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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4화 버리려는 게 아니니까

당시연은 업무에서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원진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며 물었다.

“학교에 친구는 있어?”

“있어요, 제 짝이요.”

“그럼 다행이네. 너 학교에 적응 못 할까 봐 걱정했는데 반 애들이랑은 잘 지내?”

당시연은 원진과 이런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엔 그저 그에게 충분한 돈을 주는 것만으로도 잘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마음이 이렇게 여리다는 걸 알고 난 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네, 다들 잘해줘요.”

당시연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뒤로 기댔다.

이곳은 그녀가 가장 자주 찾는 술집이었다. 오늘도 술을 두 잔 더 마셨다.

“예전에 오산 마을에서 너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말랐었지. 하지만 눈빛은 강렬했어. 나를 경계하는 그 모습이 꼭 작은 늑대 새끼 같았어. 그런데 해가 될 것 같진 않더라. 그래서 내가 너를 후원하겠다고 한 건 네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야. 솔직히 나도 학생이었으니까 먼 미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

“진아, 하지만 나는 시작한 건 끝까지 하는 사람이야. 네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널 버리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마. 넌 나를 믿으면 돼, 알겠지? 지금 내 일도 바빠서,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해. 아직 해외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거든. 사실 네가 보낸 메시지를 못 본 게 아니야. 단지 시차가 너무 커서 네가 밤에 잘 때 내가 연락하면 방해될까 봐 조심했던 거야. 그러니까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 이제 네가 공부 잘하는 것도 안 바랄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만 하면 돼.”

“이번 학기도 곧 끝나잖아. 내가 다시 돌아오면 아마 너 고3 생활도 한 달은 지났을 거야. 생각해 보면 너랑 오래 같이 있어 주지 못한 것 같아. 하지만 이번에 돌아오면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야. 네가 고3 졸업할 때쯤 나도 지도 교수님과의 연구 과정이 끝날 거니까, 그때부터는 학교에 남아서 강의할 수 있을 거야.”

당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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