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연이 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수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원진이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소식이었다.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원진은 아주 얌전하고 항상 문제를 피하는 성격인데 어떻게 싸움에 휘말려 맞을 수 있을까?당시연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 복도에서 이수희를 마주쳤다.“선생님.”“시연아!”이수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어젯밤 진이가 응급실에 들어갔어. 지금은 괜찮지만 가벼운 뇌진탕이래. 빨리 들어가 봐. 이 아이가 몇 킬로그램이나 빠졌는지 몰라.”당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둘러 원진의 병실로 들어갔다.원진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이미 깨어나 있었다. 그의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시연 누나?”“진아!”당시연은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대체 무슨 일이야? 어떻게 싸움에 휘말린 거야?”원진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이수희 선생님이 원진의 가정사가 폭로된 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당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일이 이미 두 달이나 됐고 그동안 원진은 학교에서 차별과 고립을 겪었는데도 전혀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시연아, 너무 화내지 마. 이번 일은 진이가 먼저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다른 반 학생들이 일부러 진이를 괴롭힌 거야.”당시연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원진의 손을 꼭 잡았다.“왜 이런 일을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누나가 걱정할까 봐요.”그 말에 당시연은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이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착할 수 있을까.당시연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일단 푹 쉬어. 나랑 선생님이 학교 가서 이 일을 처리하고 올게.”그녀의 얼굴은 단호했고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었다.원진은 그녀의 소매를 살짝 잡고 놓치기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당시연은 그가 겁을 먹은 줄 알고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다친 곳을 조심스레 피하면서.“괜찮아, 금방 다녀올게.”원
김성진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원진이 점점 더 고립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은 만족감으로 가득 차올랐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압박을 받고 나면 당시연도 곧 원진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지석도 이제는 무언가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을 거라고 믿었다.김성진은 자신이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단지 진실을 말했을 뿐이었고 거짓을 퍼뜨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당시연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그의 눈에는 기쁨이 스쳤다.그는 회사 근처의 카페로 갔다. 그곳에서 당시연과 만나기로 약속했다.당시연은 이미 그곳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빛이 어두웠다.김성진은 직원에게 디저트 두 개와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해외에서 돌아온 거야?”당시연은 고개를 들어 김성진을 바라보았다. 김성진이 여러 면에서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많은 남자들처럼 자아가 강하고 심한 남성우월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녀는 김성진이 이런 짓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원진의 가정사가 너 때문에 유출된 거야?”김성진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의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고등학교 때 당시연이 그 아이디를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맞아.”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시연은 앞에 놓인 커피를 집어 들고 그의 머리 위로 쏟아버렸다.“네가 20대 중반의 성인으로서 열일곱 살짜리 아이랑 싸우는 게 말이 돼? 너 사람이야? 그 애 이제 고3이라고! 김성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난 네가 아무리 자기중심적이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이 소란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모두가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김성진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걸 제일 싫어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한 두려움이 덮쳤다.그가 그 소문을 퍼뜨릴 때 이미 후회가 밀려왔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원진이 비난받는 모습을 보며 그 후회는 금세 사
당시연은 원진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며 그의 시험지에 빼곡히 적힌 글씨를 보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자랑스러웠다.“선생님 말로는 네가 지난 두 달 동안 시험에서 계속 1등을 했다고 하더라?”“네, 누나가 실망하지 않게 하고 싶었거든요.”그 말에 당시연은 참을 수 없었는지 침대 옆에 앉아 원진을 꼭 껴안았다.“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야 해, 알았지?”평소에 당시연이 이렇게 안아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당시연은 작은 브랜드의 바디워시를 쓰고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 원진도 같은 제품을 쓰지만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은 항상 더 진하게 느껴졌다.“네.”“의사 선생님이 내일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 오늘 밤은 너랑 같이 있을게.”“누나, 방금 막 돌아왔잖아요. 집에 가서 쉬어요.”“괜찮아, 바로 옆 간이침대에서 잘 거야.”원진은 얼굴이 붉어졌고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지 못했다. 억지로 고개를 숙여 시험지에 집중했다.병원 간이침대는 좁았다. 당시연은 시차 때문에 금세 잠들었다.하지만 원진은 뒤척이며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그는 옆에 있던 커튼을 살짝 걷어내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옆으로 누워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원진은 그녀를 10분 정도 바라보다가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덮어주었다.당시연은 꿈결에 따뜻한 무언가가 잠시 얼굴에 닿는 걸 느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눈을 떠보니 이미 대낮이었다.목을 주무르며 일어나서 보니 원진은 이미 깨어나 다시 시험지를 풀고 있었다.당시연은 곧 퇴원 절차를 마쳤고 차에 올라탄 뒤 원진에게 물었다.“이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학시켜 줄게. 지금 성적으로 다른 학교 가는 건 문제없을 거야.”“괜찮아요. 이번 학기도 이제 곧 끝나잖아요.”“그래도 혹시나 네가 상처받을까 봐.”“저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신경 안 써요.”그의 진지한 말에 당시연의 마음이 더욱 부드러워졌다.‘어쩜 이렇게 착하고 말도 잘 들을까.’
“그래서?”당시연은 웃음이 나올 만큼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그때 아빠가 주식에 손댈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전 재산을 주식에 넣지 말라고, 주식은 여유 자금으로 해야 하는 거라고 전 재산을 거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지. 그리고 친구랑 사업한다고 했을 때 그 친구 전과가 있어서 믿을 수 없으니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아빠는 친구 의리만 믿고 누구 말도 안 듣고 고집부리더니 이제 와서 돈이 없으니까 딸을 팔아넘길 생각을 하는 거야?”홍영란은 얼굴이 굳어져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당시연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나는 결혼 안 해. 누가 뭐라 해도 안 해. 만약 나를 진짜로 강요하면 진이를 데리고 해외로 나가서 다시는 안 돌아올 거야.”“엄마는 너 강요 안 해. 안 한다니까. 그냥... 내가 네 아빠 잘 설득해 볼게.”당시연은 눈물을 훔치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엄마, 아빠 같은 남자랑 사는 게 정말 안 힘들어? 어릴 때부터 아빠 말만 들어야 했고 아빠가 하는 말은 다 맞다고 했잖아. 근데 대부분 틀린 선택들이었어. 아빠는 체면만 생각하고 의리라고 우기는 말 몇 마디에 쉽게 돈을 보내버리는 사람이야. 그런 남자랑 이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았다니 믿기지 않아.”홍영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연이 점점 더 흥분하는 것을 보고는 일어나려 했다.“시연아, 방금 막 돌아왔잖아. 일단 좀 쉬어. 난 가볼게.”당시연은 과연 쉴 수나 있을까 싶었다. 4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빚. 게다가 빚쟁이들이 이미 집까지 찾아왔는데 그 돈을 어떻게 갚는단 말인가?당지석은 그녀를 결혼시킬 궁리만 하고 있었고 홍영란이 무슨 말을 한다고 설득할 수나 있을까?지금 당시연의 손에는 고작 6억이 전부였다. 그 돈을 다 준다고 해도 문제 해결은커녕 잠시 미봉책에 불과했다.당시연은 머리가 아파서 소파에 기대앉았다. 당지석이 저지른 일들을 떠올릴수록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그녀와 상의라도 했더라면, 아니면 최소한 충고를
그렇다고 그녀가 괜찮을까?물론 당시연은 괜찮지 않았다.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홍영란의 앞으로의 삶을 지키고 싶었다.당시연이 최근 어려움에 빠졌다는 걸 알고 있던 원진은 매일 조용히 음식을 준비해 두고 나갔다. 돌아올 때도 최대한 그녀를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그러던 중 법원에서 당지석의 채무에 대해 직접 소송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은 당시연은 더욱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며칠이 흐른 후 홍영란이 집에 찾아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당시연은 거의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홍영란이 집을 팔았다는 것을.그들이 그 집을 샀을 때만 해도 위치가 좋아서 지금 집값이 많이 올랐다. 집을 팔고, 홍영란이 물려받은 부동산까지 정리하면 이제 10억만 남았다.하지만 이 시점에 집을 판다는 건 다시는 그 집을 되찾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당분간은 그런 여유가 없을 테니까.당시연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홍영란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이었다. 남편과 함께 고난을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그런 여성은 흔치 않았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아내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이혼을 선택할 것이다. 남자는 언제나 여자보다 현실적이다. 반대로 여자는 언제나 마음을 쉽게 놓지 못한다.“시연아, 그 10억을 갚지 않으면 네 아빠가 감옥에 갈 수도 있어. 그걸 보기가 너무 힘들어.”당시연은 조용히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소파에 앉아 있었다.지금쯤 원진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었다.홍영란은 당시연이 화가 난 걸 알고 있었는지 더 이상 큰 소리로 말하지도 못했다.“시연아, 미안해. 네가 이미 말한 건데도...”“엄마.”당시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고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엄마, 이미 부동산 다 팔아버렸잖아. 내 손에 있는 현금도 다 줬어. 이제 10억은 진짜로 구할 방법이 없어. 원진은 지금 고3이야. 이 일들이 그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너무 싫어.”하지만 아직 10억이 남았다.
김성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원진이 한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자신이 당시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어울린단 말인가? 원진 같은 고등학생일 리는 없었다.김성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원진의 뒷모습을 깊이 응시했다.하지만 원진은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다는 듯이 김성진을 지나쳐 무심하게 자리를 떠났다.김성진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땅에 내던지며 욕설을 내뱉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들어 당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지석은 거의 막다른 상황에 몰려 있었기에 김성진의 전화가 오자마자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아버님, 저 김성진이에요. 오늘 시연이가 빚쟁이들에게 붙잡혔어요. 제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뻔했어요. 아버님도 딸이 다치는 걸 원치 않으시겠죠? 사실 제 요구는 간단해요. 시연이가 저와 결혼만 한다면 이 빚은 제가 다 갚아드릴게요.”당지석은 현재 수감 중이라 전화를 걸기조차 쉽지 않았다.그리고 이미 아내에게 들은 소식에 따르면 집을 팔았지만 여전히 10억이 부족하다고 했다.이 모든 일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가 가족에게 큰 어려움을 준 것이었다. 만약 그 빚쟁이들이 당시연을 계속 노린다면 그녀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당지석은 당시연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저 가부장적이고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기 싫어했고 집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유지하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만약 당시연이 그의 잘못 때문에 다친다면 그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당지석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김성진이 자신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성진아, 내가 어떻게 협조하면 될까?”“아버님의 목숨을 걸고 시연이와 어머님을 설득하면 결국 승낙할 거예요.”그렇다. 목숨으로 협박한다면 아무리 당시연이 실망했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실망은 실망이지만 자기 아버지가 죽는 것을 바라진 않을 테니까.잠시 침묵이 흘렀고 당지석은
원진이 돈을 챙겨 나가려는 순간 그의 허리에 총구가 겨눠졌다.“처음 와서 이렇게 큰돈을 따면 쉽게 나갈 수 없는 게 이 바닥의 룰이야, 학생.”원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오늘 밤 그가 겪은 모든 일은 그의 상식을 초월하는 것들이었다.산더미처럼 쌓인 현금 그리고 갑작스럽게 나타나 총을 들이대는 남자.아마도 이미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인지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날 여기 데려와서 도박을 하게 만든 건 당신들이고 지금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도 당신들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난 선택할 기회조차 없었어.”남자는 원진의 담담한 반응에 놀란 듯 보였다.산골 마을에서 자란 이 소년은 비범한 침착함을 보였고 심지어 그들과 협상을 시도하려는 것 같았다.원진은 천천히 몸을 돌리며 여전히 그의 허리에 겨눠진 총을 무시했다.“며칠 전부터 날 따라다닌 것도 당신들이었지?”매번 늦은 시간에 귀가할 때면 그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처음엔 김성진의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지만 김성진이라면 벌써 행동에 나섰을 것이 분명했다.남자는 원진의 얼굴을 응시하며 그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찾아내려 했으나 원진은 너무도 차분했다.몇 분 후 남자는 총을 거두었다. 그의 반응에 매우 만족한 듯 보였다.만약 오늘 원진이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보였다면 그는 살아서 이곳을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네 아버지가 널 보고 싶어 한다.”원진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의 아버지? 그 강간범?수년 전 수많은 죄를 저질러 이미 사형당한 사람이 죽지 않았다니?게다가 이제 와서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니?원진의 눈가에 순식간에 혐오감이 스쳤다. 그의 인생 모든 불행은 바로 그 아버지 때문에 시작되었다.“만나고 싶지 않아.”“네 아버지는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야. 넌 아버지를 만나볼 필요가 있어. 너 지금 돈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에겐 돈이 그저 가벼운 종이 쪼가리일 뿐이야.”“만나지 않을 거야.”원진은 간신히 지금의 생활을 이루어냈고
소년은 이미 키가 185cm가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녀에게 기대는 모습은 마치 위로를 구하는 어린아이 같았다.당시연은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아직 저녁 안 먹었지? 음식 데워났으니까 가서 좀 먹어.”원진은 결국 4억 원을 손에 넣었지만 현금 대신 수표를 받았다. 현금을 들고 다니면 눈에 띌 수 있었기에 때문이다.그러나 그 수표를 당시연에게 바로 줄 수는 없었다. 만약 당시연이 그 수표의 출처를 알게 된다면 그녀는 원진의 안전을 계속 염려하게 될 테니까.그래서 그는 그 수표를 홍영란에게 보냈다. 아마도 지금쯤 그녀는 그 수표를 받았을 것이다.홍영란은 정말 수표를 받았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장난인 줄 알았지만 편지에는 자신이 예전에 가르쳤던 한 제자라고 적혀 있었다. 홍영란과 당지석은 모두 교사였기 때문에 가르친 학생이 너무 많아 정확히 어느 학생인지 떠올리지 못했다.그녀는 반신반의하며 은행에 가서 수표를 환전해 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4억 원이 있었다.이제 6억 원만 남았다.홍영란은 무척 흥분했지만 이 소식을 당시연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편지에 분명히 당시연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당시연은 요즘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집이 팔린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제 아무런 저축도 없기에 빠르게 돈을 벌지 않으면 자신과 원진도 위기에 처할 수 있었다.당지석의 빚은 아직 10억 원이 남았다. 설령 그가 감옥에 간다 하더라도 법원에서 형을 감경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그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원진이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연은 당지석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깜짝 놀란 당시연은 눈동자가 흔들렸다.“정말인가요?”“지금 병원에 이송된 상태입니다. 아직 위기를 넘기지 못했지만 어머님이 이미 병원에 와 계십니다.”당시연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홍영란을 보았다.2주 만에 보는 홍영란의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하얗게 변해 있었다.당시연은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