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잘못 먹었냐?”주강운은 들어서면서부터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성우는 늘 차분하고 점잖은 그의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어리숙한 표정은 처음인지라 괜스레 등골이 오싹했다.주강운은 옆 테이블에 기대어 앉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방금 옥상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어.”“뭐?”“내가 도촬하는 줄 알고 휴대폰을 빼앗아가더니 나한테 막 뭐라 하는 거야.”한성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데 기분은 왜 좋아 보이는 거지?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냐?”주강운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성우도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그는 강한서, 주강운과 소꿉친구였는데, 집안 세력만 따져보았을 때 살짝 약한 편에 속했다. 반면, 한주 주씨 가문과 한주 강씨 가문은 한주시에서 거의 막상막하였고, 주강운 역시 강한서처럼 외동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후계자 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자랐다.하지만 몇 년 전 주강운이 병에 걸려서 회복하는데 무려 2년이 넘게 걸렸고, 그 뒤로 부모님들도 생각을 바꾸셨는지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아들의 행복을 우선순위로 정했다.그동안 그는 음악도 배우고, 그림도 그렸으며, 스키도 하고, 레이싱에 빠진 적도 있었다. 관심있는 분야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이성을 멀리해서 사생활이 백지장처럼 깨끗했다. 결국 한성우는 한동안 그의 성적 취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했었다.따라서 지금 여자한테 관심을 보이는 그를 보자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네가 말한 그 여자 예뻐?”주강운은 방금 마주친 유현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반쯤 말린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고개를 살짝 들어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어슴푸레한 불빛 속에서도 매끈하고 탄력이 넘치는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가 돋보였다. 어쩌면 생얼마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물론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가는 모습이 더욱 흥미진진하며 임펙트가 강했다.“예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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