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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솔직해지는 게 어때?

강한서의 비즈니스는 모두 몇 조가 넘는 가격이었고 협력사에서 고가의 물건을 선물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작년에도 누군가 오팔 귀걸이를 그에게 선물했는데 역시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었고 강한서가 그녀에게 줬을 때 유현진은 아주 기뻤다.

파티에서 잃어버리고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했는데 강한서는 그런 그녀가 한심하다고 나무랐다.

그가 몰랐던 건 그녀가 아까운 건 귀걸이가 아니라 그가 선물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강한서에게 그건 다른 사람이 선물한 쓸모없는 물건이었을 뿐이었다. 그의 성의는 하나도 담기지 않은 물건 말이다.

유현진은 박스를 닫아서 그에게 주며 말했다.

“이혼할 때 자산 분할하잖아. 그때 다시 보자.”

강한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유현진! 너 정말 그만두지 못해? 네가 나한테 이혼을 들먹거릴 자격이 있어? 네가 재산분할 운운할 자격이 있냐고! 네가 지금 먹고 입는 것 모든 게 내가 해준 거잖아. 이혼하면 이런 사치스러운 생활은 하지 못하게 되는데 네가 그걸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생존하기도 어려울 거야!”

유현진은 손이 떨렸다. 매번 강한서의 독설에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할 때면 그는 촌철살인의 독설로 다시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한참을 말이 없는 그녀를 보며 강한서의 말투도 누그러졌다.

“네가 잘못을 인정하면 예전의 일은 따지지 않을게. 안주인 자리는 여전히 네 거야.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해 줄게.

“퍽이나 관대하네.”

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이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내가 통곡하며 너한테 빌기라도 해야 해?”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한테 기회를 주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자비로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군. 나는 그런 기회를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필요한 사람에게나 줘.”

강한서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유현진! 내가 어디까지 널 봐줘야 돼! 호의를 베푸면 그냥 좀 받아!”

“나는 그게 어려워서 말이야. 강한서, 우리 내기할래?”

유현진이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우리가 이혼하면 내가 살아갈 능력이 되는지 아닌지.”

“좋아.”

강한서는 화가 나서 헛웃음이 터졌다.

“내가 없이 네가 얼마나 잘 사는지 보자고! 민경하 씨, 차 세워요!”

민경하는 흠칫하더니 차를 갓길에 세웠다.

“내려!”

강한서는 싸늘하게 말했다.

유현진은 매섭게 부는 바람과 텅 빈 거리를 보며 시선을 떨구었다.

굳어버린 분위기 속에서 민경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여긴 택시 잡기가 어려워요. 시내 쪽으로 가서 다시 세우죠.”

강한서가 쌀쌀맞게 말했다.

“유현진이 얘기했잖아요. 내가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말이야. 이런 어려움도 이겨내지 못하면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유현진은 자존심이 상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괄시만큼 비참한 건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고는 강한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혼 수속은 언제 할래?”

강한서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싸늘하게 답했다.

“내일 오후 3시.”

“내일 오후 3시 시청에서 봐.”

말을 마친 유현진은 차에서 내려 길을 따라 멀리 걸어갔다.

고개를 돌려 그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 굳세게 앞으로 걸어갔다.

강한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주먹을 쥐었다.

“출발해요.”

민경하가 다시 만류했다.

“대표님, 여긴 개발 지역이라 아직 CCTV도 얼마 없어요. 사모님 혼자서는 위험해요. 아니면...”

강한서가 그의 말을 가로채며 싸늘하게 말했다.

“출발해요.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고.”

민경하는 입을 다물었다.

유현진은 100미터 정도 걷고 나서 자동차 엔진 소리와 함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바닥에 던져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 그녀의 곁으로 차가 쌩 지나가며 빠르게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방금 강한서가 그녀에게 선물한 가방이 박스째로 바닥에 버려져 멀리 날아갔다.

그녀는 멈칫하다가 계속하여 걸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비싼 가방을 버리다니. 강한서 미친 거 아냐?’

그녀는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고 먼지가 묻은 것을 빼고는 스크래치가 나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주워도 돼? 어차피 강한서가 버린 거잖아. 뭐 어때. 고객이 선물한 거니까 공동재산이지? 절반은 내 거야. 내가 주워가도 이상할 건 없어. 팔아서 절반은 강한서에게 주지 뭐.’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며 가방을 안고 떠났다.

...

“꺄아아아악.”

차미주의 비명 소리에 유현진은 손에 들고 있던 헤어 드라이기를 떨굴 뻔했다.

“세상에! 5억이 넘어!”

차미주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안고 말했다.

“미쳤나 봐. 이게 뭔데 5억이나 돼? 내가 이런 물건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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