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2001 - Chapt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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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1화 이제 나를 버리려는 걸까?

소란이 끝나고 나니 원진이 있는 이곳의 분위기도 조금 이상해졌다. 원진에게 연락처를 묻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해서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진이를 찾은 사람들로 축구팀 하나는 충분히 꾸리겠는데?”“이게 어른들의 세계인가? 이렇게 직설적이라니. 인정, 인정.”그 친구의 발언이 너무 웃겨서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하지만 원진은 눈에 띄게 기운이 빠져 보였다. 조금 전 그가 김성진을 속이기 위해 당시연이 귀국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당시연이 오랫동안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마치 자신이 버려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시연 누가 이제 나를 정말로 버리려는 걸까?’원진은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손에 쥔 잔을 더 세게 잡았다. 그와 동시에 눈가가 뜨거워졌다.한 시간 후 모임이 끝났다.원진은 택시를 타고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다. 멀리서 당시연의 모습이 보였고 그의 눈이 순간 환해졌다. 막 달려가려던 순간 당시연의 곁에 중년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당시연, 내가 김성진의 회사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너희가 이렇게 오래 전부터 헤어졌다는 것도 몰랐을 거야. 네가 정말 원진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어?”당시연은 원진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서둘러 해외에서 돌아왔다. 아직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는데 당지석이 그녀를 막아섰다.그녀는 피곤함을 느꼈다.“아빠, 원진은 학교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제 반에서 1등도 했고 이수희 선생님도 그 아이는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제원대에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요. 제발 그 아이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주세요.”“그만해! 그 아이 때문에 너와 성진이가 헤어진 거잖아. 내가 성진이의 회사에서 나간 후에도 성진이는 계속 너에게 연락하려고 시도했어. 성진이가 아직 너를 놓지 못한 건 분명해. 성진이와 대화를 잘 나눠서, 6개월 안에 너희 결혼 문제를 확정 짓도록 해.”당시연은 손에 작은 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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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2화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

원진은 주방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냉장고에서 얼음팩도 꺼냈다.하지만 당시연은 너무 피곤했다. 소파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얼굴에 차가운 감촉이 닿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원진의 진지한 표정을 마주했다.그의 눈에는 걱정, 아쉬움, 그리고 무언가 깊숙이 감춰진 감정이 담겨 있었다.당시연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원진이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원진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순간 더 진지하게 변한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얼마간 당시연의 얼굴에 얼음을 대고 있던 원진이 물었다.“시연 누나, 정말 저를 돌려보내실 건가요?”당시연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제야 그녀는 그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알았다.원진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후로 그는 수없이 그녀와 가족들 간의 다툼을 목격해왔다. 아마 그는 늘 불안 속에서 지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을 것이다.당시연이 눈을 뜨자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원진의 손이 점점 더 불안하게 움켜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소년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꼬리를 흔들며 애원하는 강아지 같았다.당시연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늘 원진의 성적만 신경 썼지 그의 마음 상태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한 번도 도시의 높은 빌딩을 본 적 없는 산골 소년이, 갑자기 낯선 세상으로 끌려왔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그제야 당시연은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그녀는 원진을 끌어안았다.원진은 그녀보다 키가 훨씬 컸지만 이 순간에는 몸을 최대한 낮추어 그녀의 어깨에 기대었다.당시연은 위로하듯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원진을 안고 있는 동안 당시연은 그가 꽤나 건장해졌다는 걸 느꼈다. 처음 산속에서 그를 봤을 때에도 그를 안아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마치 작은 고슴도치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사람을 밀어냈었다.그때 당시연은 이 아이가 너무 말라서 마음이 아팠다.이제 원진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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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3화 같이 갈게요

당시연은 원진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의 얼굴을 보다가 원진이 정말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쫓아다니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꼈다.그녀는 웃음이 나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뚝, 그만 울어. 열일곱 살이나 먹고 우는 게 말이 돼. 누나가 생일 선물 사왔어.”당시연은 원진을 살짝 밀어내고 발치에 놓여 있던 가방을 열었다.가방 안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가 있었다.당시연은 선물 상자를 원진 앞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열어봐.”원진은 눈가가 아직도 빨갛게 물들어 있었지만 차분히 소파에 앉아 선물 상자를 받았다.“고마워요, 누나.”그 말이 끝나자마자 당시연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케이크가 도착했다는 택배 기사의 전화였다.당시연은 집 안에서 문을 열어 두고 택배 기사가 그 층으로 올라오자 밖으로 나가 케이크를 받아왔다.1호 사이즈의 작은 케이크였지만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그때 원진은 이미 선물 상자를 열고 있었다. 상자 안에는 한정판 농구화가 들어 있었다.당시연은 설명을 덧붙였다.“이수희 선생님께서 네가 체육 시간에 농구를 좋아하고 또 잘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너한테 신발을 사줬어. 이걸 신고 농구하러 가.”원진은 이제 브랜드에 대해 알 만큼 알게 되어 이 신발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목소리가 잠기며 짧게 대답했다.“네.”당시연은 케이크를 탁자 위에 놓고 숫자 1과7 모형의 초를 꽂은 후 불을 붙였다.“소원 빌어봐. 지금 좀 늦었지만 그래도 의식은 치러야지.”원진은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일 분이 지나도 눈을 뜨지 않자 당시연은 웃음이 나왔다.“소원이 그렇게 많아?”“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가요?”“괜찮아. 내가 사준 케이크니까, 네가 원하는 만큼 소원 빌어도 돼.”원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네.”두 사람은 함께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당시연은 너무 피곤해서 지금까지 겨우 버티고 있었다.“누나, 가서 좀 자요. 내가 다 정리할게요.”“그래. 나 진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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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4화 버리려는 게 아니니까

당시연은 업무에서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원진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그녀는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며 물었다.“학교에 친구는 있어?”“있어요, 제 짝이요.”“그럼 다행이네. 너 학교에 적응 못 할까 봐 걱정했는데 반 애들이랑은 잘 지내?”당시연은 원진과 이런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엔 그저 그에게 충분한 돈을 주는 것만으로도 잘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마음이 이렇게 여리다는 걸 알고 난 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네, 다들 잘해줘요.”당시연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뒤로 기댔다.이곳은 그녀가 가장 자주 찾는 술집이었다. 오늘도 술을 두 잔 더 마셨다.“예전에 오산 마을에서 너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말랐었지. 하지만 눈빛은 강렬했어. 나를 경계하는 그 모습이 꼭 작은 늑대 새끼 같았어. 그런데 해가 될 것 같진 않더라. 그래서 내가 너를 후원하겠다고 한 건 네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야. 솔직히 나도 학생이었으니까 먼 미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진아, 하지만 나는 시작한 건 끝까지 하는 사람이야. 네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널 버리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마. 넌 나를 믿으면 돼, 알겠지? 지금 내 일도 바빠서,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해. 아직 해외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거든. 사실 네가 보낸 메시지를 못 본 게 아니야. 단지 시차가 너무 커서 네가 밤에 잘 때 내가 연락하면 방해될까 봐 조심했던 거야. 그러니까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 이제 네가 공부 잘하는 것도 안 바랄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만 하면 돼.”“이번 학기도 곧 끝나잖아. 내가 다시 돌아오면 아마 너 고3 생활도 한 달은 지났을 거야. 생각해 보면 너랑 오래 같이 있어 주지 못한 것 같아. 하지만 이번에 돌아오면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야. 네가 고3 졸업할 때쯤 나도 지도 교수님과의 연구 과정이 끝날 거니까, 그때부터는 학교에 남아서 강의할 수 있을 거야.”당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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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5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연은 턱을 괴고 멀리 보이는 녹색 식물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있었다.“진아, 나중에 나는 정원이 있는 집을 사고 싶어.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식물들을 많이 심어놓고.”원진은 손바닥이 여전히 간질거려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때도 누나랑 저랑 같이 살아요?”“물론이지. 내가 지금 교수님이랑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꽤 수익성이 좋아. 비록 조금 힘들긴 해도 프로젝트 하나당 보너스가 크거든. 2년만 지나면 집 살 수 있을 거야. 그때쯤이면 넌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했을 텐데.”당시연의 눈은 약간 술에 취한 듯 반짝였지만 말할수록 더 큰 기대감에 젖어 있었다.원진도 기분이 좋아졌다. 적어도 당시연의 짧은 계획 속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게다가 그가 대학을 졸업하려면 아직 5년이나 남아 있었다.원진은 안도하며 테이블에 놓인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그때 당시연이 살짝 몸을 기울이며 그에게 기대왔다.원진의 손이 떨리며 들고 있던 컵을 놓칠 뻔했다.당시연은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고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아까 먹은 과일 조각이 살짝 묻어 있었다.그는 몸을 기울여 손가락으로 그 과일 조각을 살짝 떼어냈다.그러나 멀리서 본 김성진의 눈에는 원진이 당시연을 몰래 키스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더는 참을 수 없었던 김성진은 큰 걸음으로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원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에게 술을 퍼부었다.차가운 술이 온몸에 번지자 당시연도 깜짝 놀라 깨어나 김성진을 바라보았다.김성진은 가슴이 심하게 들썩이며 분노에 차 있었다. 심지어 원진의 옷깃을 잡고는 주먹을 들어 그를 치려 했다.그러나 원진은 그를 잡아채어 곧바로 테이블 위로 넘겨버렸다.허리가 부딪친 김성진은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가 힘겹게 일어서려 하자 이번에는 당시연이 원진의 앞에서 그를 막아섰다.“그만해!”김성진은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것 같았다.“이 더러운 것들!”당시연의 눈동자가 커졌다.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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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6화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세요

원진이 주눅 들수록 당시연은 점점 더 화가 났다.김성진은 원래 사과할 성격이 아니었고 애초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기에 더욱 그럴 리 없었다.술집 직원이 CCTV 영상을 가져와 천천히 재생했다. 방금 전 장면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니 당시연과 원진의 행동은 너무도 평범했다. 최소한 영상에서는 아무런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김성진이 왜곡해서 본 장면도 CCTV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그 순간 김성진의 눈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곁눈으로 당시연의 반응을 살폈다.당시연은 영상에 별다른 게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비웃음을 지었다.김성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눈을 내리깔더니 말했다.“시연아, 이제 그만하고 우리 다시 시작해.”두 사람은 여러 차례 헤어지고 다시 만났지만 이번 이별이 가장 길었다.그의 말이 끝나자 원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이 굳어지며 당시연을 바라보았다. 당시연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면 그는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다.김성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많이 생각해봤어. 나 소유진의 고백도 받아준 적 없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진심이야. 우리 이제 그만 싸우고 다시 만나자. 너랑 다시 시작하면 바로 결혼할게.”당시연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김성진, 네 머리 좀 제대로 검사받아봐.”김성진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우리 고등학교 때 기억나? 네가 수업 중에 질문에 답하려고 일어섰을 때 반 친구들이 다 떠들었잖아. 우리 둘이 서로 좋아한다고 말이야. 그런데 우리는 그때까지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어. 대학 때 내가 정말 헤어지려고 했던 건 맞아.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쉽게 끝낼 수가 없었어. 그건 우리가 함께한 진짜 추억이잖아. 네가 다른 사람과 함께할 거라는 생각만 해도 견딜 수가 없어. 나도 유치하고 성숙하지 못했어. 그래서 네가 불편했을 거 알아.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라는 게 원래 서로 맞춰가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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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7화 가끔 성질을 부리는 게 나을지도

당시연은 과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원진의 불안한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녀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원진이 그녀의 손을 놓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당시연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어리둥절해서 그를 불렀다.“진아?”하지만 원진은 점점 더 빨리 걸었고 곧바로 문밖으로 나가버렸다.당시연은 급하게 그를 쫓으려 했다.“진아!”겨우 한 발짝 내디디자 김성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시연아, 동의한 거야?”당시연은 그의 손을 홱 뿌리치며 인상을 찌푸렸다.“뭐에 동의했다는 건데?”“다시 사귀는 거.”“사귀긴 뭘 사귀어. 그냥 네 말이 맞다고 생각한 것뿐이야. 고등학교 때는 정말 좋았지. 하지만 우린 이미 대학도 졸업했고 사람은 과거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당시연은 그 말을 남기고 곧바로 원진이 간 방향으로 뛰어갔다.이미 원진이 계속 불안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원진에게 아버지의 존재도, 김성진의 존재도 그를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자극했다.당시연이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 이미 원진은 보이지 않았다.한편 홀로 남겨진 김성진은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의 눈에는 어둠이 가득했고 마치 중요한 결정을 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당시연은 차에 올라타고 원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 녀석, 이제 성질까지 부리는 건가?’차를 몰고 근처를 몇 바퀴 돌아봐도 원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당시연은 밤 12시가 넘도록 그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 보니 원진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원진은 두 팔로 무릎을 감싸안고 있었고 이제 키가 아주 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보였다.당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려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원진의 버림받은 듯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생각해 보면 그가 학교에서 오직 공부에만 전념하는데 친구가 많을 리 없었다. 이곳 제원에는 그의 가족도 없었다. 어디 갈 데가 있었을까?아마 주변을 한 바퀴 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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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8화 더 화를 낼 테니까

원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 일의 주범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그는 소식을 전해준 친구에게 짧게 고맙다고 말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문제지를 풀기 시작했다.반 친구들 대부분은 원진을 좋아했다. 성실하고 노력하는 데다 잘생긴 사람이니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그의 존재가 누군가의 주목을 빼앗은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그리고 이제 그의 가정사가 알려지자 몇몇 학생들은 비꼬기 시작했다.“학교에서 전학생을 받아주는 건 알겠는데, 전에 담임 선생님이 한 명은 거절했잖아. 그런데 왜 원진은 받아줬지?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아빠가 강간범이고, 엄마는 거의 창녀 수준이라더라. 유전은 어쩔 수 없다고 하잖아.”두 명의 남학생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던 한 여자아이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솔직히 원진이 농구 잘해서 너희가 질투하는 거잖아. 역시 남자를 가장 질투하는 건 남자들이야!”주위 학생들도 그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두 남학생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하여 양쪽은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했다.정작 그 싸움의 중심에 있어야 할 원진은 오히려 가장 평온하게 문제지를 풀고 있었다.그는 한 시간 동안 차분하게 문제를 풀었고 그러다 이수희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이수희는 아침에 이미 두 명의 학부모와 대면했다. 그들은 원진이 다른 반으로 가길 원했다. 자신들의 아이가 잠재적 범죄자와 같은 반에 있는 게 싫다는 이유였다.이수희는 원진이 성적도 우수하고 품행도 바르다고 계속 설명했지만 학부모들은 위험을 감수할 마음이 없었다.이수희는 고민이 깊어져 결국 원진을 교무실로 불렀다.그녀는 원진을 다른 반으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었지만 그의 상황이 너무 걱정되었다.학교 전체가 이미 이 소문을 알고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구경거리 삼아 반에 찾아오기도 했다.원진이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그는 아직 열일곱 살의 아이였다. 이 상황을 정말로 견뎌낼 수 있을까?“진아, 내가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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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9화 걱정할까 봐

당시연이 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수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원진이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소식이었다.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원진은 아주 얌전하고 항상 문제를 피하는 성격인데 어떻게 싸움에 휘말려 맞을 수 있을까?당시연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 복도에서 이수희를 마주쳤다.“선생님.”“시연아!”이수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어젯밤 진이가 응급실에 들어갔어. 지금은 괜찮지만 가벼운 뇌진탕이래. 빨리 들어가 봐. 이 아이가 몇 킬로그램이나 빠졌는지 몰라.”당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둘러 원진의 병실로 들어갔다.원진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이미 깨어나 있었다. 그의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시연 누나?”“진아!”당시연은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대체 무슨 일이야? 어떻게 싸움에 휘말린 거야?”원진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이수희 선생님이 원진의 가정사가 폭로된 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당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일이 이미 두 달이나 됐고 그동안 원진은 학교에서 차별과 고립을 겪었는데도 전혀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시연아, 너무 화내지 마. 이번 일은 진이가 먼저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다른 반 학생들이 일부러 진이를 괴롭힌 거야.”당시연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원진의 손을 꼭 잡았다.“왜 이런 일을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누나가 걱정할까 봐요.”그 말에 당시연은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이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착할 수 있을까.당시연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일단 푹 쉬어. 나랑 선생님이 학교 가서 이 일을 처리하고 올게.”그녀의 얼굴은 단호했고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었다.원진은 그녀의 소매를 살짝 잡고 놓치기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당시연은 그가 겁을 먹은 줄 알고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다친 곳을 조심스레 피하면서.“괜찮아, 금방 다녀올게.”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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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0화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야?

김성진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원진이 점점 더 고립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은 만족감으로 가득 차올랐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압박을 받고 나면 당시연도 곧 원진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지석도 이제는 무언가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을 거라고 믿었다.김성진은 자신이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단지 진실을 말했을 뿐이었고 거짓을 퍼뜨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당시연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그의 눈에는 기쁨이 스쳤다.그는 회사 근처의 카페로 갔다. 그곳에서 당시연과 만나기로 약속했다.당시연은 이미 그곳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빛이 어두웠다.김성진은 직원에게 디저트 두 개와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해외에서 돌아온 거야?”당시연은 고개를 들어 김성진을 바라보았다. 김성진이 여러 면에서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많은 남자들처럼 자아가 강하고 심한 남성우월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녀는 김성진이 이런 짓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원진의 가정사가 너 때문에 유출된 거야?”김성진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의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고등학교 때 당시연이 그 아이디를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맞아.”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시연은 앞에 놓인 커피를 집어 들고 그의 머리 위로 쏟아버렸다.“네가 20대 중반의 성인으로서 열일곱 살짜리 아이랑 싸우는 게 말이 돼? 너 사람이야? 그 애 이제 고3이라고! 김성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난 네가 아무리 자기중심적이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이 소란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모두가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김성진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걸 제일 싫어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한 두려움이 덮쳤다.그가 그 소문을 퍼뜨릴 때 이미 후회가 밀려왔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원진이 비난받는 모습을 보며 그 후회는 금세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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