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521 - 챕터 1530

2270 챕터

제1521화 짧은 구원

무슨 신념?성혜인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며 의사의 이러한 말들을 듣고는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성혜인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물었다.“그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죠?”나하늘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했기 때문에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었다. 그녀는 살이 닿기만 해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게다가 말도 듣지 못했다.의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건 저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공사팀이 지하실 방어선을 뚫을 수 있는지 봐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감시당하고 있을 거예요.”그가 주위를 가리키자 성혜인이 일어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전기를 끊으면 안 되나요?”공사팀의 사람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섬의 모든 곳은 전기를 끊을 수 있지만 이곳만 유일하게 전기 회로가 단독 회로입니다. 메인 스위치는 견고한 철제 케이스에 있습니다. 총과 폭탄으로 시험해 보았지만 모두 부서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바람과 태양 에너지로 전기를 일으킵니다.”성혜인은 점점 초조해졌다.이때 벽에 기댄 나하늘은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이에 따라 온몸이 땀투성이였다.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와 걸으려 하자 발목을 감은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며 소리가 지하실을 메아리쳤다.침대에 앉아 있는 성혜인은 큰 무기력함을 느꼈다.특히나 나하늘이 능숙하게 화장실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지하실을 샅샅이 뒤지며 도망치려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고 말도 안 될 정도로 흰 피부를 보면 몇 년째 이곳에 갇혀있은 것이 더 잘 느껴졌다.공사팀은 주변을 계속 탐사했고 의사는 종이에 기록된 정보를 되짚고 있었다.몇 분 동안 조용하더니 화장실 문이 열리고 나하늘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와 닿지 않는 한, 나하늘은 주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성혜인이 또 물었다.“점자는 시도해 보셨어요? 간단한 몇 글자는 알 것 같은데요.”“이미 모두 시도해 봤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얼 하든 전혀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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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고집 그만 부려

대략적인 방향을 향해 달려가던 성혜인은 이쪽이 더 황폐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원래의 정원은 이미 사라졌으며 폐허라고 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저 지반의 윤곽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정원이 포탄에 직격당한 것이 분명했다. 만일 정원에 사람이 있었다면 포탄의 위력에 의해 팔다리가 부러질 것도 없이 바로 피투성이가 되었을 것이다.그녀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이곳에 작은 널빤지를 세워주고는 넋을 잃은 듯 되돌아갔다.헬기가 착륙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설우현은 동생의 안색이 좋지 않자 황급히 산소통을 건넸다.“냄새가 견디기 힘들지?”성혜인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저녁이 되어서야 반승제가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성혜인은 복도 의자에 앉아 두통을 느꼈다.안에 있던 의사가 나오자 성혜인이 물었다.“어때요?”“의지가 강하셔서 내일이면 깨어날 겁니다.”성혜인은 안도했다. 그러나 또 섬에서의 광경을 떠올리니 위가 뒤집히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기 병실의 화장실로 달려가 한참 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토해낼 수 없었다.설우현이 저녁을 가져다주며 잘 먹으라고 당부했다.“구금섬에서의 일은 국제기구 사람들이 계속 조사하고 있어. 그런데 연구 기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거야.”국제 전문가들이 연구 기지를 조사하고 있다니 반승제와 둘이 고독하게 찾을 필요는 없게 되었다.번거로움을 많이 던 셈이다.“오빠, 연구 기지 위치를 알게 되면 얼른 알려주세요. 아버지의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 그리고 배현우는 찾았어요?”구금섬이 폭파되던 날 밤 배현우도 섬에서 죽은 걸까?“못 찾았어. 산산조각 난 시신도 있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니까. 아직은 단서를 찾지 못했어.” 성혜인이 등을 뒤로 젖히자 벽의 찬 기운이 느껴졌다.설우현이 도시락을 열고 숟가락을 성혜인의 손에 쥐여주었다.“먹기 싫어도 조금이라도 먹어. 이따가 건강검진도 받아야 하고.”어쨌든 임산부니까. 이렇게 고생하고도 아이가 멀쩡하다는 건 운이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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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다

그는 일부러 한쪽에 놓여있던 책을 가지고 설기웅 쪽으로 부채질하며 향으로 꼬드겨보려 했다.그러나 설기웅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정직하게 앉은 채 물었다.“국제 사람들은 아직 아무 단서도 못 찾았대?”최용호가 포기하고 눈을 희번덕거렸다.“그 무리에 희망을 품지 마. 그 안에 연구기지 계획에 참여한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야. 지금 구금섬이 폭로되니까 나라마다 무고한 척하고 있잖아. 분명 내부자는 그 안에 있어. 그 작은 섬의 연구기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었는데. 원주민을 가축처럼 기르고도 여태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누군가가 보호하고 있었다는 거야.”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다.아주 오래전 생체 실험은 국제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모든 사람들이 인도주의적이지 않다며 비판했다.하지만 인체를 이용한 실험만이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다.어떤 나라들은 겉으로는 잘 사는 척, 국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몰래 연구기지에 투자했다.일단 실험이 성공하기만 하면 연구한 것은 그들에게 큰 무기가 될 것이며 어느 정도에선 다른 나라보다 20년 이상 앞서게 될 것이니까.그런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아무 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만 앗아갈 뿐이다.실험에 이용되는 사람들의 목숨은 그들에게 개미만도 못한 것이었다.설기웅은 양미간을 꾹꾹 누르며 두통을 느꼈다.“설, 최, 원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연구기지를 조사하고 있으니 단서가 나올 거야.”최용호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거하게 차린 테이블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조사하기만 하면 누군가 무조건 몰래 막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연구해 낸 약이 뭔지도 몰라. 연구기지에서 잡힌 사람들은 모두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온 의학 천재들인걸.”설기웅이 침묵을 지켰다.한 명의 천재여도 세계를 놀라게 한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닌 수많은 천재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분명 이름을 널리 알릴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사람들에게 유해한 것이라면 그것은 재앙이었다.최용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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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가두기 위한 곳

플로리아의 어느 한 곳에서 남자가 영상을 보고 있다.영상 속에는 나하늘과 외부인들이 있다.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들을 수 없는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여인에게 강한 통제욕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는 호란을 틈타 그녀를 곁으로 데려오려고 했었다.그러나 다른 곳에 어디 지하실이 있겠는가. 저곳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여인을 가두려고 계획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곳이었다.이만큼 뛰어난 구속 장치는 없었다.영상 속 사람들은 아마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소리는 아주 작았으며 휴대폰 문자로 의사소통을 했다.남성은 CCTV를 여유작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나하늘이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통제 범위에 있는 한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고오하고 고귀하던 여인이 인간 존엄까지 잃고 말을 잘 듣게 되었다. 이 여인은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이었다.그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던 그때 밖에서 손님이 찾아왔다며 노크했다.그는 양미간을 찌푸리며 방을 나갔다.ㅂ층 거실에 도착한 그는 홀에 앉아 있는 진세운, 그리고 그의 곁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진백운을 발견했다.“무슨 바람이 불어서 둘이 함께 온 겁니까?”진세운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전에 노예찬과 정면충돌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남자 때문이었다.남성의 이름은 여석진으로, 연구기지와 관련 있는 사람이었다.BKS 조직에서 그와 이 남성은 유일하게 그곳과 관련 있는 사람이었다.여석진이 구금섬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간 연구기지에 실험에 필요한 사람들을 제공하여 자리를 잡았다.두 사람 모두 연구기지의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사이가 틀어질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먼저 배신을 한 사람이 노예찬 그 녀석일 줄이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노예찬은요?”진세운의 얼굴은 부드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하루 종일 고문을 당하다 죽었고 시신이 밖에 버려졌는데 폭탄으로 시신이 훼손됐는지는 그 녀석 운에 달려 있죠.”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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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나 결혼해

잠든 성혜인은 꿈속에서 따뜻한 손이 자신을 잡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새벽에 자기 전, 그녀는 원래 알람을 놓고 일찍 깨려 했다.그런데 한 번 잠들고 대여섯 시간이나 자버렸다.깨어났을 때 병실 안은 이미 햇빛이 가득 비추고 있었다.반승제는 한 손으로 성혜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누군가의 메시지에 답하는 것 같았다.그의 얼굴을 본 뒤에도 성혜인은 여전히 멍했다.손에 힘을 주고서야 정신을 차린 성혜인은 반승제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들었다.“오늘 종합검진 해야 하지? 나랑 같이 가. 지금 배 안고파?”“승제 씨, 깼어요?”반승제는 그녀의 손을 놓고 곁에 있는 소독용 물티슈를 가져와 성혜인의 손가락을 닦아주었다.“깬 지 두 시간 됐어. 넌 좀 더 자.”그러나 성혜인은 나하늘과 설기웅의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 잠에 들 수 없었다.반승제는 깨자마자 상황을 모두 전해 들은 상태였다. 그는 손을 들어 성혜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너무 걱정하지 마. 배현우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을 거야. 단서는 곧 찾을 수 있어.”그는 얼른 성혜인의 허리 뒤에 베개를 깔고 몸을 일으키도록 도왔다.성혜인은 베개에 기대니 정신이 많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그들 모두 연구 기지의 일이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전 세계의 사람들이 구금섬에 주목하게 되었지만 아무도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지 못했다.오히려 언론들이 구금섬의 존재를 보도하면서 여론이 들끓게 되었다.구금섬과 연결된 연구 기지는 분명 곧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반승제는 이미 성혜인을 위해 검진 항목을 예약하고 함께 하나하나 검사하려 했다.검진이 금방 끝나자 영양사가 점심을 가져왔다.배가 고팠던 성혜인은 얼른 수저를 들었고 배부를 때쯤, 장하리와 강민지가 연락하여 근황을 물었다.최근 줄곧 구금섬에 갇혀 있으면서 외부와 연락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장하리와 강민지는 걱정되어 매일 연락하여 물어보곤 했다. 이제 성혜인의 목소리를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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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미친 듯이 괴롭히다

결혼이라니? 강민지가 결혼한다고?잠깐 당황한 성혜인이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너 신예준이랑 안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 진심이야? 아저씨가 허락했어?”성혜인은 전에 강상원을 만난 적이 있었다. 강상원은 말끝마다 결혼은 집안 조건이 맞는 사람끼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앞으로의 나날은 고통과 증오로 얼룩질 뿐이라며.그래서 심예준과 사랑에 빠졌을 때 강민지는 강씨 가문에 그 사실을 숨겼다.“혜인아, 나 여기 아직 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끊을게. 나중에 시간 내서 다시 전화할게. 바이, 우리 애기.”여유로워 보이는 강민지의 말투를 들으면 전혀 일이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전화가 끊기자 강민지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오늘 밤 제원에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자선 파티를 개최하며 수많은 사람을 초대했다. S.M 측에서도 초대장을 받았다. 성혜인이 자리를 비워서 장하리가 대신 참석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장하리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창백한 얼굴을 보더니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블러셔를 더 발라달라고 부탁했다.현장에 도착하자 장하리는 손에든 가방을 꼭 쥐고 들어가기를 망설였다. 최근 참석했던 여러 파티에서 매번 서수연을 마주쳤기 때문이다.서주혁이 장하리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로 서수연은 장하리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괴롭혔다.하지만 서수연이 서씨 가문의 딸이자 서주혁의 친동생이었기에 장하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은 S.M뿐이었지만 장하리는 S.M이 저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원치 않았다.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장하리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파티에 입장했다.이런 저녁 파티는 거의 매달 열리는 행사로 여기서 인맥과 자원을 교환하는 것은 회사에 꼭 필요한 기회였다.S.M이 점점 발전해 나가며 매번 그녀가 나타날 때마다 꽤 많은 투자자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녀는 최근 손잡았던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홀짝이다가 곁눈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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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허튼수작 부리지 마!

워낙 머리가 좋지 않았던 서수연은 다른 사람의 도발을 견디지 못했다.‘친한’ 친구들의 말을 들은 그녀는 더욱 악랄하게 굴며 장하리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내리치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매번 이런 식으로 마음껏 괴롭히기도 전에 화장실에 사람이 왔다.서수연은 눈을 흘기며 장하리의 머리채를 놓아주었다.“운 좋은 줄 알아. 다시는 우리 오빠한테 허튼수작 부리지 마. 너같이 천한 년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말을 마친 서수연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친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가자.”“수연아, 그냥 이렇게 놓아 줄 거야?”“누가 왔잖아.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우리한테도 영향이 안 좋아.”어쨌든 장하리는 지금 S.M을 대표하고 있었으며 이 회사는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기에 그녀와 몇몇 친구들이 장하리를 괴롭히는 일이 들통난다면 사람들 입에 거론될 수밖에 없었다.물론 서씨 가문이 이런 여론을 잠재우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서수연은 오빠가 다시 장하리를 걱정하지 않을까 근심했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을 테니까.차라리 지금처럼 매번 화장실로 끌고 가서 장하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제원을 떠날 때까지 지독하게 괴롭히는 게 더 나았다.생각을 마친 서수연이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녀의 미래 새언니는 당연히 제원에서 제일 잘나가는 여성이어야 하는데 장하리가 가당키나 할까? 이깟 여자가 뭐라고.그녀들이 문을 열고 나갈 때 장하리는 이미 칸막이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한 듯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회사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이런 파티에 참석할 때마다 그녀는 가방에 여분의 드레스를 준비해 아무도 흠뻑 젖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도록 했다.휴지로 목에 묻은 물기를 조금씩 닦아내고 갈아입은 드레스는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작은 거울을 꺼내 다시 화장을 고쳤다. 더 이상 얼굴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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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서주혁은 그녀의 처량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장하리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두 떨어진 건 순식간이었다. 심지어 서주혁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붓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너 눈이 먼 거 아니냐고. 어디를 봐서 내가 서수연을 건드린 거로 보이냐고.그러나 장하리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사업 면에서는 여유만만한 그녀였지만 유독 감정 면에서는 서툴렀다.하지만 서주혁은 그녀의 처량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서주혁의 눈에 비친 장하리는 여전히 자신이 기억 상실한 틈을 타 그를 속여 잠자리를 가진 여자에 불과했다.더는 여기서 무의미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서주혁이 미간을 잔뜩 구긴 채 장하리를 앞질러 가며 한마디를 남겼다.“더 이상 서씨 가문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도 좀 지켜.”이 말에 담긴 의미는 분명, 장하리의 스토킹에 가까웠던 십여 통의 성가신 전화를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장하리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의 모습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다가 천천히 벽에 기댔다.눈물이 또 흘러내려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간 장하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충혈된 눈을 바라보았다.최근 계속 야근하며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고 살도 많이 빠졌다. 뺨을 몇 대 맞은 탓인지 얼굴은 약간 부어 있었고 말할 때 입꼬리도 아팠다.깊은숨을 들이마신 장하리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몸을 바짝 굳힌 채로 거울에 비친 강민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강민지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의 드레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새 드레스를 갈아입은 거예요?”장하리와 강민지는 사실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만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장하리는 허리를 곧게 펴고 매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민지 씨.”화장실의 조명은 바깥보다 훨씬 밝았다. 장하리의 얼굴이 부은 걸 단번에 알아본 강민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누가 때렸어요?”성혜인은 강민지에게 장하리를 부탁했었다. 하지만 지금 장하리가 저녁 파티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았다. 어떤 간 큰 놈이 감히 이딴 짓을 했을까?“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젯밤에 음식을 잘 못 먹어서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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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네가 먼저 건드렸으니 책임져

서주혁은 장하리의 우는 모습을 보자 짜증이 밀려왔다. 이 여자는 왜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눈앞에 나타난단 말인가. 게다가 강민지의 터무니없는 지적을 들으니 인내심이 바닥나 버렸다.“최근 강씨 가문에 무슨 사건이 터지지 않았어요? 민지 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할 마음이 드나 봐요.”강민지는 잠깐 멈칫하더니 더욱 매섭게 서주혁을 쏘아보았다.“전 지금 하리 씨 일에 대해 말하고 있잖아요. 주혁 씨는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도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살벌한 눈빛과 반대로 강민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제가 하리 씨를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하리 씨가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는 건 알거든요. 절대 먼저 다가가서 누구를 건드릴 성격이 아니란 말이죠.”그 말속에 담긴 의미는 ‘네가 먼저 건드린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이제 와서 책임을 회피하냐?’라는 말이다. 너무 어처구니없어 웃음만 났다. 서주혁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차가웠다.“그렇다고 잤던 여자들을 다 책임질 수는 없잖아요.”서주혁은 익숙하다는 듯이 카드를 꺼내 장하리의 앞에 내밀었다.“6억이야.”이 액수는 정말 굴욕적이었다. 애초에 장하리가 자발적으로 침대에 기어들어 갔을 때 요구한 금액이었다.눈물이 순식간에 멈춘 장하리가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주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가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그저 귀찮음과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떨쳐버리고 싶은 조급함뿐이었다.많은 사람이 모인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주혁이 불쑥 카드를 내밀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하리는 손끝이 떨려왔다.너무 기막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강민지가 정신을 차리고 카드를 집어 서주혁의 얼굴에 던지려던 찰나 온시환이 얼른 그녀를 끌어당기더니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자자, 다들 흩어지세요.”이윽고 온시환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민지 씨도 그 성격 좀 죽여요. 주혁이 말이 틀리지도 않았잖아요. 지금 강씨 가문 일을 해결하려면 당신도 도움이 필요할 때예요.”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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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천박한 여자

서주혁의 얼굴에는 자국이 남아있었다. 장하리가 힘이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맞은 뺨이 아직도 얼얼했다. 온시환의 말을 무시한 채 서주혁은 장하리의 손목을 꽉 움켜잡고 곧바로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강민지가 뒤쫓아가려 했지만 온시환에게 제지당했다.“민지 씨, 두 사람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지금 뭐 하시는 거죠?”온시환은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수년 동안 주혁이가 여자한테 맞는 걸 본 적 있어요? 서씨 가문 어르신들도 감히 주혁이 앞에서는 함부로 못 해요. 지금 하리 씨한테 뺨 맞아서 정말 화났을 거예요. 그래도 선은 지키는 놈이라 적어도 여자를 때리진 않아요.”강민지가 냉소를 흘렸다.“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니에요. 좋은 놈이 하나도 없어.”말을 마친 강민지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온시환은 쟁반에 담긴 와인을 가져와 한 모금 마셨다.“그건 민지 씨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우리 남자들은 항상 마음 가는 대로 행동 하니까요.”강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한편 장하리는 서주혁에게 끌려 정원으로 왔다. “놓으라고요!”장하리는 서주혁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벽으로 밀쳐졌다. 허리에 심한 통증이 밀려옴과 동시에 서주혁이 어깨를 짓눌렀다. 급작스레 턱을 잡힌 장하리는 고개가 위로 들려진 채 서주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때린 서주혁의 뺨이 살짝 부어오른 걸 보니 약간의 통쾌함마저 들었다. 아마도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장하리였다.장하리의 얼굴을 응시하던 서주혁은 문득 침대에서 그녀를 괴롭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처음에 그녀는 남자와 그렇게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항상 토하기 일쑤였다.하지만 서주혁은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그의 숨겨진 비밀이 은근히 빛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또한 여자를 혐오하기 때문에 입술이 살짝만 닿아도 역겨워 미칠 지경이었으니까.그래서 처음에는 장하리와 거의 키스하지 않았지만 기억을 잃은 그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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