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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작가: 조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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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는 게 어때?

강한서의 비즈니스는 모두 몇 조가 넘는 가격이었고 협력사에서 고가의 물건을 선물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작년에도 누군가 오팔 귀걸이를 그에게 선물했는데 역시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었고 강한서가 그녀에게 줬을 때 유현진은 아주 기뻤다.

파티에서 잃어버리고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했는데 강한서는 그런 그녀가 한심하다고 나무랐다.

그가 몰랐던 건 그녀가 아까운 건 귀걸이가 아니라 그가 선물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강한서에게 그건 다른 사람이 선물한 쓸모없는 물건이었을 뿐이었다. 그의 성의는 하나도 담기지 않은 물건 말이다.

유현진은 박스를 닫아서 그에게 주며 말했다.

“이혼할 때 자산 분할하잖아. 그때 다시 보자.”

강한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유현진! 너 정말 그만두지 못해? 네가 나한테 이혼을 들먹거릴 자격이 있어? 네가 재산분할 운운할 자격이 있냐고! 네가 지금 먹고 입는 것 모든 게 내가 해준 거잖아. 이혼하면 이런 사치스러운 생활은 하지 못하게 되는데 네가 그걸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생존하기도 어려울 거야!”

유현진은 손이 떨렸다. 매번 강한서의 독설에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할 때면 그는 촌철살인의 독설로 다시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한참을 말이 없는 그녀를 보며 강한서의 말투도 누그러졌다.

“네가 잘못을 인정하면 예전의 일은 따지지 않을게. 안주인 자리는 여전히 네 거야.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해 줄게.

“퍽이나 관대하네.”

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이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내가 통곡하며 너한테 빌기라도 해야 해?”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한테 기회를 주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자비로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군. 나는 그런 기회를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필요한 사람에게나 줘.”

강한서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유현진! 내가 어디까지 널 봐줘야 돼! 호의를 베푸면 그냥 좀 받아!”

“나는 그게 어려워서 말이야. 강한서, 우리 내기할래?”

유현진이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우리가 이혼하면 내가 살아갈 능력이 되는지 아닌지.”

“좋아.”

강한서는 화가 나서 헛웃음이 터졌다.

“내가 없이 네가 얼마나 잘 사는지 보자고! 민경하 씨, 차 세워요!”

민경하는 흠칫하더니 차를 갓길에 세웠다.

“내려!”

강한서는 싸늘하게 말했다.

유현진은 매섭게 부는 바람과 텅 빈 거리를 보며 시선을 떨구었다.

굳어버린 분위기 속에서 민경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여긴 택시 잡기가 어려워요. 시내 쪽으로 가서 다시 세우죠.”

강한서가 쌀쌀맞게 말했다.

“유현진이 얘기했잖아요. 내가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말이야. 이런 어려움도 이겨내지 못하면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유현진은 자존심이 상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괄시만큼 비참한 건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고는 강한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혼 수속은 언제 할래?”

강한서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싸늘하게 답했다.

“내일 오후 3시.”

“내일 오후 3시 시청에서 봐.”

말을 마친 유현진은 차에서 내려 길을 따라 멀리 걸어갔다.

고개를 돌려 그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 굳세게 앞으로 걸어갔다.

강한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주먹을 쥐었다.

“출발해요.”

민경하가 다시 만류했다.

“대표님, 여긴 개발 지역이라 아직 CCTV도 얼마 없어요. 사모님 혼자서는 위험해요. 아니면...”

강한서가 그의 말을 가로채며 싸늘하게 말했다.

“출발해요.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고.”

민경하는 입을 다물었다.

유현진은 100미터 정도 걷고 나서 자동차 엔진 소리와 함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바닥에 던져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 그녀의 곁으로 차가 쌩 지나가며 빠르게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방금 강한서가 그녀에게 선물한 가방이 박스째로 바닥에 버려져 멀리 날아갔다.

그녀는 멈칫하다가 계속하여 걸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비싼 가방을 버리다니. 강한서 미친 거 아냐?’

그녀는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고 먼지가 묻은 것을 빼고는 스크래치가 나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주워도 돼? 어차피 강한서가 버린 거잖아. 뭐 어때. 고객이 선물한 거니까 공동재산이지? 절반은 내 거야. 내가 주워가도 이상할 건 없어. 팔아서 절반은 강한서에게 주지 뭐.’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며 가방을 안고 떠났다.

...

“꺄아아아악.”

차미주의 비명 소리에 유현진은 손에 들고 있던 헤어 드라이기를 떨굴 뻔했다.

“세상에! 5억이 넘어!”

차미주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안고 말했다.

“미쳤나 봐. 이게 뭔데 5억이나 돼? 내가 이런 물건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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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63화

    차가 송가람이 말한 회원제 클럽에 도착했고, 그녀가 내리려던 순간 주혁이 그녀를 불렀다. “가람 씨.” 송가람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주혁은 잠시 망설이며 물었다. “기다려 드릴까요?” 송가람은 안전벨트를 풀며 무심히 말했다. “아니요, 가도 돼요.” 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지갑을 꺼내 돈 한 장을 뽑아 주혁에게 내밀었다. “차비예요.” 주혁은 깜짝 놀라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가람 씨, 저는 그런 의도로 태워드린 게 아닙니다.” “알아요.”송가람이 그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난 빚지고 싶지 않아요. 만약 이게 불편하다면...”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럼 한현진을 혼내주든가요. 정말 꼴도 보기 싫거든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돈을 좌석에 던져 놓은 뒤 차에서 내렸다. 주혁은 그녀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자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한편, 진윤은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아래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 깜짝 놀라 아빠가 온 줄 알고 얼른 게임기를 끄고 뛰어나갔다. 하지만 내려가 보니 엄마였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엄마는 이모랑 밥 먹으러 갔다면서요.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진윤의 엄마는 신발을 벗으면서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마라, 생각만 해도 재수 없으니까!” 그러더니 오늘 히비스커스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아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윤은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그날 아침 한현진의 전남편이라는 사람이 문자로 물어왔다. [너희 엄마가 오늘 점심에 누구랑 약속했어?]그는 이상해서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자세히 말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엄마한테 부탁해서‘한세 한식당’을 '히비스커스 호텔'로 바꿔봐. 그러면 여신님 앞길이 밝아질 거야.]그는 여신 팬클럽의 열혈 멤버로서, 고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62화

    그가 차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 “가람 씨.” 송가람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가 운전 중인 싸구려 카롤라를 본 송가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차를 타고 온 거예요?” 주혁이 설명했다. “이건 제 차입니다. 오늘 한 대표님께서 쉬시는 날이라, 그분 차는 두고 왔습니다.” 송가람은 약간 불쾌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뒷좌석 문을 열어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은 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공간이 좁아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차 안에는 차량용 방향제가 뿌려져 있었는데, 그 방향제는 그들의 회사 제품으로,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마침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였다. 송가람은 주혁을 유심히 살폈다. ‘이 초라한 사람이 이런 걸 쓸 수 있다고? 한현진 같은 여자가 사람 마음을 사려고 준 게 틀림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현진에 대한 이미지는 한층 더 위선적이라는 딱지를 얻게 되었다. 주혁은 앞 좌석 수납함에서 작은 선물 가방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가람 씨, 이거 가람 씨의 물건입니다.” 그가 말하는 순간, 송가람은 마스크를 벗었다. 주혁은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남은 선명한 뺨 자국과 부어오른 흔적을 보게 되었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얼굴이 왜 그래요? 누가 때렸어요?” 송가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그쪽이 알 바 아니에요.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마세요.” 그녀는 주혁이 건넨 가방을 받아 열어보았다. 가방 안에는 자신의 열쇠고리와 상자에 담긴 진주 머리핀이 들어 있었다. 송가람은 열쇠고리만 꺼내고는 가방을 다시 주혁에게 내밀었다. “여기, 이건 그쪽 물건이죠.” 주혁은 억지로 그녀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고 조용히 말했다. “그건 가람 씨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송가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혁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선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61화

    ‘한서 오빠... 한서 오빠...’송가람은 갑자기 멈춰 섰다. 마음속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송가람은 눈물을 쏟으며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민경하였다. 민경하는 이렇게 말했다. “강 대표님께서는 술에 취해 지금 회사에서 쉬고 계십니다.” 그러더니 잠시 망설인 후 덧붙였다. “가람 씨, 오늘 가람 씨가 떠난 후, 대표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는 가람 씨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요. 다만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저를 통해 연락하시라고 하셨습니다. 가람 씨께서 대표님의 목숨을 구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대표님은 자신으로 인해 가람 씨와 어머님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으신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송가람이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송가람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울음이 섞여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람 씨, 혹시 우셨어요?” 송가람은 짜증스럽게 물었다.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누구시죠? 할 말 없으면 끊을게요.” 그 말을 듣자 남자는 급하게 답했다. “저... 저, 저 주혁입니다.” 송가람은 이름을 들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남자는 서둘러 설명했다. “저는 한 대표님의 운전기사입니다. 예전에 식당 카드를 만들 때 가람 씨께서 직접 저를 카드 만드는 곳까지 데려가 주셨잖아요.” 그제야 그녀는 떠올렸다. 약간 너저분한 중년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고, 왜 전화했어요?” 주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차장에서 열쇠고리를 하나 주웠는데, 프런트 데스크에서 가람 씨의 것이라고 하더군요. 오늘 마침 시간이 있어서, 가람 씨가 어디 계신지 알려주시면 직접 가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60화

    송가람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럼 엄마는? 심원 모자를 불러놓고 나랑 맞선 보는 얘기는 왜 나한테 하지 않은 건데? 엄마 사업을 위해서, 엄마 고객을 위해서라면 딸도 팔겠다는 거야?”서해금은 화나 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정말 대체 어떤 뇌를 갖고 있는 건지 네 머리를 열어서 보고 싶을 지경이야! 그냥 만나서 식사 한 번 하는 것뿐이잖아. 누가 너더러 결혼하래? 지금이 어떤 세월인데, 싫다는 네 목에 내가 칼이라도 들이대면서 협박이라도 할까봐 그래?”“내가 그렇게 얘기를 안 하면 네 생각엔 홍혜림이 약속 자리에 나오기나 했을 것 같아? 홍혜림 씨와 채지윤 씨는 어렸을 적부터 있다면 오랜 친구야. 심원은 홍혜림 씨에겐 친아들 같은 존재라고. 심원이 너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네가 그 아이 마음만 잘 잡고 있다면 내가 홍혜림 씨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게 어려울 것 같아? 오히려 네가 한 짓을 봐! 한 번 두 사람 모두에게 미움을 샀어. 우리 회사가 진씨 가문과 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지 네가 알기나 해? 지금 홍혜림 씨가 사업 파트너로 한현진을 지정했어. 그것 때문에 내 손실이 얼마나 큰지 네가 알아?”송가람이 훌쩍이며 말했다. “아무리 파트너가 한현진이라고 해도 협업하려면 회사 절차는 걸쳐야 하잖아. 수익도 전부 회사로 들어오는 거고. 엄마에게 떨어지는 돈이 줄어들 진 않잖아.”서해금이 멈칫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병X을 보는 듯 한 눈빛으로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냉소를 흘리더니 더는 말이 없었다. 서해금에게 병원에 갔다고 속이고 강한서에게 갔던 일에 대해 잘못을 인지하고 미안함을 느낀 송가람이 나지막이 서해금에게 사과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를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한서 오빠는 이제 막 건강을 회복해서 술을 마시면 안 돼.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너무 걱정되어서 오빠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내가 간 거야. 엄마, 아까 한서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됐어.”서해금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 실소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9화

    이쯤이면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강한서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한현진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설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거야?’생각하며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는 연결이 되었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민경하였다. “사모님, 저예요.”민경하의 목소리에 한현진이 멈칫했다. “강한서는요?”“대표님은...”잠시 말이 없던 민경하는 노려보는 강한서의 눈빛에 못이겨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더 그럴듯하게 연기 하시려고 술을 두어 잔 더 마셨다가 지금 취하셨어요.”한현진이 걱정스레 말했다. “괜찮아요?”민경하가 말했다. “괜찮아요. 이미 숙취해소제도 마셨고 두 시간 정도 주무시고 나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계획했던 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어요. 사모님들께서는 전부 언짢아하시며 돌아가셨고요. 자세한 건 나중에 대표님께서 깨어나시면 대표님께 직접 들으세요.”한현진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쥐똥만한 주량의 소유자인 남편이 걱정되었다. “강한서 지금 어디 있어요? 제가 가볼게요.”“아뇨. 서 대표님께서 가실 때 대표님을 보시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어요. 의심을 사 대표님을 감시할 수도 있어요. 사모님께서는 대표님이 깨어나셔서 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 말에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걱정되는 마음을 추스르며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 저 대신 강한서 잘 챙겨줘요. 옆으로 누워서 자게 해요. 술 많이 마시면 자꾸 토하거든요. 옆에 물도 한 잔 떠주고요.”민경하가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전화를 끊은 민경하가 고개를 돌려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병약한 고양이 같은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만약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본인 몸을 바쳐가며 송가람이 약을 탔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했고 제가 대표님을 도와 사모님께 그 사실을 숨겼다는 걸아시면 아마 전 앞으로 사모님께 빌붙을 수 없을 지도 몰라요.강한서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허약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8화

    말을 마친 홍혜림은 룸으로 돌아가 가방을 들고 도도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얼굴을 감싸 쥔 송가람의 눈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강한서가 송가람에게 휴지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괜찮아?”송가람은 코끝이 찡해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다. 옆에 서 있던 서해금은 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강한서를 밀쳤다. 중심을 잃은 강한서는 휘청하더니 그대로 벽에 부딪혔다. 그의 얼굴이 통증으로 하얗게 질렸다. 울컥 화가 치민 송가람이 입을 열었다. “엄마, 뭐하는 거야!”“마침” 계산을 마치고 돌아오던 민경하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얼른 달려가 강한서를 부축했다. 그는 조금 화가 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송가람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강한서의 상태를 살피려 했다. 하지만 송가람이 강한서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서해금이 같은 자리에서 송가람의 뺨을 때렸다. “그쪽으로 가기만 해. 그럼 우린 오늘 모녀 관계를 끊는 거야. 앞으로 다신 내 눈 앞에 띄지마.”서해금은 온 몸의 힘을 다 해 송가람을 때렸다. 그녀는 예전에도 송가람를 때린 적이 있었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을 때, 그림을 못 그렸을 때 심지어 다른 사람 앞에서 말실수를 했을 때에도 매를 든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힘을 실은 적은 없었다. 뺨을 얻어맞은 송가람은 귀가 윙윙 울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해금을 쳐다보았다. 그 눈에는 순간 눈물이 가득 고였다. 강한서는 마치 송가람이 맞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듯이 민경하의 부축을 받으며 나지막이 해명했다. “아주머니, 가람이도 이젠 성인이에요. 가람이에게도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권리가 있어요. 이렇게 몰아붙이시면 안 되죠.”서해금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내 딸을 어떻게 가르치든 그건 강 대표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미안하지만 앞으로 우리 딸에게서 좀 떨어져줬으면 좋겠어. 무슨 일이든 가람이에게 부탁 같은 것도 하지 말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희망도 주지 말란 말이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7화

    심원과 채지윤 모자는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룸의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송가람의 목소리에 채지윤의 얼굴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심원과 채지윤을 본 순간 서해금은 송가람을 데리고 유전자검사라도 받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멍청한 X! 멍청한 X!’뒤에서 누군가의 고함이 들려왔다. “X년이 누구더러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거야?”움찔한 송가람이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분노가 가득한 채지윤과 창백한 얼굴의 심원이 보였다. 사실 심원은 그리 뚱뚱한 편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동그란 얼굴 때문에 덩치가 있어 보일 뿐 퍼진 몸은 아니었다. 외모는 심지어 꽤 빼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한현진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는 심원의 눈이 강한서와 많이 닮았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강한서는 그 어디에 내놔도 절대 꿀리지 않을 외모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강한서를 닮은 부분이 있다면 그 사람은 외모만으로도 적지 않은 여자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 심원의 눈은 강한서와 70% 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다부진 몸매를 갖고 있었다면 아마 그를 따라다니는 사람도 꽤 많았을 것이다. 심원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하며 귀하게 자라왔다. 먹는 것이든 갖고 싶은 것이든 그의 요구라면 전부 들어주었다. 그런 이유로 심원은 어렸을 때부터 조금 통통한 편이었다. 그리고 몸매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 적도 많았다. 다이어트를 여러 번 했고 또 성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곧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대학생 시절 열등감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좋아할 용기도 없었던 심원은 해외 유학 시절 자신에게 늘 잘해주던 송가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해외의 다양한 심미 기준으로 인해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송가람이 싫어했던 터라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 심원은 줄곧 송가람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6화

    당황한 송가람이 고개를 들자 그녀의 눈 앞에는 홍혜림과 서해금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송가람은 멍해졌다. 그녀는 서해금과 홍혜림이 왜 히비스커스 호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세 한식당에 있는거 아니었어?’홍혜림의 얼굴은 경멸로 가득 했다. 그녀는 웃는 듯 또 아닌 듯 한 표정으로 어두운 얼굴을 한 서해금을 힐끔 쳐다보았다. “따님은 병을 병원이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남자에게 진료 받나보죠? 아프다는 게 대체 열이 있다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몸이 달았다는 거예요? 심씨 가문과의 혼사를 원하지 않는 거였다면 직접 얘기하시지 이렇게 제 조카가 바보처럼 기다리게 속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너무 직설적으로 내뱉은 말이라 서해금의 얼굴이 바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서해금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막 입을 열려는데 송가람 옆에 서 있던 강한서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사모님, 예의를 지키시죠. 가람이는 그저 저에게 해장국을 가져왔을 뿐이예요. 함부로 남의 명성을 더럽히지 마세요.”그 말에 송가람이 멈칫했다. 애틋한 기분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한서 오빠가 내 편을 들어줬어. 역시 오빠도 날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하지만 그 말을 들은 서해금의 심장은 쿵, 내려앉았다. 만약 조금 전 서해금이 먼저 입을 열었다면 그녀는 송가람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럴싸한 핑계를 대줬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서의 말 한 마디로 송가람이 꾀병을 부린 일은 기정 사실이 되어버렸다. 역시, 강한서의 말을 들은 홍혜림은 경멸의 감정이 조금 더 짙어졌다. “좋네요.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고 본인은 아픈 척 애인을 챙겨주러 갔다니. 서 대표님, 이게 바로 대표님이 말한 성의라는 건가요?”서해금이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사모님, 가람이는 정말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갔었어요. 아마 한서가 숙취 때문에 가람이에게 해장국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것 같아요. 저희 두 집안은 예전부터 가깝게 지냈었잖아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5화

    표정을 굳힌 송가람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억지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한서 오빠. 혹시 뭐 기억났어요?”강한서가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잠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리가 너무 아파...”최면의 거부반응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송가람이 곧바로 강한서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를 말렸다. “한서 오빠, 아프면 생각하지 마요. 생각 안 하면 안 아프잖아요.”강한서가 송가람을 밀치며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쳤다. “만지지 마!”그의 반응에 깜짝 놀란 송가람은 그 순간 강한서가 모든 것을 떠올렸다고 착각했다. 당황하여 넋이 나갔던 송가람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리고는 황급히 가방을 뒤졌다. 가방 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낸 그녀는 약 두 알을 물에 녹인 후 강한서 입가에 가져갔다. “한서 오빠, 이거 마셔요. 마시면 안 아플 거예요.”얼굴이 일그러진 민경하가 룸으로 뛰쳐갔다. 극심한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강한서는 송가람이 건네는 물을 받아 쭉 들이켰다. 송가람은 최면할 때 사용하던 심리 암시를 위한 풍령 소리를 강한서 귀 옆에 울리며 나지막이 물었다. “한서 오빠, 괜찮아요? 머리 아직도 아파요?”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고 강한서가 멍하니 고개를 들고는 나지막이 송가람의 이름을 불렀다. “가람이?”얼굴을 붉힌 송가람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저예요, 오빠.”약효 때문인건지 강한서는 허탈한 사람처럼 몸을 뒤로 기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왜 여깄어?”“그... 그게 오빠가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되어서요.”송가람이 말하며 저도 모르게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 “현진 씨가 오빠를 잘 챙겨줄 거라고 했었잖아요. 챙겨준다는게 이런 거였어요?”강한서가 미간을 꾹꾹 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아저씨 돌아오는 날 아냐? 한현진 씨도 공항에 마중 나갔는데 넌 안 가도 괜찮아?”멈칫하던 송가람은 곧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 저 걱정해 주는 거예요?”강한서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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