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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섭섭이 노트

성혜인은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반승제가 더욱 편히 기댈 수 있게 일부러 어깨를 살짝 올리기도 했다. 오전 9시 백화점이 문 열 때까지 말이다.

백화점이 개장한 것을 보고 성혜인은 머리를 숙여 반승제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알람 시계를 내재하기라도 한 듯이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심인우는 묵묵히 뒤를 따랐다. 그는 오늘 짐꾼 역할로 따라온 것이었다.

설날 분위기를 내고 싶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반승제는 장식품 하나를 볼 때 마다 머리를 돌려 성혜인에게 물었다.

“이건 어때?”

성혜인은 검색해 본 대로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 싶으면 그냥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짐은 어느덧 두 손 가득 불어나고 말았다.

어젯밤 설날 맞이 불꽃놀이를 할 시간 두 사람은 침실에 있었기에 반승제는 또 폭죽 코너에 들어서면서 물었다.

“폭죽은 어때?”

폭죽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반승제는 그녀의 어깨를 꽉 잡으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설날에 뭘 사야 하는지 이렇게 잘 알면서 어제는 왜 그랬어? 역시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속이려고 했던 거지?”

반승제의 마음속에는 섭섭이 노트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성혜인이 잘못한 건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빠르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다시는 그러지 마.”

반승제는 손을 올려 성혜인의 귀를 만지작대더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에는 심인우 혼자 모든 물건을 들지 못해서 경호원까지 몇 명이나 불러왔다. 폭죽만 해도 한 트럭이나 되었으니 말이다.

쇼핑이 끝난 다음 심인우는 반승제의 앞으로 가서 말했다.

“대표님, 폭죽은 제조사에서 특별히 디자인한 순서가 있으니 오늘 저녁 직접 보여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반승제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전문가를 선택할 게 뻔했다. 역시나 그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성혜인을 힐끗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저녁에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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