아니었다.“승제야, 사실 내가 최근에 한 명을 생포했는데, 네 머리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서 굳이 말하지 않았어.”반승제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아.」성혜인은 네이처 빌리지에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이 이미 새벽 1시가 넘었기 때문에, 도우미들도 모두 잠들어 있을 테니 말이다. 네이처 빌리지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었고 오직 정원에만 빛이 있었다.불어오는 쌀쌀한 밤바람에 그녀는 오들오들 떨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한편, 서주혁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성혜인은 두 손을 결박당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그저 창밖의 경물이 미친 듯이 뒤로 지나가는 것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이 길이 서천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녀가 조금 놀라 하는 것도 잠시, 곧이어 남자가 물었다.“성혜인 씨, 나는 그저 당신이 나를, 당신의 어머니가 살던 곳에 데려다줬으면 좋겠어요.”성혜인은 운전하는 남자의 손을 힐끗 쳐다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그건 싸움으로 단련된 손이었다. 그는 실력이 꽤 괜찮은 듯 보였고 팔에도 작은 문신이 언뜻 보였다.서천에 있는 어머니라면, 임지연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임지연을 노리고 온 것일까?하지만 임지연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는데 말이다.그 문신이 어쩐지 낯익어 곰곰이 생각하던 성혜인은 문득 한 사실을 떠올렸다.‘엄마 발바닥에도 이런 문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그러나 그 문신은 워낙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던지라, 그녀도 어렸을 적 힐끗 본 게 다였다. 심지어 성혜인은 그것이 자신의 환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당시 서천은 매우 가난했고, 게다가 그녀의 집은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형편이었는데, 어떻게 임지연에게 그런 문신을 새길만 한 돈이 있었겠는가.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때, 성혜인은 백미러를 통해 뒤에서 차가 뒤쫓아 오는 것을 발견했다.반승제의 차였다.“저희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성혜인 씨가 나에게 잘 협조만 해준다면, 절대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죠.”성혜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가 서천에 거의 도착할 때쯤, 시간은 이미 이튿날 새벽이 다 되어 있었다.이윽고 남자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몇 대의 차들을 멈춰 세웠다. 그러자 그 차들은 순식간에 옆으로 넘어져 반승제의 길을 가로막았다.반승제는 잔뜩 어두워진 안색을 하고는 핸들을 세게 내리쳤다....“성혜인 씨, 저를 당신의 어머니가 자란 곳으로 데려다주세요.”성혜인의 그의 말에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외할머니, 외할아버
임지연은 그녀가 본 가장 강하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다.시종일관 임지연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으며 그녀가 한 모든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성혜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전 모릅니다.”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그녀의 수갑을 풀고 다시 그녀의 두 손을 함께 묶었다.“임지연 씨의 묘지로 향합시다. 아마 그 물건이 묘에 같이 묻혀있을지도 몰라요.”성혜인의 마음은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그녀가 결박된 채 밖으로 나갈 때, 하늘에서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이건 분명히 반 대표님일 거야!’그녀의 순간 발걸음을 늦추고는, 곁눈질로 주위의 모든 것을 살피며 탈출할 기회를 찾았다.성혜인은 그 남자가 자신을 임지연의 묘지로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외삼촌 집이 이미 이 모양으로 변한 걸 보면, 엄마 묘지도 분명히 한바탕 살펴본 뒤겠지. 그러니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할 거야. 이 남자가 이렇게 말하는 건 그저 내 경계심을 늦추려는 수작인 거고. 정확히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알려줄 수 없겠지.’“성혜인 씨, 나를 임지연 씨의 묘지로 데려가 주세요.”남자는 차가운 말투로 다시 한번 반복해 말했다.“잔머리 굴릴 생각 하지 말아요. 그 수갑 안에 소형 폭탄이 있으니까. 아마 강제로 뜯어내려 하면 성혜인 씨의 두 손은 모두 형체가 사라질 겁니다.”원래 이 비탈길에서 목숨을 걸고 구르려던 성혜인은 수갑 속에 폭탄이 숨어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보다시피 남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게 분명했다.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헬리콥터 몇 대를 쳐다보더니, 차갑게 입꼬리를 씩 올리며 성혜인을 끌어당겼다.“성혜인 씨, 당신이 나에게 잘 협조해주기만 한다면 절대 해치지 않을 겁니다.”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차로 돌아갔다. 곧이어 성혜인은 남자가 서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하늘에서의 헬리콥터의 움직임은 제한되어 있다. 이곳은 고층건물이 많았기 때문에 헬리콥터에 탄 사람들은 망원경으로, 그것도 건물의 표면만
성혜인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선두에 선 남자에게 말했다.“우리 게임이나 합시다.”남자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으로 여겼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 그녀가 게임을 언급하니 말이다.하지만 성혜인은 그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건물 전체가 당신들에 의해 통제되었는데, 내가 뭐 공중에서 사라지기라도 하겠어요? 그 물건이 당신들한테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겁니다. 당신들이 하찮은 사람들을 죽여도 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게임이나 하죠. 내가 게임에서 지면 엄마가 숨긴 물건의 위치를 알려줄게요.”남자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다시 총구를 그녀의 미간에 겨눴다.“내가 당신을 믿을 것 같아?”그러나 성혜인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침착하게 쳐다볼 뿐이었다.“당신에게 선택지는 나를 믿는 것밖에는 없을 거예요.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그 물건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우리가 뭘 찾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총구는 미간에 더 가까워졌고, 그녀는 한 글자라도 틀리면 쓰러지게 될 것이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오줌을 지렸겠지만, 성혜인은 여전히 침착함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당신들이 찾고 있는 게 혹시 해파리 같은, 도장 아닌가요?”그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했지만, 남자의 손등에 새겨진 해파리 문신을 보고 문득 예전 집에서 실제로 이런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것은 해파리와 비슷한 도장이었는데, 모양이 너무나 특이해서 떠오른 것이었다.하지만 그 물건은 집에서 책상을 받치는 데 쓰였었다.한번은 임지연이 그 물건을 들고 자세히 보다가 성혜인에게 물었었다.“혜인아, 이거 예뻐?”“엄마, 이상해요. 이상하게 생겼어요.”그러자 임지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혜인아, 이 물건의 생김새를 꼭 기억해.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거든. 하지만 엄마는 혜인이가 이걸 쓸 일이 영원히 없었으면 좋겠어. 너는 엄마의 딸이야. 나중에 괴롭힘이라도 당하게 되면 쓸모가 있을 거야.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바로 몸을 일으켜 바깥을 향해 걸어갔다.반승혜는 훌쩍거리며 입구에 서서 한편으로는 눈물을 닦고, 한편으로는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이제 겨우 5분이 지났고,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복도로 걸어간 성혜인은 한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여전히 총을 들려 있었다.뒤이어 그녀는 외투를 벗고 단추를 몇 개 풀기 시작했다.그러자 남자는 성혜인의 이런 행동에 눈을 반짝였다.성혜인이 그에게 손가락을 까딱하자 남자는 금세 담배를 버리고 발걸음을 옮겨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심지어 그는 걸으면서 자신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이윽고 성혜인이 화장실로 들어서자 남자도 같이 따라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성혜인을 옆 칸막이 문으로 밀쳤다. 그렇게 그는 공교롭게도 반승혜를 등지고 서 있게 되었다.그러나 반승혜는 남자의 허리춤에 있는 총을 보고 겁에 질려 자신의 입을 꽉 가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한편 남자는 알지 못할 영어를 퍼부으며 이미 성혜인의 단추를 급하게 풀고 자신의 입을 그녀의 목에 갖다 대고 있었다.이 상황에 성혜인은 그저 속이 메슥거렸다. 그녀는 반승혜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손을 쓰라고 암시했다.하지만 반승혜는 막대기를 든 채 울기만 했다.‘이러다가는 꼼짝없이 당하게 되겠군.’그녀는 남자를 밀쳐내고는 직접 막대기를 움켜쥐어 손을 쓰려고 했다.하지만 바보가 아니었던 남자는 곧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 성혜인의 목을 조르며 유창한 영어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남자에게 목이 졸린 성혜인의 얼굴은 빠르게 창백해져 갔다. 그 순간 남자는 여전히 반승혜를 등지고 있었다. 반승혜가 한 대라도 휘두르면 남자는 반드시 기절할 것이었다.성혜인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버티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승혜 씨! 때려요!”몇 번의 기회를 연달아 만들었지만, 반승혜는 계속 멍청하게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울기만 했다.곧이어 성혜인은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을 느꼈다. 목
성혜인은 다시 장전한 총을 들고 다른 층으로 향했다.게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모두 무전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틀림없이 그녀의 위치를 서로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가능한 한 시간을 많이 끌어야 했다. 그래야만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기회가 생길 테니 말이다.그녀는 17층으로 직행했는데, 그곳은 인질범들이 이미 싹 훑어보았는지 아무도 없었다.주위의 CCTV를 피해 다니던 성혜인은 뜻밖에도 그 주변에서 열 수 있는 창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조심스럽게 이 위에 있는 몇 명의 순찰 요원들을 피했다.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방을 수색해보려 하는 그때, 성혜인은 두 남자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여기다! 17층! 저년을 잡아!”그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듣고 성혜인은 서둘러 다른 쪽으로 달렸으나 곧이어 뒤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총알은 그녀의 발 주변에 꽂혔을 뿐, 직접적인 부상은 피할 수 있었다.이런 순간에도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침착을 유지하며 이 층에 있는 캐비닛 위로 몸을 숨겼다.캐비닛은 매우 높기 때문에 일부러 고개를 들어 검사하지 않으면 그녀의 위치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그녀가 숨을 죽이고 있는데, 두 인질범이 그쪽으로 뛰어왔다.성혜인은 냉정한 눈빛으로 애써 침착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다음 순간,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들을 향해 총을 조준했고, 두 개의 총알은 두 사람의 머리에 그대로 명중했다.인질범들은 모두 쓰러져 죽을 때까지 그녀가 이 자리에 숨어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성혜인은 총을 내려놓고 손바닥의 땀을 닦았다.‘이제 더 이곳에 있는 건 무리야’그러고는 캐비닛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방금 그 두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그녀의 위치를 알렸기 때문에 인질범들은 틀림없이 계속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 또한 계속 위층으로 올라가는 건 곧 죽음의 골목을 향해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그녀는 총을
주변 사람들은 그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전까지 그는 경찰들을 지휘하고 있었고, 위에서는 반태승의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그래서 눈앞에 있는 이 남자의 안위는 현장의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중요했다.“대표님, 현장은 저들이 가면 됩니다. 대표님 안윅가 더 중요해요.”하지만 반승제는 듣는체도 하지 않았고 이미 정장을 벗어던진 뒤였다.사람들은 그를 말리지 못해, 모두 약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이윽고 반승제는 손에 총을 들고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저한테 만약 일이 생기면 그건 여러분들과 상관 없는 일이니, 안심하세요.”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았고 모두들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록 방금 15층에 사람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과연 어떨까? 여전히 사람이 없을까?그들은 감히 내기를 할 수 없었다. 단지 새로운 소식이 없는 틈을 타서 서둘러 파이프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가는 수밖에.14층까지 창문이 모두 잠겨 있어 안에 있는 인질범들이 바깥의 상황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파이프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가능했다.모두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그러므로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소식을 접하면 그들이 돌파할 곳을 알려주기에 편리했다.맨손으로 파이프를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게다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심지어 십여 층 높이까지 올라가는건 더욱이 말이다.그러나 부대에 몸 담은 적 있던 반승제에게 이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그가 자신의 정장을 벗자, 진부한 사업가의 면모가 순간적으로 야성적이게 변했다.뒤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힘찬 표범처럼 파이프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성혜인은 여전히 15층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건넨 소식이 잘못됐을까 봐 줄곧 이 층을 순찰하고 있었다.간간히 위층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들었지만, 15층에는 확실히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CCTV실에서 복면을 쓴 수수께끼 같은 남자가 그 무리를 맹목적으로 지휘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한편, 아래층에는 20명의 인질범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