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2163 챕터

제21화

이건 너무 뻔한 시나리오이지 않냐는 말이다. 아침을 거르면 일 얘기가 진행이 안 된다니? 단지 그녀를 골탕 먹이기 위해 다른 수법으로 갈아탔을 뿐이었다.강한서에게 도시락을 싸준 건 벌써 1년 전의 일이었다.신혼 때만 하더라도 그녀는 오로지 강한서밖에 없었다. 당시 더빙을 시작하기 전이라 오직 강한서를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남자를 사로잡으려면 먼저 그 남자의 입맛을 저격해야 한다는 대사를 철석같이 믿고 강한서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열심히 요리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리에는 정말 소질이 없었던지라 한 달이나 배웠는데도 겨우 먹어줄 만한 수준이었다.하지만 강한서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나마 가장 만족스러운 요리를 들고 강한서를 찾아가 맛보게 했을 때, 단지 맛없다는 대답을 들은 기억이 났다.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 도시락을 싸서 강한서가 출근할 때 억지로 쥐여주며 이번에는 꼭 맛있을 거라고 뻔뻔스럽게 큰소리쳤었다.강한서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고 강한서가 퇴근해서 돌아오자마자 얼른 다가가 어제보다 맛있었냐고 물었는데, 이번에는 맛없으니까 다시는 요리하지 말라는 대답뿐이었다.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텅 빈 도시락을 보자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로 요리하는 데 더욱 열중했고, 강한서는 매번 빈 도시락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하지만 그가 도시락에 든 음식을 전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강한서 역시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알고 보니 이 모든 건 그녀의 일방적인 바람에 불과했고, 그는 단지 서로의 체면을 위해 굳이 들춰내지 않았던 것이었다.그 이후로 그녀는 요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강한서도 딱히 물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원했던 결과일 수도 있었다. 매일 먹는 척하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이혼을 의논하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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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뜨겁게 뛰던 심장이 식어버렸다. 역시 이 강한서 나쁜 놈에겐 조금의 마음도 주면 안 된다.유현진이 못마땅한 듯한 얼굴로 걸어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트러플 당신이 나 대신 어머님에게 가져다 드리겠다고 약속한 거네.”그녀의 말에 강한서의 시선이 서류로부터 그녀의 얼굴로 옮겨갔다.수려하고 깨끗하고 순한 얼굴,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강한서는 모두 그녀의 가면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뒤엔 예전의 온순한 토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조금만 자극하면 난리를 치는 야생 고양이가 도사리고 있다.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가느랗게 뜨며 전혀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뭐라고? 내가 언제 약속했는데?”유현진은 강한서가 오리발을 내밀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해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이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예전 여동생에 관한 네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약속한 거잖아.”“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같네.”강한서가 떠올린 듯하자 유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서가 예상치 못한 말을 이어갔다.“자세히 생각해보니 말이야. 우린 곧 이혼할 거잖아. 이제 강 씨 집안으로부터 이렇게 귀한 물건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으니 그만두는 게 좋겠어.”유현진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뭐 그렇게 귀중한 거라고.”유현진는 애써 그를 설득하려 했다.“또한 우린 합의 하에 헤어지는 거잖아. 앞으로 우리 두 집안은 친구로도 지낼 수 있을 텐데 친구 사이에 선물을 주고받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거 아니야?”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합의 하에 헤어진다고?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불만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한 건 아니고?”유현진: “...”분명 민감한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꼬장을 부리는 것이다!그녀가 설명을 하려고 입을 벙긋하려고 할 때 강한서가 또다시 말했다.“오늘 아침 병원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어. 나한테 어떤 기능성 장애가 있는지 묻더군. 그 점에 대해 왜 의사에게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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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유현진: “...”그 공짜라는 설탕을 그의 입에 욱여넣고 싶은 심정이었다!됐다! 지금은 강한서의 눈치를 살펴야 할 때니 애써 화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유현진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오랜만이라 손이 굳은 것 같아. 다음엔 조심할게.”강한서의 표정이 확실히 훨씬 더 밝아졌다.유현진이 그 기회를 틈타 말했다.“강 대표, 이혼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날짜를 잘 정해야 해. 우리가 혼인신고를 했던 날이 좋은 날이 아니어서 이렇게 안 좋은 끝을 맞이하게 된 거야. 그러니까 이혼할 땐 반드시 신중하게 날짜를 선택해야 해. 그래야만 이혼 뒤에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내가 보기엔 이번 달 21, 24, 25, 26, 27, 28, 31일 모두 길일이야. 이 중에서 하루 선택하는 거 어때?”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주말 이틀 빼고 다 길일이야?”그녀의 얕은수는 강한서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유현진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했다.“이번 달 길일이 꽤 많아서 그래.”강한서는 더는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 유현진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강 대표, 어떤 날이 좋겠어?”강한서는 드디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한마디만 더 하면 물건은 네가 직접 가져가!”유현진: “...”그녀의 부드럽던 말투도 이제 끝이 났다.“강한서, 그건 엄연히 다른 일이야! 난 너와 약속한 건 모두 다 했어. 넌 왜 그러는 건데!”그녀가 야생 고양이의 본성을 드러내자 강한서의 얼굴은 도리어 더 편해졌다. 그는 젓가락으로 옆에 놓여있는 도시락을 탁탁 두드렸다.“유현진, 너 이혼도 하고 싶고, 네 아버지의 앞에서 우리 집안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척도 하고 싶은가 본데. 이 세상에 그런 좋은 일이 어디에 있어?”유현진은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그녀는 확실히 이렇게나 빨리 유상수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하현주가 사고를 당하기 전 두 사람 사이는 이미 금이 갔고, 하현주가 사고를 당한 뒤 얼마 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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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그러고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계속 강한서와 함께 살다가 행여 어느 날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아이가 나타나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때가 되면 그녀는 한성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반드시 이혼을 강행해야 한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또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강 대표, 잘 생각해봐. 네 이혼은 이곳 한성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큰일이야. 예고 하나 없이 갑자기 이혼하는데 회사나 주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어?”강한서가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그러니까 내 말은, 그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이혼 사실을 1년 뒤에 공표하는 게 어떻겠냐는 거야.”강한서가 아무 말도 없이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유현진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1년이 너무 길면 8개월?”강한서의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반년... 반년은 너무 짧은데, 뭐 그래도 괜찮아...”강한서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유현진, 그 입 다물지 않으면 창문으로 던져버릴 거야!”유현진이 그제야 입을 닫았다. 하지만 조용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번 달 안에 이혼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어?”몇 분 뒤 유현진은 급기야 경비원에게 잡혀 강한서의 사무실에서 끌려나갔다.그녀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강한서 그 나쁜 놈은 그녀를 골려주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이 분명하다! 그 도시락을 차라리 개에게 먹이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그녀는 강한서의 동생 강민서와 마주쳤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유현진을 보자마자 강민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누가 너한테 들어오라고 했어?”물론 유현진도 강민서가 달갑지 않았다.“내 남편이 이곳에서 출근하는데 내가 왜 못 와?”강민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너 정말 우리 강 씨 집안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빠와 결혼했다고 한성 그룹 절반이 네 것이라도 된 것 같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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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12층, 강한서의 사무실.민경하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을 때 강한서는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민경하에게 물었다.“갔어요?”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여자 뭐라고 하던가요?”민경하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자 강한서가 못마땅한 듯 이마를 찌푸렸다.“왜 점점 더 답답해지는 거예요? 유현진이 대체 뭐라고 말했는데요?”민경하가 침을 꼴깍 삼키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아까 곱창구이를 할 때 곱창을 씻는 걸 깜빡했다고요.”강한서의 온몸이 순간 굳어버렸다....곱창은 물론 씻었다. 유현진은 강한서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러게 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단 말인가?강한서의 일그러진 표정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강한서는 소독약을 삼켜서라도 위장을 씻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녀가 타고 가던 택시에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저번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후 그녀는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좀처럼 차를 몰 수 없어 최근 계속 택시를 이용했었다. 하지만 택시까지도 사고가 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다행히 사고는 그리 크지 않아 보험사를 부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다혈질 성격 탓인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고 택시 기사 또한 참다못해 반격을 하다가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순경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이 경찰서에까지 넘어가 버렸다.유현진도 목격자의 신분으로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사실대로 진술했다. 그녀는 승합차 운전기사가 먼저 선방을 날렸고 택시 기사는 정당방위를 했음을 증명해 주었다.진술을 마치고 사인을 한 뒤 유현진은 경찰서에서 나왔다.오늘 휴가를 냈던 차미주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중요한 할 말이 있으니 빨리 돌아오라고 말했다.유현진은 전화를 끊은 후 택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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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유현진은 그제야 그날 남산 병원 옥상에서 마주친 남자임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는 아직도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미친년! 사람까지 부르다니. 그렇다고 내가 널 무서워할 것 같아? 어디 한 번 내 몸에 손이라도 대봐!”유현진이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주강운이 그녀를 막았다.그는 이어 핸드폰을 꺼내 누구보다도 차분한 말투로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당신이 조금 전 사람을 폭행하던 증거가 고스란히 내 핸드폰에 담겨 있어요. 물론 당신은 임산부이니 경찰서에 신고하면 벌금 정도로 끝나겠죠. 그래서 무서워하지 않는가 본데 만약 내가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어요? 네티즌들이 당신이 임신했다고 해서 봐줄 것 같아요? 당신의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저주를 받을 텐데 태어나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겠어요?”임산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한눈에 봐도 겁에 질린 것 같았다.주경운은 명함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제 소개가 늦었네요. 난 신문사 기자예요. 이 정도면 그만한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임산부는 두려움에 명함도 받지 못한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오늘 운 좋은 줄 알아!”말을 마친 뒤 그녀는 욕설을 중얼거리며 배를 끌어안고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주강운이 유현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조금 전 그 사납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한없이 따뜻한 남자의 모습만 남아있었다.“다쳤네요.”그가 유현진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유현진은 핸드폰을 비추어 상처를 살폈다. 손톱에 찍혀 피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제 차에 약이 있으니 가서 치료해 줄게요.”유현진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상대의 호의를 거절하기 힘들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그럼 부탁할게요.”주강운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별말씀을요.”차에 올라탄 뒤 주강운은 약을 꺼내 그녀의 상처를 소독해주려 했다.유현진은 어색하게 그의 손길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할게요.”그녀의 말에 주강운은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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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강민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오빠가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이 날 안 좋아하는지? 그 사람 부모님들은 날 엄청 좋아해 주셨어! 오빤 그냥 날 도와주고 싶지 않은 거겠지!”강한서는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네가 직접 찾아보던지.”강민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찾을 수 있었다면 아마 회사까지 찾아와 강한서에게 부탁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주강운은 귀국하고서부터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그의 소식을 듣고 달려갈 때면 항상 자리를 떠난 뒤였다. 핸드폰도 통하지 않는 걸 보아서는 일부러 그녀를 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오, 오빠, 나 좀 도와줘, 오빠는 동생이 시집가는 게 안 좋아?”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강운이 너보다 7살이나 많아, 너희 둘 안 어울려.”“유현진이 오빠한테 시집올 때도 내 나이만 했어. 왜 그때는 새언니가 어리다는 생각 안 했어. 남자들 진짜 내로남불인거 알아?”유현진 이 세 글자를 듣자 또 그때 그녀가 한 일이 떠올랐고, 시끄러운 강민서 때문에 머리가 찌근찌근하던 차였는데 이제는 위까지 쓰려왔다. 그는 강민서에게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소리쳤다.“전화하고 꺼져!”강민서는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며 핸드폰을 건네받고는 바로 주강운의 이름을 찾았다. 신호음이 얼마 안 가자 핸드폰 너머로는 주강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강운 오빠, 어디 갔었어? 요즘 내 연락도 안 받고 문자에 답장도 안 하고?”주강운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강한서 이 자식은 전에 자기가 했던 말을 마음에 두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핸드폰을 그녀에게 건네준 것이었다.“요즘에 좀 바빠서 연락 온 걸 못 봤나 봐. 무슨 일이야?”“아무 일도 없어…그냥 주말에 있는 자선 파티 말인데. 나랑 같이 가. 내가 초대장이 없어.”“오빠한테 데려가 달라고 해, 한서도 초대장 있어.”주강운은 한시라도 빨리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오빠가 날 데려갈 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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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여기 맞죠?”주강운은 차의 속도를 조금씩 줄이고 있었다.그의 말에 유현진은 정신을 차리고 밖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저기 앞에 세워 주시면 돼요.”차가 서자 유현진은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주강운이 영문을 몰라 물어보려고 하였지만 유현진은 이미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뒷모습조차도 보이지 않았다.10분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인행 도로 너머에서 좌우로 달리는 차들을 살피는 그녀의 손에는 내릴 때와 달리 커피가 두 개 들려져 있었다.주강운의 눈빛은 그런 그녀에게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다. 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차 창문을 내리자 유현진이 그에게 커피를 건넸다.커피를 받은 주강운은 결심이라도 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주강운이라고 합니다. 그쪽은요?”유현진은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미소를 띠며 답했다.“유현진이에요.”…같은 시각, 주강운에게 여자 파트너가 있다는 걸 안 강민서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오빠, 강운 오빠 여자 파트너 있대! 그 여자 파트너 도대체 누구야!”강한서는 속이 쓰려 더 이상 대꾸할 힘조차 없을뿐더러 짜증이 밀려왔다.“내가 어떻게 알아?”“오빠 제일 친한 친구 아니야? 어떻게 모를 수 있어? 도대체 여자 파트너 누구냐고?”강한서는 그녀 손에서 핸드폰을 뺏고는 매섭게 쏘아붙였다.“강민서, 여기서 한 번만 더 난리 칠 거면 나가!”강민서는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강한서가 기분이 좋을 때만 애교를 쓰거나 성질을 부릴수 있었다. 아무리 오빠라 하여도 그녀는 강한서를 어려워하고 있었다.강한서가 오늘 이렇게까지 화난 데에는 유현진과 무슨 일이 있은 게 분명하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민서는 안절부절못하며 강한서에게 물었다.“오빠, 방금 유현진 회사에 와서 뭐 했어?”강한서는 그녀를 쳐다보곤 대답하였다.“뭐라고 했어?”강민서는 내키지 않았지만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그러니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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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가정부가 말리려고 하였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산산조각이 된 물건을 본 가정부는 아연실색이 되어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아가씨, 그걸 밟으시면 어떡해요?”강민서는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나갔다.“유 씨 가문에서 주는 보잘것없는 물건은 울 엄마도 안 받아!”“그래도 밟고 망가뜨리면 안 되죠. 이걸 사모님께 어떻게 드려요? 강 대표님께서 특별히 저한테 직접 사모님께 드리라고 당부하셨는데 이렇게 만들어 놓으시면 강 대표님한테 뭐라고 말씀드려요?”“오빠가 물어보면 그냥 엄마한테 드렸다고 해. 오빠가 어떻게 알아? 줬는지 안 줬는지?”“그래도…”강민서는 매서운 얼굴로 가정부를 째려보았다.“뭐가 그래도 야.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이 쓰레기 빨리 갖다 버려. 보는 것도 짜증 나니까!”가정부는 그저 묵묵히 치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유현진이 돌아오자마자 차미주는 그녀의 목에 붙혀진 반창고를 발견하였다. 그녀의 집요한 추궁 끝에야 그녀는 어제 유현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알 수 있었다.“미친년 아니야 진짜, 배속의 애가 두렵지도 않대?”차미주는 그녀의 일이라면 항상 자신 일처럼 화내곤 하였다. 그리고 뒤이어 물었다.“벤틀리남이 너 도와준 거고? 그래서 커피 사다 준거야?”“아니면?”차미주는 그녀의 다리를 치며 소리쳤다.“야 밥이라도 사줘야지! 커피가 말이 돼? 너무 성의 없잖아!”“두 번밖에 안 본 사이에 밥은 너무 오버 아니야?”“오버?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처음 본 사이에도 밥 먹는데 너희 둘 삼 일 동안 두 번이나 마주쳤어. 그런데도 인연이 아니라고? 벤틀리남 몇 살이래? 잘 생겼어?”유현진은 그녀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하고 싶은 말이 뭐야?”“아무것도, 그냥 사람 좋아 보이길래 어장에서 키워도 될 거 같아서 말이야."유현진은 베개를 그녀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키우긴 뭘 키워 나 유부녀야! 뭐라는 거야 진짜!”차미주는 베개를 만지며 배시시 웃었다.“곧 이혼하는거 아니야? 미리 썸 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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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네 그 가방 말이야, 인터넷에 올리라고 했잖아. 벌써 물어본 사람 엄청 많아.”유현진은 너무 놀랐다.“그렇게 많아? 우리나라 1인당 소비 수준이 그 정도야?”“뭐라는 거야? 와서 다 보기만 한 거야. 아직 이 가방 인터넷에 올라온 적 없거든. 빌려 달라는 인플루언서들은 몇 있었어. 빌려서 사진만 찍고 싶은 거겠지.”유현진은 머리를 가로저었다.“구입만 되지 빌리는 건 안돼”“이미 말했지, 거기서 몇 명 걸렀거든. 근데 한 분이 진짜로 사고 싶은 의향이 있나 봐. 삼 일 동안 나한테 카톡 보냈거든. 그리고 상세 컷도 여러 장 요구하기도 했어. 그리고 직접 물건 보고 가격 협상할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일단 너 대신 답해줬어.”“왜 그러는지 알아?”차미주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내 생각에는 부잣집 사모님들 같지는 않았어. 그 사람 약속 잡은 장소가 중고 사치품 가게거든. 알아봤더니 거기 브랜드 후원 없는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래. 물론 명문가 자제들도 많이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고.”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일 직접 한번 가볼게.”“마지막 이건 오늘 완전 진짜 제일 중요한 일.”차미주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을 이었다.“차이현 감독님 신작 ‘봄의 연인’ 배우 찾고 있는 중이야. 물론 주인공은 이미 확정된 상태이긴 하지만 너도 알잖아, 차이현 감독님 여성 위주로 작품 찍는 거. 조연이라도 거기에 출연하기만 하면 대박 나. 이번 주 금요일 힐튼 호텔에서 카메라 테스트 있어. 네 프로필 그쪽으로 보냈으니까 가봐.”유현진은 너무 놀랐다.“나 작품 한 것도 없는데 프로필 어떻게 보낸 거야?”“나도 이 바닥에서는 잔뼈가 굵네요. 이래 봬도 인맥 있어! 매니저란에는 일단 내 이름 적어 놓기는 했는데 회사랑 계약하게 되면 그때 가서 바꿔.”차미주는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오디션 보러 갈 거야?”“당연하지, 이 기회 네가 잡아준 거잖아, 안 갈 이유 없는데?”차미주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근데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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