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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불편한 만남

장하리가 이렇게 나오니 성혜인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발견할 때까지 내버려둬야겠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이만 나가 봐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도 돼요.”

장하리는 신바람이 나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성혜인은 무거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

저녁 8시, 성혜인은 드디어 퇴근하고 회사를 나섰다.

반승제는 오늘도 성혜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한 달간 함께 있어 달라고 하던 사람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성혜인은 핸드폰을 한참이나 훑어봤다. 혹시라도 자신이 전화를 놓친 건 아닌가 해서 말이다. 하지만 반승제는 진짜 그녀에게 전화 한 통도 없었다.

잠깐 고민하던 성혜인은 먼저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는 반승제가 아닌 심인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심인우 비서입니다.”

“심 비서님, 대표님은요?”

“대표님은 일주일간 출장 가셨습니다. 아마 다음 주에야 귀국하실 겁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떠나시기 전에 페니 씨한테 네이처 빌리지를 잘 꾸며달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주가 설날이라면서요.”

성혜인은 이제야 곧 있으면 설날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갈 곳이 없다는 것도 말이다.

성휘는 세상을 뜨고, 서천에 있는 임동원 일가와는 관계를 끊고, 강민지는 집에 가야 하고... 명절이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성혜인은 이제 진짜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성혜인은 네이처 빌리지를 꾸며 달라는 반승제의 말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설날에 할 일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쩐지 요즘 다들 들떠 보인다고 했더니 곧 있으면 휴가네. 다들 설날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게 있겠지?’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성혜인은 창밖에서 흩날리는 눈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보낸 설날다운 설날이 언젠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성휘에 아직 살아 있을 때 설날에 집에 돌아가면 소윤은 성혜인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핑계를 대서 학교 기숙사에 남았다.

취직한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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